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다섯번을 뛰고 네번을 넘어졌다.
넘어지지 않은 한번은 심지어 투풋랜딩을 한 비교적 쉬운 더블룹이었다.
유즈루의 표정은 구겨질대로 구겨져있었다.
유즈루가 표정을 구기는걸 보는건 흔치 않았다.
괴롭힘을 당해도 저정도로 무서운 표정을 지은적이 없었다.
유즈루는 다시 일어나 점프를 뛰려 속도를 붙혔고
이번엔 토룹을 뛰려는듯 스케이트 앞날을 빙판에 찍었고
그순간 유즈루는 악-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앞으로 엎어져 빙판에서 미끄러졌다.
"으...."
짧은 비명소리에 놀라 스텝이 꼬인 준이 중심을 잡고 유즈루의곁으로 다가갔다.
"괜찮아?"
유즈루는 말없이 빙판에 엎드려 으으- 하는 신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일어나봐."
준이 유즈루의 팔을 잡고 끌어올리자 유즈루는 허리를 부여잡고 겨우겨우 일어났다.
"고마워요."
"아니야, 어디 아파?"
"아니에요.."
유즈루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연습하세요, 저때문에 시간 뺏기셨잖아요."
"어, 응."
준은 멀어져가는 유즈루를 이상하다는듯이 쳐다보았다.
"유즈루는 볼수록 참 독특한 아이인거같아요."
준이 점심을 먹고있는 패트릭 곁으로 와 말을 걸었다.
"응. 그런거같아."
패트릭은 이미 아무렇지 않다는듯 말했다.
"근데 유즈루 어디 다쳤나요?"
"그건 왜?"
"제대로 스케이트를 못타더라고요."
"그래...?"
패트릭은 전날밤이 생각났다.
패트릭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던 유즈루는
숨을 헐떡이더니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처음에는 천식발작이 일어난줄 알고
코밑에 손을 가져다데었고 정상적으로 숨을 쉬는걸 확인하고선 마음을 놓았다.
'무슨일이지..'
패트릭은 괜히 유즈루의 행방이 궁금해져 세개의 링크장을 다 돌아봤지만
유즈루의 얼굴은 볼수가 없었다.
"유즈루 봤어요?"
패트릭이 휴식을 취하던 선수에게 가 물었다.
"글쎄요, 보니까 어디가 좀 불편해보이던데 숙소나 보건소에 가지 않았을까요?"
친절하게 답해주는 선수에게 패트릭은 인사를 하고 보건소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패트릭이 보건소 안으로 들어가니 한사람이 엎드려 얼음찜질을 하고있는걸 보았다.
옆에 놓인 곰돌이푸 가방을 보니 유즈루가 확실했다.
유즈루는 자는듯 움직임이 없었고 패트릭은 성큼성큼 유즈루쪽으로 다가갔다.
허리가 매우 얇았다.
멀리서 봤을때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이 마른 편이었다.
하지만 가까지서 보면 운동선수라 나름 팔과 다리에 근육이 붙어있었고
배에 조금이나마 복근도 있었다--다만 그게 여자들이 주로 갖게되는 11자 복근이었지만 말이다.
유즈루의 등위에 올려져있는 얼음팩은
평범한 플라스틱 봉지에 얼음이 담겨있는것이었다.
의사가 없는걸 봐서는 응급처치를 해놓고선 다 떨어진 얼음팩을 가지러간 모양이었다.
얼음이 녹으면서 흘러나와 유즈루의 등을 타고 내려오는 물은
괜시리 패트릭이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자그마한 움직임 하나가 엄청난 섹스어필을 했다.
패트릭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유즈루의 젖은 허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고
그순간 유즈루가 옆으로 돌아누으며 재빠르게 패트릭의 손을 낚아채었다.
"만지지마세요."
패트릭은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너무 놀랐고 자신이 한 행동에 후회가 되고 창피함이 마구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 물이 흐르길래..."
유즈루의 표정은 매우 단호했다.
오늘들어 유즈루의 다양한 표정을 본것같았고 왠지 그것이 기분좋지만은 않았다.
"미안.."
"아니에요."
유즈루는 옆에있던 곰돌이푸 수건으로 자신의 등에 흐른 물기를 닦아내었고
몸이 뻐근한듯 손을 머리위로 뻗고 스트레칭을 했다.
"여기엔 뭐하러 오셨어요..?"
잠시나 화를낸게 미안했던지 유즈루가 표정을 풀고 물어보았다.
"어제..."
패트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왠지 유즈루의 눈치를 보는것만 같았다.
일본에 오기 전까지만해도 저주를 퍼부었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패트릭은 생각했다.
"아니다. 넌 금메달 딴 애가 이렇게 빈둥거려도 되는거야?"
패트릭은 애꿎은 유즈루에게 화를 내었다.
"안그래도 연습하러 가려 했어요."
유즈루는 투덜거리며 가방안에 수건을 집어넣었다.
"그러는 은메달리스트는 이렇게 빈둥거려도 되는거에요?"
패트릭에게 한방 먹인 유즈루는 왠지 기분이 좋아보였다.
계속 스케이트를 타며 혼자 큭큭 웃었고 그럴떄마다 패트릭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패트릭은 헛웃음을 흘리고 유치하게 따지러 가면
웃음을 참고 괜히 스핀을 연습한다던지
필요도없는 스파이럴을 연습하며
패트릭을 밀어내고 피해갔다.
"야, 너...!"
패트릭이 스핀을 연습하는 유즈루의 팔을 낚아채 둘이 같이 넘어졌을떄
링크장에 문이 열리고 빙상연맹 회장인 스즈키와 그의 비서들이 들어왔다.
"하뉴군을 드디어 찾았네요."
스즈키가 웃어보였다.
스즈키는 회장자리에 나름 오래 앉아있었다.
그는 이제 50대였고 예전부터 밝혀지지 않은 비리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때문에 선수들은 더욱 유즈루의 금메달이 뒷돈에 의해 받은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스즈키는 자신에게 돈줄이되고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친절하지만 역겨운 웃음을 지었고
쓸모가 없는사람이라 여긴 사람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래 찾았네. 가서 얘기좀 나누지?"
예고없이 찾아온 빙상연맹 회장은 모든 선수들의 시선을 끌었고
그 관심은 유즈루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패트릭은 자신이 잡고있던 유즈루의 팔이 조금씩 떨려오는걸 느끼고 고개를 돌렸고
유즈루가 스즈키를 보고 겁에 질려있다는걸 볼수있었다.
"하뉴군?"
유즈루는 패트릭에게 잡힌 팔을 살짝 빼내고선
나가서 신발로 갈아신지도 않고 날 보호대만 찾아서 끼우고
스즈키를 따라 나섰다.
"봤어? 봤냐니까?"
선수들은 저마다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회장이 직접 찾아올 정도면 뭐가 있다니까?"
"분명히 무슨 거래가 있었을거야."
아니었다.
그건 분명 아니었다.
무언가를 줘도 유즈루가 줬지 연맹이 유즈루에게 준건 아니었다.
분명히.
패트릭은 그런것 같았다.
어머 여러분 ㅠㅠ
제가 1화 올리고 2화 올릴때만 해도 1화에 댓글이 하나? 두개? 였는데
3화에 댓글이 열개가 넘게 달렸어요!!
우왕 ㅠㅠ
감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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