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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켄엔] 봄은 너의 계절이라 생략 | 인스티즈 

 

재환아.  

 

항상 장난기 넘치고 애교 넘치고 행복 넘치고, 모든 게 넘쳐 흐르는 너를 보다 보면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 가는지 모를 때도 분명히 존재했어. 처음에는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 나는 수줍음이 많아서 카메라 정면 바라 보는 것도 낯설었는데 너는 너대로 경험도 없을 텐데 똑바로 서서 일단 웃어 보이는 모습에 가끔은 진심으로 감탄한 적도 많았던 거 같아. 

 

그렇게 마냥 걱정 없어보이던 네가 불현듯 내 방문에 노크를 하고 고민이 있다면서 한 마디, 두 마디 털어놓고 이제는 스케쥴 끝나고 숙소 돌아와서 너와 대화하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불안한 거 같기도 했어. 무대에 서는 거부터 시작해서 사람 사이의 감정에 있어서 나에게 질문들을 퍼붓고, 충고와 조언을 들으려 하고, 이것도 신기했어. 그 때서야 나는 네가 나보다 두 살 어린 동생 재환이로 보이더라.  

 

많이 챙겨 주고 싶었는데, 몸에 좋은 거 있다 하면 괜히 네 생각도 나고 맛있는 거 먹는다 하면 굳이 위치까지 자세히 알아 두고 너를 데려와야지 혼자만의 약속을 하기도 했었어. 아무것도 몰랐지? 그래, 사실 아무것도 몰라도 돼. 중요한 건 진심인 거잖아. 다른 멤버들없이 나와 둘이서만 밖에서 시간 보낸 것도 어떻게 보면 어색하고 불편했을 텐데 그런 기색도 안 드러내고 오히려 날 챙기는 널 보면서 그 때는 네가 나보다 두 살 높은 형님이었어. 배울 점이 많다는 거니까 또 나이 많아 보이냐고 물어 보지는 말고. 알겠지. 

 

재환아, 너의 계절인 봄이 다가 와. 난 봄을 참 좋아했는데 이제는 봄이 싫다. 너무 따뜻해서 싫은 거 같아. 너가 그렇게 떠난 후로 봄은 추운 겨울의 연장선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됐어. 사실 겨울도 그리 춥지는 않았었는데. 네가 나 많이 안아 줬고 나한테 많이 안아 달라고 했잖아. 이상하게 자주 그럴 때부터 외로운 너를 알아 차려야 했던 건 내 몫인 게 분명했는데 왜 난 그러지 못 했을까? 지난날들의 후회는 해도해도 끝이 없는 거 같아. 

 

아직도 믿을 수 없고 믿으려 하지도 않지만 나는 은근히 다음 생을 기대하고 있어. 다음 생에는 허망하게 너를 이렇게 보내지 않을 거야. 이번 생보다 더 잘해 줄게, 그리고 조금 더 빨리 내 마음에 확신을 가지게 돼서 하루 일찍 고백할게. 널 그리며 사 뒀던 꽃다발도 건네고, 널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할게. 재환아. 부족한 건 오로지 나 하나 뿐이었어. 네 잘못 없고 현실이 잘못한 거고, 근데 그런 와중에도 난 너를 남들 몰래 짝사랑하고 있었다고 얼굴 보면서 얘기할게. 감추지 않을게. 

 

하지만 재환아, 넌 나에게 여러 의미로 첫사랑인 듯해. 첫사랑은 영원히 잊지 못 한다는데 내가 봤을 때 잊지 못 하는 거 보다는 잊혀지지 않는 거 같기도 해. 그 날의 새벽, 잊혀지지가 않아. 가만히 눈을 감고 아기처럼 색색 소리까지 내면서 자던 네가 잊혀지지가 않아. 

 

너의 속눈썹에, 입술에 가슴 설레하고 혼자 애틋해 져서 밤새 숨 죽여 울었던 날들이, 너의 표정에, 몸짓에, 행동에 모든 거 하나하나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욕심으로 가득 찼던 날들이,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아. 

 

재환아. 보고 싶다. 오늘은 꼭 꿈에 나와 줄 거지? 

 

 

 

 

 

2018.03.27 

재환이의 생일 일주일을 앞두고 감성에 젖은 택운이 형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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