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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337
최근 한 달동안 자는 척을 하느라 애를 썼다. 일부러 너의 주변에 있는 듯, 없는 듯 계속 머무르고 있기도 했고 휴대폰을 만지던 나에게 너가 가까이 다가오면 서둘러 아무 것도 아닌 척 괜히 거울을 한 번 더 보고. 너가 서운해하지 않을 만큼, 딱 그 정도로만 무심하게 대했다. 그런데, 다른 멤버들이 무대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너가 나에게 오더니 물어 본다. 

 

“택운아.” 

“...” 

“요즘 나한테 서운한 거 있어?” 

“어?” 

 

나는 너가 서운해하지 않을 만큼 무심하게 대했다고 생각했는데, 너가 도리어 물어 본다. 저한테 서운한 게 있냐고, 뭔지 말해 달라고. 당황했지만 애써 티를 내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너는 진짜냐고 다시 물어 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럼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대기실을 나갔다. 쿵,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차학연, 정말 착하구나. 내 속내부터 먼저 확인하려 들다니. 동시에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접어들고 자기 위안을 열심히 해대는 나였다. 

 

-“어차피 해줄 거라면, 진심으로 해.” 

“네?” 

-“너무 거창하게 하지 말고, 그냥 네가 표현하고 싶은대로 축하해 주는 거지.” 

“...” 

-“야, 앞으로 생일 축하해 줄 날이 얼마나 많은데. 남은 날들에 더 의미를 부여해야지.” 

 

내가 표현하고 싶은대로, 내 스타일대로. 평소 친분이 있던 엔지니어 형과의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갔다. 너에게 무심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그런 정택운으로. 너가 나를 평생지기라 여겼던 지난 날들처럼. 한결 마음이 편해졌고 너의 생일이 있던 당일, 나는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며 연습실을 먼저 나왔고 나오면서도 너가 눈치 챌 거라는 생각을 당연히 했다. 이제 엘리베이터를 탔다는 재환이의 문자를 받고 케이크 초에 한 개씩 차근차근 불을 붙였다. 

 

“흐하하!!!” 

“하하하!! 이거 뭐야!” 

“이렇게 무덤덤하다고?” 

 

너를 포함한 멤버들 모두 웃음이 터졌다. 원식이 말대로 이렇게나 무덤덤했지만, 이게 내 표현 방식인 걸. 이게 내 스타일인 걸. 엔지니어 형 말대로 남은 날들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기에 그저 케이크 하나만 준비했다. 그런 날 알아 준 건지, 눈빛으로 이미 고맙다고 몇 번이나 얘기하고 있는 너. 축하 멘트를 몇 마디씩 더 하고, 서로 얼굴에 생크림을 조금 묻히고, 카메라의 전원이 꺼졌다. 하필 비도 오고, 막 연습을 끝내서 조금 찝찝한 탓에 멤버들은 전부 먼저 씻겠다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너도 케이크를 한 번 쳐다 보더니 방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을 내가 너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살 더 빠진 건가, 손목이 더 얇아졌어. 

 

“야.” 

“응? 왜, 택운아.” 

“...학연아.” 

 

너의 눈이 커졌다. 이렇게 친근하게 부른 적은 거의 드물기도 하고 아니지, 말을 먼저 건 게 언제였더라. 다시금 미안해진 건 사실이었다. 아, 뭐 해. 얼른 말할 거 말해야지. 

 

“생일 축하해.” 

“...응! 고마워, 내 친구 택운아.” 

“...그리고 내가 많이...” 

“응? 안 들려.” 

“내가 많이...” 

 

학연이 형! 이거 충전기 어딨어요? 재환이가 너를 불러 찾는 소리에 너는 잠시만, 이따 얘기하자! 라는 말과 함께 방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어느새 원식이가 나에게 안 씻냐며 수건을 건넸지만 나는 이미 씻었다고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휴...” 

 

오늘도 말하지 못 했다. 너를 좋아한 지 오늘로 일 년이 다 되어간다고, 너가 내 앞으로 처음 울었던 일 년전, 내 마음 속에서 종이 울리는 거 같았고 그 때 너를 지켜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려면 너에게 말이라도 하고 내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싶었다고. 이미 몇 십번이나 벽을 바라보면서 연습했던 말인데.  

 

“운아! 아까 뭐 말하려고 했어?” 

“...내가 많이 준비했다고.” 

“아, 알지! 당연히 알지- 고마워. 진짜 고마워.” 

 

내가 많이 좋아했었고, 지금도 좋아한다고. 학연아. 어찌 됐든 태어나 줘서 고마워. 

 

“역시 너밖에 없어. 내 마음 알지? 너도 얼른 씻어!” 

 

언젠가는 꼭 말할게. 

 

“너도 내 마음... 알지?” 

“와! 정택운! 그런 말 할 줄도 알아?” 

 

그렇게 되면 그 때는 지금을 떠올리면서 우리 둘 다 꼭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네 생일은 10달이나 남았지만 

그냥, 그냥... 네 생일을 처음 챙겨 줬던 날이 떠올라서 쓰게 됐어 

배고프다 

나중에 만나면 햄버거나 먹으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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