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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형사초능력조직물/카디찬백] INDIGO(인디고) ; EP02 | 인스티즈

 

 

 

 

INDIGO

                              인디고, 남색, 쪽빛 그리고 초능력자들

 

 

김종인 도경수

박찬열 변백현

 

 

 

 

 

 

 

 

 

 

 

 


INDIGO

 

 

 

  언젠가부터 들려오기 시작한 낯선 남자의 웃음소리와 낡은 구두굽소리. 구두굽 소리가 듣기 좋다며 꺄르르 웃으면 같이 웃었던 어머니는 희미해지기 시작하고 이유없이 경수를 때리며 발작하다가도 이내 경수를 껴안으며 오열하던 어머니. 경수는 휙휙 스쳐지나가는 장면들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어머니는 정상이었다고. 어머니가 경수를 때리며 모진 말을 해도 상관없었다. 경수는 어머니를 사랑했으니까.
 

  발작하듯 몸을 떤 경수가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경수의 몸이 바르작 떨렸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경수가 팔을 들어 땀을 닦아냈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옷이 다 젖어있었다. 경수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푸른 서랍을 열었다. 언제나 계속되는 어머니의 악몽은 경수를 괴롭혔다. 과거 속에서 절대 꺼내주지 않겠다는듯. 그것은 가엾게 죽은 제 어미가 자신을 기억해달라며 발작하는것과 다름이 없었기에 경수는 아무런 불평도, 원망도 할 수가 없었다. 경수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창가에 다가섰다. 노랗다 못해 시린 하얀빛을 내뿜는 보름달이 동그랗게 자리잡고 있었다. 유난히 별이 많이 보였다. 하늘은 완연한 남색빛을 띄우고 있었다. 경수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추워서가 아니었다. 유난히 시리게 빛나는 달이 경수의 하얀 살갗을 저미고 스며들었다. 경수는 잡히지 않는 달을 향해 손을 뻗었다.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음을 알면서도 경수는 달과 가까워지고 싶어했다. 자세히 말하자면 그와 함께있는 짙은 남색빛의 하늘을.
 

 


* *

 

 
  경수의 어미는 항상 피곤한 경수를 붙잡아놓고 창가에 앉아 해가 뉘엿뉘엿 져 가는 것을 보며 이야기하곤 했다. '경수야, 남색은 모든 것을 포용한단다. 까만 밤도 사실은 까만게 아니라 짙은 남색빛을 띄고 있는거야. 별과 달을 봐. 사람들은 별과 달이 예쁘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들이 그 자리에 있게 도와주는 남색빛의 하늘이 더 멋있는거야. 그는 아무리 별과 달이 제 살갗을 찢어 아름다운 빛들을 내뿜어도 말없이 그들을 포용하거든.' 어린 날의 경수가 제 어미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들었을리 없었다. 그리고 제 어미도 그것을 알고 있었을테다. 기억속 경수의 어머니는 남색을 사랑했다. 단순이 이념적인 좋아함이 아니라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사랑이란 감정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경수의 어머니는 보이지 않는 그 끝에 도달한 사람처럼. 사람들은 그런 경수의 어머니를 보며 '정상인의 범주를 벗어난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것은 뜻을 몰랐던 어린날의 경수도 불쾌감을 느낄 만큼 역겹게 다가왔다. 단지 경수의 어머니는 기댈 곳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말려들어 더는 손 쓸 수 없는 종이책처럼 너덜너덜해진 기억속 책장. 경수는 손때가 탄 페이지가 찢어질새라 서둘러 손을 떼어내었다.
 


  교실이 시끄러웠다. 경수는 하얀 이어폰을 귀에서 빼냈다. 손에 가만히 잡고있던 볼펜과 진한 볼펜자국으로 인해 넘기기가 한층 수월해진 윤리정리공책을 잡은채로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하고있는 한 무리의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경수는 보통 아이들에게 시선을 주기가 드물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주위의 아이들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침부터 환하게 점멸하는 형광등밑으로 몸집을 크게 하여 움직이는 이야기의 주인은 경수가 제 이야기에 집중하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자아이의 얼굴에 뿌듯함과 희열감이 번들거렸다. 다른아이들의 관심을 기생해 사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던 거슬리는 아이가 드디어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보다 더 큰 희열은 없었다. 남자아이는 무료한 경수의 시선을 느끼며 자신의 말주변이 나날히 늘어간다고 생각했다. 경수는 윤리공책의 낡은 귀퉁이를 잡곤 책을 덮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완연한 선도 질투할만큼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수의 발걸음이 옮겨질 때마다 이야기의 주인은 불안해했다. 경수의 미소는 선했지만 그의 미소를 바라 볼 수가 없었다. 남자아이는 경수가 무리에 완연히 자리를 잡은 순간 입을 앙다물었다. 아이들이 입을 다문 남자아이를 힐난하며 서로 웅성거렸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내용은 대부분 인디고에 관한 것이었다. 경수는 자리에 앉은 채로 아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걔 중 가장 큰 루머라고 생각하는 내용은, 그리고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사의 중점적인 내용은 '빛이 번쩍이면 사람이 사라진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경수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실로 오랜만의 흥미였다. 빛이 번쩍이면 사람이 사라진다. 터무니없는 말이었지만 넓은 우주를 생각했을 때 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어째서 넓은 우주의 존재는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 우주에 사는 다른 생명체가 이미 우리 주위에 포진하고 있음은 생각지도 않는 것일까. 경수는 생각했다. 그것만큼 이기적인 일은 없다고.


  수업이 끝났다. 모든 아이들은 왁자지껄하며 가방을 맸다. 오랜만의 단축수업 덕분이었는지 아이들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뭐할까? 라고 조잘거렸지만 그 사이에 경수만은 예외였다. 경수는 다른아이들과 비슷한 디자인의 남색가방을 들쳐매고 으레 그렇듯 말 없이 교실을 나서려고 했다.
 

"도경수."
 

  남자아이 하나가 경수의 발걸음을 잡아챘다. 경수는 의아한 얼굴로 자리에서 돌았다. 익숙한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한참 아이들의 중심에서 신나게 떠들던 남자아이였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경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응.왜?' 경수의 대답에 남자아이는 고민하나 싶더니 청소년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피시방가자.'
 

  경수를 기어코 피시방까지 끌고 온 남자아이 덕에 경수만 아이들 사이에 껴 불편한 눈초리를 받게 되었다. 아이들은 경수의 뒤에서 수근거렸다. '야, 너 쟤랑 안 친하잖아.' 그 수근거림은 이내 경수의 귀에까지 닿았다. 경수는 그 자리가 너무나도 불편했다. 남에게 받는 관심은 어렸을 적부터 받아 본적이 없는 덕분인지 경수는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그 시선을 거북해했다. 중간에 선 아이는 핫하하!하고 크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개의치 않고 경수의 어깨를 잡아챘다. 경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힘없이 죽 끌려오는 어깨가 아이들의 수근거림 덕분이라는 것을 알아챈 남자아이가 주위를 노려보며 연신 조용히 시켰다.


  남자아이들은 익숙한듯 자리잡고 앉아 컴퓨터가 부팅 될 때까지 한시도 입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대화의 대부분은 씨발, 병신아! 같은 욕설이 대부분이었다. 밝은 화면이 컴퓨터에 드러날 때까지 경수는 남자아이들의 욕설을 들으며 연신 중얼거렸다. 씨발놈, 개새끼. 병신새끼. 마치 욕설이 입에 붙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경수를 보던 경수를 데려온 남자아이가 키들거리며 경수의 볼을 제 손으로 문질렀다. 경수가 놀란듯 남자아이에게서 화들짝 멀어졌다.
 


"너 욕 한 번도 안 써봤어? 이거 완전 순둥이네."

 


  경수는 대답없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분명히 경수에게 욕설은 익숙한 것이었지만 쓰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경수의 어색한 웃음을 보는둥 마는둥 까만 본체를 두드리던 남자아이가 컴퓨터가 되질 않는지 카운터에 소리질렀다. 피시방이 떠나가라 소리지르던 남자아이가 소리지르는 것을 멈췄다. 경수가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나 짐을 챙기고 있었다.

 

 

"너 뭐해?"
"내 자리에서 해. 나 어차피 컴퓨터로 할 거 없거든."

 

 
  경수의 대답에 남자아이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이런곳은 한 번도 와보지 못한 사람처럼 어색하게 움직이는 경수의 행동이 마치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 사람과는 전혀 다른 것 같았다. 경수는 이 모든것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듯 했다. 남자아이는 경수의 손목을 잡아 자리에 앉혔다. '앉아봐. 재미있는거 가르쳐줄 테니까.'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경수의 바로 옆자리로 컴퓨터 자리를 옮겼다. 시끄럽게 들리는 컴퓨터 소음 소리와 간간히 들리는 욕설은 경수의 연약한 고막을 금방이라도 찢어발길것 같았다. 경수는 영락없이 이곳에 잡혀있어냐 한다는 것을 깨닫고 반쯤 포기한 눈으로 게임캐릭터 바탕화면 위로 인터넷 창을 켜올렸다. 경수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인터넷을 하는 것 뿐이었다. 무료하게 인터넷을 돌던 경수가 행동을 멈췄다. 신나게 경수에게 말을 걸던 남자아이가 어, 어어. 하며 마지못해 해주는 대답도 멈춘 것을 깨닫곤 경수를 쳐다보며 장난스레 경수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야동이라도 봤냐?"

 
  모니터에 남자아이의 시선이 닿는순간 알 수 있었다. 평소와 달랐던 행동의 경수는 자신의 말주변이 좋아서 끼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이 장난스레 꺼낸 이야깃거리의 주제인 '빛과 함께 사라진 청소년들.'에 흥미가 있었음을. 느릿하던 경수의 눈동자도 마우스 휠을 돌리던 손가락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마치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기사의 내용은 이랬다. L사 기업의 딸, 빛과 함께 사라져. 목격자는 없는 것으로 밝혀져 경찰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사의 끝이 다가온 순간 경수는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경수의 어깨에 팔을 둘렀던 남자아이의 손은 이미 떨어진지 오래였다.

   그들의 목적은 알 수 없으며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에 대한 이유도 알 수 없다. 경수가 보는 기사의 내용은 그것이 다였다. 그런데에도 경수는 그것이 마치 중요한 것인양 읽고 또 읽었다. 종래에는 이상하게 느낀 남자아이가 경수의 어깨를 어색하게 건드릴 때까지, 경수는 그렇게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에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져 가고 있었다. 붉은 빛으로 물든 하늘은 금방이라도 불타오를듯 아찔했다. 그 눈부심에 경수는 눈을 비비적거렸다. 아이들은 집에 가 보아야겠다며 인사를 하고 멀어졌다. 경수와 집 방향이 똑같은 남자아이는 자신이 집에 들어갈 때까지 내일보자며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경수가 어색하게 웃을 때 즈음 해는 완연히 져 있었다. 어두운 골목길 경수를 비추는 것이라곤 밝은 달빛 뿐이었다. 경수는 그 달빛이 치가 떨리게 싫었다. 남에게 기생하는 뻔뻔스러움이 싫었다. 경수는 서둘러 달렸다. 뒤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것도 개의치 않고 달려 집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고 썰렁하다못해 냉기가 느껴지는 집. 그 집이 경수는 자신의 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빛이 켜지지 않아 어두움만 오롯이 방 안을 잠식했지만 경수는 그 포근함이 좋았다. 덧칠하고 덧대어진 기억의 문이 삐그덕거렸다. 어머니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경수는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연속적인 시계음. 그것이 마치 자신의 높낮이 없는 생활을 나타내는 것만 같아서 경수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째깍,째깍,째깍


 
  지금은 아무도 없는 경수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김종인."
 

  제법 굵직한 목소리에 종인이 고개를 쳐들었다. 하는 것이 없어 맨 끝 강력반으로 밀려나 이제는 잡일을 도맡아 하느라고 잔뜩 피곤한 정신 덕분인지 눈이 빨갛고 뻑뻑했다. 그런 종인의 앞에 종인과 다르게 귀티가 줄줄 흐르는 얼굴로 크리스가 섰다. 종인은 보지 못 한 사람인양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비록, 컴퓨터가 빠르진 않지만, 그렇지만..

 

"씨발."


 
  기어코 종인이 욕설을 뱉어냈다. 강력 1반에 있었던 때가 떠올랐다.  이렇게 좋다 할 실적이 나오지 않아 점점 밀려난게 벌써 몇 회째였다. 종인이 손에 잡고 있던 마우스를 신경질적이게 던졌다. 크리스는 그런 종인의 행동에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종인에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은 단연 설득적인 어조였다. 우리에겐 네가 필요해, 종인아. 네가 가지고 있는 그 힘이 너무 필요해. 크리스의 부드러운 어조에도 종인은 듣는둥 마는둥 예에,예에 대답하고는 턱을 괸 채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종인이 더 들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눈치 챈 크리스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종인은 그 자리가 거북스러웠다. 벌써 몇 번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는 며칠동안 계속해 제 똘마니들을 시켜 마실것을 사오기도 하고 밥도 사 주며 자신을 회유했다. 언제나 '싫어요,안해요.'라는 대답을 하는데에도 불구하고. 종인은 켜 둔 인터넷창을 밑으로 내려놓았다. 종인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삶에 만족했다.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 삶. 종인은 잔뜩 뻑뻑한 눈을 비비며 책상 위로 엎어졌다. 계속되는 청소년 실종사건은 강력1팀뿐 아니라 종인이 있는 이곳도 분주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종인은 옆에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크리스의 시선을 무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지독하게 한결같은 시계소리가 종인의 귀를 괴롭혔다. 크리스가 오늘도 별 차도가 없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는데 누군가가 철제로 된 문을 벌컥 열고서 다급하게 소리질렀다.
 


"사건,사건이예요!"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붉은 볼로 철제문을 차고 들어온 남자는 종인에게 다가와 소리질렀다.


 
"L사 기업의 딸이 실종된 사건을 저희보고 조사하라는 상부의 명령이예요!"


 
  남자의 말에 종인의 인상이 급격히 구겨졌다. 주위를 둘러보자 원래 자리에 있어야할 크리스가 없었다. 종인이 이를 으득으득 갈았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과 연관시키려는 크리스의 계획임을 모를 리가 없었다. 크리스는 경찰청 내에서도 먹이를 한 번 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놓지 않기로 유명한 괴물이었으니까. 그 사이 남자는 서류뭉치를 종인의 책상위에 잔뜩 올려놓았다.


 
"Criminal record(범죄기록)는?"
 


  종인이 골치아픈듯 서류에 빼곡히 적힌 프로파일을 훑었다. 범죄기록이라고 해 봤자 더 나오는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범인은 거대한 조직의 일원이었고 그 일원을 붙잡는 것이 자신들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붙잡지 못했으니까. 종인이 까만머리카락을 신경질적이게 넘겼다. 잡부라고 무시했던 주제에 총경의 말이라고 냅다 중요한 일을 맡겨봤자 이 인원과 머리로 무엇을 해낼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생각을 마친 종인이 내려놓았던 인터넷 창을 켜올렸다. 크리스는 인디고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종인이 그저 자신의 일이 아니면 끼어들고 싶어하지 않는 이기적 존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달랐다. 종인이 켜올린 인터넷 창에는 짙은 남빛으로 물든 화면에 하얗게 인디고라 적혀 있었다. 종인의 눈빛이 삽시간에 날카롭게 변했다.
 

 


* -

 

 
  수사에는 진척이 없었다. 주위에서는 온통 실적이 제로인 부서가 무엇을 할 수 있게냐며 비아냥거리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맞았다. 실적이라곤 하나도 건져올리지 못한 찌꺼기들이 모여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지. 강력1팀이라면 사건을 분석해 이미 작은 실마리도 놓치지 않고 잡아내 먹이를 노리는 맹수마냥 한번에 잡아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 동안에도 크리스는 끊임없이 종인의 앞에 나타나 자신의 팀에 이적하는 것을 권유했고, 그럴 때마다 종인은 거절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존재하는 예외라는 법칙이 크리스에게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을때 이미 크리스에 대한 모든 것을 놓아야 함이 맞았는데, 크리스는 그 마저도 용납하지 않겠다는듯 종인을 괴롭혔다. 덕분에 일과 크리스 덕에 받는 스트레스가 두배로 늘었다.

 

   이적하고싶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자신 알아서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종인은 어렸을 적, 아버지를 잃었다. 종인의 아버지는 종인과 같은 남색이었다. 그 피는 진하게 이어져 종인의 피와 핏줄을 이루고 뼈가되고 살이되어 종인을 만들어냈다. 속박같지 않은 속박이었다. 이내 그 피는 아가리를 쩍 벌려 종인을 으득으득 씹어먹었다. 물리적인 씹어먹음이 아니었다. 종인을 이루고 있고 지탱하고 있는 모든것이었다. 아버지를 삼켰고 어머니를 삼켰다. 그렇게 종인의 모든것을 남색은 씹어먹었다. 아버지는 실종되었다는 소리를 듣기 며칠 전 마지막 임무를 나간 날 종인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이야기했다. 다녀올게, 엄마랑 손잡고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종인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을 남긴 아버지의 소식이 돌아왔을 때는 실종이라는 희망없는 말이었다. 종인은 비교적 그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종인에게 다가오는 두려움의 수치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아버지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막연하게 다가오는 아버지의 실종이 실감이 나질 않았다고 하는게 맞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종인은 그저 그것이 다라고 생각했다. 그게 다가 아니었음이 문제였지만.

 

    혐오스러운 남색 아가리는 종인의 아버지를 으적으적 씹어먹은 것으로 부족해 아직도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다음 차례는 종인의 어머니였다. 종인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실종 소식을 들은 직후 나날히 신경이 쇠약해졌다. 종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종인은 말 없이 어둠속에서 버둥거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조금이나마 어머니를 일으키기 위해서. 자신 때문에 가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어떻게 해서든 일으키기 위해. 종인은 어두움 안에서 소용돌이 치는 남색의 어떤것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저것이 더 이상 밖으로 빠져나가서는 안 됐다. 종인의 안에 잠들어 있는 그 어떤것. 그 어떤것은 비밀스럽고도 은밀한 것이어서 그 누군가가 알아서는 안 됐다.

 


" 거의 다 왔어요! "

 


  종인이 고개를 쳐 들었다. L사의 딸이 사라진 곳으로 추정된 장소로 향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증이라도 잡아 볼 심산이었다. 예상대로, 그들이 들고 온 프로파일에는 그 어떤 중요한 정보도 단서도 없었지만 범인을 잡으려면 그 범인이 활동했던 지역과 범행동기, 그리고 그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으므로 귀찮더라도 자신이 나서는게 확실히 낫다고 생각했다. 곧 L사의 딸이 사라진 지하철에 종인이 발을 디뎠다.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마저 내린 같은 형사가 주위를 둘러보며 눈을 껌벅였다.

 

 

" 이거,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요, 잡혀가도 아무도 모르겠어요. "

 

 

  다른 지하철역과 다르지 않게 넓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낡고 사람하나 보이지 않았다. 종인은 주위를 쳐다봤다. 그 사이에 몇 사람이 더 다녀갔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종인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람 없는 지하철역에 저런 플랜카드를 걸어봤자 목격자가 옳다구나 하고 나올 리가 없었다. 종인은 주위를 좀 더 살폈다. 역시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저나, L사의 딸은 어떤 이유로 이 곳엘 왔던 것일까. 사람도 하나 없고, 볼 것도 없는 이런 곳에. 지하철 내는 이따금 바람만 술렁였다.

 

 

" 어? 저기! "

 

 

  종인과 같이 온 동료의 호들갑스러움에 종인이 마지못해 고개를 치들었다. 동료가 가리킨 곳에는 작은 cctv하나가 달려 있었다. 오래되고 낡아서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는데다가 위조품일수도 있었다. 저렇게 꼼꼼히 숨겨놨으니 강력팀이 발견하질 못했지. 속으로 혀를 두어번 찬 종인이 움직였다. 뒤에서 어? 어디가세요? 하는 물음에 관리실. 하고 짤막하게 대답한 종인이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 있는 관리실 문을 열어젖혔다. 관리실은 방금 전까지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 증명해주듯 약간의 온기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 누구십니까? "

 

 

  뒤에서 들리는 연륜묻은 목소리에 종인이 성급히 뒤로 돌았다. 종인보다 키 작은 나이드신 노인이 모자에 경비원 특유의 까만모자를 쓴 채 눈을 꿈벅거리고 있었다. 종인은 멋쩍은듯 미소지었다. 요새들어 계속 이런저런일이 겹치다 보니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에까지 신경을 쓰는 바람에 잔뜩 날 선 신경이 종인도 모르게 움직였다.

 

 

" 저는 이런사람입니다. "

" 경찰? "

 

 

  종인이 안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내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노인의 눈에 의구심이 어렸다. 사람도 하나 없는 이런 데에 경찰이 다닐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종인은 난처한듯 머리를 긁으며 그렇게 됐습니다. 능청스레 대답했고 할아버지는 어찌됐든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종인과 그의 동료는 본채만채 경비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밀려오는 당혹스러움에 종인이 자리에 멈춰서 경비실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어떻게, 쉽게 해결 될 것 같지 않았다. 종인이 관리실 문을 열었다. 노인은 원하는게 뭐유? 하며 퉁명스레 대답했을 뿐이었다.

 

 

" 며칠 전, 이 곳에서 실종사건이 일어났습니다. "

" 이런 한적한 곳이라면 사람 한, 둘 사라져도 이상할게 없지. "

"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십니까? "

" 이상하지 않나? 주위를 잘 둘러봐. 이 곳은 아파트가 아예 없는 곳이 아니야. 사람들도 있지. 지나가는 지하철만 봐도 사람들이 많다는 건 한 눈에 알 수 있는데 유독 이 지하철역만 내리는 사람이 없단말일세. 마치 이곳이 꺼리는 곳이라도 되는양 말이지. "

 

 

  우스갯소리임이 분명하다. 종인은 노인의 얼굴을 훑었다. 절대, 우스갯소리따위가 아니다. 노인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그래서, 뭘 원하는건가? 노인의 물음에 종인이 대답했다.

 


" CCTV가 달려있더군요. "

" 그랬지. "

" 테이프를 좀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

" 그러던지. "

 

 

  예상외로 순순히 허락하는 노인의 말에 안심한 종인이 노인의 손에서 테이프를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쓰고 돌려드리겠습니다. 하는 종인의 말에 손을 설레설레 휘젓던 노인이 무심코 이야기했다.

 

 

" 자네에게선 위험한 냄새가 나네. 곧 안 좋은 일에 휘말릴게야. 며칠 전, 빛과 함께 사라진 청년을 봤어. 어떤 소녀와 함께였지…. "

 

 

  끌끌끌 거리며 회상하듯 말하는 노인에게 종인의 동료가 덤벼들듯 으르렁거렸다. 다 알고 있다는 소리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노인은 재빠르게 문을 닫은 채 혼자서 무어라고 중얼중얼거렸다. 종인은 테이프를 쥔 손을 가볍게 움직였다. 남색. 짙은 남색이 종인의 손을 잠식했다. 종인은 누가 볼 새라 남색을 털기 위해 손을 휘저었다. 남색은, 종인의 손을 떠나지 않았다. 끔찍했다. 자신의 모든것을 잡아먹고 태어난 괴물같은 이것이. 어리고 우활한 사람. 그것이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것을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죽는순간까지 가지고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언젠간, 이 길고 긴 악연의 사슬을 끊어내리라 다짐했다.

 

  택시가 매끄럽게 경찰청 안으로 들어섰다. 종인은 주머니를 뒤져 꾸깃한 지폐를 건네주곤 경찰청 앞에 내렸다. 투명한 유리문 앞에 서 있던 크리스가 종인을 기다렸다는듯 밝은 손짓으로 인사했다. 종인은 크리스를 신경쓰지 않은채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테이프를 들었다. 크리스는 끈질기게도 종인의 옆에 와 종인의 보폭에 맞게 걸었다. 종인은 말없이 제 머리를 쓸었다. 어느때에나 사람에게 필요없는 까만 정장을 아래위로 빼입은 크리스의 단정한 옷차림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무엇보다도 서양인 같은 유들유들한 얼굴로 종인을 쳐다보며 종인을 설득하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종인은 크리스의 말을 무시한채 강력팀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력팀 안은 이미 종인의 연락을 받은 형사들이 종인이 가져온 테이프를 보기 위해 준비를 해 놓은 상태였다. 걔 중 몇은, 그런다고 범인이 잡혔으면 진작에 잡혔겠죠. 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이 테이프가 사건에서 실마리를 잡기 위해선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종인은 테이프를 기계 안에 집어넣었다. 연속적인 소음을 내던 기계가 멈추는 소리를 내더니 컴퓨터에 화면을 띄워냈다. 주위에서 작게 탄식이 일었다.

 

 

" 넘겨, 사건 있었던 날로. "

 

 

  종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테이프를 돌렸다. 한참동안 테이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며 쥐죽은듯 화면을 응시하는 형사에게 종인이 말했다. 멈춰 봐. 그제서야 멈춘 화면을 천천히 살피던 종인이 남자가 들고 있던 키보드를 들고와 두어번 두드렸다. 키보드를 누르는 특유의 잡음소리가 들리고, 컴퓨터 화면이 돌아가더니 이내 평소의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왠 남자가 내리는데요? 휴대폰 막 던지네. 모자로 가려서 얼굴은 못 알아보겠는…, 어어? 이거 L사 딸 아닙니까?! "

 

 

  동료의 경악어린 소리지름에 주위 동료들도 경악한듯 화면을 응시했다. 없어진 날 그대로의 차림과 똑같았다. 화면의 남자는 L사의 딸과 무어라고 중얼거리더니 이내 안되겠다며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L사의 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생각이지? 눈을 가늘게 하며 모자를 쓴 남자를 쳐다보는데 제 모자를 깊게 눌러쓰더니 L사딸아이의 뒷목을 세게 내려쳤다. 순간 경찰청 내 사람들이 숨을 들이쉬었다. 무슨짓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모니터속의 남자는 여자아이를 들춰맸다. 이내 컴퓨터 안이 하얗게 변했다. 모든것을 불태워버릴듯. 형사들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모니터를 다시 응시했을 땐, 이미 둘은 사라지고 없는 뒤였다. 종인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제발, 이 사건엔 인디고가 끼지 않았으면 했다. 어떻게든 인디고와 엮이는 것은 사절이었다. 이 사건에 인디고가 끼지 않음으로 인해 평범한 실종사건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범인을 잡아 크리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려고 했다. 그런데, 종인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골치아프다는듯 미간을 문지르는 종인의 뒤로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섰다.


 

 

 

 

 

 

S E C R E T C O D E

1차 데스티니님 딸기밀크님

2차 오미자차님 동초님 배또님 아이폰님 상꼬맹이님 감다팁님 아버지님 내남성김성규님 이랴님 여수방바닥님 프레즐님

 

 

 

 

 

 

에구 잘못해서 삭제를 눌렀네요 ㅠㅠ 죄송합니다

암호닉 남겨주신 여러분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격주연재가 될 것 같아요! 댓글 남겨주신 분들, 암호닉 남겨주신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ㅠㅠ!

진심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렇게 조회수가 늘었음 좋겠네요 ㅠㅠ 열심히 쓴다고 두 작가가 열심히 쓰고 있으니까 재밌게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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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배또에요!대바규ㅠㅠㅠㅠㅠㅠ이런거 너무좋아요 금손님들이시네요 종인이랑 경수가 어떻게 만날지 궁금해지네요ㅎㅎㅎ다음편도 기다릴께요 작가님들 하트하트!
11년 전
독자2
오미자차입니다!우와....영상이 재생되는 기분이에요...bbb
11년 전
독자3
작가님들 이런글 써주셔서 고맙구 사랑합니다♥
11년 전
독자4
이랴에요! 진짜 너무 금손이시네요 ㅠ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 ㅠㅠㅠㅠ 어떻게만날지도너무 궁금하고 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5
우와ㅠㅠ우연히 보는데 재밌어요ㅠㅠㅠ진짜 금손ㅠㅠㅠㅠㅠㅠㅠㅠㅜ암호닉 신청해도 되얼?ㅠㅠ
11년 전
독자6
헐.... 내남성김성규에요 ㅜㅜ 진짜 재밌어요 브금이랑 분위기랑 진짜 너무 잘 어울려요 ㅠㅠ 어떻게 만나게 될까요 종인이랑 경수는 완전 궁금...다음편 진짜 기대되요ㅠㅠ 이번편도 잘보고가요@
11년 전
독자7
감다팁이에요ㅠㅠㅠ우여ㅠㅠㅠㅠㅠ진짜어떻게될지궁그매요ㅜㅠㅠ다음편이시급함돠
11년 전
독자8
아까 암호닉 여세훈으로 신청했어요!와...♥진짜 글잘쓰시네요짱bb
11년 전
독자9
어어어........비회원......;ㅁ;지난편에 신청했는데 또 없네요.......아마 비회원이라 늦게떠서 그런가봐요......^_ㅠ다시 신청하고 갑니다!완전 몰입해서 봐쓰여ㅠㅠ남색 좋아하는 색인데 뭔가 묘하네요......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11년 전
독자10
아이폰이에요!!이번편도 재밌네요!! 카디찬백 네명이 어떻게 만날지 궁굼하고 기대되요!! 다음편 기다릴게요!
11년 전
독자11
딸기밀크예요! 종인이를 잠식 시키려는 남색이.. 과연.... 아ㅠ제가 글에 대한 이해력이 좋지갚않아서ㅠㅠㅠ 다시 한번읽어봐야겠어요!
11년 전
독자11
초능력물이네요 이런장르 보기힘든데 글 너무잘쓰세요ㅠㅠ초반에 경수나온거봐선 경수한테도 능력잇을거같은데 궁금해지네요! 암호닉 신청받으시면 개지 로 부탁드려요!
11년 전
독자12
이번화도 잘 보고 가요 재밌어지네요^^
11년 전
독자13
너무 재밌어요!! ㅠㅠ
11년 전
독자13
어....암호닉 신청 가능한가요??ㅠㅠㅠ가능하다면 패릿으로 신청합니다!!와ㅠㅠㅠㅠㅠ진짜 재밌네요ㅠㅠㅠ신알신하고갑니다!!
11년 전
독자14
데스티니) 아 ㅠㅠㅠ 너무 재밌어 ㅠㅠ 조닌이도 인디고인것같네요! 여기 나오는 종인이 갠적으로 너무 좋아요 ㅠㅠ 적당히 무게도 있고 ㅎㅎㅎ 아 근데 도대체 지난편 그 빛이 번쩍하면 사라지는 남자는 누굴까요 ㅠㅠ 궁금해잉 핡핡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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