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폭풍, 바다. 그리고 무수한 뼛가루들. 나는 유골의 산 옆을 거닐었다. 살갗을 굳게 할 정도로 차가운 바닷바람은 물기를 머금지 않았다. 나는 물 옆을 거니면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내뿜는 지독한 물기 속을 벗어났다. 모순된 내 감각에 헛웃음을 지었다. 오래 전 모양새의 트렌치 코트가 메마른 공기에도 펄럭였다. 얼마전, 새로운 뼛가루가 이 곳에 가라앉았다. 그 직후였다. 나는 고개를 틀어 한참동안이나 깊고 푸른 뼛가루들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씁쓸함을 입안 가득 물고 모래를 밟았다. 아베 코보의 글 속, 모래의 여자가 된 기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