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현아, 나 유학가. "
" …결국 그렇게 결정하신거에요?"
카페의 배경음악마저도 들리지 않아. 내 앞에서 레몬에이드잔을 매만지는 네모습만 보여. 김희철, 나 봐. 나 봐주세요. 최승현 좀 봐줘요.형.
희철의 손이 승현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며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승현을 올려다 보았다. 승현은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체 희철의 손을 바라보기만 하였다.모든 시간이 멈춘 듯 승현은 희철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떼내어 제 뒷머리를 마구 흐트러버렸다. 왠일로 먼저 데이트신청을 한 희철이 너무나도 반가워 평소보다 더 옷에 신경을 쓰고 머리에 힘을 주었는데 돌아오는것은 희철의 유학길을 통보하는것이였다. 그것은 이별통보와 같았으리라. 승현은 희철의 손을 다시 제 손으로 잡지 못 했다. 희철은 분명 소리없이 눈물을 뜩뚝 흘려내었다. 가지 않으면 안되냐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일방적인 이별통보라 생각하며 승현은 희철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 하고 그대로 카페를 나가버렸다. 카페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그런 희철과 승현을 번갈아보다 다시 제 각각의 이야기로 수다를 이어나갔다. 희철은 고개를 들어 승현이 앉아있던 맞은편에 의자로 시선을 고정하였다. 금방 냉기가 가라앉은것만 같은 승현이 앉았던 의자로 걸어가 그 자리에 앉아 탁자에 팔을 괴고 그 팔 사이로 이마를 들이밀어 두 눈을 내려감았다. 떠나보냈다. 승현아 안녕.
[빅뱅슈주/최승현김희철] 벗어날수 없는
그러니까 최승현을 처음 본것은 아마도 고2때였지싶다. 중3이였던 녀석은 자신의 덩치에 맞지않게 애교도 피워대며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친구인 박정수 녀석은 저가 더 신이 나서는 최승현의 편을 들어주며 나와 녀석이 가까워지기를 바라게 하였던것같다. 그리고 내가 막 고3에 올라갈 때 녀석은 내게 고백을 했다. 나와 같은 교복을 입고 비록 명찰색은 달랐지만 키로 보아서는 녀석과 나는 친구라 해도 믿을정도였다. 녀석은 내가 학원을 마치고 오는 길에 그 가로수길에서 분홍색 장미와 한손에는 내가 지독하게 싫어하는 담배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할 수도 그렇다고 물러서지도 않고 나는 녀석을 먼발치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던 녀석이 담배개비를 바닥에 막 던지려던 찰나 나와 눈이 마주쳤고 녀석은 환히 웃으며 담배불을 지져끄고 내게 걸어왔다. 나는 그런 녀석에게 더욱 더 다가가 입술위로 내 입술위로 겹쳤다. 녀석은 놀란 기색이 보였지만 곧 능숙하게 혀를 비꼬며 내 혀를 한껏 유린하며 녀석은 엉거주춤한 내 허리를 끌어안고 그렇게 키스를 해나갔다. 그 후 나는 녀석에게 이렇게 짖궂게 말했다.
" 좋아, 사귀어보자."
그리고 녀석에게 받은 분홍색의 장미를 받아들고 나는 아무도 없는 우리집에 녀석을 초대했다. 교복을 같이 벗고 같이 씻고 그날 밤 우리는 내 좁은 싱글침대에서 잤다. 난 녀석의 것이되었다. 그리고 녀석은 내 것이 되었다. 그 날 이후 박정수는 우리 사이가 더욱 더 긴밀해진것을 눈치채고 한턱쏴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하였지만 돈이 궁했던 나와는 다르게 녀석은 드라마나 소설속에서 나오는 제벌3세였다.-나중에는 우스개 소리로 자신이 경주 최씨 후손이라는 소리도 했다.- 녀석의 후한 인심으로 인해 박정수는 잘 먹었다며 우리집 거실 쇼파에서 나뒹구르며 배를 팡팡 두드리더니 곧 잠이 들었고 그날 밤 다시 녀석과 잤다. 다음날은 비가 와서인지 허리가 평소보다 아팠고 박정수는 순진한 얼굴로 우리에게 싸웠냐며 추궁을 해왔다. 아니, 우리 싸운게 아니라 떡쳤어. 그래,SEX.
고3 한참 수능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있을 때 녀석의 얼굴도 볼 수가 없었다. 들리는 소문은 녀석에게 의붓동생이 생겼는데 그 동생이 몸이 약해서 부모님을 대신해서 그 동생을 돌보느라고 학교도 휴학을 낸 상태라고 하였다. 내심 녀석의 얼굴이 보고도 싶었다. 사실 녀석은 2주전만 해도 나와 통화를 하고 문자도 주고 받고 메신저도 서로 주고 받았다. 하지만 수능이 이제 막 일주일 남았을 때 녀석에게 연락이 끊겨버렸다. 집전화를 하여도 녀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휴대폰에는 온통 녀석의 번호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무슨일이 생긴것이 아닌가싶어 나는 꾀병을 부려 야간자율학습을 끝마치고 녀석의 집으로 향하던 중 녀석을 보았다. 입밖으로 녀석의 이름이 나오려 할 때 왠 남자얘가 녀석의 등에 업히는것을 보게 되었다. 잠시 공황상태가 온것같아 그 자리에서 녀석을 바라보았고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 권지용, 사랑한다, 사랑해."
" …아이참, 형 나도 형 사랑해요."
" 그래, 우리 둘이서 만년이고 천만년이고 같이 살자."
아니라고 부정을 하고 있는데 녀석의 입밖에서 나온 소리는 뜻밖이였다. 나중에 알고보았더니 녀석은 우리 학교와 조금 떨어진 상업고에서 그 권지용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었고 녀석은 나라는 존재를 마치 아침에 잠깐 왔다가 사라지는 서리와 같이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원인모를병을 앓게 되었고 공교롭게도 수능치는 그 날 아침에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녀석이 나를 보며 걱정섞인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두 눈에 그 권지용이라는 놈이 보이는것 같아 나는 두 눈을 다시 도로 감아버렸다.
" …형,희철형. 희철아."
" ……나가줘."
" 오해야, 형 알ㅈ…"
" 내가 지금 인터넷 소설 속 주인공이야? 네 놀잇감에 놀아나는 그저 새끼고양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겠지! 그래서 네가 날 쉽게 보고 다른 ㄴ…"
마찰음이 들렸다.그리고 곧 화끈해지고 내 두눈에서는 눈물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 녀석은 자신도 놀랐는지 아무말도 못 하고 울음을 토해내는 내 어깨를 끌어안고 사과만 했다. 한참을 그렇게 울었는지 모른다. 녀석의 까만 두 눈에 내가 다시 보였다. 녀석의 까슬하고도 옅은 담배향이 내 콧가를 간지럽혔다. 녀석의 입술이 다시 내 입술을 포개왔고 난 녀석에게 내 모든것을 주었다. 또 자버렸다.
"내가 왜 김희철 못 버리는 줄 알아요?"
"……."
"여기저기서 꼬리치고 다니는게 발정난 고양이새끼같아서 말야."
지금 시간을 알 수도 지금 날씨가 어떠한지도 모르는 이 곳에 갇힌지 어느 덧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승현의 두 눈은 빛나고 있었지만 내 두 눈은 감겨져 있었다. 잠시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안될것같아 집중을 하려 고개를 드는순간 그의 차가운 손이 내 볼을 스쳐지나갔다. 따뜸한정도가 아닌 갈퀴로 얻어맞은듯한 그 느낌이였다.
"형, 오늘 날씨가 어떤 줄 알아요? 내가 좋아하는 봄비가 내려."
"…비와?"
"응, 비가 오는데 되게 슬프게 와. 주인님이 잃어버린 새끼 고양이를 몾 찾아서 흘린 눈물인가봐."
"…나 배고파."
"그럼 형이 좋아하는 김치볶음밥해줄까? 좋죠?"
"…응, 네가 만든거라면 모두 다."
옳지,착하다. 라며 내 머리를 쓸어넘겨주는 너의 그 차디찬 손의 느낌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리고 네가 나가는 그 순간 내 볼을 타고 흐르는 이 짠 눈물은 누구를 위한것일까. 한참을 지지고 볶는 소리가 들리고 곧 문이 열렸고 네 목소리와 함께 김치볶음밤냄새가 방을 감싸왔다. 식지도 않은 프라이팬을 그대로 바닥에 놓고 그저 푹 퍼 내 입안으로 김치볶음밥을 밀어넣는 너를 보며 내 가식의 웃음을 흘리자 뜨거워도 잘 먹는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몇번이나 입안이 헐고 다시 낫기를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너를 그렇게 잡아두지않는것인데. 그 일이 왜 그렇게 후회가 되었을까.
입천장이 다 벗겨지도록 식사를 성급하게 마치고서야 네가 나를 보며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 웃음은 남들이 보고있다면 다정하게 보인다지만 난 그 웃음이 누구보다 더 무섭고 경기가 일어날정도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 은수저를 보고있다 너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희철아, 오빠랑 오늘도 갈까?"
"으응…가자,…승현오빠."
어딜갈까, 너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것일까. 아무것도 없는 이 차가운 대리석바닥에서 나는 너와 함께 윤락을 즐기는 계집마냥 몸이 흔들리고 너는 내 이름을 고통스럽게 부른다. 그 고통이 귓가안으로 파고들다 못 해 내 뇌리를 꾹 누른다. 사랑한다고말을 해달라며 내게 그 독기어린 시선으로 요청을 하면 나는 결코 너를 사랑한다고 말 못해. 말 못해.
아침의 비가 조금씩 내리고 너는 다시 환히 웃으며 내게 다가와서 사랑한다고 말 하겠지. 미안하지만 오늘도 그게 마지막이야.
"희철아, 아침먹어야지.응?"
" …승현아."
" 왜 불러, 예쁜아?"
" …미안…해."
" 뭐가 미안ㅎ…희철…아?"
" 나도 살고싶어."
" 네…네,네가 날 어떻…컥…헙…윽."
희철의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고 승현의 복부를 파고든 과도에서는 승현의 독기만큼 검붉은 피가 흘러떨어졌다. 승현은 희철을 올려다보며 마지막까지 사랑한다며 희철을 끌어안았다. 희철은 그저 허한 표전으로 승현에게 안겨 눈물을 흘려내었다. 한때는 내가 너무 사랑했지만 이제는 사랑이 아니야. 벗어나고싶어. 승현의 초점이 흐릿하다 그리고 희철을 끌어안은 승현의 커다란 두 손에서 힘이 빠졌다.
내 모든것을 앗아가버렸다. 내 모든것을 빼앗아버린 너를 결코 용서할 수가 없었어. 널 벗어날수도 널 밀어낼수도 없었어. 하지만 지금 나는 너를 벗어났고 너를 밀어냈어.그리고 난 단 한번도 행복하지 않았어.
“희,…철아, 넌 나를 결코 벗어날 수…흡…없어.”
" good bye, my boy."
ㅡ
헐, 미안해요;_; 혹시라도 텍파 원하시는분 있ㅇ..있으신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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