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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간속에서 많은 추억을 남기며 살고있는 우리.  

  

누군가를 추억하고 누군가에게 추억되며,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에게 추억된 아름다운 첫사랑이었다.   

  

  

********  

  

“이 좌표상에서 이 점과 이점을 이으면.... 자, 이런 곡선이 나온다”  

  

수현은 하얀 분필자국으로 너저분해진 칠판에서 시선을 거두고는 탁트인 하늘이 펼쳐진 창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각사각-  

  

창문밖 아름답게 펼쳐진 하늘에 조용히 감탄하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학생들의 가벼운 필기소리가 귓전에 울리자 수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수현은 유난히 이 시간을 좋아했다.   

  

화요일 3교시 수학시간.   

  

사실 수현이 이 시간을 좋아하는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그저 수현에게 일주일중 다섯번 든 수학시간중 제일 졸리는 시간이 화요일 3교시이었기 때문이다.   

  

다른사람이 들으면 밍숭맹숭한 이유라 생각하겠지만 수현은 이 정도면 꽤 근사한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때, 하얀 분필이 잘빠진 수현의 미간에 똑하고 박히다 그대로 데구르르 책상에 미끄러졌다.   

  

으- 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둘러 시선을 제 선생님을 향해 돌리고는 어색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야 임마, 반장씩이나 되가지고는 담임시간에 허튼짓을해? 이 새끼는 화요일만 꼭 그래요 한번만 더해봐라 아주그냥-”  

  

“하하,자동차가 어떻게 쉬지않고 달리겠습니까, 이렇게 쉬어가야-”  

  

“말이나 못하면,”  

  

수현은 장난스레 자신의 머리를 박는 선생님에 다시한번 기분좋게 웃어보이고는 다시 창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까와 달리 맑은 바람이 자신을 향해 기분좋게 불고 있었다.   

  

“반장, 인사”  

  

“차렷, 선생님께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선생은 학생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문을 열려다 뭔가 생각난듯 수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김수현”  

  

“예?”  

  

“교무실로 뒤따라와”  

  

수현은 선생의 말에 다음교시 책을꺼내려 서랍을 뒤지다 서둘러 책상에서 일어나 복도를 향해 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왔는데요”  

  

수현이 조심스레 문을 열며 목을 빼꼼 내밀어 교무실을 휘휘 둘러보았다.  

  

“어, 여기 이 친구 전학왔다.”  

  

수현은 선생의 시선을 뒤쫒아 서둘러 쇼파에 앉아있는 한 소년을 바라보았다.   

  

“...예?”  

  

“반장이니까 당분간 도와줘 선생님은 시험출제하느라 바쁘잖냐, 알지?”  

  

예..뭐... 잘알겠다만 이거 원, 수현은 원체 사람을 돌보고 살갑게 대해주는데 문외한인 아이라 곤란한듯 목언저리를 긁적거렸다.  

  

“...어..”  

  

그순간 고개를 평생들지않을것같았던 소년이 마침내 고개를 들어 수현을 빤히 바라보기시작했다.   

  

“저..너 이름이...?  

쟤 뭐야 왜 날 빤히 바라보는거지   

수현이 저를 빤히 바라보는 소년에 어버버 말을 더듬으며 저를 향한 시선을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했던 그 순간  

  

소년이 입을 열었다  

  

“이현우”  

  

“...어?”  

  

“이현우라고.”  

  

“그리고 너”   

  

“..?”  

  

“ 귀 빨개.”  

  

그 때였을까  

  

서로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각인되었던  

서로가 설레었던 추억으로 각인되었던  

  

그 순간이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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