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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여름

































충청남도의 작은 마을, 유일한 고등학교. 학년별로 교실은 1반, 아니면 2반. 흙먼지가 옅게 날리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2학년 교실이 있는 3층을 들여다보면 교복을 펄럭대며 여름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학생들이 보인다. 6월의 낮. 창문을 활짝 열어놓아도, 교실에 있는 단 두 개의 선풍기로는 사춘기 학생들의 더위를 죽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떠드는 학생이 없는 교실 안을, 탈탈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와 매미소리가 가득 채운다. 학생들 사이, 창가 쪽에서 제일 먼 복도 쪽 세 번째 자리에 앉은 여주는 가방에서 문제집을 꺼내 책상에 올려놓는다. 막 문제를 풀려는 찰나, 교실에 들어온 담임선생님 그리고 함께 들어오는 남학생 한 명에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인다.






"누가 보면 콩나물들인 줄 알겠다. 덥다고 늘어져있지만 말고."


"네-"


"전학생도 왔으니까. 인사해라."


".. 전정국입니다."





정국의 찰랑거리는 진갈색 머리가 땀에 살짝 젖어있다. 호기심 가득한 30명의 눈빛을 받아내며, 어색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낯가리는 성격을 보여주는 듯했다. 반 아이들의 박수소리에 머쓱한 듯 손으로 머리를 한번 헝클이듯 매만진다. 빈자리에 가서 앉으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자리로 가 앉는다. 교탁 정면 책상 중, 맨 뒤 자리. 정국은 옆에 앉은 남학생의 인사에도 어정쩡하게 고개만 끄덕인다. 그런 정국을 잠시 쳐다보다, 담임선생님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는 여주.





"반장이니까 정국이 좀 잘 챙겨주고."


"..네."


"그래. 수업 졸지 말고 잘 들어라-"





김빠진 목소리로 대답하고 다시 축 늘어지는 반 아이들. 몇몇은 정국에게 호기심을 표하며 주위를 둘러싼다. 여주는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는 걸 보다, 정국을 다시 바라보았다. 여러 학생들 틈으로, 정국도 여주를 보았다. 마주친 시선은 잠시 동안 이어지다 먼저 고개를 돌린 여주에 의해 끊어졌다. 다시 샤프를 쥐고 문제를 풀어나갔다. 자꾸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에 손목에 끼고 있던 끈으로 머리를 높게 올려 묶으니, 땀 때문에 끈적거리던 목덜미가 선풍기가 만든 바람과 만나 조금 시원해졌다. 일 교시 종이 치고, 앞문으로 들어오던 학생 한 명의 에어컨 틀었다! 하는 외침에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교실의 창문과 문을 야무지게 닫는다. 잠시나마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에 들떠있던 아이들은, 1교시 담당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를 찾아 앉는다.



























"..."





전학 온 지 일주일이 된 정국에게 학교를 소개해주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있어 여주와 정국은 단둘이, 학교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코딱지만 한 학교에 알려줄 게 뭐가 있다고. 속으로 꿍을 댔지만 밖으로 내비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국은 항상 주위에 친구가 있어 여주와 막상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 그 사실을 뒷받침해주기라도 하듯 둘 사이에 어색함이 흐른다. 여주는 제일 꼭대기 층으로 정국보다 조금 앞서 계단을 올랐다. 한 층 정도 올랐을까, 잠자코 뒤에서 따라오던 정국이 고개를 바닥에 고정하곤 여주를 앞질러 오른다. 갑자기 왜 저러지. 영문을 모르는 여주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쳐다보자, 좀 더 위에서 내려다보던 정국이 작게 말한다.




"..치마. 보일 것 같아서."


"..아."





민망해졌다. 교복 치마가 주름치마라, 가까이 서서 먼저 계단을 오르면 혹시나 속이 보일 수도 있었다. 여주는 이제서야 아까부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정국이 이해가 됐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져 정국에게 먼저 올라가라 한 후, 손부채질을 하며 계단을 올랐다. 학교는 5층짜리 건물과 강당이 전부였다. 5층으로 올라간 정국과 ##이름은, 천천히 걸으며 학교를 둘러보았다. 다들 시원한 교실에서 움직이질 않아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조용했다.





"여기는 음악실."


"..."


"혹시 피아노 칠 줄 알아?"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간 음악실에는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가 하나 놓여 있다. 쾌쾌한 먼지 냄새에 창문을 두어 개 열고, 수많은 의자 중 하나에 앉은 여주가 정국에게 물었다. 여주의 물음에 피아노 앞으로 간 정국이 건반 하나를 누른다. 띵- 하는 높은 소리. 여주의 기대 섞인 눈빛에도 불구하고, 정국은 아니. 하는 싱거운 대답을 한다. 한 곡 쳐주는 줄 알았네. 중얼거리는 여주의 말이 들리긴 하는 건지, 정국은 피아노 건반을 손가락으로 훑는다.





"근데, 어디서 전학왔어?"


"..서울."


"진짜? 서울?"


"..."


"나 서울 진짜 가보고 싶은데. 부럽다.."





어느새 피아노 의자에 걸터앉은 정국은, 자신의 앞에서 혼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여주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난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서울에서 살 거야. 이것도 할 거고, 저것도 할 거고, 어.. 맞아 연극도 볼 거야! 대체로 소소한 것들이었다. 정국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 보이는 여주의 모습엔 순수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정국은 말없이 그런 여주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여주는, 정국의 시선을 의식하곤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 말이 너무 많았지. 정국은 별로. 하고 작게 답했다. 정국은 정말로 여주의 이야기가 지겹지 않았다. 특별히 튀지 않는 목소리는 듣기가 좋았다.





"여기가 우리 학교의 히든 플레이스지."





여주는 정국을 운동장 한편의 벤치로 데려왔다. 큰 나무에 가려져, 교실 창문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벤치였다. 양옆으로 벚꽃나무가 심어져 있는, 봄이면 정말 예쁜 풍경이 만들어지는 장소였다. 여주가 먼저 벤치에 앉자, 정국도 따라 앉는다. 6월의 뜨거운 햇빛이 울창한 나무 덕에 여주와 정국을 피해 갔다. 살살 부는 바람에 정국과 여주의 머리칼이 조금씩 흔들린다.





"우리 학교의 모든 커플이 여기서 탄생하거든."


"..."


"왜?"


"..아니야."


"..야. 그런 의도 전혀 없으니까 그렇게 보지 마라!"





여주의 입에서 나온 '커플'이라는 단어에 정국의 멀뚱한 시선이 얼굴에 닿았고, 금세 그 눈빛의 의미를 알아챈 여주는 언성을 살짝 높이며 부인했다. 정국은 여주의 모습에 작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런 성격인 줄은 몰랐네. 조용한 줄 알았는데. 혼자서 생각하던 정국이 여주의 부름에 고개를 든다. 서울에서 연극을 본 적 있냐는 물음. 정국이 고개를 저어 보이자 그럼 동전 노래방은?? 하고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가봤다고 하자, 여주는 눈을 빛내며 다시 이것저것 묻는다. 그런 여주의 모습이 꽤 즐거워 보여, 정국도 고분고분 답을 해주었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둘 사이로, 푸른 잎이 살살 날렸다.


























학교를 모두 마친 저녁 6시. 비가 오는 통에 하늘은 한밤중처럼 어두웠다. 1층 현관에 홀로 서있던 정국은,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에 한숨을 내쉬었다. 우산을 미처 챙겨오지 못해서. 맞고 가면 감기에 걸리는 건 시간문제였다. 손을 밖으로 뻗으니, 금세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하는 수 없이 가방을 쓰고 뛰어나가려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습한 날씨에 긴 머리가 약간은 부스스 해진 채 서있는 여주의 모습이 보였다.





"전정국?"


"..."


"너 우산 없어? 같이 쓰자."





같이 쓰고 가자는 말에 정국이 가방을 다시 등에 맨다. 여주가 정국의 옆에서 우산을 팡- 하고 펼친다. 핑크색 바탕에 그려진 오리 캐릭터에, 정국의 웃음이 풉 하고 터진다. 그 웃음소리에 여주가 정국을 흘겨보니, 금세 무표정으로 돌아와 어깨를 으쓱인다. 그래도 잠시 눈을 흘기던 여주가 가자. 하고 현관 밖으로 발을 내민다. 비는 세차게 내리고, 우산은 큰 편도 아니라 자꾸만 정국의 오른쪽 어깨가 젖어갔다. 티를 내지 않는 정국 대신 여주가 더 붙어, 하고 재촉한다. 잠시 망설이던 정국이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갔다.





"그래도 맞네.. 우산이 너무 작다."


"괜찮은데."


"많이 젖는데? 니가 들래 그냥?"


"..."





정국은 자신을 바라보는 여주를 잠시 말없이 쳐다보았다. 대답이 없는 정국에 여주가 전정국? 하고 불렀다. 그러자 정국이 우산을 뺏어 들고 왼손으로 여주의 어깨를 감싸 당겼다. 몸이 딱 붙다 못해 정국이 여주를 살짝 감싸는 모양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눈으로 정국을 바라보았지만, 정국은 여주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잠시 눈을 깜빡거리던 여주도 앞을 바라보고 걸었다. 차 한대 지나가지 않는 시골길, 장대비 속 같은 우산을 쓰고 있는 여주와 정국은 아무 말도 없었다. 정국은 아까부터 간질거리던 마음의 이유를 방금 알아챘기 때문이었고, 여주는 어깨를 감싼 정국의 손길이 따뜻해서였다.





"그냥 내가,"


"알아서 갈 수 있다니까?"


"..."


"얼른 들어가. 나 간다!"





정국의 집 대문 앞에서 작은 실랑이를 벌였다. 정국의 집을 지나 오분은 더 걸어가야 여주의 집이었는데, 날이 어두워 정국이 데려다주겠다 하니 절대 사양하며 정국에게 손을 흔들었다. 작아져 가는 여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정국은, 비에 살짝 젖은 머리를 털며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가방을 벗어 방바닥에 내려놓고, 교복 블라우스를 옷걸이에 걸었다. 교복을 걸어두고, 선풍기를 교복 쪽으로 향해 틀었다. 조용한 방 안이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로 채워진다. 아까 젖은 오른쪽 어깨는, 아직도 축축했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잃어버린 여름 1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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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시골 로맨스를..써보고 싶었지만

응가같은 글을 쓴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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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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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쿠키]로 슥..신청하고 갑니다.!!!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글이네요!!!
7년 전
대표 사진
비회원236.17
보고나서 기분 좋아지는 글이에요!!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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