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w.1억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길래 그 옆에 다가가서 가만히 서있자
전정국이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져서 나도 같이 전정국을 올려다보면, 전정국은 뻔뻔하게도 나를 쳐다보고있는다.
먼저 피할줄 알고선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뭔가 모르게 뻘쭘하고, 내가 피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어색하게 웃어보이고선 정면을 보았다.
이 사람 왜 날 이렇게 쳐다봐? 이왕 오랫동안 볼 거면 웃으면서 봐주던가.. 어제도 그렇고 계속 차갑게 쳐다보고 난리래.
엘레베이터에 타고선 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김석진을 마주치기 싫다. 두달동안만 마주치지않고 잘 넘어갔음 좋겠다..
리얼리티도 두달 뒤에나 했으면 좋겠다구.
다시는 김석진으로 인해 내 감정을 버리고싶지도 않고, 더 이상 울고싶지도 않으니 말이다.
내가 일을 한다고 그냥 나온 것도, 한 번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행동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어.. 같이 좀 가지.."
내가 멍때리는 동안 먼저 내려서는 차가 있는 쪽으로 가는데 걸음을 또 얼마나 빠른지 나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전정국과 가까워진다.
차에 올라타서 먼저 시동을 걸자마자 뒤에 탄 전정국을 힐끔 봤더니
전정국은 또 나를 따라 나를 쳐다보았다. 아, 그냥 넘어가주지.. 눈치 하나는 빨라서 말이야.
아무말도 안 하면 어색해질까 말을 걸려고 했는데. 내 말로 인해 더 어색해졌다.
"많이 춥죠? 감기 잘 걸리는 체질인가! 아, 딱 봐도 건강해 보이기는 한데."
"…
…."
무안하게 내 말을 또 끊어버리는 전정국은 아까 그림 얘기할 때 눈이 아니었다.
진짜 돈도 잘 벌고, 사랑만 받고 사는 주제에 뭐 저리 까칠해.. 속으로 이 말을 읊고선 룸미러로 전정국을 보았다.
진짜.. 더럽게 슬퍼보이네. 나까짓 거는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말이야.
샵에 들러서 톱배우를 봤다. 눈 앞에 가만히 앉아서 머리 손질을 받는 여배우를 보고서 나는 그렇게 계속 멍을 때렸다.
정말 너무 대놓고 쳐다보는데 배우분은 나에게 살갑게 웃어주며 커피를 마셨다.
우와.. 저 배우들도 저렇게 착하게 웃으면서 인사해주는데 이 전정국은 뭔데.. 머리를 다 하고선 일어나는 전정국을 나도 모르게 째려봤다.
전정국은 그런 나를 매정하게 보고선 또 무시한다. 또!..
차를 끌고선 방송국에 가자 웬 사람들이 이리 많은지, 소리지르는 소리 덕에 나는 내리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귀를 막았다.
룸미러로 전정국을 보면 전정국은 익숙한지 바로 차에서 내렸고, 나도 따라 내렸다.
내리기도 전에 차를 어떻게 알아보고 전정국을 향해 달려오는 교복입은 학생들에 솔직히 신기해서 가만히 서서 한참 보다가
전정국에게 가까이 달라붙기에 그제서야 어어! 하고 따라 붙었다.
'정국아!'하고 전정국보다 어려보이는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몇십명이 달라붙었고, 전정국 표정이 보나마나 똥 씹은 표정이겠거니 했더니
너무도 아무렇지도 않은 태평한 표정이기에 나도 모르게 또 입을 떨 벌렸다.
와.. 두 얼굴이야. 두 얼굴..! 아, 이럴 때가 아니야. 나 매니저야. 내가 관리해야 하는 거 맞..
학생들 몇십명이서 나를 이리 치고, 저리 치기에 전정국은 이미 저 멀리 혼자서 가고있었고.
나는 저기요오- 하고 총총 그에게 뛰어갔다.
방송국 건물 문을 열고 혼자서 들어가기에 나도 따라 들어가려고 했지만,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다른 가수들 팬들까지 몰려서 못 들어가게 했다. 아.. 나 저기 들어가야 하는데.
잠깐만요.. 작게 읊고선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자 샤람들이 뭐냐며 나를 욕했다.
죄송합니다. 하고 잘못한 것도 없지만 사과를 구구절절 하고 나서야 드이어 문이 보였고, 그 문을 열려고 하면
덩치가 한참 큰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나를 막아섰다. 방송국 관계자가 아니면 못 들어간댄다.
나보고 뭐 어떻게 하라고?
"저 들어가야 하는데.."
"안 됩니다. 딱 봐도 학생이신 것 같은데. 그냥 가죠."
"아니요! 저 전정국씨 매니저에요!"
"그 말 못하는 사람 여기 하나도 없어요."
"진짜에요. 진짠데.."
이미 전정국은 쭉 들어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면
팬분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저도.. 저도 이러고 서있고 싶지는 않다구요..
아, 그래. 전정국한테 전화를 하면 되잖아. 잠깐만요 전화 하면 되죠? 내 말에 경호원이 거짓말인줄 아는지 귀찮은듯 고개를 끄덕였다.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저장해두었던 전정국의 번호를 찾고선 전화를 걸었다.
일반 통화연결음이 들리고선 한참 있다가 전화를 받은 전정국에 나는 왠지 모르게 시나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 뭐.
"저! 지금 문 앞에서 못 들어가고 있어요."
- 내 매니저라고 해.
"말 했는데.. 못 믿으시는데요. 따라가려고 했는데.. 너무 빨리 가시니까..!"
뒤에 욕이 들리는 것 같지만 기분탓이겠거니.. 하고 죄송해요.. 라고 말하려는데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는 전정국에
또 주먹을 꽉 쥐고선 속으로 욕만 하는데 경호원이 나를 더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니에요. 내가 설마 친구한테 전화해서 전정국인척 좀 해달라고 했을까봐? 사람들은 수근거리며 날 보며 웃었고
곧 문이 천천히 열려서 그쪽을 보면 평소와 다르게 뒤에서 후광이 나는 걸 보니 구세주께서 나타난 게 분명하다.
"안녕하세요."
"아, 네."
"제 매니저 맞아요."
"아, 매니저분이 바뀌셨나요!"
"네."
곧 그 경호원은 날 향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나도 모르게 이긴 느낌에 속으로 브이를 그리며
먼저 안으로 들어서는 전정국을 따라 들어섰다. 그러게 나 맞다고 했잖아요.
뒤를 한 번 돌아보자 팬들도 놀랐는지 벙찐 표정이기에 또 이긴 느낌에 또 브이를 그렸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눈하덮_05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31/20/f347085eaa2a95188994d26389cc3321.gif)
"저 진짜 미아 될 뻔 했어요. 사람들이 저 완전 이상하게 쳐다보고 그랬다니깐요."
"너무 빨리 걸어가시니까.. 따라가려고 했는데. 팬분들한테 떠밀려서 따라가지도 못 했어요.
제가 그렇다고 여기 방송국을 와본 것도 아니구."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천천히 좀 가주세요. 다리 길다고 자랑하시는 것도 아니ㄱ.."
그러다 콩- 하고 어딘가에 이마를 박아 고개를 들면 전정국의 등이 보였고,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하고선 나를 내려다보는 전정국에 나도 모르게 쫄아버려서 얼음처럼 얼어버렸다.
"시끄럽다고."
솔직히 저 말에 사람이 그럼 시끄럽지, 조용해요? 라고 말 하려고 했는데. 진짜 화난 것 같아서 '네..'하고 찌질이 인 거 티내듯 대답해버렸다.
나 지금 동갑인 애한테 쫄아서 이러고 있는 거 맞지.. 쓸데없이 기분 상하네..
하긴.. 이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를 보호해줘야 하는 매니저가 뒤에서 쩔쩔 매는데 기분이 꽤 나빴겠구나 싶어서 또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저 많이 답답하죠. 저도 제가 너무 답답해서 미치겠어요..
이제라도 어떻게 하는 건지 대충 알았으니까. 이제는 절대 정국씨 안 놓치고, 제가 보호해드릴게요!"
"야."
"네에?"
"나는 매니저 없어도 혼자 잘 다니니까."
"……."
"윤기형한테 잘 말해서 알아서 관둬. 그 형은 내 말 듣지도 않으니까.
너도 솔직히 억지로 하는 거잖아. 그 형 부탁에. 아니야?"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니 전정국은 역시나 나를 무시하는듯한 눈을 하고선 발걸음을 더 빨리했다.
강제로 하는 건 아닌데..나도 돈이 필요하니 하지.. 잠깐만.. 나 지금 저 사람 말 저렇게 길게 하는 거.. 처음보는데..? 너무 신기한데..?
아니.. 잠깐만. 저 사람 또 혼자 가네..!
코디분은 한분이셨고, 전정국에게 옷까지 골라주길래 뒤에 가만히 서서 가만히 구경만 하고있는데
그러다 한분이 나를 보고 작게 웃어주었다. 전정국에게 옷을 건내주자 전정국은 따로있는 탈의실에 들어갔고
코디분이 같이 음료수나 마실까요? 하고 웃으며 먼저 밖으로 나갔다.
뒤늦게 네! 하고선 따라 밖으로 나가자 복도에 있는 자판기에 돈을 넣고 음료수를 아무거나 뽑아 나에게 건내준다.
그나저나.. 이렇게 잘나가는 연예인이 코디가 하나인 게 더 신기하네..
"많이 힘들죠?"
"네?"
"정국이 옆에 붙어있는 거 말이에요."
"아.."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인 거 바로 들통나니까. 내 앞에서 거짓말 할 생각 하지말아요."
네.. 사실은 조금 힘들어요. 사람이 너무 매정하고 차갑잖아요.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냥 하하.. 조금요. 하고 작게 대답했다.
이분은 자신을 꾸미는 걸 엄청 좋아하시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엄청 반짝거렸다.
이분이야말로 예쁘기까지 하고 연예인같은데.. 어느샌가 넋놓고 이분을 보고있었더니 이분이 갑자기 '아!'하고선 손을 뻗는다.
그래서 그 손을 자연스럽게 잡았더니
"내 소개를 안 했죠? 아까 정국이 정신사나워 하는 것 같아서 말 못 했는데.
저는 27살 반디에요."
"우와. 이름 엄청 예뻐요! 반디!"
"아니야. 뭐가 예뻐요. 참... 성 들으면 안 예쁘다고 할 걸요?"
"성이 뭔데요!?"
"은."
"은..반..디... 예쁜ㄷ.."
"은반디가 예뻐요?"
"……."
"웃었다?"
사실 은반지가 떠올라서 피식했는데 너무 티나났나보다. 죄송해요.. 하고 어색하게 웃어보였더니
이 분은.. 아니, 이 언니는 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정국이가 반말 하는 거 보니. 동갑 아니면 어리나?"
"동갑이에요! 근데 제가 사실은 빠른이라서.. 빠른이라고 했더니 취급 안 한다구."
내 말에 이 언니가 푸하하 웃으며 의자에 앉아보였다. 그러고선 자신의 옆에 앉아보라는듯 옆을 탁탁- 치기에 그 옆에 앉았다.
"족보 꼬여서 싫은가보네. 아,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네!"
"난 정국이 신인때부터 이 일 했어. 벌써 5년 됐구나?"
"5년이나요? 저 사람 옆에요!?"
"왜. 몇달전까지만 해도 정국이 저런 성격이지는 않았어."
"네? 성격이 변한 거예요..?"
"응. 왜 변했는지는 나도 몰라. 어느순간부터 갑자기 혼 나간 애처럼 힘 없고, 약한 모습만 보이고, 곁에 있는 사람들한테
정을 주려고도 안 하고, 모든지 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니까. 너 전에 일하던 매니저들도 관둔 거지."
거봐. 어쩐지 관둔 건 다 핑계였어!.. 무슨 하나같이 이상한 핑계를 들고와서 관두나 했더니..
"예전엔 어땠는데요..?"
"낯을 많이 가리긴 했어도. 곁에 있는 사람들한텐 엄청 잘해줬고, 맨날 장난치고, 웃어주고."
"….….."
"근데 한동안은 그 모습을 한 번도 못보네.. 애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나까지 눈치보여서 말도 못 걸게
변해버려서. 나도 뻘쭘하고 그래."
"….아."
"맨날 남자 매니저만 와서 말 걸을 겨를도 없었는데. 너 오니까. 좋다."
보기좋게 웃어주는 반디언니에 나도 따라 바보처럼 웃어보였다. 복도에 우루루 모여서 우리앞을 지나던 걸그룹이
전정국 대기실 문 앞에 멈춰섰고, 곧 그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 계속 설레하며 웃다가 매니저의 손길로 인하여 문이 열렸다.
"뭐에요..?"
"앨범 홍보하는 겸 인사하는 거지 뭐. 정국이가 음악방송에 웬만해서 잘 안나오거든.
오늘도 겨우겨우 사정사정~해서 정국이 특별출연 시키는 거야. 그 박장현 알지."
"오! 알죠! 당연히 알죠. 완전 노래 잘하시구!.. 목소리 특이하신."
"그분 피쳐링 해줬었거든? 겨우 10초 하러 여기 온 거야. 그렇게 그냥 다른가수 쓰라고 했는데.
막방이라고 한 번만 나와달라고. 으휴."
헐.. 하고선 대기실 안을 슬쩍 봤더니 걸그룹 아이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데 참 이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전정국도 얼굴에 작게 미소를 띄우고선 인사를 해주는데. 참나.. 나는 저 사람을 모르기에
성격이 변하기 전에도 뭔가 저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하긴 뭘 변해. 사람 본성이 나온 거겠지.
걸그룹들의 얼굴에 핀 미소에 침을 뱉고싶지는 않지만.. 아이들아 너희는 전정국을 보며 설레하지마.. 저 사람 사실은 못됐거든.
무대를 하는 것 까지 보고나서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이 사람도 정말 연예인이구나.. 하고 말이다.
코디언니는 따로 간다며 먼저 가버렸고, 또 나는 전정국이랑 단 둘이 남았다.
또 방송국 건물에서 나오려니 팬들이 엄청 많아서 심호흡을 했더니 전정국이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내려다본다.
"제가! 지켜드릴!"
"차로 그냥 가. 알아서 가니까."
"그럼 오늘은 그냥 천천히 눈에 익히는 과정!"
"안익혀도 되니까."
"….….."
"그냥 가라고."
"에이-"
"….….."
"네."
또 쫄았다. 또.. 혼자 묵묵히 나가길래 나도 따라 나와서 빙빙 돌아 차쪽으로 걸어가는데
팬들에게 둘러쌓였어도 어떻게 떼어내는지 잘도 움직인다. 잘도..
차에 먼저 올라타자 곧 전정국도 올라탔고 출발할까요? 하고 안 들리게 물은 것도 아닌데
대답도 않고 창밖을 보는 전정국을 룸미러로 한참 째려본 것 같다.
뭔 아까부터 자꾸 힘이 없어보여.. 엄청 튼튼할 것 같이 생겨서는..
전정국이 차에서 내리고 안녕히가세요- 작게 말했을까. 역시 나를 개무시하는 건 여전하길래 이젠 조금 익숙해서 한숨 한 번 쉬고 말았다.
아, 생각해보니까. 일정 적혀있는 종이를 전정국 집에 놓고온 것 같아서 차에서 급히 내려 저만치 떨어져 걷고있는 그의 옆에 닿을 때 까지 뛰었다.
"흐아!!"
"….….."
"저 그거 놓고왔어요. 일정표! 절대 귀찮게 안 할게요. 그것만 가지고 갈 거예요."
"….….."
"근데 어디 아파요?"
"귀찮게 안 한다며."
"아.. 말 거는 것도 귀찮은 거에 포함이구나..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같이 단둘이 엘레베이터를 타도 나는 어색해서 핸드폰이라도 보고싶은데 이 사람은 어색하지도 않은지 허공을 보고있는데
내가 여기서 어색해하고 핸드폰이나 보면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까봐. 다른 생각 하나도 안 하고 나도 따라 허공을 보는데
어느새 열린 엘레베이터 문에 전정국이 먼저 나가기에 나도 따라 쫒아 나왔다.
집에 들어가서는 식탁 위에 두었던 일정표를 들고선 찾았다- 했는데 전정국은 오자마자 티비를 켰다.
뭔 그때 봤던 영화를 또 틀어놓는지 질리겠단 생각에 입을 열었다.
"그 영화 또 봐요? 저는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라도 계속 돌려보고 그러지는 않는데."
"….….."
"아, 생각해보니까. 저는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봤어요. 지금은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음.. 근데 이 영화는 참 좋은 것 같아."
"….….."
"근데 그 사람은 나랑 이 영화를 봤는지도 기억 못 할 걸요."
내 말에 무슨 대꾸라도 할 것 처럼 일어나서 나를 쳐다보길래 나는 긴장을 했다. 근데 예상과 다르게
전정국은 나를 지나쳐 가며 말했다.
"챙겼으면 나가."
네.. 하고선 방으로 들어가는 전정국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나는 오늘도 역시 졌다.
확 진짜.. 나보다 나이 먹어봤자 몇개월 먹은 게. 어우! 저거 정말... 나간다. 나가!
나가려다가 자꾸만 신경쓰이는 영화에 미련이 남아 그 영화를 보고있으면 예전이 떠올랐다.
김석진이랑 단둘이서 봤던 영화 말이다. 내가 슬퍼서 울어대면 김석진은 나를 답답해했다.
세상 모든 게 슬프냐며 화를 내듯 말하는 김석진이 그때는 그저 그냥 좋았었는데 지금은 그때의 내 마음이 이해가 하나도 안 간다.
생각해보니까 남자주인공 너무 잘생겼어. 아 물론 여자주인공도 너무 예뻐. 지금은 더 훌륭한 배우가 되어있는 사람들인데
꼭 한 번 실제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는 확실히 배우처럼 생겼다고 화영이가 그랬었던 기억이 난다.
뭐에 홀린듯 몇분을 멍때리며 영화를 봤을까 이제는 진짜 가야겠다는 생각에 뒤 돌아 걷다가 몇걸음 안 가
뭔가 생각나 아! 하고 다시금 뒤 돌아 전정국 방 문 앞에서 소리쳤다.
"저기요! 혹시! 여기 주변에 찜질방 있어요? 다음주에 홍콩에 시상식 있잖아요. 아침 일찍 간다길래..
그냥 차라리 찜질방에서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내 말에 대답이 없기에 또 무시하는가 싶어서 네? 하고 다시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또 무시였다.
그래. 이김에 친해질겸 한 번 방도 구경해보고 좀 그래야지. 막무가내로 들어가요- 하고선 문을 천천히 열었을땐
무슨 거의 우리집 거실만한 방크기에 놀라서 일단 1차로 놀라고, 2차로는 방이 너무 깨끗해서 놀라고.. 그 다음으로는
더 좋은 냄새에 놀라고.. 3차로는 침대 위에 널브러져있는 이상한 약통들에 놀랐다.
그리고 또 놀란 건..
"에?"
어디갔지?.. 두리번거리다 찾은 건 화장실인지 작은 문과, 또 다른 방문같은 게 있기에 오오.. 하고 신기해하고 있었을까.
침대 옆에 있는 작은 탁자위로 웬 오르골에 있기에 그 오르골을 매만졌다. 와, 이거 완전 예쁘다..
누가 만든 것 처럼 조금만 쎄게 만지면 깨져버릴 것 같고, 디자인이 참 뻔하지않고 특별해 보이고... 식탁에서 보았던 그 그림도 그려져있었다.
이런 거 가지고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었는데. 이건 가지고싶을 정도로 예뻐.
"너 뭐하는 거야."
아무 소리도 안 들렸었는데 언제 문을 열고 나왔는지 한쪽손엔 웬 다이어리를 들고 나를 무섭게 내려다보았다.
"아, 물어볼 게 있어서요. 대답이 없길래 들어왔는데.. 죄송해요."
"….그거 내려놔. 건들지마."
"아, 이거요. 이거 엄청 예뻐요."
"만지지말라고."
"네! 근데 이거 누가 만든 건가봐요. 엄청 약하고 그래ㅇ.."
내 생에 제일 잘못한 게 뭐냐고 물은다면 김석진을 만난 거 다음이 지금인 것 같다.
쉽게 깨질 것 같던 오르골은 바닥에 떨궈져 산산조각이 났고, 전정국은 나에게 다가와 멱살을 잡았다.
누군가에게 멱살을 잡혀본 건 또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러워 전정국을 올려다보았다.
"….….."
"내가….."
"….….."
"….시발."
"…죄송ㅎ.."
"너."
"….….."
"제발 좀 꺼져. 니깟 거 한테 도움 필요 없으니까.
어디서 이상한 년이 굴러들어와서."
힘을 실어 나를 내팽겨친 전정국에 나는 힘 없이 탁자 모서리에 부딪혀 손목이 엄청 아파왔다.
손목을 보자 찢어졌는지 피가 뚝뚝- 훌렀다. 많이도 흘러 나오는 피에 피를 막으려 손으로 감쌌다가도
바닥에 흩어진 유리조각을 치워야겠단 생각에 그 유리조각을 손에 한가득 담으며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제가 이거는 꼭 다시 사드릴.."
유리를 주워 담는 나를 내려다보더니 마른세수를 하고선 입을 여는데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더 무겁고, 무서웠다.
"나가."
"….….."
"나가라고, 좀!"
정말로 나에게 화를 내버리는 전정국에 나는 쭈그리고 앉았던 무릎을 펴서는 전정국을 보았고, 전정국은
내 손에 담겨져있는 유리를 보고선 인상을 쓴채로 나의 팔을 잡아 무식하게 흔들었다.
내 손에 있었던 유리조각들이 바닥에 다시금 뿌려지고, 전정국은 내게 또 소리쳤다.
"이걸 왜 또 주워담고 있어. 너 병신이야?"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진짜 죄송해요.. 진짜.."
"….….."
전정국은 나를 정말 증오하는 눈으로 보았고, 나는 피가 흐르는 손목을 꼭 감싸쥐고선 방에서 도망치듯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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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원래는 중학교때 이 글을 쓸 때는.. 여주가 죽는 내용이었는데
뭔 생각으로 뭔 이유로 죽였었지 내가....(늙었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