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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93
언젠가부터 너와 대화하는 새벽이 익숙해졌을 때부터 너는 나를 앉혀 두고 아주 긴 이야기를 했다. 어릴 때 가족들과 놀러 갔던 경험과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며 친구들과 쌓은 추억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대를 서면서 생각했던 것들이나 앨범 준비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들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남다른 주제를 꺼내는 너였다. 

 

“만약, 내가 죽으면.” 

“...” 

“다른 사람들 다 운다고 쳐도 너는 절대 울면 안 돼.” 

“나 산타 안 믿어.” 

“빨리 약속해 줘.” 

 

너의 손이 나의 손과 크기가 많이 난다는 것도 그 때 불현듯 알게 되었던 거 같다. 나는 왠지 모르게 약속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새끼 손가락을 걸고 네가 도장까지 할 거라고 엄지 손가락을 꾹 밀었을 때 마저도 미소가 새어 나왔다. 넌 고맙다, 라고 했다. 무엇이, 어떤 이유 때문에 고마운 건지는 물어 보지 않은 탓에 알 수가 없었지만. 나 스스로도 너에게 물어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래서 나, 사랑한단 말은 함부로 안 하려고 해.” 

“정말 사랑하면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 

“그래! 없다고 쳐.” 

 

내 고집에 네가 웃으면서 져 주었다. 나는 분명 사랑한다고 생각해서 표현하고 티를 냈는데, 상대방은 확신이 없고 불안해서 그 말을 들었지만 듣지 않은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그것만큼 슬픈 일이 없다면서 사랑한다는 말은 함부로 안할 거라는 너의 말. 사랑이라는 이름 하나에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고 그게 무섭다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하지만 진심으로 마음이 닿는 사람이라면 나도 모르게 사랑한다고 표현할 거 같은데, 티를 낼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 

 

“왜?” 

“뭐가?” 

“니가 나 빤히 봤잖아.” 

 

어떤 관점에서 계산하고 무게를 재는 일이 있다면 그건 그 자체로 가식이 되어 버리는 거잖아. 그래서 난 사랑한다고 생각이 든다면 사랑한다고 얘기할래, 주저하지 않을래.  

 

“...귀여워서 봤어.” 

 

너의 까맣고 얇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릴 때, 내가 구워 준 고기를 천천히, 하지만 입에 가득 넣어서 많이 먹는 너를 볼 때, 감수성이 짙어서 팬들이 써 준 편지 한 장을 읽고서 이미 울고 있으면서도 울 거 같아서 더는 못 읽겠다고 고개를 젓는 너를 볼 때도, 흰 양말이랑 검은 양말의 차이점에 대해 나에게 진지하게 설명할 때도 너는 귀여운 애인 것이 느껴지는 것처럼. 

 

“알아. 나도.” 

 

귀엽다고 생각이 든다면 귀여워해 줄 거야. 

 

 

 

 

파장이 크다고 생각했어. 네가 새로 사 놓고 입지 않은 옷들도 아직 옷장에 많고, 못다 만든 양초 준비물도 다 봉투 안에 들어 있는데, 소중한 인연과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 여러 개도 책상 위에 놓여 있는데. 가족 분들한테 보내 줘야 하니까 정리해 달라는 말 듣고 어쩔 수 없이 옷걸이에서 하나하나 옷을 빼고, 봉투랑 액자를 상자 안에 넣는데, 그러면서도 손이 부들부들 떨렸어. 사실 아직 실감이 안 나. 두 번 다시 그 웃음소리 못 듣는 거지?  

 

“형, 나 못 하겠어.” 

“...”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사람이? 너무 잔인... 아니... 난...” 

“내가 마저 할게. 나가 봐.” 

“...형, 차라리 슬프다고 해 주면 안 돼? 형은 몰랐어? 그렇게, 그렇게 되기까지...” 

 

어떻게 나라고 알았겠어. 알고 싶을 수 있었다면 알고 싶어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인데. 학연아. 네가 너 죽을 때 나는 절대 울지 말라고 했던 그 말이 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 참 많아. 지금처럼 이렇게 너의 흔적들이 가득한 방 안을 보고 있자니 더 그래.  

 

“...학연아.” 

 

왜 먼저 간 거야? 꿈이 그렇게 많던 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앞으로 이십 년은 더 무대에 서고 싶다면서, 더 큰 무대에 내가 지금 숨쉬고 있다는 걸 증명 받고 싶다면서, 나에겐 이미 하늘이 주신 소중한 동생들이 있으니까 곧 죽는다고 해도 약을 먹어서라도, 엄한 주사를 맞고서라도 기운을 내서 일어설 거라면서. 

 

“미안해. 나 너랑 했던 약속. 못... 지키겠어.” 

 

그리고 더 소중한 친구를 만나게 된 건 죽어서도 잊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잊지 않으려던 감정을 보다 일찍 느끼고 싶어서 간 거야? 이 방법 말고도 느낄 수 있게 해 줄 자신 있는데. 나도 너 따라 가면 되는 거지? 그럼 정말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 주는 거지? 

 

“택운이 형, 정리... 형! ...형!!” 

 

난 이미 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오르는 감정 하나에 복받쳐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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