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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고 싶지만 익숙한, 낯설지 않은 상자. 내 동생… 보란듯이 '아이'라고 적힌 그 글자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심장이 요동쳤다. 이 상자를 얼른 열어보고 싶다는 마음과 열면 후회할 거라는 마음이 부딪혀 쉽사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아이의… 타임캡슐.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아 이를 꽉 물었다. 울면 안 돼, 울지 않기로 했잖아.

 

“아이야…. 너의 타임캡슐이야…….”

 

상자에 온갖 물건들을 꾹꾹 눌러담으며 환하게 웃음 짓던 아이의 모습이 선연했다. 울지 않기로 했는데……. 크고 작은 눈물방울들이 상자의 뚜껑 위로 후두둑 떨어져내렸다. 그 아이의 추억이 담긴 이 상자를 용케도 잊고 있었다. 아니, 그 아이의 죽음 이후로 억지로 기억 속에서 지워냈었다. 그럼에도 언제 잊었냐는 듯, 이 상자를 마주하자마자 모든 기억들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내게 딸기사탕을 쥐어주던 모습, 휠체어를 스스로 밀며 흩날리는 단풍잎들을 황홀히 바라보던 모습, 방긋방긋 웃으며 서툰 손놀림으로 일기장에 하루의 일과를 끄적이던 모습. 어떻게 그간 잊었을까 싶었을 정도로 선명했다. 너무 선명해서, 자꾸만 울음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언니, 언니도 언젠가 스무살이 되고 성인이 되겠죠?’

 

‘그럼 내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졸업선물을 준비할게요.’

 

아이의 순한 웃음을 보면서 나도 알겠다고 웃었었다.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은, 그 깨끗하고 순박한 웃음에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래서 더 그 아이의 죽음이 괴로웠고 견디기 힘들었다. 평소의 맑은 웃음과는 달리 힘겹게 숨을 몰아쉬던 모습이 내겐 너무나도 충격적으로 다가와서 그 모습을 잊고 싶었다. 함께 쌓았던 아름다운 추억들을 내가 기억할 수 없도록, 가슴 깊숙한 곳에 숨겨두려 애썼다.

 

“상자도 예쁘다, 아이야.”

 

울먹임을 억누른 채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찬찬히 상자를 쓰다듬다가 뚜껑을 열었다. 그럴 리가 없는 걸 잘 아는데도 냄새가 났다, 그 아이의 냄새. 아이와 나의 추억의 냄새. 행여 또 눈물이라도 떨어져 우리의 추억이 번져버릴까 두려워 눈을 닦아냈다.

 

먹지도 못 하면서 항상 모았던 딸기 사탕. 나와 산책을 나갈 때면 한가득 줍곤 했던 잎사귀들과 각가지 꽃송이들.

사탕과 잎사귀, 꽃송이들로 만들어진, 꽃집에서 파는 꽃다발 부럽지 않은 풍성한, 꽃다발이 놓여있었다.

 

꺾이고 시든 지 오래돼 색마저 바래버린 꽃다발.

 

그리고 옆에 놓인 익숙한 일기장.

 

“아이야… 아이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일기장을 펼쳤다. 나와의 추억이 담겨진 그 아이의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마지막 장. 마지막 장의 글귀가 내 마음을 헤집었다.

 

(2014)년 (2)월 (12)일 날씨 (맑았으면 좋겠음)

 

언니야, 졸업 축하해!

 

 

너는… 넌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어린 너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환하게 웃던 너도 네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던 걸까. 동생이 아니었으나 동생이었던 그 아이가, 그 어린 아이가…. 이름조차 없어 그저 '아이야' 하고 불렀던 아이가 온전히 나를 위해 이런 걸 준비해왔다는 사실에 자꾸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딸기사탕, 잎사귀들과 꽃송이들, 일기장은 그 아이에게 전부였다. 내 동생이 되고 싶어했던 아이의 전부였고 모든 것이었다. 병실 침대에 누워 하루를 보내면서도 늘상 밝아 날 웃음 짓게 만들곤 했던 아이, 내 동생…. 가녀린 내 동생.

 

“언니, 나 언니 동생 해도 돼?”

“그래. 아이가 내 동생 해.”

 

내게도 그 아이가 전부였다. 아이의 옆에서 함께 웃고 떠들던 그 시간이 내겐 유일하게 숨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행복하다는 단어로는 전부 감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고 따스한 햇살같던 기억들이었다. 억지로 잊어버린 그 아이가 다시금 내 심장 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미안해, 미안해…. 내 동생이 되고 싶다던 너를 억지로 지워버려서 미안해. 아이야… 내 동생, 아이야. 상자에 적힌 '아이'라는 글자가 못내 가슴 아팠다. 부를 이름이 없어 그저 아이야, 아이야 불렀던 그 말이 너에겐 이름이었니? 흔해빠진 '아이'가 네겐 소중한 이름이었어? 그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예쁘게 불러줄 걸. 좀 더 다정하게, 좀 더 따뜻하게 예쁜 이름 지어서 불러줄 걸….

 

“아이야.”

 

천진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언니, 졸업 축하해!”

 

소중한 내 동생의 이름이 적힌 상자를 품에 안았다. 상자가 아이처럼 작아 품에 쏙 안겼다. 상자도 너를 닮았어. 아기자기하고 화사한 게 너를 쏙 빼닮았어,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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