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편을 들고왔답니다
ㅅ사실 고백하자면 김종대와 남자들은 뭐랄까 시즌 1가튼 존재인거죠
본스토리가 나타나기전에 대충 이런 아이들이 있다~ 하는 식의 캐릭터소개글???
그래서 그냥 후루룩 읽어주세요 내용을 곱씹으면서 읽지마시고 ㅎㅎㅎ
03
이 동네는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다는 성씨중 하나인 박씨집안 사람이 딱 한 집 있다. 그게 바로 박찬열네 집이다. 박찬열은 올해로 25살 된 청년이다. 얼굴이 잘생겨서 소싯적부터 동네에서 유명했지만 대학을 사수해서도 못가고, 어릴 적 허리를 다쳐 군대도 못가, 젊은 날을 동네에서 알바하며 동네사람들사이에서 얼간이로 등극한 것이 올해 겨울이다.
박찬열은 이동네의 다닥다닥 붙어있는 다세대 주택에 살았는데, 엄마가 집주인이라 편하게 살았다. 집의 1,2층은 세를 주고 3층은 엄마아버지가 살고있으며, 옥탑방은 찬열의 차지였다. 장동건같은 배우가 꿈인 찬열은 성실한 연습만이 살길이라 생각해왔다. 그래서 아침6시만 되면 옥탑방에서 고양이세수를 한 번 하고 옥상으로 나와 큰 소리로 대본연습을 했다. 오디션에 붙은 적은 없지만 대본만 산더미처럼 구해와 동네가 울리도록 연습하는게 일상이었다. 그러다보면 등교하는 동네 고딩들이랑 인사도 한 번 하고, 지나가는 김종인한테 욕도 좀 먹고, 뭐 그러다가 사랑하는 종대형아를 만나는 법이었다.
박찬열은 종대보다 세 살 어렸는데, 이 작은 동네에서 그 해에는 찬열 외에 다른 아기가 태어나지 않았다. 종대는 제가 만으로 세 살이 조금 넘었을때 태어난 이 갓난이를 꽤 좋아했다. 엄마랑 이모들이 하는 양 따라서 찬열을 포대기로 업고 다니기도 좋아했다. 동네 아줌마들은 그런 종대를 보며 꼬추 떨어지겠다고 까르르 웃어댔다. 뭐 그러다 넘어지기도 일수였지만! 딱히 종대가 업어키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종대의 귀여움을 듬뿍 받은 찬열은 자연스러운 수순인 양 종대를 졸졸 따라다니는 무리에 포함되었다. 종대는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찬열이 어릴적마냥 잘생긴데다 저녀석은 나중에 커서 뭐라도 될 것 같아 꽤 잘해주었다. 하지만 찬열이 대학도 여러번 떨어지고 뭐랄까... 동네의 지박령같은 찌질이가 되어가니 종대는 찬열을 더 이상 예전처럼 예뻐해주지 않았다.
찬열이 배우가 되지 못한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일단 찬열은 자기가 잘생겼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았다. 둘째로는 잘생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다시말해 연기를 못했다. 배우는 잘생기기만 하면 되는줄 알았고 연기는 그냥 대본을 잘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셋째로는 백마탄 왕자를 기다렸다. 찬열이 게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백마탄 왕자마냥 자기를 알아보고 데뷔시켜줄 누군가가 있을거라고 굳게 믿었다. 밑에서부터 시작해 무명의 시절을 거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찬열은 먼저 문을 두드릴 줄 모르는 어린애였다.
종대는 찬열을 더 이상 귀여워해주지 않았지만 다시 동네로 들어와 살게되며 찬열의 옥탑방은 꽤 자주 찾아갔다. 찬열이 옥상에서 키우는 리트리버 너구리 때문이었다. 너구리는 찬열이 입양한 것은 아니고, 사실 친구한테 떠밀려 얻은 개였다. 이 동네에 살던 찬열의 절친 민혁이네 가족이 민혁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다같이 이민을 가면서 맡긴 셈이다. 너구리는 만으로 세살이 된 리트리버였다.
찬열이 막 키우게 된 당시에는 4개월 정도 되서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찬열도 너구리를 바깥이 아닌 집 안에서 키웠다. 한참 게임을 하고 있으면 너구리는 찬열이 앉아있는 의자 뒤로 몸을 비집고 들어와 애교를 부렸다. 찬열은 그런 너구리를 점점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너구리는 그렇게 귀여울 당시인 3개월즈음에 웬만한 강아지들의 성견 사이즈였고, 다시말해 점점 몸집을 키우던 너구리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비집고 올라간 의자 위에서 찬열을 의자에서 밀어내는 크기가 되었다. 또한 너구리의 몸집만 커진 것이 아니라 응아도 사람똥마냥 커졌기에 더이상 집안에서 키우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찬열은 결심하고 너구리를 옥상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너구리는 옥상 생활을 즐겼다. 넓은 옥상을 우아한 자세로 뛰어다니면 보고있는 찬열도 마음이 뿌듯했다.
사실 종대가 너구리의 존재를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찬열이 막 너구리를 떠안은 그 당시 종대는 대학 다니느라 동네에 눌러붙어있지 않았고, 또 너구리를 찬열이 맡았다는게 딱히 동네의 이슈거리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종대가 미자문방구 때문에 동네에 돌아와서야 너구리를 데리고 산책하는 찬열을 보고 자초지종을 알게 된 것이다. 심심한 동네에 그나마 맘에드는 너구리가 생겨 종대는 기뻤다.
얼마 못 종대는 너구리와 절친이 되었다. 너구리는 제 주인 찬열보다도 종대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그 이유는 종대가 심심찮게 비싼 간식을 사다 바쳤기 때문이다. 종대는 가끔 너구리랑 놀고 싶을때면 동네에서 땡땡이치는 고삐리 오세훈을 시켜 문방구를 보게 하고 찬열의 옥상에 놀러갔다. 주로 (상대하고 싶지 않은 애기들만 가득한) 초등학교 하교시간에. 종대는 항상 제 집 드나들듯 당당하고 자연스럽고 너무 당연한 듯이 찬열의 옥상을 다녔다. 찬열은 그런 종대가 좋았다. 마치 제 마누라 같다며 마음속으로 상상하면서. 그래서 종대를 마음속으로 몰래 너구리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찬열은 종대에게 빠져있는 너구리 아빠다. 그 이상도 이하도 뭣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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