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바텐더 징어와 도경수
W.굴짬뽕
"모히또 한 잔"
남자가 내 앞에 앉으면서 주문했어. 어두운 조명때문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얼핏봐도 잘생긴 얼굴. 검은정장을 입고있었는데 코피가....ㅎ..휴지가 어딨더라
일반인은 아닌것 같은 사람이었어. 생김새도 그렇고 주위의 분위기라고 해야되나 아무튼 심상치 않더라고.
다른 자리들도 많고 손님없이 글래스 닦고 있는 바텐더들도 많은데 왜 굳이 내가 있는 끝쪽에 온 건지 의문이었지만 그냥 조용한곳을 좋아하는 구나 하고 넘어갔어. (잘생기기도 하고)
선반에서 럼과 소다수를 꺼내오며 내가 물었어. 손님과 대화하는것도 바텐더의 일이니까. 사심은 절대 들어가있지 않았어.
.................그래..쪼오오금 있었어..
"혼자 오셨나봐요?"
"아,.. 네"
남자가 조금 뜸을 들이더니 대답했어.
물기어린 목소리에 무슨 안좋은 일이 있었나보다 생각했지. 뭐 딱히 해줄말이 없어서
마지막으로 애플민트로 장식을 한 모히또를 건냈어.
남자는 모히또만 조금씩 마시며 말이 없어.
그런데 왜 자꾸 내 얼굴만 쳐다보는건지..
어두운 분위기에 숨이 막혀 다시 말을 건냈어.
"그거 알아요?"
"...네?"
"모히또에는 마법을 건다라는 뜻이 있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 잘 될 거에요"
남자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어.
그리고는 피식 작게 웃고는 말했어.
"고마워요. 모히또 맛있네요"
살짝 웃는데 숨멎ㅠㅠㅠㅠㅠㅠ 웃으면 이렇게나 예쁜데ㅠㅠㅠㅠㅠㅠ 남자한테 이쁘다고 하면 좀 그런가ㅠㅠㅠㅠ 근데 진짜 이쁨...
얼굴빛이 밝아진 남자를 보고 뿌듯해진 나는 초콜릿 안주를 건냈어. 특별한 손님에게만 주는 안주지만 남자의 기분이 나아졌으면 했거든. 사실 남겨뒀다가 내가 먹으려 했는데 눈호강도 했겠다..ㅎㅎ
순간 휴대폰 알람이 울리고 나는 속으로 헐 좆됬다 하면서 빨리 퇴근할 준비를 해야했어
아빠와의 약속이거든. 딱 자정까지만 일하는거. 나의 청춘과 충실한 대학생활을 위해서라나. 저번에 딱 한 번 손님이 같이 마시자고 추근덕 대는 바람에 아주 정말 진짜 조금 늦은적이 있었는데 일주일간 바출입 금지 당했었지....
그 진상 다시 오면 인중 자 튕겨서 때릴거다. 관자놀이 후릴거야 후...
앞에 앉은 남자에게 죄송하단 말만 남기고 탈의실로 달려가서 옷을 갈아입었어.
남자는 벙찐 얼굴로 가만히 있었고.
잘생긴 남자를 두고 가야한다는게 가슴아팠지만 또다시 바출입금지를 당하는것은 싫었기에 서둘렀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옷을 갈아입고 탈의실 문을 열고 나오니까 그 남자가 벽에 기대 서 있었어
순간 뭐지 싶었는데 탈의실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 가려한건가 싶어서 그냥 고개만 꾸벅하고 지나가려했어.
순간 남자가 내 한쪽 손목을 잡고는 멈춰세웠어.
그리고는 나한테 휴대폰을 내밀어.
"번호 좀 찍어줘요"
"네? 제 번호요?"
내가 잘 못 들은건가 싶어서 되물었어. 오 주여 진짜 저 훈남이 저한테 번호를 물은것인가요!!!! 살아있길 잘했어ㅠㅠㅠㅠ 엄마아빠 오늘 드디어 딸이 번호를 따입니다 축하해주세요ㅠㅠ
"네. 그쪽 번호"
속으로는 좋아서 발광을 하고 있었지만 애써 덤덤한척 했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폰을 건네받고 내 번호를 찍는데 저 멀리서 바 직원이 다가오고있는게 보였어.
시발. 타이밍 좆같네.
나는 번호를 누르다 말고 폰을 다시 남자 손에 쥐어주고 남자를 화장실안에 밀어놓고는 뛰었어.
다 당신을 위한거에요ㅠㅠ 라고 닿지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순식간에 바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어.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남자가 매우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 위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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