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生佳緣(천생가연)
제 二장
2018년 1월, 스물셋.
"자자, 마셔마셔!"
시끌벅적한 호프집엔 젊은 대학생들의 열기로 가득찼고 색색깔의 술병들은 하나둘 늘어갔다. 오래간만의 과회식이라 그런지 다들 들뜬 마음에 얼굴에 빨갛게 홍조를 띄고 술을 붓고, 또 마셔대고의 반복이었다.
"야 근데, 너네 진짜 오래 사귄다. 결혼해라 둘이"
"성이름이 허락해주면 해야죠"
정국과 이름을 번갈아 보던 선배는 입을 떼었고, 정국의 말 하나로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름이는 부끄러운 듯 정국의 어깨를 툭툭 쳐냈다. 전정국 진짜 못하는 말이 없어. 삼년, 뭐 긴 시간이라면 길고 짧다면 짧은. 요즘 애들이 짧게 사귀고 짧게 끝내서 그런가, 삼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나는 반대하는데-"
"뭐?"
"내가 싫다고 둘이 결혼하는거"
한껏 흥이 오른 분위기를 깨는 목소리. 김태형이었다. 태형의 말에 다들 짜맞춘듯 분위기는 다운 돼 정적이 흘렀고 주위 동기들은 왜그러냐며 말리기 시작했지만 태형은 개의치 않는듯 정국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굽힐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분위기를 인지한 태형이 특유의 웃음으로 말을 이어 붙였다.
"야 농담이야 농담. 전정국 정색하는거 봐. 아주 나 잡아먹겠네."
"아 뭐야 김태형, 그래 정국아 표정 풀어라. 하여튼 저새끼 저거 생긴거랑 안맞게 질투는 존나 많아"
그제서야 정적이 깨지고 동기들은 정국의 기분을 풀어주려 시덥잖은 농담들을 던지며 정국의 잔에 술을 부어주었고, 결국 정국은 웃어보이며 상황을 넘기고 아무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중얼댔다. '농담도 좆같게 하네.' 그 때 태형과 눈이 마주친 정국은
"왜?"
아무렇지 않은듯 웃어보였다.
1528년, 16살
(정국 시점)
(브금을 틀어주세요!)
요즘 아버지가 많이 쇠약해지셨다. 항상 내게 강한 모습만 보이고, 엄하게 굴던 아버지는 온데간데 없고 누구보다 유해지고 또 부드러워지셨다. 아마 그럴 기운도 없으셔서겠지. 나에게는 아버지는 그저 엄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또, 무엇보다 어릴적 나의 유일한 벗이었던 그 아이를 무섭게 내친것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절벽을 보지 못하고 넘어진건 제 불찰인데 왜 그 아이가 벌을 받아야 했는지 어릴적의 나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몸도 마음도 점차 커가며 나는 계급과 궁의 법이란것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왜 아버지가 그 아이를 그렇게 내치셨어야만 했는지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내가 왕위에 오르면, 그 아이를 궁으로 데려 오겠다고, 궁녀는 오직 왕의 여인이기에 마음껏 그 아이를 볼 수 있을것만 같았다.
***
"전하! 정신을 붙잡아 주시옵소서!"
궁 안이 시끄러워졌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고 한다. 의원들은 아버지가 계신 강년전으로 급히 뛰어 들어갔다.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 한 의원들은 한숨을 깊게 쉬었고, 아마 오래 버티시질 못할거라는 말만을 남기고 강년전을 떠났다. 아무래도, 내가 왕위에 오를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것만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가 의식을 잃고, 사흘만에 눈을 뜨셨다. 그리고 힘 없는 목소리로 내 손을 잡아 오셨다. 아, 아버지가 이렇게 내 손을 따듯하게 잡아 주신 적이 있던가. 그런데, 왜 알수없는 불안함은 내 몸을 휘감는 건지. 아버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힘겹게 내셨다.
"서재에........붉은 책........"
"네 형을..... 잘...살펴라......."
"아버지!! 여봐라!! 얼른 의원을 불러와라!!!"
아버지는 알수없는 마지막 말을 남기시고 또 다시 정신을 잃으셨고, 나는 체통을 지키지 못하고 오열하며 의원을 불러오라 소리쳤고 결국, 아버지는 다시는 닿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셨다. 아아, 아버지 마저 떠나시면 어찌합니까, 제겐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는데 대체 제 편은 누가 남는단 말입니까.
***
아버지가 떠나시고, 장례를 치룬 후 나는 자연스레 열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고, 아버지의 말대로 서재를 찾아가 붉은 빛을 띄는 책을 한권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책을 한장한장 읽어 내릴수록 내 미간은 점점 더 좁혀 들어갔고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그제서야 이해 할 수 있었다. 그 책은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나의 숨겨진 이복 형, 김태형에 대해서 말이다.
아버지, 아버지는 왜 끝까지 원망만 하게 만드시는지요.
(작가 시점)
찢어질 듯 한 옷차림. 코를 찌르는 악취. 품위라곤 찾아 볼 수 없는 걸음걸이. 태형은 천민이었다. 천민 중에서도 바닥이라는 노예 신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양반의 집 노예로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살아가고 있을 때, 왕에서 온 자들이 그를 궁으로 끌고 갔다. 태형을 알수없다는 듯이 궁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고 자신의 옆에 있던 자들은 태형을 무릎을 꿇어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남자를 마주하게 만들었다, 정국이었다.
"자네가, 김태형이란 작잔가."
"그, 그렇습니다."
제 인생에서 마주할 일이 없을 것만 같았던 왕을 마주한 태형은 저보다 어려보이는 왕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어왔고, 항상 제 주인에게 맞기만 하던 태형은 저를 양옆으로 지키고 있는 자들에 겁먹어 마른 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묻고싶은것이 있네, 그동안 정체를 속이고 사느라 재미 좀 보았는가?"
"자네 어머니와 나를 바보 천치 취급하며 사니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꼬."
"그게 무슨....."
"그동안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가? 아버지가 그대에게 따듯한 손길을 한번 더 내주었는가? 나는...! 나는 그동안...!!"
'전하 체통을 지키시 옵소서' 신하들은 정국을 달래기 바빴고, 정국은 태형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분을 토해내었다. 저 천한 첩의 자식이 무엇이 잘났길래 나보다 더한 사랑을 받았는가, 마지막까지 그를 생각 할 만큼 그가 아버지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는가. 항상 아버지의 엄한 모습만 보고 외면 당하며 살던 정국은 아버지 생각을 하며 숨을 내쉬면서 진정을 하는듯 했고, 바들바들 떨리는 눈을 감았다 떴다.
"나는 그대를 내 형으로 모실 생각이 없네, 애초에 어머니가 다르니 형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은가. 조용히 쥐 죽은 듯 사는게 좋을걸세."
정국은 그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고, 태형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이 당황스러운 듯 눈을 굴렸다. 정리해 보자면, 자신의 어머니와 왕 사이에 나온 자식이 자신이고, 내가 저 자의 형이란 말인가.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아버지? 태형은 평생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며 살아왔고 자신의 주인에게 시도때도 없이 맞아가며 잡일을 하며 살아왔다. 사랑? 그것이 무엇인데. 평생 좋은 옷, 좋은 음식 먹고 아버지의 챙김을 받아 오며 살았을 자가 자신에게 열등감을 표해내는게 태형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한평생 찢어져가는 옷을 입으며 주인이 먹다 남긴 음식을 주워먹고, 며칠동안 굶다 바닥에 있는 흙을 퍼먹기도 했는데, 배부른 소리. 정작 사랑과 챙김을 한번도 받지 못하고 살아온건 저인데 왜 저 자가 생색을 내는가. 갑작스레 나타난 서로의 존재는 둘에게 당황스러움만을 안겨주었고, 서로에게 느끼는 열등감은 그들을 둘도없는 형제이자 원수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태형은 생각했다, 진정 내가 왕의 형이라면 이 곳에서 높은 계급일 것, 그리고 저 자보다 먼저 태어났으니 내가 저자를 존중하고 저 자 때문에 두려움에 몸을 떨을 필요가 없을 터. 그러니, 더 이상 저 전정국이란 작자 때문에 오늘처럼 치욕스럽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일 일이 없을거라는 판명을 내린 태형은 저를 내리 깔아 보던 정국을 생각하며 이를 바득바득 갈아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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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가각각 안녕하세요...! 진짜 글은 몇번이고 수정하고 써도 맘에 드는 구석이 1도 없는 흑흐규ㅠㅠ
맞는 움짤 찾으러 다니는것도 짓챠 일입니다 일(울컥) 그리고 저는 어려운 단어 쓰고 필력쩔고 탄탄하게 사극물을 못 씁니다,,, 구냥 여러분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사극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글에서 아니 이게 조선시대에서 가능한 일이야아~?? 하는것들은 그냥 스루해주시면 ㅎㅁㅎ.....
그리고 혹시 독방에서 태형이랑 정국이 움짤을 구걸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아무 움짤이나 던져주세요 저니까요 ;ㅅ;
그럼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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