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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414

 아침이 되어서도, 매미 우는 소리가 시끄럽게 귓가를 자극해도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보다 한참 늦은 시간임을 알고 있음에도 눈을 뜨지 않았다. 지금쯤 도경수는 그 자리에 앉아서 날 기다리고 있겠지. 아니, 없을 수도 있어. 3일 동안이나 나를 엿맥인 놈인데. 하루 전엔 네가 없을 줄 알면서도 널 기다렸지만, 오늘은 네가 있을 줄 알면서도 날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 이유야 짐작이 잘 가지 않았지만. 결국 해가 중천에 떴다며 엄마에게 등짝을 한 대 얻어맞고서야 나는 밍기적거리며 얇은 이불을 걷었다. 

 "어제까진 아침부터 나가야 된다고 지랄맞게 유난 피우더니, 애가 하루만에 왜 이래. 변백현 어디 아파?" 

 "..아니." 

 도경수 본다고 아침부터 지랄맞게 유난을 피웠다니. 도경수만 재수없는 게 아니라 이제는 내 자신마저 재수없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흘만에 내가 어떤 사람으로 바뀐 거지. 할 일 없으면 설거지나 하라는 말에 잠시 망설였지만, 난 주방으로 들어갔다. 하루 전엔 밖에 볼 일도 없으면서 생떼 부리며 집에서 할 일을 모두 내팽개쳤는데, 오늘은 밖에서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도 나가질 못했다. 하루 전에, 하루 전에. 하루 전이 왜 이렇게 옛날같지. 

 고개를 푹 숙이고선 말 없이 설거지를 했다. 고개만 들면 창 밖이 있고, 창 밖엔 정자가 있고, 그 위에는 도경수가 있어서 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니, 사실 그 위에 도경수가 없을지도 몰라서, 그래서 그랬다. 난 나흘 전에 처음 본 도경수를 -물론 도경수 주장으론 옛날에 본 사이라지만- 이렇게까지나 신경 쓰는데, 정작 나 하나 보러 이 시골 바닥까지 내려왔다는 도경수는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건 너무 억울하니까. 너도 지금쯤 애타게 날 기다리고 있겠지, 뭣도 없는 자기위안을 하려 난 마치 그릇을 꼼꼼히 닦느라 그런 척, 창 밖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마지막 그릇이 선반에 올라갈 때서야 나는 몸을 돌린 채 고개를 들 수 있었고, 어느새 뻐근해진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냉장고 문을 열어 비비빅을 하나 꺼내 포장지 끝자락을 입에 물었다. 터덜터덜 다시 침대로 가 누우니 머릿속을 꽉 채우는 건 또 도경수 생각, 일어날 수도 그대로 잠들 수도 없었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마치 학교 선배를 짝사랑하는 여학생처럼 끙끙 앓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어른들과 도경수가 왜 나보고 여자같다고 했는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아니 근데, 도경수는 내 얼굴만 보고 그랬잖아, 씨발. 

 ..끝을 장식하는 건 또 도경수.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진짜 예전에 봤던 사이려나. 그래서 예전 기억때문에 이렇게 도경수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거려나.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자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여태껏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지. 이렇게 저렇게 계속 도경수 생각을 하다 보니 정작 진짜 도경수는 잊혀지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쯤이면 평소에 내가 거기 가서 누워있던 시간보다도 두어시간 가까이 지났을텐데, 아니겠지. 그 재수없는 도경수가 지금까지 날 기다릴 리가 없지, 아예 안 가봤으면 몰라, 기다릴 리는 죽어도 없지. 조금이나마 마음을 가다듬고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구겨신었다. 아무리 마음을 가다듬는다 해도 자꾸만 빨라지는 발걸음은 어쩔 수 없었지만 최대한 신경쓰지 않은 척, 표정도 몇 번 바꿔보고 나름대로 천천히 정자를 향해 걸어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정자에서 앞뒤로 흔들거리는 도경수의 발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은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어 어느새 정자를 향해 뛰어나가고 있는데,  


 

 발이 두 개가 더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가서 확인 해보니, 친구인 것 같은 남자 한 명이 도경수와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얼굴을 보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실눈을 뜨고 있는 나에게,  

 "어, 백현이 왔네." 

 도경수가 인사를 건네왔다. 

 "..어, 나 기다리고 있던.. 건가?" 

 순간 또 당황해서 더듬으며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도대체 왜 거기서 실눈을 뜨고 난리를 치고 있었던 거지, 자책하며 어느덧 울상을 지은 나를 향해 도경수가 또 재수없는 미소를 보였다. 

 "응, 아침부터 기다렸는데, 바빴어?" 

 "..어?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바쁜 사.. 람인데! 하하." 

 마지막에 덧붙인 하하, 는 뭘까, 아무리 찔려도 이렇게 티를 내다니. 오늘 집에 가면 이불은 덮지 말고 자야겠다. 실시간 흑역사 갱신, 이불 차다가 찢어질지도 몰라. 한숨을 푹푹 쉬며 표정을 점점 굳히는 와중에, 옆에서 뻘쭘한 듯 우리의 얘기를 듣는 도경수의 친구가 보였다.  

 "그.. 옆에는 친구분이신가? 바, 방해 안 할게요! 하던 얘기 마저 해, 난 먼저 들어갈게!" 

 아, 마저 하긴 뭘 마저 해, 둘이 사귀는 것도 아니고, 이상한 뉘앙스를 풍기는 내 말에 뭐가 그리 재밌는지 뻘쭘하던 기색은 온데간데 없고 웃어대는 도경수와 도경수 친구를 보며 내 표정은 더욱 더 굳어져만 갔다. 집을 향해 발걸음을 돌리는 와중에 뒤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는 도경수 친구. 이 사람들은 원래 가는 사람 붙잡는 게 취미인가 보다. 

 "저 이제 가야 되는데, 둘이 얘기 해야죠. 그러려고 온 거 아니었어요?" 

 그러려고 온 건 맞는데, 제가 지금 새로 만든 역사가 너무 많아서요. 물론 전부 흑역사로다가. 그래서 아마도 계속 있기가 힘들 것 같은데.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자리를 뜨고 도경수에게 인사를 하는 친구의 모습에 난 그 모든 말들을 눌러담고, 어색하게 도경수 옆에 가서 앉았다. 마지막 흑역사는, 자연스럽게 둘러져 오는 도경수의 팔에 흠칫 하고 놀랐던 나의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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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진짜 작가님 글 분위기 사랑합니다♥♥♥ 알람울린거보고왔어요!!!! 경수옆에있던친구는누굴지....왠지 세훈이같을거같고 ㅋㅋㅋ 마지막에 어깨동무라니 ㅠㅠㅠㅠ↖(^o^)↗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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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작가님 문체 제꺼♥ 분위기도 그렇고 되게 유치하거나 안그러고 .. 그냥 좋다고요♥ 암호닉 받는 날이 오길 바라며!!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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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경수친구가 누굴까요ㅎㅎ백현이좋으면서 싫은척...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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