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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348
안녕, 오랜만에 편지 쓰는 거라 낯설고 과장 조금 보태서 간지럽다 날씨가 드디어 풀렸어 그래서 기분이 참 좋아 봄은 너의 계절이라 바람이 따뜻해지면 네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니까 그게 좋아 나는 요즘 작곡에 눈을 떴어 첫 멜로디를 잡는 게 엄청 어렵지만 그거만 어떻게 하면 그 뒤로는 너무 재밌고 또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그리고 내 손으로 만들어지는 게 특별한 이유가 될 거 같아 

 

넌 어떻게 지내? 데뷔한 지 얼마 안 돼서 어느 해부터 봄만 되면 쏟아지는 잠을 못 이기고 차 안에서도 자고 대기실안에서도 자고 숙소에서 씻지도 않고 바로 자고 그랬잖아 이불에 화장 묻는다고 나랑 안 놀아 줘도 되니까 제발 씻고 자라고 한 게 생각 나네 그렇게 잠이 많던 네가 언젠가부터 걱정이 쌓여서 잠이 안 온다고 했을 때, 나 진심으로 너의 걱정에 애들이랑 얘기까지 했었는데 애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거 알아? 그냥 혼자 박자가 안 맞는 거 같다는 댓글들 때문에 그런다고 하기도 하고 또 이상한 생각 한다면서 그러기도 했는데 나만 네가 신경 쓰였어 그 땐 그냥 아끼는 동생이 불면에 시달린다니까 예전에 내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그러나 보다 싶었지 

 

가끔은 네가 숙소 밖에서 네 친구들이랑 밤을 보낼 때 숙소가 많이 답답한가, 같이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그러나 싶기도 했어 아무래도 널 오래 봐 왔던 사람들과 우리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해서, 널 이해하는 감정선이 다를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건 당연히 내가 아무리 너희를 책임 지는 한 사람이라고 해도 영역 밖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그게 계속 되니까 이사 님이 먼저 그러시더라 너 뭐하고 다니는 거냐고 물어 보셨어 대답할 수가 없었어 하더라도 모른다는 대답 외에는 할 게 없었지 말 그대로 정말 모르니까 그게 다니까 

 

나는 너를 알고 싶던 날들이 존재했어 그래서 사실 네 가방 안에 있던 보라색 일기장, 몰래 훔쳐 본 적도 있어 이제 와서 말해서 미안해 그치만 너무 궁금했어 너라는 애를 알고 지낸지 햇수로 5년이 지나도 궁금한 건 궁금한 거잖아 근데 처음에는 충격이 컸어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할까 싶었고 정말 이러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생각했어  

 

그리고 몇 주가 흘렀을 때 너는 눈에 띄게 밝아졌지 웃음의 깊이도 훨씬 깊어졌고 나한테 장난도 치고, 가수가 되기 전 너로 돌아온 거 같았어 해맑고, 밝고, 꿈을 꾸던 소년이었던 너로 말이야 그래서 난 내심 굉장히 기뻤어 다행이다 안도했고 앞으로는 널 절대 혼자 내버려두지 않아야겠다 싶었어 막내 혁이보다 너에게 더 관심이 갔으니까 말 다 했겠지 꿈을 이루게 해 주고 싶었지 

 

근데 정말 웃긴 게 내가 내 마음을 확인하게 될 때였어 너의 뒷모습을 보면 와락 안고 싶고, 너의 화장기 없는 얼굴을 괜히 만져보고 싶고, 너가 웃을 때도, 아니 어쩌면 너가 울고 있을 때 정말 뭔가가 끓어오르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던 때도, 너만 떠올리면 뭐라도 하나라도 더 해 주고 싶었던 욕심들이 전부 너를 향한 사랑이었음을, 나는 너를 보면 어느 순간 피하고 있었고 다가서고 싶은 진심이 외면하고 싶은 진심과 부딪히기 시작했을 때, 너는 나에게 더이상 평생을 함께 할 멤버가 아닌, 나의 든든한 둘째 동생이 아니라,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고 사랑해서 미안한 남자 이재환이었던 거야 

 

덜컥 두려웠어 나의 이런 감정이 드러나게 되면, 그나마 눈치가 없는 쪽에 속했던 너를 다행이라고 여겼지만 눈치 빠른 애들이 나에게 물어 보면, 너에게 말하면 어떻게 해야할 지 하루에도 계속 고민했어 춤을 연습하는 시간보다 내가 내 마음을 확신 짓는 시간에 더 투자하게 되고 그 때문에 매일 밤을 울면서 지냈어 

 

곧 우리가 멀어지게 되고 더이상은 함께 할 수 없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내 애정 어린 이 진심을 고백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그 용기로 수줍게 편지도 쓰고 널 닮아서 화려하지만 수수한 복사꽃을 샀어 그리고 너가 좋아하는 초코가 많은 케익도 내 손으로 직접 골랐지 스스로 괜찮을 거라고 몇 번이나 다독거리고 너가 있는 곳으로 출발하려는데 운이한테 전화가 왔지 어디냐고, 그래서 나중에 말해 준다고 했더니 너가 병원에 누워있다더라 기자들 벌써 줄 서 있으니까 뒷문으로 조심히 오라고, 도착하면 매니저 형 아니면 자기한테 연락하라고 했어 

 

안 믿기더라, 믿을 수가 없었고, 아니 나 안 믿으려고 했어 그게 어디 믿고 싶기나 한 얘기야? 아니잖아 그래서 안 믿었어 근데 침대에서 싸늘히 날 반기는 널 보면서 그대로 주저앉았어 정말 아무런 소리도 못 내고 주저앉아서 멍하니 있었어 

 

왜 그랬어? 왜 그래야만 했어? 네가 왜 사랑스러운지, 널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들을 했는지, 넌 나에게 어떤 의미인 지, 내가 널 왜 사랑하고 좋아했는지, 내가 춤을 췄던 이유를, 무대에 설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 주지도 않았는데, 아무 것도 못 해보고 갔잖아 날 믿고 널 보내 주신 네 부모님한테는? 너의 형님들한테는, 우리 팬들한테는 나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돼? 한없이 원망 섞인 소리로 널 깨워도, 불러도, 넌 아무 대답조차 없었지 

 

다음 생에서는 노래 부르지 마,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도 하지 마, 너의 목소리 하나로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는 그런 바보같은 생각 하지도 마 그냥 평범한 이재환으로 살아가, 그리고 행복을 느껴, 그리고 제발 이렇게 널 사랑하는 사람들을, 널 사랑하는 나를 내버려두고 떠나지 마 

 

재환아, 우리 켄, 사랑둥이, 귀염둥이, 나에게 삶의 이유였던 나의 재환아, 이제 와서 말해서 미안해 널 진심으로 사랑해 너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있었고, 너의 추억에 깃들고 싶었고 너의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서 미래까지도 함께 하고 싶었고, 나의 작은 바람은 너가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면 했고 나의 커다란 바람은 너가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아도 널 끝까지 바라보고 싶었고 응원하고 싶었어 너의 노래를, 목소리를, 존재를 사랑했거든 

 

난 여전히 여기 있고, 그것을 너에게 알리려고 오늘도 살아갈 거야 거짓말처럼, 꿈처럼 너가 다시 온다면, 돌아와 준다면, 나 그 때는 무슨 수가 있어도 널 놓치지 않을 거야 너에게 사랑이 뭔지, 널 사랑하는 느낌이 얼마나 하루하루 큰 기쁨과 희망으로 찾아오는지 알려 줄 거야  

 

내 첫사랑 재환아, 푹 쉬어 오늘도 수고했어, 잘 자 사랑해, 널 너무 사랑해, 그래서 미안해 

 

2018.02.17 

널 지켜주고 싶었지만, 지켜줄 수 없었던 죄책감에 사로잡힌, 나의 뮤즈 재환이에게, 너가 입이 닳도록 얘기했던 ‘너만의’ 학연이가 

 

 

너를 보면 재환이가 떠올랐어 

그래서 적었어 

뭐 해? 보고 싶다, 사랑해 나의 뮤즈. 

너에게 바치는 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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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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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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