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눈이 떠지고, 참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나를 반겼다.
이불을 옆으로 밀어내고 침대에서 일어나 물을 한컵 마시고서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내 눈물까지 따뜻한 물들과 함께 흘러내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느 때보다도 공들여서 화장을 했고, 어느 날보다도 신중히 예쁜 옷을 골랐다.
약속시간까지는 약 40분정도가 남아있었고, 준비를 거의 끝마치고서 창문에 시선을 두었다.
하늘에 높게 박힌 햇살이 나를 제외한 온 세상을 따스하게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내 입가엔 저절로 씁쓸함이 묻어났다.
약속시간이 점점 다가왔고, 집에서 나서기 전에 마음 속으로 수백번을 다짐했다.
오늘을 최고로 잘해주자.
스킨십도 많이 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계속 해줘야지.
오늘이, 마지막, 이니까.
" 벌써 왔네, 오래 기달렸어? "
"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
오늘만큼은 내가 먼저 나와 경수를 기다렸다.
항상 약속시간보다 5분 더 일찍 나와 나를 기다렸던 경수는 자신보다 일찍 나온 나를 보고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경수의 팔에 팔짱을 끼고, 영화를 보자면서 따스한 햇살보다 더 따쓰하게 웃어주게 위해 온갖 힘을 다 썼다.
영화 표를 구매하고, 팝콘을 사서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 이 영화 엄청 슬프다는데, 안 울 자신 있는거야? "
어떤 이유든간에 내가 우는 걸 싫어한 경수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면서, 하지만 누구보다도 다정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런 경수에게 살짝 웃어보였고, 영화가 시작되려는지 영화관을 밝게 비추던 불빛들이 전부 꺼졌다.
나와 경수는 약속이라도 한듯 동시에 영화관 스크린에 눈을 고정시켰다.
항상 영화관에 오면서 슬픈 영화는 보기 싫다고 말했던 나지만, 이 영화는 꼭 봐야만 했다.
지금의 내 심정과, 몇 시간 후의 우리와 똑 닮은 영화니까.
" 어, 안 울었네? 난 마지막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어. 아, 진짜 슬프다. "
눈물이 그렁그렁 하긴, 마지막에 남녀가 헤어질 땐 눈물 펑펑 흘렀으면서.
봐봐, 그 증거로 지금 네 눈가에 아직 눈물이 반짝거리잖아.
경수는 영화를 보고 울지 않은 내가 의외라는 듯이 쳐다봤고, 난 해맑게 웃으면서 경수를 끌고 스티커 사진 찍는 기계로 향했다.
" 스티커 사진..? "
" 나 진짜 이거 찍어 보는게 소원이였어, 같이 찍자! "
평소에 사진 찍는걸 좋아하지 않았던 경수지만, 내가 찍고싶다며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더니
알았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 경수야 김치- 하고 웃는거다! 어어, 찍힌다! "
스티커 사진을 전부 찍고선 최대한 예쁘게 사진을 꾸몄고, 조금 후에 스티커 사진이 인쇄되어 나왔다.
스티커 사진 안에는 정말 행복하다는 듯이 웃는 우리 두명이 있었다.
" 아, 배고파! "
" 아까 팝콘 안 먹었으니까 그렇지. "
" 아아 몰라몰라, 떡볶이 먹고 싶어. 떡볶이 먹으러가자! "
떡볶이 먹으러 가자는 내 말에 경수는 이번에도 알았다며 걸음을 옮겼다.
떡볶이와 순대를 시키고서 경수는 날 쳐다보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 우리 꼭 이러니까 오늘 본 영화 속 커플같다. 영화보고, 스티커사진 찍고, 분식먹고. "
경수의 말에 왈칵 하고 눈물이 날 뻔 했지만, 그냥 힘 없이 웃어보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힘 없이 웃어보이는 순간 떡볶이와 순대가 나왔다.
떡볶이를 먹은 다음엔 오락실에 가서 게임도 해보고, 커플 목걸이도 맞췄다.
왠 커플 목걸이냐며 묻는 경수였지만, 난 그저 니 생일선물 앞당겨서 주는거라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벌써 날은 어둑어둑해졌고, 경수는 데려다 주겠다면서 내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향해 걸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내가 사는 집 앞에 와있었다.
" 집에 들어가면 문자하고, 푹 쉬고. "
" ...... "
겉으론 무뚝뚝해보이지만, 속은 녹아버릴 것만 같이 다정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경수는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내 머리에선 말할 때가 왔다고 내게 지시내리고 있었고,
내 심장에선 그에게 상처입히지 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말할, 때가 왔다.
" 경수야. "
" 응? "
미안해, 경수야. 내가 숨을 쉬기 위해서 네 마음에 상처를 내.
" 너가 그랬지? 오늘 우리, 꼭 오늘 본 남녀 주인공 같았다고. "
" ...... "
미안해 경수야, 미안해. 내가 살기 위해서, 네 심장을 죽여.
" 우리의 결말도, 영화의 결말과 비슷할꺼야. "
이대로 가면 내가 위험해, 경수야, 내가.. 내가 죽어..
미안해, 미안해..
" ..무슨 소릴 하는거야. "
난 목숨을 받칠 만큼 널 사랑하지 않나봐.
정말, 미안해.. 미안해, 도경수 미안해..
" 헤어지자, 경수야. "
사랑해, 경수야.
*
그냥 생각나서 써본 조각글..입니당..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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