도서관 옆자리 하얀 볼따구 A
" 안녕하세요 새로 입학한 16학번 김여주 입니다!!"
호기롭게 이름을 말하던 신입생 환영회. 그때는 뭐가 그렇게 신기했는지 술자리도 술게임도 다 신기했다.
교복을 벗고~ 라는 노래도 있지않은가 아닌가? 아무튼 이제 막 수능을 보고 겨우 성인이 된 그때의 난 모든게 신기했다. 대학들어가면 다 남친 생긴다며! 여중여고 아니고 남녀공학을 다닌 나였지만 그러면 뭐해 남녀분반을 다닌 나는 거의 여중여고처럼 지냈다.여중여고가 그렇게 재밌다던데 공학인데도 아무것도 없이 보낸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 괜히 심술이 났다. 분반도 재밌었는데 여고는 더재밌었을거 아냐 그리고 왜 지금까지 남친이 없었냐는 질문에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
대학에 들어와서 생기긴 생겼다. 그것도 첫 미팅에서
상대는 옆학교 같은학번 기계공학과 남자애. 뭐 모든 미팅이 그렇듯 자기소개하고 술게임하고 처음 하는 미팅이어서인가 짝을 정할때 반대편 그남자애가 날 찍었다는 그자체로도 설렜다.
편하게 구남친이라고 하면 우리는 그렇게 짝이되고 귓속말 게임도 하고 연락하고 그러다 한번 만나고 바로 사귀어버렸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미쳤냐고 너무 빠르다고 선배들은 3월에 우수수 사귀는애들 다 금방 헤어진다고 나를 말렸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안들렸다.
3월달부터 남친을 사귄 나는 3월내내 과행사를 참여할 수 없었다. 많이 좋아해서 사귄것도 아니라 금방 마음도 식었고 나는 구남친과 한달만에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본격적으로 4월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못 참여했던 모든 과행사, 동아리행사, 술자리, 뒤풀이에 참여했다. 그맘때 나와 같은시기에 고등학교때부터 사귀던 여자친구랑 헤어진 세운이와 친해졌다.
" 안녕...! 여주? "
" 어 그래 안녕! 근데 너는 왜 새삼스럽게 4월인데 그렇게 인사를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사실 내가 학기초에 행사를 잘 참가 못해서.."
"헐 너도? 나도 !! 사실 너가 나한테 처음 말걸어준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계속 내가 지금 말걸고 다녔어 ㅎ "
" 아 이제는 자주 나오려구.."
"야 그것까지 나랑 똑같아 나도 이제 다참여할거야 내 스무살 진짜 즐길거야"
원래 연애사 이렇게 쉽게 말하고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세운이를 보자마자 우리는 같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술술 늘어놨다.
"야 쎄우야ㅜㅜㅜㅜㅜ ㅜㅜㅜㅜ 너진인짜 ㅜㅜㅜㅜㅜ괜찮은데 왜에에ㅔ우ㅜㅜ 우리 이제 다 하자 대학 웅 새내기 웅 즐기자(딸꾹)"
세운이는 밤톨을 세차게 두어번 흔들며 우우웅..대답해줬고 세운이의 고등학교때부터의 긴 연애사 그리고 내 짧은 연애사 서로 술에 잔뜩 취해 위로를 하던 우리는 베프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행사에 참여하는 프로 참석러가 되었다.
***
첫 남자친구의 기억때문인가 한학기는 그렇게 다른 남자친구는 안사귄 상태로 보냈고 ( 이유는 하나, 놀기위해서) 2학기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열병같은 짧은 짝사랑을 하다... 그오빠가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끝났다. 첫사랑의 기준이 처음사귄 남자친구인지 처음 좋아한 남자인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지않는가 나한테는 첫번째 그 미팅에서 만난 이제 얼굴도 기억안나는 구남친 말고 처음 짝사랑한 이사람을 첫사랑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이런생각을 가끔 하곤 했다.
첫번째 남자친구와 헤어진후 미친듯이 달렸던것처럼 짝사랑이 끝난다고 우울해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1학기 목표가 남친때문에 못논만큼 놀기 였다면 나의 이번 겨울 목표는 [열심히 살기] 였다.
솔직히 [남친생기기] 하려고 했는데 방학때는 다른지방 친구들은 다 집에 내려가기도 하고..겨울이라 추워서 집밖에 나가기 싫어서 안나가다보면 안생길거라는거 아주 잘알고 있어서 빠르게 포기했다.대신 2학년을 대비해서 열심히살기! 영어공부도 하고 ... 영어공부가 싫으면 여행이든 악기를 배우든 아무튼 열심히 살기로 했다.
내 20살이 끝난다는 느낌이 들면서 더이상 이 학교의 주인공은 새내기인 내가 아니겠지 라는 생각 때문에 조금 다급해졌었다. 돌이켜 보면 가장 찬란하다는 그나이 스물은 술과 짝사랑 두 단어로 간단히 설명할만큼 싱겁게 끝나버렸다.
'그래 일단 도서관에 가자'
개강을 했으니 파티도 해야하고 크리스마스니까 화려한 솔로파티도 해야하고 나는 미루고 미루다 새해가 되어서야 열심히 살기라는 목표를 이루기위해 무작정 도서관에 갔다. 햇살이 사다리꼴로 비추는 곳 바로 옆자리. 계속 있다간 내가 아이스크림이 되어 버릴 것 같은 밖과 다르게 도서관 안은 따뜻했다.
안이 아무리 따뜻해도 창밖만 봐도 밖이 얼마나 추운지 알 수 있었다. 잎이 다 떨어져 눈에 보이는 건 회색 풍경, 학기 중에 북적이던 학교는 한순간에 텅 비었다.그래서 나는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빛줄기를 맞는 걸 좋아한다.
빛이 속눈썹위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내가 읽던 책까지 딱 빚줄기 모양만큼 따뜻해진다. 그러다가 너무 뜨거운것같으면 자리를 한칸만 옮기면 된다. 그래서 나는 햇살이 사다리꼴로 비추는 곳 바로 옆자리 그곳을 내 방학 지정석으로 정했다.
눈으로 느끼는 차가운 풍경을 보며 기분좋은 책 넘기는 소리와 책 냄새 그리고 따뜻한 공기를 느끼는 것이 책말고 내가 느끼는 진짜 낭만이었다.
그런데 빛발이 가득한 그 자리는 눈이 부셔서 사람들한테 인기가 없었다. 덕분에 나는 혼자 그 넓은 책상을 차지할 수 있었고 내 자리 넘어 책을 쌓아두며 보기도 했다. 내가 주로 보는 책은 [집에 있는 반찬으로 야식 만들기] [20대에 꼭 해야 하는 일] 아니면 해리포터 귀욤뮈소 그냥 정말 마음이 내키거나 아니면 한번쯤 들어봐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책을 마구잡이로 일단 가져와서 읽었다.
겨우 맘에 드는 책을 찾아서 읽어 내려가고 있을 때 갑자기 옆에서 비누냄새가 났다. 평소에 향에 관심이 많은 나였지만 한번도 맡아보지 않은 갓 빤 이불 섬유유연제 향기보다 더 포근한 비누 냄새였다.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가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홱 티나게 돌려버렸다.
![[워너원/김재환] 도서관 옆자리 하얀 볼따구 A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30/21/c3e7de5f47cbe5375f537011c2ec415d.gif)
하얀 볼따구.. 내가본건 하얀 볼따구였다 그것도 햇살에 솜털 한올한올 비치던 말랑말랑한 볼따구
'귀엽다'
분명 눈이 마주쳤는데 내 머리 속에 박힌 건 하얀 볼따구와 귀엽다는 인상 딱 두개였다. 생각만 했어야 했는데 입으로 귀엽다..라고 소리 없이 뱉고 다시 홀린 듯이 쳐다봤다. 귀엽다 다시 봐도 귀엽다 잘못 본게 아니다 방실방실 부드러운 머리를 했는데 머리와 잘 어울리는 볼따구 딱 거기까지 잔상이 남을 시간만큼만 보다 다시 책을 읽는 척을 했다.
책을 보고 있지만 책 내용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근데 다시 얼굴을 볼 자신은 없었다. 그냥 그랬다. 딱 두 번 그게 내가 그 귀여운 볼따구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 같았다. 두꺼운 내 책보다 조금 얇은지 살락 하고 넘어가는 책장, 무언가 끄적이는 사각사각 연필소리 그리고 뭐가 잘 안풀리는 지 머리를 헝크릴때마다 비누냄새가 더 진하게 났다.
보이지도 않을 곁눈으로 한껏 옆 사람을 신경 쓰면서 세상에서 제일 신경 쓰지 않는 사람처럼 곧은 자세로 책을 읽다가 비누냄새가 사라지고 나서야 처음 숨 쉬는 법을 알게 된 사람처럼 참았던 숨까지 내뱉을 수 있었다.
![[워너원/김재환] 도서관 옆자리 하얀 볼따구 A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30/21/06e7ea85f907d4b7e8914f204fb85198.jpg)
그리고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든 순간
굳은 얼굴로 그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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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화는 구독료 없습니다 배경의 시작은 재환이가 16학번이니까 2016년도, 주요 내용은 2017일것 같아요ㅎㅎ
길게 적게 오는 것보다 짧게라두 자주 올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잘부탁드려요 j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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