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후
면아, 준면아. 누구지, 나를 애타게 부르는 사람이. 흐릿하게 누군가가 보였다. 어머니…? 저 멀리 어머니가 이리 오라 살갑게 웃으며 손짓 하고 있었다. 어머니 가지 마세요. 같이 가요 어머니! 준면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흐릿해져만 갔다. 손에 잡힐듯하다가도 저 멀리, 꼭 닿을 수 없다는 듯 그렇게. 준면은 온 힘을 다해 달음박질하였다. 보고 싶었다고, 왜 그렇게 갔느냐고 묻고 싶었고 어리광 피우고 싶었다. 힘들었어요. 어머니. 준면이 팔을 뻗어 앞서 가는 준면의 어미의 팔을 부여잡았다. 숨이 차 허리를 수그려 숨을 고르길 잠시, 고개를 들어 어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투명한 맑은 눈물이 아닌 피눈물을. 피눈물은 비릿내를 풍기며 순식간에 어미의 몸 전체를 덮어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피범벅이 되었다. 크헉 외마디의 비명을 지르며 준면이 눈을 떴다. 꿈이다. 그것도 아주 기괴망측한 꿈. 악몽의 여운이 아직 가시질 않는지 준면은 가쁜 숨을 헐떡이며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어마마마. 어찌하여 훙거(薨去)하여서도 그리 무정(無情)하십니까.
홍화 녹엽
紅花綠葉
잠에서 깬 준면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불을 움켜쥐었다. 어미의 흉측한 형상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어찌하여 꿈에 나타나신 겝니까 어마마마. 준면은 제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었다. 어느새 경수가 준면의 외마디 비명을 들은 것인지 문 앞에 서서 준면을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었다.
"잠자리가 좋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차를 내어 올까요."
"아니다. 되었다. 밖에 들은 이가 또 있느냐."
"아니옵니다. 소신(小臣)밖에 없었사옵니다."
하, 짧게 한숨을 내쉰 준면이 헝클어진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정리했다. 요즈음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또 꿈속으로 찾아오셨다. 그날의 그 모습을 한 채. 잊으려하나 잊을 수 없는 그날. 준면은 계속하여 생각이 나자 헛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눈을 질끈 감아봐도 눈앞에 아른거렸다. 잠시 쉬고 싶었다. 아침 조회는 미루기로 하지. 준면이 경수에게 명하였다. 경수가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큰 눈을 굴리며 준면의 눈치만 볼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경수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저 큰 눈을 요리조리 굴리며 준면의 눈치를 보곤 했다. 그것을 알아챈 준면이 왜, 또, 뭐 하고 쏘아붙이자 그는 그의 특유한 눈빛으로 준면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소서.
천룡국 황제. 천왕제의 친위대 진영. 입궁한 지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오늘은 아침 조회가 미루어졌다. 영문은 모르겠으나 어쨌든 오랜만에 느긋한 아침을 보내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오범의 침소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정말 온종일 같이 있다 보면 귀가 얼얼할 정도로 말이 많은 둘. 찬열, 백현이었다. 둘은 또 투닥거리며 서로 먼저 방문을 열겠다고 별것도 아닌 일로 목소리 높여 말다툼하며 들어왔다.
“아침부터 시끄럽게 이게 웬 난리들이야.”
“글쎄 그게 대장! 우리는 언제 임무 맡습니까?”
"내 말이 그 말 입니다. 대장! 왜 우리는 임무에서 배제하신 겁니까?"
백현의 날카로운 음성이 귀에 꽂히자마자 묵직하고 굵은 찬열의 목소리가 연달아 꽂혀왔다. 시끄러웠다. 무엇보다 정신없어. 오범은 백현과 찬열에게 차례로 꿀밤을 먹였다. 너희는 너무 시끄러워. 만약 황제 폐하의 심기라도 건드리면 어쩌려고. 오범의 말에 백현과 찬열은 입맛을 쩝쩝 다시며 머리를 긁적였다. 행동거지가 마치 쌍둥이 같았다. 서안(書案)에 책을 펼치며 오범은 이내 백현과 찬열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만 나가, 나 좀 쉬게.
오범의 침소에서 나온 백현과 찬열은 황제 폐하의 용안을 본 적이 없었다. 닷새 전 정전에서 한번 그것이 끝이었다. 용안이 궁금하였지만 볼 수가 없었다. 원래 용안을 함부로 보면 안 되는 것이기에. 하지만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을 가진 찬열이 아닌가. 궁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황제 폐하의 용안은 무척이나 고왔다고 한다. 사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한번 눈을 마주치면 그 눈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고 한다.그리고 무섭도록 차갑다고.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백현은 찬열의 호기심이 도진 것을 느꼈는지 딱 잘라 말했다.
"안 돼"
"아 왜! 우리 몰래 보러 가자, 응?"
"안된다고 했어. 그래 보러 간다 치자, 어디로 보러 갈 건데?"
"어? 음, 들은 게 있긴 한데."
찬열이 뜸을 들이자 내심 궁금했던 모양인지 백현이 찬열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폐하가 황룡 전과 태자 전 사이의 교각(橋閣)에서 자시(子時)에 자주 서 계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거기서 숨어서 볼까? 찬열의 말에 어느새 백현의 눈동자는 빛이 나고 있다. 찬열의 꼬임에 넘어간 백현은 애써 자신을 다독였다. 뭐 어때, 용안만 살짝 보고 돌아오는 거야.
"분명 지나갈 터인데…."
"아휴, 이 화상아 내 그럴 줄 알았다."
"아닌데, 분명 여기서 오랫동안 머물다 가신다고 했어."
찬열과 백현의 짜그락거림에 한 사내가 귀찮다는 듯이 귀를 후볐다. 뭐야, 나 갈래. 사내가 등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백현이 찰지게 등을 후렸다.
"야 오세훈! 어디가 들키면 어쩌려고"
"뭘 들켜, 나 갈래 이거 놔."
"너도 궁금하잖아. 우린 한 배를 탄 거나 다름없어."
"애초에 궁금하지도 않았고 보고 싶으면 황룡전으로 가서 보면 되잖아."
백현과 세훈의 대화를 듣고 있던 찬열이 별안간 손뼉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 모습에 백현은 의아한 얼굴로 찬열을 쳐다보았고 찬열은 음흉하게 웃었다.
"우리가 누구야 친위대잖아. 황룡전을 지키는 부대가 누구야. 친위대잖아."
백현의 눈이 번뜩였다. 그래, 우리가 황룡 전을 지키는 친위대인 마냥 그 앞에 있으면 된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씩 웃는 그들이었다. 옆에 있는 세훈은 마땅찮아 보였지만 만약 그들을 거절하고 홀로 빠져나간다면 닥쳐올 후폭풍을 알았기에 그저 그들이 하는 대로 이끌려 줄뿐이다.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니까.
행동을 실천하여 황룡전에 드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녔다. 하지만 천열이 변소에 가고 싶다 하는 바람에 조금 지체되었다. 너무 늦어 폐하께서 벌써 침소에 들진 않았으려나 하며 황룡 전에 들었다. 아뿔싸, 이미 늦은 것일까, 황룡 전은 이미 불이 꺼져있었다. 백현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처마에서 인영(印影)이 느껴졌다. 그것은 백현만이 느낀 것이 아닐터. 세훈은 이미 황룡 전 안으로 들어간 듯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백현이 검을 빼 들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아니, 더 있다. 찬열이 등에서 활을 뽑았다. 평소 단거리에 능한 백현과 장거리에 능란한 찬열은 죽이 척척 맞아 짝을 이뤄 싸워왔다. 찬열이 순식간에 활을 당겨 화살을 쏘자 지붕 위에 있던 자객 하나가 뚝 떨어졌다.
"안은 이미 세훈이가 맡은 듯해."
찬열의 엄호를 맡아 달려드는 자객을 하나, 둘 베어 가며 백현이 말하였다.
"그래, 오랜만에 실력 발휘 한번 해보자고."
황룡전에 들기 전 교각을 넘을 때부터 이미 느낌이 좋지 않았다. 쥐새끼가 든 것이 틀림없다. 세훈은 얼마 전 오범을 따라 황룡전에 왔다가 보았던 개구멍이 생각났다. 누가, 왜 뚫어 놨는지는 모르겠지만 세훈은 그곳으로 들어가 곧장 황룡전 뒤편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침입하기 전이다. 세훈은 곧장 준면의 곁으로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준면이 입을 떼려는 순간 세훈의 손에 의해 저지되었다. 놀란 준면이 바동거리자 세훈이 입에 검지를 대며 쉿, 하였다. 어둠에 익숙해진 것인지 서서히 준면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놀란 토끼 마냥 눈이 커져선 저를 바라보고 있다.
"폐하 친위대대원 오세훈(吳世勳)이라 하옵니다. 자객이 든 것 같사오니 잠시 숨을 죽여 주시옵소서."
세훈의 말에 준면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세훈은 준면의 입에서 손을 떼어내고 칼을 뽑아들었다. 밖에서 백현과 찬열이 막아 주겠지만 황룡전 내부로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준면은 세훈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대원이다. 왜 낯설지 않은 것이지? 전에 본적이 있는듯하다. 그의 뒷모습이. 그의 내음이.
암호닉 추가요~
세륜세준
더비시
콜팝
구름
루
아바타
쀼쮸쀼
저번에 하신 분들은 안적었습니다!
조금 오래 걸린것 같죠! 제가 구상한 스토리가 조금 바뀌는 바람에...;;
금손이라고 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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