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
박찬열 X 변백현
작년 이쯤이었던가. 모두가 바쁜 그 시기가 있었다. 벚꽃엔딩이 거리 가득 울려퍼지고, 거리엔 연인들이 나와 벚꽃을 만끽하고 있던 그 봄.
외로운 한 남자가 있었다. 여자 후배들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꿈쩍도 않았던, 그 남자의 이름은 박찬열. 남자를 좋아하는 그의 속을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미팅, 소개팅 온갖 팅이 붙은 것들에는 찬열을 불러대기 일쑤였다. 물론 찬열은 그 자리에 억지로 나가 그저 밥만 한 번 사면
끝이었다. 고등학교 때 엄청 예쁜 남자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는데, 지방으로 내려가버려 볼 수 없게 되었다. 미성년자였지만, 그 날은 술이 아니면
도저히 슬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던 것 같다. 아직도 찬열은 그 남자아이를 잊지 못하고 있다. 이름도 기억한다. 변백현. 그 아이는 봄을 닮았다.
벚꽃이 휘날리는 그 봄, 너와 나는 처음 만났다. 벚꽃나무 아래에서 마주친 우리.
“ 너 전학생 맞지? ”
“ .. 우리반 ? ”
백현의 대각선 방향에 앉아있던 찬열은, 교실 문을 열고 선생님과 함께 들어오는 백현을 본 순간 팍 꽂힌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반 여자애들은 벌써부터 백현을 유혹하기 시작했고, 백현은 그런 여자애들의 부담스러운 시선과 유혹을 피하고 교내 벚꽃나무 아래
대피 중이었던 것이다. 찬열은 비어있는 백현의 옆자리를 보고 씨익 웃더니 다가가 백현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 같은 반인데 이름 정도는 알아야지. 난 박찬열이다. 잘부탁해 변백현. ”
“ .... ”
백현은 우물쭈물거리며 그저 바닥만 쳐다보았다. 쟤 왜저래, 왜이리 낯을 가려. 하지만 그런 모습 마저 귀여워보였던 찬열은
백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순간 몸이 움찔한 백현을 눈치채지 못한 건지, 찬열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교실에서 아는 척좀 하라는
짧은 말과 함께 유유히 걸어간다. 백현은 재빨리 핸드폰 카메라를 셀카모드로 바꿔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다. 혹시나 얼굴이 빨개지진 않았을까.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들키면 난 여기서도 끝장인데 ... 다행히도 그렇게 빨갛지는 않았다. 백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짜증나 .. ”
그렇게 백현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어찌어찌 잘 숨긴채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학교에서 노는 애로 소문난 종인이 백현의 폰 안을
가득 채운 게동, 즉 게이야동과 남자와 남자의 살이 엉킨 사진들을 보기 전까진. 종인은 그런 백현을 더러운 놈이라고 소문냈고, 아이들은
백현을 멀리 하였다. 멀리 하기만 하면 다행이지, 날계란이라도 날아오는 날엔 온 몸이 끈적끈적했다. 찬열은 백현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반가웠다. 백현 역시 남자를 좋아하니, 내가 그를 아껴주고 보듬어주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미 마음 속에 상처로 가득 찬 백현은, 고3 여름. 자퇴를 하고 말았다. 수능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버티지 못했던 건지 그렇게 가버리고 만 것이다.
찬열은 허무하고 씁쓸했다. 이렇게 자신의 첫사랑은 떠나버리고 만 것이다. 번호도 사라져 행방을 찾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 여기야 박찬열 ! ”
“ 어 , 민석아. 먼저 와있었네. ”
민석은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고, 찬열도 가볍게 웃어주며 민석의 앞에 자리했다. 내가 다녔던 고교 주변의 카페라 그런가, 그 날의 추억이 방울방울
떠오른다. 그리고 변백현이 떠올랐다. 민석과 고교 동창이었던 찬열은, 백현이랑 친하게 지냈던 민석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 민석아, 저 그게.. 그냥 여기 주변 오니까 갑자기 고딩 때 생각나서 물어보는건데.. ”
“ 어? ”
“ 너, 변백현이라고 알지? 너랑 친했잖아. 백현이 소식 알아? ”
민석은 큰 눈을 끔뻑거리며 찬열을 쳐다본다. 아, 괜히 물어봤나 ..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을 취소하려는 찰나, 민석은 자신의 가방 안에서 핸드폰을
주섬주섬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변백현이다. 틀림없는 변백현. 그런데 찬열이 아는 변백현의 모습과는 달랐다. 꼬질꼬질한 옷과 머리, 짙은 다크써클은
찬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민석은 폰을 도로 집어넣고는, 약간 멘붕 상태인 찬열에게 말했다.
“ 변백현, 대학교도 안가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낸대. 어쩌다 내가 연락 닿아서 만났는데, 저 상태더라. ”
“ ..... ”
“ 걔 불쌍한 애야. 공부도 잘하는데 동성애자인거 소문나고 왕따 심해지면서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냈잖아.
그러다가 기댈 사람 나밖에 없었는지 나한테 연락이 왔더라. ”
반가웠다, 하지만 반가움보다 먼저 찾아온 감정은 복잡함이었다. 봄을 닮은 햇살처럼 빛이 나던 변백현은, 사라져있었다.
수소문 끝에 백현의 집주소를 알아낸 찬열은, 과일과 먹거리들을 사들고 백현의 집으로 찾아갔다. 외출을 한 건지, 보안이 허술한 백현의 집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찬열은 집 안에 들어와 집을 살폈다. 씨발 .. 뭔 냄새야 이게.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함께 쌓여있는 컵라면 껍데기와
설거지를 안 한건지 벌레들이 꼬여있는 접시는 찬열에게 더러움으로 다가왔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냐, 변백현 ..
“ 하아 .. 존나 더럽게 사네. ”
“ 누구세요. ”
낯선 사람을 잔뜩 경계하는 듯한 말투로 , 찬열의 뒤엔 누군가가 서있었다. 하지만 익숙한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백현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찬열은 뒤돌아 백현을 바라보았다. 꼬질꼬질. 이 단어로 백현을 설명 할 수 있었다. 결코 더럽진 않았다. 백현은 영혼 없는 눈으로 찬열을 바라보았다.
“ 너, 변백현 맞지? ”
“ 맞는데 누구세요. 나가주세요. ”
“ 나야 나, 박찬열. 기억 안나? 너랑 고3때 같은 반이었잖아. 민석이 친구. ”
기억이 난다는 듯, 조금은 경계가 풀린 듯 백현은 한숨을 쉬더니 신발을 벗고 들어온다. 왜 온거야. 무슨 용건 있어?
백현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옷들을 구석으로 대충 던진채 털썩 앉았다. 내가 사랑했던 넌데, 왜 낯설까.
“ 뭐야 변백현. 보란 듯이 성공해서 잘 살아야지 이게 뭐냐. ”
“ 그 말 하려고 우리 집까지 온 거야? 나 완전 꽁꽁 숨어 지내려고 했는데, 김민석이랑 괜히 연락했나봐. ”
찬열은 벌떡 일어나 백현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아, 왜이래!! 아프잖아! 백현의 외침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찬열은
자신의 집으로 백현을 끌고 간다. 백현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깨끗함인지 두 눈이 휘둥그레해져 찬열의 집 안을 바라보았다.
찬열은 묵묵히 백현의 옷을 벗겨 욕실로 백현을 집어넣는다.
“ 아, 왜그래 !!! 왜 !! ”
“ 씻고 나와. 내 옷 입어 그리고. ”
찬열은 옷장에서 꺼낸 후드티와 트레이닝 바지를 백현에게 던졌다. 백현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찬열을 바라보았지만 포기한 듯
욕실 문을 닫았다. 씻는 소리가 들려오고, 곧이어 욕실 문이 다시 열렸다. 뽀송뽀송해진 백현의 모습은, 벚꽃나무 아래에서 본 그 변백현의
모습과 아주 똑같았다. 변한 건 없구나.
“ .. 아, 존나 적응안돼. ”
“ 이쁘기만 하네. ”
찬열은 백현을 조용히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찬열을 있는 힘껏 밀어낸다. 찬열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백현을 바라보았다.
“ 만지지마 .. ”
“ 왜그래.. 변백현 ”
“ 나 더러운 게이야. 내 몸 손대지마. 너도 더러워져. ”
이미 그 때 상처를 받은 듯 백현은 자신의 몸에 터치하는 걸 끔찍히도 싫어했다. 찬열은 백현을 좋아한다. 어쩌면 그 때의 변백현을 잊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좋아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찬열은 백현의 오들오들 떨리는 몸을 꽉 안아주었다. 백현은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찬열의 힘을 이기진 못했다.
“ 그러지마, 너 진짜 예뻐. 안더러워.. 그리고.. ”
“ 제발 .. 제발 나 좀 ... 씨발놈아.. ”
“ 나 너 좋아해. ”
조금은 늦은 고백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내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백현은 찬열에게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멈추고
고개를 올려다 찬열을 쳐다보았다. 너 좋아한다고. 그 때도 좋아했어. 너한테서 들려오는 온갖 더러운 소문 안믿고. 그래도 좋아했어.
“ 병신아 .. 박찬열 병신아 . ”
“ 나 지금 김민석한테 매우 고마워. 너 다시 찾았잖아. 잊지않고 있었어. ”
“ 진짜 밉다. ”
백현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사실 백현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전학을 오기 전엔 여자를 좋아했고, 동성애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더럽게만 여겼다.
하지만 전학을 오고 나서는 달라졌다고. 전학을 오고 어떤 좆같은 놈이 자기 마음을 흔들어 놨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게 박찬열이었단 사실도 말할 수 없었다.
사실 나도 그 때 널 좋아했다고, 날 찾아줘서 고맙다고, 나도 널 잊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찬열의 품에 안겨서 울었다.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에 연인시리즈로 다시 찾아올게영... ㅎㅎㅎ..ㅎㅎ.. 다음 편은 불맠으로 가고싶은데 어떤 커플링을 쓸까요 선덕선덕거리네요
오늘도 똥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행복한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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