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을 가져왔답니다! '0' 야호 출발
-
02
김종인은 종대와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공사 현장에서 젊을 적부터 일을 시작해 지금은 현장의 관리소장을 맡은 성실한 남자였다. 가난했지만 성실하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그의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충실하게 책임을 다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 성실함을 보고 그의 아버지를 선택했다. 그래 이정도라면 10년뒤에는 아파트 하나쯤은 장만하고 편하게 살겠지 집에서 애보면서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삶이 어디 그렇게 쉬운 적이 있던가. 가계는 블랙홀과 같았다. 돈이 들어오면 어디로 나가는지도 모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점점더 가난해지는 상황은 그의 어머니가 상상하던 그런 미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당신이 상상하던 그런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낼 만큼 강인한 여자 또한 아니었다. 투정이 점점 늘고, 싸움이 잦아지고, 급기야 허준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던 그녀는 얼마 못가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종인은 그 때 10살이었다.
어머니가 사라지고 아버지는 일때문에 항상 별을보고 나가 별을보고 들어오시니 어린 종인은 비행청소년의 준비과정을 착실히 밟았다. 분노를 다스릴 줄 몰랐고, 행동을 다스릴 줄 몰랐다. 조금만 마음에 안들면 반 친구들을 때리기 일수였다. 당연히 선생의 눈 밖에 났고, 이러한 일련의 순서는 그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확실히 초등학생 때와는 달랐다. 종인 자신이 주먹을 쓰면 쓸수록 남자답고 멋지다며 얼빠진 녀석들이 그를 따랐고, 저를 무서워하는 무리가 생겼고, 제 뒤를 봐주겠다는 무리도 생겼으며, 초등학생 때 자신을 매로 다스리던 선생들은 이제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손가락 까딱하면 골빈 계집애들은 저를 사랑한다 재잘댔다. 종인은 그게 자랑스러웠다. 자신이 멋진 남성인 것 같았다. 열 아홉, 제 인생이 쉬웠다.
멍청한 남자애가 하나 있었다. 김종대라는 요 사내애는 분명히 사내임에도 어릴적부터 여우같은 년으로 동네에서 유명했다. 어릴 적에는 저를 얼마나 무시했는지 항상 요 사애를 보며 이를 갈았더랬다. 이제 제 주먹이 좀 쓸만하단걸 알고 동네에서 유명해져서 종대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몇 번 괴롭혔더니 여우같은 김종대는 처음에는 좀 틱틱대더니 이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기분이 좋았다. 이런 멋진 인생이 자신이 죽는 날까지 계속될것만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제게 설설 기던 찌질이들은 금의환향을 다짐하며 서울의 중심으로 등교했고, 종인 자신은 아무것도 안하고 1년을 보내다 군대를 다녀왔다. 병장이 되어 사회에 돌아온 종인은 일을 해야하지만 마땅히 뭘 해야할지 몰라 다시 1년을 놀고 먹었다. 그리고 멀리 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잊지않고 하루 한 번 김종대에게 수작을 걸었는데, 자신이 이제 별 볼일 없어지자 종대는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 멋지구리한 대학을 다니는 저 여우같은 새끼가 지금 마냥 놀고있는 자신의 별 볼일 없음을 증명해주고있었다. 그 열등감에 종인의 수작은 점점 폭력성을 띄었는데, 처음에는 딱밤으로 시작해 지나가며 발도 걸었고, 어깨를 퍽 치고 지나가기고 했으며 나중 가서는 대놓고 폭력성을 보였다. 한두번은 모른 척 하던 종대도 이 장난을 가장한 종인의 폭력이 습관적이게 되자 못견디기도 못견디겠거니와 한심한 모습에 화가나서 소리를 빽 질렀다.
"할 일 없으면 닭이라도 배달하던지! 짱깨라도 하던지! 한심한 인간아,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종인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김종대가 나의 인생을 걱정해주는 속깊은 새끼였다니! 이제 저년의, 아니지, 저 자식의 말을 깊이 새겨듣고 고분고분해져야겠다, 다짐한 종인은 당장 닭배달을 시작했다.
어릴적부터 저를 봐왔던 동네 통닭집 주인 아줌마는 저를 불쌍히 여겨 내심 불안해하면서도 일단 일을 맡겼다. 신나서 동네를 오토바이로 누비며 닭을 배달했다. 고딩시절 찌질이들이 배달을 시켜오면 간간히 대갈빡도 때려주며 신나했다. 김종대 말을 들으니까 인생이 잘 풀리는 기분이었다. 첫 월급 68만원을 받은 순간 자신이 너무 멋지고 사랑스럽고 남자다워서 거울을 보며 진하게 안아주었다. 아버지도 기특하다 칭찬해주었다. 24년을 살고 처음 듣는 듯 했다. 가슴이 떨리는 기분이었다. 아버지께 효도해야지 마음먹었다. 아버지의 지난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버지는 멋진 남자였다. 아버지의 멋진 인생을, 그 남자다움을 자신도 이어가야겠다 마음먹었다.
하지만 제 인생은 너무 진부했다. 아침드라마같은 전개가 인생에서 되풀이되었다. 자신이 착한 마음을 먹은 순간 아버지는 큰 병에 걸리셨다. 사실 이전부터 당뇨로 고생하고 계셨지만 자신은 아버지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당이 떨어질 때마다 드시던 집에 있는 초콜릿이며 사탕이 하나뿐인 아들의 심심한 입을 위한 아버지의 마음쯤으로 여겼다. 나이가 들며 몸에 하나 둘 제동이 걸리며 당뇨와 합병증으로 고생하시던 아버지는 결국 현장에서 쓰러지셨다. 병원비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종인이 버는 68만원은 아버지를 위해 간단한 수술도 하지 못했다. 좌절했다. 뭐야. 이게 뭐야. 이게뭐냐고......
종인은 큰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체는 종인에게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은행을 찾아갔다. 하지만 수입도 별볼일없고 재산도없고 뭣도없는 자신에게 은행은 돈을 내주지 않았다. 통닭집 사장님을 찾아갔다. 사장님은 난감해하며 100만원을 꿔주었다. 남편 몰래 꿔주는 거니 조용히 입닫고 나중에 능력이 되면 그때 갚아도 좋다고 얘기했다. 100만원이면 아버지께 수술을 해 드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종인은 세상물정도 몰랐다.
결국 큰돈을 위해 형님들을 찾아갔고, 형님들은 사람 좋은 척 웃으며 큰 돈을 빌려주었다. 종인은 기쁜 마음으로 아버지의 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수술을 마쳐도 마취에서 깨어나실 줄을 몰랐다. 종인이 아무리 아버지를 부르고 그 침대를 흔들며 깨워도 아버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의 눈 앞에서 그의 손에 손을 붙들린 채로 차게 식어갔다.
아버지 장례는 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루게 되었다. 엄마가 나타났다. 14년만에.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손으로 눈물을 훔친 엄마는 고작 50만원을 전해주고 다시 사라졌다. 종인은 화가났다. 엄마에게만 화가 난게 아니었다. 아버지한테도 화가났고 철없이 살았던 과거의 자신한테도 화가났다. 하지만 종인은 이제 자신이 아무리 화가 나도 누구를 때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한참을 울었다 아버지 영정 앞에서. 울다 지쳐 잠들고 일어나니 여전히 예쁜 김종대가 자신을 빤히 보고있었다. 왜 김종대를 보니 미안할까. 제정신이 아니라 헛소리를 해대는 종인을 어이없어하는 종대의 투덜거림을 무시하고 꽉 끌어안았다.
야, 우리 동성동본에 동파야 똥멍청아.
너랑 나랑 이러면 근친이에요 이 멍청아! 이거 놔!!
대꾸하지 않았다. 그냥 종대를 끌어안고 또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그리고 형님들이 찾아왔다. 당연한 수순인 양 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았다. 죽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어차피 족쳐봐야 돈 안나올거 뻔히 아는 형님들은 종인의 주먹을 기특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종인을 포섭했다. 더 이상 잃을 것 없고 갈 곳 없다 생각한 종인은 그렇게 동네 양아치에서 벗어나 조직적 주먹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오년이 지났다. 종인은 이제 저를 형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녀석들을 두손으로는 샐 수 없었다. 으쓱이며 동네 다닐만큼 돈도 잘 벌었다. 재작년에는 종대가 미자문방구로 돌아왔다. 반가운마음에 지나다니면서 연필좀 팔아주고 하드좀 팔아주고 틱틱대고는 했다. 근데 아니 이 미친 새끼가 좀만 더워도 미친놈마냥 웃통을 홀딱 벗고는 동네 어린애들한테 예쁜척하는게 아닌가. 열불난 종인은 그런 김종대를 볼때마다 그 몸을 통째로 들어 문방구 안에 가뒀다. 종대는 그게 마냥 웃기고 재밌었다. 멍청한 김종인 평생 나 좋아해봐라 내가 너한테 넘어가나.
김종인은 김종대의 꼬리를 쫒아다니는 멍청한 형님이었다.
-
종인이의 29년 인생을 이렇게 짧게 줄여보앗ㅅ어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ㄹㅇ 영롱하다는 갤럭시 신규 컬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