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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l조회 215l 4

 

 

#3

 

 

 

 


결국 아주머니의 안내로 명수라는 선배의 방으로 들어갔다. 태어나서 이렇게 큰

방은 처음 보는 듯하다. 왠만한 원룸보다 더 큰 그 방 안에서 난 서울 구경 처

음 온 촌놈마냥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명수선배는 무엇을 찾는 듯 책상 서

랍을 뒤지고 있었다. 근데 나 어디 앉아야 하지? 가방을 끌어안고 뻘쭘하게 서

있자니 영 민망해서 고개를 휙휙 돌려 앉을 데를 찾았다. 명수선배가 서랍을 탁

닫고는 침대에 앉는다.

 


"야, 여기 앉아."

 


그리고 자기 옆을 툭툭 친다. 난 가방을 문 옆에 조심스럽게 세워놓고 그 곳으

로 걸어갔다. 명수선배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날 빤히 쳐다본다.

 


"그렇게 가방 메고 있을 거냐?"

"아."

 


얼른 가방을 벗어 놔둘 곳을 찾자 선배가 한심하다는 듯 내 가방을 빼앗아 들더

니 바닥에 내팽개친다. 누가 보면 자기 가방인 줄 알겠네. 선배는 손에 들고있

던 연고 뚜껑을 열어 손가락에 조금 짠 다음 내 턱을 덥썩 잡았다. 난 눈을 동

그랗게 뜨고 선배를 쳐다보았고 선배는 신경쓰지 않는 듯 연고를 얼굴에 난 상

처에 바르기 시작했다. 아까 상처를 보고 아무것도 묻지 않기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타인에게 처음 받아보는 친절에 기분이 이

상했다. 선배는 정말 대충 연고를 바르고는 거칠게 반창고를 떼어내어 단숨에

붙혔다.

 


"됐다."

 


명수선배가 날 보고 씨익 웃어보였다. 뭔가 이 사람은 기분이 좋았다나빴다 자

주 바뀌는 듯 싶다.

 


"이제 내려가."

 


그 말을 마치고 선배는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던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켰다

. 난 또 소심하게 바닥에 내려가 앉았다. 미리 데워놓은 듯 바닥은 따뜻하다.

선배가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 동안 난 가만히 앉아 방안 곳곳을 둘러보

기 시작했다. 방은 넓은데 반해 가구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없었다. 이건 공

간낭비라고 생각하며 다시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텔레비전 옆에 작은

액자 하나가 놓여있다. 난 엉덩이를 끌고 가까이 다가가 그 것을 자세히 보았다

. 사진에는 부부로 보이는 여자와 남자, 그리고 어린 남자 아이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어린 남자아이의 얼굴에서 앳된 명수선배가 보인다. 나도 모르게 픽 웃

어버렸다. 선배의 어머니와 아버지로 추정되는 두 사람은 모두 외모가 출중하고

또 사진으로만 봐도 서로 사랑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아마 어렸을 적부터 선배

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을 듯 싶다.

 


"야."

"네?"

 


죄진 것도 아닌데 갑작스러운 부름에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버렸다. 애써 태연

한 척 하며 선배에게 고개를 돌리는데 선배의 시선이 텔레비전에 꽂혀있다. 다

시 고개를 돌려 텔레비전을 보니 레슬링 경기 중계가 한창이었다.

 


"우리 저거 하자."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배는 내게 다가와 오른팔을 덥썩 붙잡더니 티비에서 하는

데로 암바를 걸기 시작했다. 정말 거짓말 안 치고 진짜 아프다.

 


"아악! 아파요!"

"이렇게 하는건가?"

"아아아아아아악!"

 


내가 남우현에게 아무리 맞았어도 그건 무식하게 맞는 거고 이건 기술적으로 당

하는 거다. 명수 선배는 티비 안의 레슬링 선수가 하는데로 날 눕히더니 침대

위에 뒤돌아 앉아 그대로 내게 떨어졌다. 덕분에 선배의 뒷통수가 입술을 강타

했다. 그리고 난 오랜만에 제대로 된 비명을 질러보았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

을 알아챈 선배가 괜찮냐며 머리를 긁적인다.

 


"어? 너 입술에 피나."

 

 

이것은 색깔부터가 그냥 입술을 뜯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피를 보니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선배가 허둥지둥 침대에 놓여있던 연고를 찾아 내 앞에 와서

쪼그려 앉는다.

 


"이거 발라줄까?"

"그걸 누가 입술에 발라요!"

"바르면 안되나? 그럼 반창고 붙혀줘?"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선배는 당황한 얼굴로 진지하게 내게 그런다. 난 할

말을 잃고 피식 웃어버렸다.

 


"미안해…."

"괜찮아요, 이정돈."

 


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티슈를 몇장 뽑아 입술에 가져다댔다. 선배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바라본다. 아까 그렇게 시크할 땐 언제고 또 이럴 땐 어

린애같다. 그나저나 지금 몇 시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니 벌써 7시가

다 됐다. 저녁 먹을 시간까지 남의 집에 있는 건 실례라고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기 때문에 난 얼른 선배에게 말했다.

 


"선배 저 집에 가 봐야 될 것 같은데…."

"어? 어..잘가."

 


데려다 줄거라고 예상한 내가 병신이다. 선배는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표정으

로 날 바라본다. 하는 수 없이 난 가방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배는 아까

그 포즈 그대로 날 올려다보고있다.

 


"안녕히계세요."

"잠깐만."

 


선배는 무언가 생각났다는듯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 앞으로 걸어가 벌컥 열고는

무슨 커다란 물건을 꺼냈다. 설마 그거..나 주려고?

 


"이거 미안하니까 선물."

"...아니, 괜찮은데."

 


쪽팔리게 죽부인을 들고 어떻게 집까지 걸어가냐.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

았다. 하지만 선배는 내 마음도 모르고 내 팔 안에 덥썩 안겨주었다.

 


"집 가서 꼭 안고 자."

"…."

 


그렇게 난 커다란 죽부인 하나를 안고 그 집에서 쫓겨났다.

 

 

 

 

 

 

 

#4

 

 

 

죽부인을 안고 집에 들어간 후 난 세 시간동안 여동생의 놀림거리가 되었다. 혹

시 일부러 나를 창피하게 만들려고 그걸 준 건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그러기엔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게다가 그렇게 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고...그냥

특이한 경험했다고 생각하자.

그나저나 그 날 이후로 남우현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맨날 하루도 안빠지고

학교에 나와서 날 괴롭히던 놈이 눈 앞에 안 보이니까 속이 후련했다. 영원히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만큼 5년이란 시간은 내게 있어

서 씻을 수 없는 상처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남을 것이다.

교실 한쪽 벽면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니 1교시 시작 종이 몇 분 남지 않았다.

난 습관적으로 책상 속을 뒤져 교과서를 찾았다. 책상 속은 교과서들로 꽉 차

정신이 없어서 살짝 꺼내 이번 시간에 꺼낼 것을 찾고 있는데 무언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진다. 이게 뭐지? 하고 떨어진 것을 다시 주워올려 확인해 보니 반창

고다. 반창고 세개가 나란히 연결되어 있다. 이걸 누가 여기에 넣어놓은 거지?

기억을 더듬어 이런 것을 넣어놓을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데 교실 뒷문이 갑자기

드르륵 열린다. 교실 안에 있던 아이들의 눈이 일제히 그 곳으로 향했다. 그리

고 그 곳에 남우현이 서 있었다. 정확히 일주일만이다. 그동안 뭘하고 왔는지

얼굴이 헬쑥하다. 남우현은 문을 열자마자 단번에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날

마지막으로 봤던 남우현의 눈빛이다.

 


"우현아, 괜찮아? 왜 그동안 학교 안 나왔어."

 


그의 패거리 중 한 명이 남우현에게 다가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데도 남우현은 계속 나를 응시한 채 대꾸하지 않았다. 민망해진 그 애가

어디 아프냐며 남우현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려고 하는데 남우현이 정말 세게

그 손을 쳐냈다. 순간 교실 안은 정적이 흘렀다.

 


"너..왜그래."

 


남우현은 그 애의 말을 무시하고는 교실로 들어와 날 지나쳐 자기 자리에 앉았

다. 가방은 들고오지 않은듯 맨몸으로 자리에 앉은 남우현은 자신에게 향해있는

시선을 무시한채 옆에 앉아있는 짝을 밀쳐내고 두 개의 의자 위에 드러누웠다.

교실 안은 다시 시끄러워지고 난 억지로 남우현에게서 시선을 떼어내 보고있던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분명 글자를 보고 있는데도 무슨 내용인지 머릿

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1교시가 시작되고 2교시,3교시가 언제 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처음

보는 그런 차가운 남우현의 모습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혹시 저러다가 또 이유

없이 끌려나가 맞는 건 아닐까 싶어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남우현은 처음 누운

그 자세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들도 원래 남우현은 그런 아이라고 낙인

시켜버린 지 오래라 그 누구도 깨우지 않았다.

 


"야, 김성규."

 


3교시 쉬는 시간이 되어 또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글자들을 읽다가 속이 답답

해 화장실에 갔다가 교실에 들어오는 날 발견하고는 남우현과 같이 다니는 패거

리들 중 한 명이 날 불러 세웠다. 아까 남우현에게 인사를 거절당한 그 아이였

다.

 


"너 내 숙제 좀 해라."

 


하고는 내가 서 있는 곳으로 자기 문학책을 집어던진다.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키득대기 시작했다. 난 오랜만에 자존심에 금이 가는 것을 느꼈다.

 


"뭐하냐, 안 줍고?"

"싫어."

"뭐?"

 


남우현이 없으면 힘도 없는 놈들이었다. 그리고 남우현이 없는 일주일동안 난

내 자신을 위해 앞으로는 순순히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처음 실

천한 순간이었다. 처음 해보는 반항이었지만 그렇게 떨리거나 두렵지 않았다.

그 상대가 남우현이 아니라서 그러는 지도 모르겠다.

 


"뭐라 그랬냐?"

 


반 아이들이 일제히 수근대기 시작한다. 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니 숙제는 니가 해."

"아니 근데 이 새끼가."

 


그 아이는 화가난 듯 순식간에 내게 다가와 내 멱살을 잡아 올렸다. 심장이 쿵

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절대 순순히 당하지 않을 것이다.

 


"너 미쳤냐? 아님 뭐 잘못 먹었냐? 힘도 없는 게 뭐? 니 숙제는 니가 하라고?

씨발, 이제 너도 나 무시하냐? 이 좆만한 게. 너 죽고 싶어 환장했지?"

"그래, 환장했다. 너 남우현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남우현 뒤치닥꺼리 하

는 거 이제 쪽팔리지도 않냐?"

 


내 말을 듣자마자 그 아이의 눈에 살기가 어린다.

 


"뭐라고 했어, 개새끼야..."

"남우현 뒤치닥꺼리 하는 거 쪽팔리지도 않냐고. 난 아무리 힘이 없지만 너처럼

남 뒤나 봐주고 그런 짓 안해. 그게 더 쪽팔린 짓이거든.."

"씨발새끼...이 꽉 깨물어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아이의 주먹이 공중에 붕 뜬다. 난 반사적으로 눈을 질

끈 감았다.

퍽-하고 주먹으로 내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아프지 않다. 평소처럼 나가

떨어지지도 않았다. 내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이 슥 풀린다. 교실 안에서 그 것을

지켜보던 여자 아이들이 소리를 질렀다. 난 천천히 눈을 떴다. 내 앞에 아까 그

아이가 쓰러져있다. 그리고 그 옆에...남우현이 서 있었다.

그 아이는 쓰러져서 신음을 내뱉고 남우현은 그 아이를 내려다 보다가 날 바라

본다. 차갑다. 그 날과 똑같은 표정.

 


"야! 무슨 구경 났냐? 안 꺼져? 팍씨-"

 


분위기를 눈치 챈 나머지 패거리 아이들이 구경하러 온 다른 반 아이들과 주위

에 몰려든 아이들을 내쫓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남우현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가 남우현은 날 지나쳐 교실을 나갔다. 그

리고 나는 분명히 들었다.

 


'나 좀 잡아주라....'

 


그 말만 남기고 사라진 남우현은 종례시간이 끝날 때까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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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이에요 ㅠㅠ 그래 성규야 우현이좀 잡아줘라 ㅠㅠ
11년 전
독자2
헐..석류에요 ㅠㅠㅠ나무...헐...
11년 전
독자3
우왕! 나무현...
11년 전
독자4
헐 딸기. 속사포로 읽어나가는 중이에요 역시 성규였네여 흑흑 우현이 갑자기 왜! 심경의 변화가 똻!!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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