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여우의 정원 #2

쉬이, 아직 탄성은 일러요

이세상 어딘가에 이야기뿐만이 아닌, 진짜 여우의 정원이 존재하는걸요

내가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해 준 이유는

이번에 이 곳 여우의 정원에 초대된 것은 당신이기 때문이예요

*

벌써 지친건 아니죠?

아직 멀었는걸요 여우의 정원에 도착하려면

내가 말해줬잖아요 커다란 느티나무! 여우의 정원은 바로 그 아래 있는걸요

어라, 뭐예요 아직 내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구요?

내가 어떻게 여우의 정원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느냐구요?

나는 바람이거든요, 해님과 달님이 여우에게 숨을 불어넣을때 미처 다 여우에게 닿지 못해 태어난 떠돌이죠.

당신이 왜 여우의 정원에 초대되었느냐구요?

궁금한 것도 참 많으시네, 그야 당연히 여우의 정원을 영원히 지키기 위해서지요

여우의 정원은 그곳을 갈망하는 순수한 소망에 의해 매일 새롭게 태어나요

만약 아무도 이곳 여우의 정원에 초대되길 갈망하지 않는다면 여우는 두번다시 깨어나지 못할거예요

그리고 다시 수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아 작은 돌멩이가 되어 버리겠지요

당신은 나와 같은 바람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우의 정원에 초대된 방문객이예요

에? 당신이 바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구요?

세상에, 지금 당신을 봐요 당신이 바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날 따라 올 수 있었겠어요?

푸후후, 당신은 바람, 이제부터 내가 보여주는 모든 것들을 결코 잊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본 모든 것들을 전하면 돼요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또 당신이 알리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곳 여우의 정원을 그 사람들이 간절히 소망하도록

그리고 여우의 정원이 매일 새롭게 깨어나도록.

아, 이제 슬슬 다와가는것 같네요

조심 조심, 이곳 여우의 정원은 아주 조심히 다루어야만 해요, 이 작은 열매 하나 하나가

모두 이곳을 간절히 소망하는 순수한 꿈들에 의해 태어난 것들이니까요

어라?

잠깐, 누군가 방문객이 있는 것 같군요

느껴져요?

세상에, 바람이 아니예요 나는 단 한번도 바람이 아닌 방문객을 들인 적은 없었는데

어린 사내아이? 인간 아이가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거지?

네? 왜 저 아이가 한복을 입고 있냐구요? 이곳 여우의 정원은 모든 시간의 틈에 존재해요

이번 시간의 틈새가 두곳에서 동시에 열렸나봐요 당신이 온 곳, 그리고 저 사내아이가 온 곳.

하지만 인간은 이곳에 들어 올 수 없을텐데?

아앗! 저 꼬맹이가 여우굴을 발견해버렸나봐 어쩌죠? 나와 당신 둘다 그저 실바람일 뿐이라 말릴 수가 없는걸요

왜 아이를 말리려는거냐구요? 그야 여우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누군가를 만난 적이 없거든요

이 숲에 사는 존재들이라고는 벙어리 나무들과 귀머거리 반딧불이들 뿐인걸요

여우의 정원은 가장 순수한 것들을 위한 곳

여우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을 순수를 간직한 존재.

어마, 아이가 여우를 봤나봐요!

...나도 이젠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