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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민] 택배 왔습니다~ | 인스티즈

 

오늘따라 택배 물량이 엄청 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한국은 정말 택배로 별걸 다 보내는 것 같다. 심지어 택배로 냉장고랑 김칫독 같은 걸 부치는 사람도 봤다.
중국인 부모님 밑에서 한국에서 크고 자랐지만 한 명 밖에 없는 자식인지라 꽤나 귀하게 커온 내가 택배 기사를 하고 있는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혀 온지라 그냥 몸이 고단하고 보람된 일을 방학 때라도 해보고 싶다 는 그런 정신 나가고 누가 들으면 어디 귀공자시냐고 비웃을 이유.


제일 처음 공사판 일을 생각을 해봤지만 여리여리 하게 힘도 없게 생긴 나를 써주지도 않을뿐더러 땡볕에서 허리가 부서져라 일하는 건 싫었다,

그러다가 정말 어이없게도 모 텔레콤 광고에서 아버지를 반기는 것보다 택배 기사의 "택배 왔습니다"를 반기는 것을 보고는 저거다 생각했다. 힘들지만 보람된 일.

후에 내 이야기를 들은 크리스는 '파' 전의 음을 쳤다면서 혀를 끌끌 찼지만.

바로 이력서를 냈고 호리호리하게 생긴 나를 보고는 면접관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근처에 있던 크고 네모난 소포를 한 번에 들어 올려서 바로 오케이를 받았다.

알고 보니 그 내용물이 바로 김칫독이었다. 들어 올릴 때 이런 물건은 별로 없겠지 했지만 그건 약과였다는 건 말해봐야 입만 아프니 일단 생략.

 

첫날에는 사실 후회했다. 아침잠이 많은 나라서 새벽,오전 타임의 일이 너무 힘들고, 경험이 없는 바람에 실수도 연달아하면서 왜 사서 고생하냐는 크리스의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도는 하루였다. 웃으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들은 것보다는 무슨 일인지 여럿 여자들이 눈곱도 안 때고 나와서는 물건을 받다가 내 얼굴을 한번 보더니 문을 쾅 닫아 버리고는 사인을 해줘야 한다는 나의 간곡한 부탁에도 소리를 지르며 한참을 안 나와서 물량이 몇십 개씩이나 밀려버리는 바람에 일하기 싫으냐고 한참을 깨졌다.

 

하루 만에 그만 둘까 하다가 그래도 작심삼일이라도 하자고 버티며 잠을 청하고 다음날에 찌뿌둥한 몸을 두들기면서 출근했는데, 첫날에 같이 간 기사님이 무언가를 반장님한테 이야기를 했고 나는 오후 타임으로 옮겨졌다.
반장님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길래 고개를 갸웃하며 핸드폰을 몰래 들여다봤지만 얼굴에 묻은 것은 없었다. 왜 그러시지?

 

오후 타임 일은 비교적 괜찮게 느껴졌다. 다만 저번처럼 문을 닫고 한참을 안 나오는 게 아니라 여자분들이 얼굴을 붉히면서 꺅꺅 거리고는 사인도 천천히 하면서 뭔가를 자꾸 챙겨줘서 들고 들어간 택배보다 받아서 나오는 물건이 많아졌다. 덕분에 배를 굶으면서 일하는 일은 없었고 처리가 곤란해서 주변 기사 분들을 나눠줘서 동료 기사들에게 평판도 좋아졌다.

정말로 광고가 거짓은 아니었는지 물론, 짜증나는 일도 많았지만 사람들이 택배를 받을 때마다 느껴지는 설렘과 기분 좋은 감정들 때문에 몸은 고단하고 힘들어도 꿋꿋이 버티며 일을 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서 드디어 마지막 날이 되었는데 망할 놈의 연휴 기간이라 택배 물량이 장난이 아니다. 몸이 정말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이리저리 뛰어다녔는데도 아직도 택배차에는 물건이 한가득 있다. 오늘 이거 다 날라야 퇴근이 가능하다는 반장님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뛰어다닌다.

 

노후가 심해서 엘리베이터가 자주 고장 나는 동네를 들어가며 설마 했지만 고장 나 있는 엘리베이터에 낙심하면서 12층까지 정말 작은 택배 하나 전달하려고 뛰어올라가서 오늘도 어김없이 얼굴을 붉히며 요구르트를 건네주는 여자분 덕분에 요구르트를 마시면서 내려와서 차에서 문자를 날렸다.

 

*띠링


집의 부제를 알리거나 수령일을 옮기거나 하는 문자, 전화가 많이 왔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역시 무슨 사정이 있어서 택배를 6시까지 받을 수 있느냐는 문자였다. 딱딱하게 답을 치다가 마지막 날인데 그냥 센스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무슨 작업 거는 남자처럼 문자를 보냈더니 미치게 보고 싶다는 답장이 왔다.

나도 모르게 풋 터져서 안 보내도 되는 답장을 적어서 보냈다. 근데 무슨 집착하지 말래, 내가 적어 놓고도 민망하네.
또 바로 울리는 기다리겠다는 답장에 괜히 웃음이 나와서 웃고는 운전에 집중했다.

 

"택배 왔습…."
"네, 나가요!"


아까 문자를 주고받았던 집의 주소가 적힌 상자를 집어 들고는 문을 두들기려는데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문을 두들기자 기다렸는지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안에서 대답 소리가 들린다.
문이 벌컥 열리고 동글동글한 새하얀 얼굴이 눈앞에 보인다. 택배 받는 게 설레는지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고 살짝 날카로운 눈매와는 다르게 안면에 미소가 가득하니까 귀여워 보이는 인상이다, 약간 소희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김민석 씨 본인 맞으시죠?"
"네, 맞아요"

신 나서 방방 뛰고 싶은 걸 꾹 참는듯한 목소리에 나까지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택배를 건네주고 택배에서 눈을 못 때고 소중한 보물을 건네받은 듯이 껴안는 걸 보니까 나도 확 껴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 왜 이러지.
한참을 신이 나 하는 걸 보고 있으니까 그 고양이 닮은 큰 눈을 뜨고는 나를 멀뚱히 올려다 본다.

아, 맞다 사인받아야지.
사인받는 기계를 넘겨주고는 사인을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니까 한자 한자 이름을 적는 속도가 빠르게 느껴진다 김민석. 세 글자를 쓰고는 신 나서 빠르게 넘겨주는 걸 천천히 받으니까 문고리를 잡으면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하는데 나도 모르게 발로 문을 탁 잡아버렸다
둘 다 흠칫 놀라고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에 민석이 떨리는 목소리로
"왜.. 왜 그러세요?" 하는데 진짜 그 자리에서 확 앙 물어버리고 싶은 걸 꾹 참고는 최대한 사람 좋고 여자들이 죽어나가는 웃음을 지으며

 

"저 내일부터는 안 바쁘니까 집착해도 돼요"

 

하고는 멍하니 바라보는 걸 뒤로하고 문을 살짝 닫아주고는 쪽팔림에 멀쩡한 엘리베이터를 놔두고는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운전석에 앉아서 머리를 핸들에 콕콕 박고는 "미쳤다 김루한!!!!!!" 하며 생난리를 치다가 다른 곳에서 온 재촉 문자에 무슨 정신으로 일을 끝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참을 영혼 없이 돌며 일을 끝내고는 반장님과 동료들에게 그동안 감사했었다고 인사를 하고는 집에 들어와서 한참을 이불을 걷어차면서 잠이 들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나도 생생한 쪽팔림과 이제는 잠자리에 들 때는 고사하고 밥을 먹는 숟가락에서, 동전에서 등등 동글동글한 걸 보거나 그냥 일상생활을 하고 있을 때도 떠오르는 동글동글한 얼굴에 마이 웨이를 외치며 내가 콩 구워 먹든 팥 구워 먹든 관심이 없던 크리스마저 폐인이 되어가는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괜찮냐?"
"괜찮아 보이냐?"
"아니. 다크서클 턱까지 내려와서 겁나 못생겨졌어"
"샹..."
"그러니까 생고생은 왜 했어, 힘든 일하는 거 네 스타일 아냐. 예전에는 학교 화분 둘이서 옮기는 것도 비실비실하던 놈이"
"그게 언제 적 이야기…!!"
♩♪♬

 

초등학교 때 이야기를 언제까지 우려먹을 작정인지. 내 흑 역사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걸 한대 쳐줄 심상으로 벌떡 일어나자마자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에 주먹만 부들부들 거리면서 앉고는 휴대폰에 떠있는 모르는 번호를 짜증 나서 확 꺼버릴까 하다가 보이스피싱 같은 거면 대신 화풀이할 생각에 잔뜩 골이 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아, 왜 말이 없어요. 전화를 하셨으면 말을 하셔야죠"

"저... 루한 씨 핸드폰 맞나요?"

내 짜증 난 말투에 한참을 꼼지락거리며 말이 없던 건너편 사람이 내가 끊으려고 귀에서 살짝 핸드폰을 때자마자 조심스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한다. 근데 목소리가 어째...

 

"맞, 맞는데요"
"아. 다행이다, 저는 또 그때랑 목소리는 비슷한데 전혀 이미지가 달라서 아닌 줄 알았어요"

헐. 하나님 맙소사. 진짜 김민석 목소리다, 아니길 부정하면서도 떨리는 마음에 김민석 씨 맞느냐고 몇 번이나 되물으니까 웃으면서 맞으니까 그만 물어 보란다

 

"근데.. 왜 지금에서야.. 연락하셨어요."

너무 좋아서 눈에 눈물이 고이는 걸 훌쩍이면서 비비며 말을 잊지 못하니까 옆에서 크리스가 '영장 나왔냐?' 한다.
미친, 나 중국인 이거든? 분위기 깨지마.

 

"그쪽이 번호 안 가르쳐 주시고 도망가서 한참을 번호 찾으려고 헤맸어요. 진짜 나 마음에 드는 거 맞아요?"

헐. 내가 병신이다, 그때 연락했던 건 회사 핸드폰이었지 참. 울먹임과 떨림이 가득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연신 말하니까 옆에서 또 '고맙다고 하는 걸 보니 영장은 아닌가 보군'하는 걸 진심으로 정강이를 걷어 차주고는 혀를 한번 내밀고 옷이랑 가방 챙겨서 거리로 달려나갔다

 

"민석 씨"
"네"
"고마워요, 진짜 고마워. 나 택배기사해봐서 시간 약속도 잘 지키고 힘도 세고. 또 이제는 민석 씨가 불안해 안 해도 언제든지 필요하면 찾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한참을 달리다가 숨이 차서 무릎을 붙잡고 헉헉 거리다가 거꾸로 택배를 주는 사람이 아니라 택배를 받는 사람처럼 설레는 두근 거림에 싱긋 웃으면서

 

"저번에 안 바쁘니까 집착해도 된다고 했죠? 그거 민석 씨가 아니라 제가 할 거예요"

하니까 건너편에서 웃는 소리가 들린다. '집착하는 사람 싫은데..'하는 농담 소리를 들으면서 엘리베이터 고장 난 아파트를 오를 때보다 더 힘차게 민석 씨의 집으로 달렸다.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완전 뻘글이 될것 같지만 ㅇㅍ에서 저 사진을 보고는 필 받아서 적어 보았어요!

다음편은 민석이 버전이랑 그 후의 이야기를. 한참을 적었는데도 분량이 적네요,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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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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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완전 신소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밋게 보고 가요 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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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앗ㅋㅋㅋㅋ좋다ㅠㅠㅠㅠ좋아여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고 살 루루가 호기심 덕분에 생활습관(?)도 바뀌고 덤으로 밍소쿠까지 GET하다니ㅠㅠㅠ퓨퓨ㅠㅠㅠ
무엇보닼ㅋㅋㅋ저 문자 왜때문에 설레져 ㅋㅋㅋㅋㅋㅋ받아치는 밍석도 드립치는 루루돜ㅋㅋ귀여워요!!잘보고갑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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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ㅋㅋㅋㅋㅋ아 저 택배아저씨 이야기 문자 본거같아욬ㅋㅋㅋㅋㅋ이 이야기가 이렇게 루민으로 달달하게 나오나요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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