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 전정국] 겨울의 끝엔 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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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안가?" 수정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모습에 질리기라도 하는듯 표정을 찡그리던 수정이가 가방을 챙겨들었다. "너도 정말 대단하다. 벌써 7년째야. 지겹지도 않아?" 그 말에 아무런 대답 없이 손을 흔들어보이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교실 뒷문을 열어젖히는 수정이였다. "그래, 아무리 말해도 들을 생각 없지? 나 간다. 내일 봐" 복도 멀리 사라지는 발걸음 소리를 한참이나 듣고 있다가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겨들었다. 지금쯤이면 정국이 연습중일까. 오늘은 꽤나 늦어버렸다.
매일 똑같은 패턴이였다. 집 학교 학교수영장. 집 학교 학교수영장. 그걸 한번도 지겹다 느껴본적은 없었다. 수영연습이 밤 늦게 마치면 집으로 가는 그 시간이 행복했다. 단 둘이서 걷는 골목길도 단 둘이서 맞는 계절도 그 시간만큼 행복한게 없었다. 그러다 중간에 배가 고프면 밥을 먹기도 했고 동전노래방에 가서 놀기도 했고. 그렇게 지내온게 7년이였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건 7년간 내가 느껴온 이런 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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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교실문을 잠그고 수영장으로 가려는 순간 내 앞을 막아선 누군가의 모습에 걸음을 멈췄다. "왜 이제 나와?" 잔뜩 젖은 머리를 하고 있는 정국이였다. "어,,어 ,,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거야?" 내 말에 정국이가 내 가방을 낚아채 들었다. "그냥,,, 코치님이 음료수 사오라고 하셔서 사서 가는길에 들렀어. 엇갈리면 어쩌나 했는데 교실에 있었네 " 정국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늘은 애들이 조금 늦게 빠져서,,, 너 감기 걸리겠다. 머리는 그래도 좀 말리고 나오지 그랬어" 걱정스러운 내 말투에 머리를 흔들어 물기를 털어내던 정국이가 웃으며 봉지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자, 이거 니가 먹고싶다던 음료수"
내게 건낸건 작은 음료수 하나 였다. 언젠가 텔레비젼을 보다가 먹어보고 싶다고 했던건데. 기억하고 있었구나. 음료수를 받아드니 정국이가 먼저 앞장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자, 코치님이 또 뭐라고 하시겠다 "
"응, 가방 이리 줘 . 내가 들고 갈게 !"
"됐어, 잘 따라오기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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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정국이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초6부터 시작된 내 짝사랑. 그렇게 한번 두번 따라다니기 시작했던 정국이였다. 한번은 내가 중학교 3년 내내 정국이를 따라다니느라 전교 10등안에 들던 성적이 100등 밖으로 밀려난 적이 있었다. 성적표를 받아 들던 엄마가 정국이를 찾아갔다. 성적표를 정국이 앞에 들이밀며 집 앞에서 소리소리를 지르던 엄마의 모습에 얼굴이 붉어져 한동안 정국이를 마주 할 수 없어 피해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 우리 집 앞으로 찾아온 정국이가 나를 불러냈다. "공부 , 주말에 같이 하자. 그런데 수영할 때는 계속 ,,,옆에 있어주면 안돼?" 그렇게 묻는 정국이의 말에 울음을 터뜨렸다. "날 싫어하지 않아?" 그렇게 묻는 내 모습에 정국이가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 전혀 "
정국이는 수영할 때 항상 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합을 할때도 한번도 빠진적이 없었다. 내가 만들어준 인형을 부적이라며 항상 시합때는 시작하기 전까지 손에 쥐고 있었고 항상 시합날 아침은 나를 초대해 함께 먹었다.
그래, 남들이 보기엔 연인과 다름이 없었다. 누군가가 보면 '쟤들 사귀고 있어?' 라고 물을 정도로. 하지만 우리는 7년째 같은 길을 달리고 있었다. 친구, 그 이상이 될 수는 없었다. 아, 친구라기엔 조금 더 특별한 친구. 1년 2년 알아갈때는 고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5년 6년 지금까지 7년이 되고 나니 이상하게 고백이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가 않더라. 여태까지 잘 이어오던 관계가 내 고백으로 깨질까봐. 다시는 정국이를 보지 못할까봐. 그게 너무 두려워서.
그렇게 친구라는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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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 들어서자마자 휘익- 하는 휘파람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 앞으로 다가오던 코치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냐, 음료수 사러가랬더니 연애하고 와?" 그 말에 정국이가 탈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 왜 내 말 무시하냐 전정국! 이 자식이 이제 6년이나 알고 지내니까 무시해도 된다 이거지? 이자식 많이 컸네? " 코치님의 말에 내 팔을 이끌며 탈의실로 들어오던 정국이가 가방을 건냈다. " 코치님은 정말 너 좋아하는것 같아 " 내 말에 코웃음을 치던 정국이가 윗옷을 벗었다. "저게 좋아하는걸로 보이냐? 나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거지. 안에서 기다릴래?" 고개를 저으며 나가겠다는 내 말에 정국이가 먼저 탈의실을 빠져나갔다.
"왜 이렇게 시간단축을 못해!!! 빨라지기는 커녕 자꾸 뒤쳐지잖아. 전정국!! 시합이 얼마나 남았다고 정신 못차려?!" 정국이의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무척이나 화가 난 표정. 알면서도 줄여지지 않는 시간 단축에 답답한건 자기도 마찬가지 일테니.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내 마음이 무척이나 씁쓸했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해줄수 있는건 없으니까. 정국이 혼자만의 싸움이니까.
" 10분 레스트타임(휴식). 정국이 너 정신 차려라. 어? 내가 아까부터 디센딩(속도를 점점 증가) 하라고 했는데 시합 지금 한달도 안남았는데 뭐하자는거야? 대체 무슨 생각하면서 연습하고 있냐? 메달 따기 싫어? 네가 무슨 취미로 하는 강사따위 하려고 수영해?" 코치님의 말에 고개를 숙이던 정국이가 걸어와 내 옆의자에 털썩 자리를 잡고 앉았다. "괜찮아?" 그런 말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젖은 머리를 손으로 휘저으며 뒤로 누워 버리는 정국이를 바라보다 수건으로 정국이의 얼굴을 닦아냈다. " 잘하고 있는데 코치님 왜 저러신데 그치" 내 말에 살풋이 웃어보이는 정국이였다.
정국이의 기록이 요즘 따라 떨어지고 있다는건 한 달 전 부터 들어왔던 말이였다. 왜 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정국이마저 왜 인지 모를 정도였으니. 우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정국이의 기록이 다시 최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 하지만 그런 문제에 정국이는 신경쓰지 않는듯 "괜찮아" 라고 했지만 전혀 그래보이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초조해지고 불안해 하는 모습. 수영은 정국이에게 있어 전부였다. 인생의 모든것이였다. 항상 메달을 놓친적도 없었는데. 이번 시합에서 놓칠것 같다고 생각하는 불안감이 우리에게 느껴질 정도였다.
"괜찮아. 정국아 "
누워 있는 정국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축축해진 머리카락이 엉켰다. " 너 정말 잘하고 있어. 나는 네가 기록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해 " 그 말에 정국이가 눈을 떠 나를 바라봤다. " 기록에 신경쓰지말라고?" 다시 되묻는 정국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예전엔 수영하는 네 모습 정말 행복해보였는데. 수영이 너한테 전부잖아. 그 전부를 최선을 다해서 하는 네 모습 정말 멋있어보였는데. 요즘엔 기록 신경쓰느라 행복해하는 모습 한번도 못본거 같아. 난 네가 수영을 하며 웃는 그 모습이 너무 좋은데 기록 신경 안쓰면 안돼?" 내 말에 정국이가 입을 꾹 다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행복해하는것 보다 기록이 더 중요해. 나는 메달을 따야하니까. 2등.3등은 필요없어. 나는 무조건 1등이여야해. 그래야 나는 국가대표가 될 수 있으니까. 그래야 너도 기뻐할테니까 . 너에게 건내주는 메달에 은메달 동메달은 필요없어"
그리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정국이를 바라보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1학년이 끝나기전에 정국이가 금메달을 따왔던 날 무척이나 행복해했던 나를 보며 정국이가 했던말이.
"김여주, 내가 금메달을 따서 행복해?"
"응 !!! 정말 대단하다. 그래도 나는 은메달 동메달도 좋아 . 메달을 따온것 자체가 너무 행복한걸?"
"앞으로 너에게 보여줄 메달에 은메달 동메달 따위는 없어. 나는 너무 잘해서 이런것 쯤이야 누워서 떡먹기지. 앞으로 너에게 건내주는 메달은 모조리 금메달일거야 약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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