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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가리기 전에





이틀 내내 펑펑 쏟아지던 눈이 그쳤다. 뺨을 얻어맞는 것 같은 칼바람은 여전하지만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푸르고 높았다. 저녁엔 뒷산으로 산책이나 갈 생각이었다. 슈퍼 블러드문이었나, 블루문이라고 했던가. 여튼 달이 예쁘게 뜬다고 해서 달 구경이나 하려고.


"이 날씨에 달 구경이요? 아가씨 지금 밖이 몇 도인줄 아시고..."

"그래서 따뜻하게 입었잖아요. 핫팩도 세 개나 챙겼는데."

"...지금 무스탕 하나 입고 따뜻하다고 말씀하시는 거 아니죠?"


맞는데... 할 말이 없어 어정쩡하게 시선을 피하자 남준 오빠는 그 예쁜 입술을 꾹 다물더니 곧 논리적으로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자로 잰 듯 칼같은 논리로 왜 밖에 나가면 안 되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데 하마터면 말빨에 홀려 그대로 방에 들어갈 뻔 했다.


"아아아- 그만, 그만. 아이고 김남준씨, 저 진짜 괜찮다니까요. 추위 잘 안 타는 거 알잖아요."

"그래도 어떻게 그것만 입고 나가세요. 밖이 지금 영하-,"

"진정한 패셔니스타는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법이지! 저 갔다올게요. 한시간 안에 올게요!"


더 있다간 정말 못 빠져나올 것 같아서 남준 오빠 손에 들려있던 오토바이 키를 빠르게 낚아채 대문을 튀쳐나왔다. 얼빠진 오빠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볍게 윙크도 날리고 손가락 하트를 보내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패션은 무슨 패션, 아가씨 얼어죽게 생겼는데! 하고 소리치는 목소리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래도 어떡해, 오늘 배송 왔는데 이 정도는 입어줘야지.

미리 대문 앞에 세워둔 오토바이에 타 뒷산으로 향했다. 동네를 에워싸고 있는 뒷산은 그리 높지 않고 도로도 잘 포장되어 있어 오토바이를 끌고 자주 산책을 가는 곳이었다. 옷 안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선선했다. 핸들을 쥔 맨손을 스치는 바람마저 따갑지 않았다. 이거 봐, 안 춥다니까. 낮보다도 더 풀어진 것 같은 공기가 낯설면서도 이제야 봄이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아 마음이 한껏 들떴다.

빽빽한 나무들 위로 보이는 하늘은 여전히 높고, 보석같은 별을 한가득 품고 있었다. 그리고, 뉴스에서 하루종일 떠들어대던 말이 헛소리는 아니었는지 선명한 붉은색을 띠는 달이 있었다.


" 진짜 블러드문이네..."


멈춰서서 헬멧을 벗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짙은 남색의 밤하늘에 뜬 붉은 달은 아름다웠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산 속, 머리카락 새로 부드럽게 스쳐지나는 바람과 서늘한 밤공기,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신비로운 붉은 달. 예쁘네, 카메라라도 들고올 걸. 아쉬운 마음에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액정에 담기는 달이 눈에 보이는 것만큼 예쁘지 않아 확대를 하려던 참이었다. 낮게 가라앉아 평온하기만 하던 그 순간을 귀를 찢는듯한 굉음이 깨뜨리고 말았다. 고개를 돌린 내 눈에 보인 건 얼어붙은 도로에서 중심을 잃고 무서운 속도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화물트럭. 분위기에 취해서 잊었나보다, 아무리 인적이 드물어도 내가 서있는 곳은 도로 한복판이라는 걸.





[방탄소년단/전정국] 달을 가리기 전에 00 | 인스티즈

"...이건 뭐야."


차사 태형의 얼굴이 굳었다. 분명히 있어야 할 망자가 사라졌다. 처참한 사고현장에 남은 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만큼 부서진 오토바이와 도로가의 비석을 들이받은 트럭, 핸들에 이마를 박은 채 기절해있는 트럭 운전기사 뿐이었다. 혹시나 싶어 운전기사의 얼굴을 확인한 태형은 고개를 저었다. 이 자가 아니야. 태형은 핸드폰을 꺼내 망자의 정보를 다시 확인했다. 김여주, 19세. 교통사고로 인한 과다출혈로 현장에서 사망. 확실한 정보였다. 망자가 사라진 게 맞다. 차사 생활 300년만에 처음 겪는 일에 당황한 태형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매뉴얼을 살피고 있을 때였다.


파지직-


나무만 가득한 산과 어울리지 않는 스파크 튀는 소리에 처음엔 트럭에서 나는 소리인줄 알았다. 곤란한 상황에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소리의 근원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던 태형의 시야에 낯선 불빛이 들어찼다.

보이지 않는 유리창이 깨지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말 그대로 '깨진' 채 어스름한 빛을 내고 있었다.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온갖 것을 보고 겪은 태형조차 그대로 굳은 채 움직일 수 없었다. 태형이 망부석처럼 멍하니 서있는 사이, 갈라진 틈들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듯 서로서로 달라붙어 공간을 메꾸더니 곧 거짓말처럼 빛을 잃고 사라져버렸다. 순간, 상황을 파악하려 빠르게 돌아가던 태형의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아, 설마...

밤을 지키는 달이 힘을 잃는 월식. 이 날은 산과 바다, 바람, 한낱 짐승들마저도 숨을 죽인다. 강한 달의 힘으로 인해 굳건히 지켜지던 자연의 질서가 아주 약간의 오차로도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에, 긴장하고 몸을 사려도 모자랄 판에 죽음이 가까워져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서있던 여자는 멍청하게 도로에 서있다가 사고나 당하고, 산을 보호하던 비석마저 깨져버렸으니 질서가 뒤틀리는 건 당연지사. 그 여자, 그 망자는 비틀린 시간의 틈 속에 빠져버린 것이 분명했다. 


"아... 망할. 시말서 쓰게 생겼네."


10년인지, 100년인지, 아니면 그 망자가 운이 나빠 몇천 년 전으로 가버렸는지 어떻게 알고, 또 알아내도 어떻게 찾아간단 말인가. 태형은 애꿎은 오토바이를 걷어찼다.





일단 첫 느낌은, 좋았다. 12시간 정도 푹 자고 일어난 느낌? 그리고 눈을 뜬 다음 느낌은... 꿈인가? 

[방탄소년단/전정국] 달을 가리기 전에 00 | 인스티즈

"...정신이 드십니까?"


되게 맑고, 깨끗하고, 청초하고... 여하튼 엄청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 한국사 교과서에서 몇 번 본 것 같은 한복을 입고, 한 손에는 표지가 노랗게 바랜 책을 한 권 들고있었다. 그래 뭐, 거기까진 좋은데, 문제는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는 거지.


"어우, 야, 엄마야..."

"아... 미안합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신 듯 하여..."

"아, 아니 저는 괜찮...,"


그때부터 이상함을 느꼈다. 사극 세트장 같은 공간, 한복 차림의 남자, 남자의 말투. 분명히 트럭에 치였는데, 뼈가 부러지는 그 고통이 아직도 생생한데, 나 엄청 크게 다쳤던 것 같은데... 팔다리 어디 하나 조그마한 생채기도 없이 멀쩡하다. 지금 이거 너무 뻔한 전개잖아. 


"저기, 죄송한데... 여기가, 그러니까. 어디, 아니. 무슨 나라죠...?"


남자는 내 말에 조금 당황한듯 애매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곧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달을 가리기 전에 00 | 인스티즈

"이 나라는 조선입니다."


아... 남준 오빠 잘못했어요. 이거 몰카라고 말해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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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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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거걸 ㅠㅠㅠ재믺겎더ㅠㅠㅠㅠㅠㅠ신알싱해써요!!!!우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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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타임워프라니 취향저격이에요 신알신하고 다음에도 읽으러 올게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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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타임워프 소재 오랜만이에요 참 좋군요 ,, 헤헤 암호닉 받으신다면 [국이네]로 가능할까유 ,, 신알신 누르고 기다렸다 또 보러 오겠습니다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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