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야." "..." "경수야." "..." 아무리 불러도 목석 마냥 미동도 없이 나를 등지고 서있는 네가 미웠다. "경수야.." 나는 괜찮아. 그렇게 말해도 너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겠지. 날 기다리느라 그 자리에 서있던거 다 아는데. "경수야.. 나 한번만 봐줘." 이렇게 애원해도 봐주지 않을 거란건 알아. 다만, 내가 너를 못 보면 죽을 것만 같아서. 그래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너를 보내면 더 아플 것 같아서. "경수야. 나는.." 3년 전 그때에도 네가 이렇게 날 등지고 서있었는데. 그날의 내가 널 얻기 위해 서투르게 말하지만 않았어도 네가 지금 내 옆에 있었을까? 화난 네가 식탁 위의 과일 바구니에서 날카로운 그것을 집어들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함께 마주하고 있었을까? 내가 스스로 네 손을 찌르려는 너를 내 몸으로 막아내지 않았다면 네가 나를 보며 웃고있을까? "나는.. 경수야.. 나는 네가.." 이성적이지 못했던 그날의 나를 원망해줬으면 좋겠어. 그 날 네가 입힌 상처는 하나도 아프지 않아. 너를 할퀴려던 내가 되려 화를 입었는걸. 다 벌 받은 거라고 생각해. 내 손이 다시는 너의 손을 힘주어 잡지 못하게 됐어도 나는 슬프지 않아. "네가 너무 싫어. 경수야..." 그제서야 뒤돌아 나를 쳐다보는 네가 밉지 않다. 그저 네가 나를 봐줬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 그래서 나는 다시 입을 연다.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내 목소리는 젖어있는데 네 눈동자는 빛이난다. 내가 원망 할 수록 너는 살아난다. 스스로를 벌주는 네가 너무 밉다. 덩달아 같이 벌 받는 나는 울지도 못하고 너를 계속 해한다. 내가 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