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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일전부터 학교에서는 한동안 인터넷을 달궜던 자살 소동을 계기로 학교폭력, 자살 등의 영상들과 여러 프로그램을 내밀었다. 멍청한 학교. 세훈이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며 새 노트를 꺼내 들었다. 여러가지 영상들을 보여줘도 학생들은 그것에 신경쓰지 않고 시험기간에 쫒겨 빈 문제집을 들고 풀어나갈것이 분명했다. 영상을 바라보며 길게 하품을 한 반장이 교탁을 시끄럽게 내리쳤다. 칠판에 쓰여진 글씨가 지워질것처럼 위태롭게 그어져있었다. 변백현 점심시간 교무실. 세훈은 그 글씨를 몇번 훑다 다시 샤프를 고쳐잡았다. 교실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옅은 향이 훅 끼쳤다. 교복새로 스며드는 공기가 유난히 찼다.

 

“병신새끼.”

 

푸스스 하며 흩어지는 웃음소리에도 샤프를 쥔 손을 분주히 놀리던 세훈이 순간 딱딱히 굳었다. 목덜미를 매만지는 손이 점점 더 짙어질수록 불안해져갔다. 저 영상의 한 장면을 맞이하는 사람이 되어버릴까봐. 찬 손이 목덜미를 매만지는 행위를 멈추고 멀어졌을때 어두컴컴했던 교실안이 밝아졌다. 시간에 맞춰 울리는 종소리가 오늘따라 옅게 들렸다. 시험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두터운 문제집은 반절이나 비어있었다. 10분전부터 풀고있던 문제의 옆에 몇번 공식을 써내려가다 몸을 일으켜세웠다. 체육복을 갈아입는 뒷모습을 보며 문제집을 챙겨든 세훈이 유유히 교실문을 열고 나섰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밖의 모습을 창으로 내다본 아이들이 탄식하는 목소리가 들릴때마다 세훈은 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오세훈은, 어디선가 들리는 말에 아랫입술을 지긋히 물어낸 세훈의 뒤로 무심한 말이 내뱉어졌다. 오세훈은 좋겠다 체육수업도 빼먹을수 있어서. 아파서 그런거잖아. 이런날 하고 싶냐 얼어뒈지라는거지 나도 아프고싶다. 귀를 막고 마음을 닫아도 달라지는것은 없었다. 걸음을 빨리해 요동치는 심장에 세훈이 불규칙적인 숨을 내뱉으며 발을 내딛었다. 작게 헐떡이는 숨소리 사이로 바람에 스치는 낙엽소리가 얽혀들었다. 

 

 

낙엽

 

 

 

 양호실 침대에 걸터앉아 문제를 푸는 동안은 숨을 내뱉어서는 안될것같은 그런 조용한 적막이 흘렀다. 홀로 드러누워도 보고 앉아보기도 하며 익숙해지기위해 애썼지만 익숙해질래야 그럴수가 없었다. 하얀 양호실 창틀과 벽을 가로지르고 새겨진 핏자국은 옅어져 갈색의 형채를 띄웠지만 세훈의 눈에는 아직까지도 선명한 핏물로 남아있었다 . 거센 바람을 맞으며 운동장을 뛰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세훈이 가늘게 숨을 골랐다. 길쭉하게 늘어져있는 시의 한 부근을 읽으며 샤프 끝을 깨물던 세훈의 입술이 가는 손가락에 툭툭 쳐졌다. 시선을 옮겨 본곳에는 눈살을 찌푸린 찬열이 서있었다. 그렇게 물지 말라고했잖아. 세훈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문제집을 가지런히 놓고 누웠다. 찬열의 눈시울이 점점 좁혀가는것이 보였지만 일어나고 싶지는 않았다. 몸을 일으켜 찬열을 바라볼 자신도, 찬열의 따가운 시선 아래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오세훈. 한숨처럼 내뱉은 그 말이,

“문제집 잘챙겨서 나와.”

 

자꾸 눈가를 따끔거리게 한다는걸 알고있을까. 길게 내려앉은 앞머리가 옆으로 흘러내렸다.

 

 

 

 

 잠깐 눈을 붙인다는게 길어져 3교시를 물흐르듯 흘려보내고 시간을 확인한 세훈은 망연자실했다. 허겁지겁 슬리퍼에 발을 끼워넣고 양호실을 뛰쳐나와 달리던 세훈의 앞으로 옅은 담배향이 퍼졌다. 하얘. 백현의 입술이 짧은 말을 그려냈다. 귓가로는 닿지 않는 그 입모양을 보며 세훈이 천천히 숨을 골랐다. 가슴이 들썩여 깊게 숨을 뱉어낸 입술에 예쁜 손가락이 자리를 잡았다. 너무 하얘. 백현이 하는 말을 세훈은 도저히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하얗다, 그게 무슨 의미로 통하는것인지. 알수가없었다. 세훈은 그저 턱을 매만지다 다가오는 얼굴에 눈을 질끈 감는 그 익숙한 패턴을 반복했다. 질척하게 섞이는 그 사이에서, 연했던 담배향이 더욱 짙어지는 그 어느즈음에서 세훈은 아직까지도 자리를 잡지 못해 서성이고 있었다.

 

“너무 하얘서 병신같잖아.”

 

백현은 목덜미를 매만질때처럼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푸스스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바닥에 스치는 낙엽 소리 같았다. 웃음기 어린 얼굴을 뒤로 몸을 튼 세훈의 앞으로 헐떡이는 찬열의 형채가 보였다. ……문제집 잘챙기랬잖아. 매마른 침이 목울대를타고 흘러 넘어갔다. 바람소리, 작은 헐떡임 소리로 이루어진 그 공간에서 무슨 이유인지 복잡하게 뛰는 심장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찬 바람이 불어 교복을 흔들때마다 찬열의 손에 들린 문제집도 따라 정신없이 휘둘렸다.

 

멍청한 오세훈. 뒤따라 붙는 목소리 뒤로 그의 밟에 밟힌 마른 낙엽이 힘없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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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만 살짝 타그룹 팬픽 오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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