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과 옆집과 옆집
[일명: 옆.옆.옆]
[00]
"그러니까 애송아. 빨리 너희 보스 모셔와라."
험상궂게 생긴 자가 제 앞에서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는 소년을 노려보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약 거래는 보스가 직접 한다길래 드디어 그 유명한 'B' 조직 보스 면상을 보나 했는데. 자신의 예상과 달리 골목길 안으로 발을 들여놓은 건 외모로 여러 여자를 울렸을 법하게 생긴 소년이었다.
"제가 보스예요."
게다가 사칭까지. 소년의 당당한 눈빛에 남자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 소년은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고나 있을까. 남자는 소년의 나쁜 짓을 단단히 고쳐주겠다는 결심을 내렸다. 나중에 나한테 고맙다고 머리를 숙일 거다. 남자는 일말의 경고도 주지 않은 체, 소년을 향해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렸다. 그러나 남자의 주먹은 소년의 곱상한 얼굴을 때리지 못했다.
"뭐, 뭐야!"
제 손보다 두 배로 큰 남자의 주먹을 빠르게 낚아채는 소년에 의해서 말이다. 남자는 자신의 주먹에서 느껴지는 소년의 악력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남자의 조직에서 자신은 보스 그다음으로 힘이 센 조직원이었다. 당연, 싸움 실력도 월등했다. 그런데... 이 애송이는 내 주먹을 한 손으로 가볍게... 남자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크게 움직였다.
"너."
"......"
"이 바닥으로 굴러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지."
"......"
반말을 찍찍 내뱉는 남자와 다르게 시종일관 존댓말을 사용하던 소년의 분위기가 단박에 뒤바뀌었다. 쯧. 갑자기 변한 분위기에 적응을 하지 못한 남자가 얼빠진 표정을 짓자 소년이 그런 남자를 시린 눈으로 바라보며 낮게 혀를 찼다. 곧 소년이 남자의 손을 옆으로 치우고 제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내가 이런 새끼들은 조직으로 들이지 말라고 그렇게 경고를 쳐 했는데. 하여튼, 좋게 씨불이면 말을 존나게 안 들어요."
"......"
"야, 니네 보스한테 전해. 너희 조직이랑 했던 계약은 파기라고."
",,,,,,"
소년이 손수건으로 제 손바닥을 꼼꼼하게 닦고 그것을 남자의 얼굴에 던지며 발걸음을 돌렸다.
"아, 맞다."
"......?"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가던 소년이 문득, 남자에게 할 말이 생각났는지 골목길 끝에서 걸음을 멈췄다. 소년의 기에 눌려서 꼼짝도 못 하고 있던 남자가 의아함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곧, 소년이 상큼하게 눈웃음을 날렸다.
"이제부터 잘 알아둬."
"......"
"내가 'B' 조직 보스, 박지민이다. 애송아."
-'B' 조직 보스. 박지민-
.
.
.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드넓은 공터에 시꺼먼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득실거렸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있다면 어수선할 법도 한데 공터 안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런 남자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 나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웬만한 여자들보다 하얀 피부에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젊은 남자였다. 그가 걸을 때마다 민트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한 올 한 올 흩날렸다.
"민윤기. 오랜만이다?"
"......"
감정이란 것이 담겨있지 않은 윤기의 눈동자가 제 이름을 부르는 남자에게 꽂혔다. 윤기와 정반대 편에 서 있는 남자. 살기가 가득 담긴 시선으로 보아 윤기와 적대관계인 조직인 게 분명했다. 남자가 가만히 서 있는 윤기를 보며 자신의 얼굴만큼이나 비열하게 웃어 재꼈다.
"항상 조직 안에서 숨어 사시던 분이 웬일로 이런 자리에 행차하셨대?"
"......"
"왜, 네가 아끼던 애새끼들이 완벽하게 발려서 돌아오니까 너도 똥줄이 타긴 했나 보지? 조직 중 탑 쓰리에 해당하는 'T' 조직도 별거 없구만, 이거!"
남자의 비아냥거림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윤기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윤기가 담배를 입에 물자 상대편 조직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음지의 소문 중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T' 조직 보스가 담배를 입에 무는 순간을 기점으로 담배의 불이 꺼지기까지. 상대편 조직 중 멀쩡하게 살아나온 사람이 없다는 음지의 소문 중 가장 무서운 소문이. 드디어 윤기의 얼굴에 미세한 표정 변화가 나타났다. 살짝 인상을 찌푸린 윤기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자 조직원 중 한 명이 서둘러 뛰쳐나와 그가 문 담배의 끝에 불을 붙였다. 그것이 시발점이 된 듯, 고요했던 공터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제발,"
"......"
"한번만 봐줘..."
남자는 제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불과 십 분도 체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을 뺀 모든 조직원이 바닥에 나뒹굴며 일어나지 않았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남자가 흙바닥에 납작 엎드려 동정을 구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윤기가 입안에 가득 머금은 연기를 허공에다 뿜어내며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꺼지지 않은 불씨를 발로 짓이겼다.
"그러게. 왜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
윤기가 천천히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머리를 힘주어 쓰다듬었다.
"자기가 미끼를 문지도 모르고 기고만장해져서 쪼개는 모습이란..."
"......"
공포로 잔뜩 잠긴 남자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간만에 좀 웃겼다."
"으, 으아아아악!"
음지의 소문은 사실이었다.
-'T' 조직 보스 민윤기-
.
.
.
"하이고오, 징그럽다. 징그러워."
호석이 서로 뒤엉켜 싸우는 남자들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새끼들은 맨날 발리면서 허구한 날 도전장을 보내더라? 호석은 깜깜한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광택 나는 선글라스를 얼굴에 착용했다. 누가 보면 또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호석은 이렇게 해서라도 시야를 차단하고 싶었다.
"형님, 이번에 새집으로 이사하신다고 들었는데 애들 불러다가 집들이라도 할까요?"
호석의 옆에 우직하니 서 있던 조직원이 그의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집들이? 선글라스에 가려진 호석의 눈이 집들이 생각으로 반짝거리다가 곧 사그라들었다. 자신이 이번에 이사 갈 집은 주택이 아닌 빌라였기 때문이다.
"아서라, 민원 들어온다."
우락부락한 애들이 우르르 몰려온다면 주민들이 놀라서 나자빠질지도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주택으로 이사할걸. 호석은 지난날 자신의 성급했던 선택을 후회했다. 호석이 이번에 빌라로 이사한 계기는 간단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그건 바로 호석이 즐겨보던 드라마 덕분이었다. 드라마의 제목은 두근두근 이웃집이었는데 여주가 이사를 간 빌라 옆집에 잘생긴 남주가 살고 있었고 서로 눈 맞아서 알콩달콩 사랑을 키우는 내용이었다. 항상 시커먼 남정네들 사이에서 피 튀기는 장면만 봐오던 호석에게 그 드라마는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랬기에 앞뒤 생각 안 하고 바로 이사를 강행했는데 이것 참,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호석은 자신의 쪽으로 날아오듯 엎어진 상대편 조직원을 유연한 몸짓으로 피하며 박수를 두어 번 쳤다. 난장판 속에서 저 작은 박수 소리를 어떻게 들은 건지 모두의 행동이 빠릿빠릿하게 멈췄다.
"이익, 정호석 너어...!"
"형님, 왜 자꾸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일으키는 겁니까? 형님이 자꾸 이러니까 내가 좀 피곤하잖아. 우리 이제 그만 봅시다. 응?"
자, 여기 코피도 닦고. 호석이 남자의 와이셔츠를 들어 올려 그의 코 주변을 우악스럽게 닦아냈다. 자신의 할 일을 다 마친 호석이 방긋 웃으며 남자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보스, 처리할까요?"
"됐어, 보내줘. 그래도 심심하지는 않았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나는 앞으로 내가 살 빌라나 구경하러 가볼까? 아, 그런데 왜 이렇게 어두워. 호석은 제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은 체, 발걸음을 옮겼다.
-'S' 조직 보스. 정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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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지민이 높낮이 없는 어조로 자신을 맞이하는 카페 직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지금 시각은 10시 50분. 지민의 시선이 잔뜩 불만 있어 보이는 직원의 얼굴을 한 번. 가게 앞에 떡하니 쓰여 있는 영업 시간표를 한 번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 이런, 11시에 문을 닫네. 급하게 들어오느라 저걸 못 봤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하나요."
본의 아니게 진상으로 찍힌 지민이 미안함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부드럽게 웃으며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주위에 편의점도 없고 불이 켜져 있는 카페는 여기 분이라서 들어왔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을 줄은 몰랐다. 지민은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단정하게 목까지 올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냈다. 오늘따라 지민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그 중, 이름도 모르는 어떤 조직은 정말로 작정했는지 지민을 끝까지 쫓아왔다. 불과 3분 전까지 말이다. 이러다가 화장실까지 쫓아 들어오겠네. 오늘 정국이가 내 옆에 없다는 건 어떻게 안 거야? 'B' 조직에서 거의 부 보스 격인 정국은 오늘 잔챙이들을 처리하러 부산에 갔다. B 조직만 알고 있는 극비였는데 다른 조직이 알고 있다는 건... 오랜만에 물갈이 좀 해야겠네. 지민이 허공에다가 조소를 날렸고 그런 그의 표정 변화를 앞에서 모두 지켜본 직원이 애잔한 눈빛으로 아메리카노를 만들어다. 카운터 앞에 서 있는 남자는 진상에다가 정신도 살짝 이상한 사람인 게 틀림없다.
원두를 갈아내리는 소리와 코끝에서 느껴지는 좋은 향기에 지민은 차차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아까는 정말로 죽을 뻔했다. 방심한 틈을 타서 칼을 날리는데 지민이 순발력 있게 피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목이 잘려나갔으리라.] 여유가 생기자 지민은 카페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잘 꾸며놨네. 마음에 들어. 먼지 하나 없어 보이는 심플한 내부가 지민의 마음에 쏙 들었다. 게다가 이 카페 직원... 시발.
"손님, 아메리카노오으아앍!!!"
큰 유리창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던 지민이 한 손으로 카운터를 짚고 앞으로 넘어왔다. 넘어가는 도중, 다 만든 아메리카노를 들고 뒤를 도는 직원과 거하게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저기, 죄송..."
"아이고! 내 허리! 내 뒤통수!"
"......"
직원에게 서둘러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려던 지민의 입이 굳게 닫혔다. 뚜껑이 열린 아메리카노가 지민의 셔츠를 적셔왔지만, 그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손님! 혹시 미치셨, 아니 머리가 아프세요?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에요?!"
"......"
지민의 사고회로를 멈춘 건, 유리창 너머로 각목을 들고 그를 미친 듯이 찾고 있는 남자들이 아니었다.
"손님, 손님!"
"......"
지금 제 밑에 깔려서 버둥거리고 있는 직원 때문이었다. 왜 어째서...
"아, 내 배. 저 숨 막혀 죽어요! 좀 나와보세요!"
"잠시만요."
"네?!"
"잠깐만. 잠깐만 이대로 기다려봐요."
지민이 천천히 직원의 볼을 제 손바닥으로 감쌌다. 왜 어째서, 그쪽은 괜찮은 거죠? 지민은 심각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때에는 멀쩡한 그였지만 사람과의 접촉을 극도로 혐오하는 그였다. 그런데 이 직원은 아무리 만져도 울렁거리는 느낌이 없었다. 지민의 쓰다듬는 손길에 직원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리고 얼마 뒤, 지민의 눈앞에 별이 보였다.
"미친, 이 새끼 이거! 머리만 이상한 줄 알았더니 변태 끼도 있네?!"
그의 복부를 냅다 발로 걷어찬 직원으로 인해서. 그때, 직원의 가슴께에 달린 금색 명찰이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김여주. 지민은 그녀의 이름을 여러 번 곱씹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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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내일부터 내가 살 곳이군."
호석은 유리문에 자신의 볼을 붙이며 빌라의 온 기운을 느꼈다. 두근두근, 빌라 라이프! 빌라에 사는 여성분들이 다 나한테 반하는 곤란한 상황이 오면 어쩌지?
"아, 진짜. 겁나 또라이였어."
"......"
"그 남자 때문에 옷도 다 버리고 완전 짜증 나. 경찰서에 신고하려다가 너무 정중하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길래 말았다. 아오, 씨."
"......"
혼자서 드라마 대본을 쓰며 흐뭇한 상상에 빠져있던 호석이 뒤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내가 그 사람한테 세탁비 물어달라고 하니까 나한테 뭐라는지 아냐? 자기 명함 주더니 옷 사줄 테니까 내가 편한 시간대에 꼭 연락 달래. 같이 백화점 가서 사주겠다고. 요즘 같은 신세대에 인터넷 뱅킹이 아니라 만나서 사주겠다니. 말이 돼?!"
"......"
어깨를 살짝 넘는 단발머리의 여자가 잔뜩 심통 난 표정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여자가 볼멘 목소리로 말을 내뱉을 때마다 그녀의 눈썹도 같이 씰룩거렸다. 그리고 호석의 심장도 그녀의 눈썹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지, 저 귀여운 생명체는? 한창 통화를 이어가던 여자가 호석의 시선을 느꼈는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곧 그녀의 눈이 당황으로 잔뜩 커졌다.
"어... 저, 잠시만. 내가 이따 다시 전화할게."
"......"
여자가 전화를 끊고 호석의 앞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혹시, 어디로 가세요?"
"네? 저요?"
"네!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여기 손잡으세요."
엄마야. 설마, 이 여자도 나를 보자마자 운명이라는 걸 느꼈나? 보기랑 다르게 엄청 불도저시네. 호석이 수줍게 웃으며 여자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여자는 호석의 손을 제 손등 위에다가 살포시 올려놨다. 호석의 눈동자에 의문이 떠올랐지만, 굳이 손을 고쳐잡지는 않았다. 허허, 요즘은 손을 이렇게 잡나 보네. 연애를 너무 오랫동안 안 해서 감을 잊어버렸어.
"큼큼, 그럼 저희 이제... 갈까요?"
"그래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세요!"
아이, 참. 내가 적극적인 여자를 좋아한다는 건 어떻게 아셨대? 호석이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제가 내일 여기로 이사 오거든요. 우리 집은 좀 가야..."
"잠시만요!!!"
아, 깜짝이야. 호석이 신나서 여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려는 그때, 그녀가 목청 높여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깜짝 놀란 호석이 말을 멈췄다. 곧 그녀가 호석의 손등을 다른 손으로 터치하더니 호석을 향해 말했다.
"여기 앞에 계단 있어요. 조심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되게 친절하시네요."
"아니에요. 당연한 일인걸요."
이게 당연한 일이었나? 뭔가 쎄한 기분이 들었지만 ,호석은 애써 무시했다. 그러나 여자의 과한 친절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코너를 꺾을 때, 사람이 골목길에서 튀어나올 때, 살짝 경사가 진 곳을 걸을 때도 그녀는 사방을 경계하며 호석을 이끌었다. 호석은 저의 옆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여자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내려다봤다.
"혹시..."
"저 궁금한 거 있는데, 왜 그런 곳에 혼자 계셨어요? 이 밤에 위험하잖아요."
"...네?"
잠시만, 이 밤에 위험해? 설마 이 여자... 나를... 그제야 호석은 자신이 얼굴에 착용한 선글라스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여자는 호석의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착각한 것이었다. 하긴 그럴 법도 했다. 야밤에 선글라스를 끼고 유리문을 더듬고 있었던 호석이었으니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여자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착각한 호석은 부끄러움에 연신 헛웃음을 터트렸다.
"자, 다 왔어요! 내일 빌라로 이사 오신다고 했죠? 불편한 점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세요. 저는 3층, 301호에 살아요."
황당함도 잠시뿐.
"저기, 이름이 뭐예요?"
"아, 김여주. 여주예요."
여주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뒷모습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던 호석이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방금 우리 집 앞에서 돌아간 여자분, 뒤에서 안전하게 모셔다드려라. 몰래 움직여야 해. 알겠냐?"
호석은 여자의 고운 마음씨에 녹다운 되어 완벽히 사랑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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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재미있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무슨 소식."
"'B' 조직 보스와 'S' 조직 보스가 일반인들이 사는 빌라로 집을 옮겼다는 소식이요."
"그래서."
"그래서 그 소식을 듣자마자 보스의 집을 옮겼습니다."
"...뭐?"
소파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윤기의 눈이 번쩍 떠졌다. 윤기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잡혔다.
"옮겼다고요. 민윤기 네 집을."
"아, 왜 마음대로 집을 옮겨. 다시 원상태로 돌려놔."
"그렇게 못 해. 이미 네 원래 집은 팔렸거든."
"시발."
윤기가 답답함에 탁자에 손을 뻗어 담뱃갑을 집으려고 했다. 물론, 그의 행동은 석진의 손에 의해서 막혔다.
"좋게 생각해. 우리한테는 좋은 기회잖아. 둘 다 한꺼번에 감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
"......"
"응?"
석진의 미소에 윤기가 제 머리를 헤집으며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았다. 어차피 자신에게 결정권은 없었다. 집도 팔리고 석진이 저렇게 나오면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윤기는 보스의 권한으로 석진을 말릴 수 있지만 그를 말리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귀찮아. 윤기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석진의 결정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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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세엣. 내 옆집과 옆집. 또 옆집. 총 세 집이 동시에 이사를 왔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나는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입 베어 물으며 열심히 짐을 옮기는 아저씨들을 바라봤다. 물건으로 취향이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맞는 것 같아. 내 옆집에 사는 사람은 짐이 별로 없었다. 아니, 짐이랄 것도 없다. 침대 하나였으니. 엄청 귀차니즘이 심한 사람인가 봐. 아니면 잠이 많나? 뭔, 짐이 침대 하나야? 그리고 그 옆집은 심플함의 극치였다. 모든 물건의 색이 검정 아니면 흰색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옆집. 이 집의 사람은 상당히... 밝은 사람인가보다. 빨강, 파랑, 초록. 휘황찬란한 색의 물건들이 내 눈앞을 어지럽혔다. 옆집들의 짐을 구경하며 앞으로 이사 올 사람들의 성향을 간단하게 파악한 나는 입에 물고 있던 막대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참, 신기해."
정말로 신기한 일이야.
-'star' 카페 직원. 김여주-
[작가 주저리]
여러분... 4번이 제일 추천 많은 거 실화입니까? 역시 역하렘이 최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쓰는 작가는 죽어난다 켁켁...
그리고 글이 생각보다 제 마음에 들게 안나왔어요... 시무룩...
노잼이자나아아아아아ㅏ앙!!!!!!!
그래도 씁니다.
저는 꿋꿋한 작가니까요.
재미없어도 쓴다!!!!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온 게 1번이랑 2번인데 1번 2번도 프롤만 짧게 쓰고 여러분 반응 볼 거에요.
그리고 옆.옆.옆과 1번 2번 중 뭐로 연재할지 결정할 겁니다!!
텍파는 지금 수정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고칠게 많네요....^^
이런 글을 어떻게 참고 읽으셨대...
우리 독자님들 대단하심... 그뤠잇 그뤠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