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훈, 이정환
그리고
when you were gone our beautiful garden.
Sandeul Day Special Blossom
들아 생일 축하해!
"여보세요."
오후 12시 기상, 그 이후로는 오늘 내내 폭신폭신한 카펫이 깔린 드넓은 거실에 드러누워 텔레비전 리모컨만 돌리던 지훈의 휴대폰 액정에 「과장누나」네 글자와 번호가 뜨며 진동이 울렸다. 혹시 종일 연락 없던 이정환? 생각하며 기대를 가득 담은 얼굴로 몸을 일으켜 탁자 위로 눈을 돌린 지훈이 아쉬움의 입맛을 다셨다.
- 표지훈, 지금 몇 시?
"밤 열두 시 다 돼 가네. 그거 물어보려고 전화한 거?"
이 누나 뭐야. 지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바닥을 기어 소파 위로 올라가 이내 몸을 눕혀 다시 휴대폰을 귀로 갖다 댔다.
- 내가 너같이 또라이냐? 됐고, 이정환 빨리 귀가시키지?
귀가? 나 이정환이랑 같이 안 있는데. 오른팔을 뻗어 리모컨을 잡고는 북쪽을 향한 화살표 버튼을 연속해서 누르던 지훈이 누나에게 물었다.
- 정환이 생일인데, 같이 없다고?
"생일?"
- 애인 맞냐? 하여간 저 또라이. 같이 없음 말아. 끊어.
뚝. 전화가 끊겼지만 휴대폰을 귀에서 떼지 못한 지훈의 눈은 텔레비전을 향하고 있었지만 지훈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누나의 말인즉슨, 오늘은 이정환의 생일,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종일 이정환은 연락이 없었고, 게다가 집에도 없고, 심지어 시곗바늘은 밤 열두 시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일단 이정환을 만나야 한다. 논리적인 것 같지만 어떻게 해서 저런 논리가 나오는지는 생각도 하지 않은 지훈이 휴대폰을 귀에서 떼 손으로 화면 여기저기를 만지더니 이내 다시 휴대폰을 귀에 가져갔다.
- 어, 여보세요, 지훈이?
"네. 맞아요, 형. 제……."
- 뭐라고? 잘 안 들려!
잘 안 들리는 건 나도 마찬가진데요. 전화를 받은 진영의 목소리 너머로는 엄청난 노랫소리와 쿵쿵거림, 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소음들이 가득해 진영의 목소리마저 묻힐 기세였다. 어느덧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소파에 다리를 모으고 앉은 지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정환이랑 같이 있어요?"
지훈의 물음에 기다려지는 진영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고, 듣기 싫은 소음만이 지훈의 귀로 들어왔다. 지훈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형. 들려요?"
- 어…… 어? 뭐라고?
"이정환이요."
- 어!
"같이 있어요?"
어, 응…… 정환이가 말하지 말랬는데. 클럽이야! 진영의 대답을 들은 지훈의 얼굴이 심하게 굳었다. 클럽? 말도 안 한 주제에 클럽? 이정환 안 되겠네. 생각한 지훈이 이내 전화를 끊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충 모자와 패딩과 차 열쇠를 챙기고는 급하게 집을 나섰다.
*
진영을 통해 찾아간 평일 늦은 밤의 클럽 안은 예상외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었다. 시끄럽고, 정신 사납고, 이정환만큼 예쁜 여자들도 없는 짜증만 가득 내게 하는 이 클럽에 대체 왜 오는 건데? 이해불능의 태도로 움직일 때마다 낯선 사람과 어깨를 부딪히며 정환을 향한 걸음을 옮기는 지훈이었다. 그렇지만 정작 찾아야 하는 정환의 모습은 눈곱만큼도 보이질 않자 짜증이 폭발할 것만 같은 지훈이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몸을 흔들며 춤추는 자들이 가득한 스테이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어찌 보면 덩치 큰 지훈이 춤추는 자들을 마구 치고 다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무튼 기분 나쁘게 많은 사람들에 지훈은 어금니를 꽉 물고 아, 진짜 이정환, 하고 작게 읊조렸다. 그리고 모자를 고쳐 쓰며 고개를 들었을 땐 저 멀리 여자 남자 가릴 것 없는 무리에 섞여 춤을 추고 있는 정환이 보였다. 저것도 춤이라고 추냐…… 한심한 표정으로 정환을 지켜보던 지훈이 이내 조심스레 정환의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정환에게 시선이 고정된 지훈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곧 열심히 몸을 흔드는 정환의 바로 뒤에서 발걸음을 멈춘 지훈이 정환의 머리를 내려다보며 슬그머니 웃었다. 그런 지훈의 웃음소리를 들었을 리가 없는 정환은 자신의 곁에서 같이 춤을 추던 진영이 지훈을 발견하곤 슬쩍 자리를 피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여전히 자신 나름대로 흘러나오는 노래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이정환 씨."
그런 정환을 내려다보던 지훈이 정환의 귓가로 얼굴을 가까이해 정환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그 덕분에 신나게 추던 춤사위를 일순간 멈춘 정환이 자신의 뒤로 고개를 돌리려는 것을, 뒤에서 자신의 허리를 격하게 감싸오는 지훈의 팔에 인해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지훈의 속삭임.
"생일은 잘 보냈어요?"
지훈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한껏 몸이 굳어버린 정환은 귓가에 맴도는 지훈의 말에 재빨리 분위기를 눈치채고는 자신의 허리에 감겨있는 지훈의 팔을 살짝 잡았다. 그럼에도 지훈은 정환의 허리에 감은 팔에 힘을 줘 정환을 더욱더 자신 쪽으로 밀착시켰다.
"잘 보냈냐고."
"……."
"표지훈 두고 잘 보냈냐고."
아무런 대답이 없는 정환에 지훈은 정환의 몸을 자신 쪽으로 돌려세워 정환과 눈을 마주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깨갱, 하며 곧장 눈을 내리는 정환에 지훈은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뱉으며 정환의 손을 잡고는 클럽을 빠져나갔다.
*
"생……."
"아, 잘못했어…… 정말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큰 거리 대신 한적하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선 둘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살짝이라도 건드리면 입에서 폭풍 잔소리가 나올 것 같은 지훈과, 그런 지훈의 눈치를 보다 지훈의 입이 열리는 순간 말을 가로채 잽싸게 사과하는 정환이었다.
"죽을래?"
그런 정환의 이마를 집게손가락으로 살짝 누른 지훈이 무섭게 말했다. 고개는 똑바로 들었지만 차마 지훈과 눈을 마주하지 못해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정환의 눈이 꽉 감겼다. 그리고는 지훈의 손가락이 자신의 이마에서 사라지자 조심스레 눈을 뜨고는 간신히 지훈과 눈을 마주했다. 최대한 불쌍한 눈으로 지훈을 올려다봐도 지훈의 표정은 풀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미안해. 지훈아아. 진짜루."
안 되겠다, 싶어 지훈을 올려다본 채 두 손을 모으고 살살 빌며 말꼬리를 늘리는 정환에 지훈이 팔짱을 풀고는 싹싹 빌고 있는 정환의 두 손을 잡아 내렸다.
"그렇게 빌면 뭐 해."
그리고 이내 다시 두 팔로 팔짱을 끼고는 정환을 내려다보는 지훈이었다. 용서 안 해주나…… 축 처진 눈꼬리 모양을 한 정환이 다시 지훈을 올려다보며 귀를 쫑긋 세웠다.
"심하게 풍기는 술 냄새에."
"……."
"옷도 지지리 못 입고."
"……."
"키도 지지리 작고."
"……."
"너 춤은 진짜……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이 못 추는 게 누가 클럽 오래?"
지훈의 말에 어느새 정환의 입술이 삐죽 나와 있었다. 딴 건 몰라도 춤은 열심히 췄는데.
"클럽 방문한 사람들한테 민폐잖아. 어?"
"아니거든……."
"어? 이렇게 이정환한테 맨날 신경 쓰고 관심 갖는 사람 표지훈 말고는 없는데."
"……."
"여기 클럽에도 없는데."
"……."
"근데도 표지훈 버리고 클럽 왔어?"
그래서 많이 미안하다잖아- 살며시 웃으며 지훈을 올려다본 정환이 지훈의 두 팔을 잡고는 상체를 살짝 흔들었다. 그런 정환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던 지훈이 모자를 더 눌러쓰고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내뱉었다. 웃는 지훈을 놓쳤을 리가 없는 정환이 지훈을 따라서 배시시 웃었다.
"됐고, 열두 시 지나버려서 생일 축하한다고 말도 못 하잖아."
"해두 돼."
"싫어."
패딩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화면에 떠 있는 시간을 확인한 지훈이 이런 자신의 행동을 하나하나 지켜보는 정환에게로 눈을 돌리고는 휴대폰을 패딩 주머니로 다시 집어넣었다. 지난 기념일 챙기는 거 아니랬어.
"생일빵이라도 맞을래?"
"너한테 맞았다가는 다음 생일도 그다음 생일도 영원히 못 챙기는 수가 있잖아."
"안 맞을 거라고?"
"당근이지."
싫은데, 말한 지훈이 무릎을 굽혀 정환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거리며 이건 생일빵 중에서도 궁디팡빵, 하고 웃으며 말했다. 궁디팡빵이 뭐야…… 싫다 했는데 때릴래? 지훈에게 대답한 정환이 이내 자신도 지훈을 따라 손을 뻗어 지훈의 엉덩이를 세게 토닥거렸다.
"하는 대로 따라 한다고?"
지훈의 어이없다는 듯 내뱉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더 때릴 거면 때려봐라, 라는 듯 지훈을 바라보는 정환에 지훈은 여유롭게 웃으며 두 팔로 정환의 허리를 감싸 안아 자신의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포옹빵."
"완전 억지……."
빨리 따라 해. 지훈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지훈을 따라 지훈의 허리에 자신의 두 팔을 두른 정환이 고개를 들면 바로 보이는 지훈의 얼굴을 바라봤다.
"뽀뽀빵."
자신을 올려다보는 정환의 입술에 살짝 고개를 숙여 짧게 자신의 입을 맞댄 지훈이 말했다. 서로의 시선에 끝에 닿아있는 서로가 이내 다시 입을 맞추었다. 서로가 허리에 두른 팔도 놓지 않고, 가로등 없는 어둡고 좁은 골목이어서 더 떨려오는 마음으로 둘은 어느덧 진한 키스로 변한 생일빵을 그렇게 즐기고 있었다.
이건 키스빵. 그래도 생일 축하해, 예쁜 정환아. 그리고…… 클럽 또 오면 다음엔 더 큰 생일빵 기대하자.
-
들이 생일 끝나기 몇십 분 전에 올리는 생일 특집 편입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번 편 너무..너무너무 새드라고 우시는 분들이 많길래 달달하고 짧게 가져왔어요
생일축하해 들아♡ 꽃보다 이쁜 들아들아들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미안해요 여기서 이래서.....
9송이에서 뵈어요!!!!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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