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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9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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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이어진 콜에 잠시 틈이 나 눈을 붙이던 백현이 응급콜에 의해 금세 눈을 떴다. 웬만한 응급콜은 이제 자신의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백현이 조금 가벼워진듯한 몸을 이끌고 응급실로 향했다.

"백선생님! 지금 오시면 어떻게해요. 빨리요. 응급이예요."
"교통사고에?바이탈(*vital:환자의 몸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맥박,협압,호흡,체온 등을 말함)은요"
"네.병원 앞 사거리 20대 남성으로 추정됩니다.맥박,혈압 모두 떨어집니다. 출혈이 너무 심해서 출혈점도 못 찾고 있어요."
"최교수님은 오늘 오프예요?"
"최교수님 지금 수술 들어가셨어요. 김교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착하자마자 피 범벅이 된 환자에 백현이 바이탈을 확인하고 환자에게로 다가갔다. 체온이 많이 낮아졌고 손발을 떠는 증상.이대로면 과다 출혈로 사망에까지 이를지도 모른다. 빠른 시간 안에 혼자서 정리를 끝낸 백현이 출혈점을 찾아 지압하려고 다가갔다. 선생님.최교수님 콜 할까요? 불안한듯한 물음에 백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니요.출혈점만 찾으면 될 것 같아요.
다행히 어깨에서의 출혈이 없는 것으로 보아 큰 맥은 피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너 뭐야"
침착하게 환자의 상의를 잘라 배를 훑어보는 백현의 등 뒤로 낮은 목소리가 다가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려 백현이 뒤를 돌아보는 동시에 환자가 토해낸 피가 백현의 머리 전체를 뒤덮었다. 비켜! 귓가에서 소리가 웅웅거렸다. 백현에게 소리를 친 남자가 재빠르게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이간호사에게 명령했다. 수술실 빈 곳 있죠?잡아요.

"네?지금 수술실은 성형외과 전 30분 하나 남아있습니다."
"성형외과든 나발이든 빨리 잡으라고. 이 환자 죽일거예요?"

남자가 소리지르는 것을 듣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백현이 환자를 데리고 가는 남자에게 잡고 말했다. 당신 누구야.의사예요? 백현에게 잡힌 팔을 신경질적으로 뿌리친 남자가 대답했다.

"이 환자 피를 토했어. 니가 봤을 땐 이 정도 출혈로 손발이 떨리고 체온이 낮아질거라고 생각해? 뼈가 부러지면서 안의 장기에 상처를 냈어. 변백현?니 까짓게 레지던트 주제에 아는척하며 시간을 끄는 바람에 지금 환자 상황이 더 악화됐고, 니가 죽일 뻔 한거야. 더 필요해?"

빠르게 말을 뱉어내는 남자의 입과 다르게 착 가라앉은 까만 눈동자가 차갑게 백현을 응시하며 쏘아붙이고 있었다. 내쳐진 팔이 덜덜 떨려왔다. 남자는 두 번 다시 뒤돌아보지않고 그대로 수술실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지 못한 탓에 얼룩덜룩해진 니트를 벗으며 뛰어가는 남자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백현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불과 몇시간 전의 일이 자꾸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아 백현은 몇번이고 찬물에 얼굴을 담궜다. 니가 죽일 뻔 한거야. 침착함 속의 분노가 백현을 괴롭히고 있었다. 니 까짓게 레지던트 주제에…. 이 대학병원이 소속되어 있는 학교에 수석으로 졸업하고 인턴도 무사히,레지던트도 지난 1년간은 무사히 잘 마쳐오고 있었다. 무사히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오히려 교수님들의 촉망을 받고있었다. 그래서 처음 레지던트를 흉부외과로 가겠다고 정했을 때 내과의 정교수님이 백현을 뜯어말리기까지 했었다. 그렇다고해서 건방지게 살아오진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새벽 5시 기상에 취침시간은 정해져있지 않은 고된 흉부외과 레지던트 생활에도 남들이 한번쯤은 쓴다던 월차 한 번 쓰지 않고 달려왔다. 뒷빽 많은 최교수님께 잘 보이기 위해? 백현은 오히려 매일같이 최교수님의 연구실을 들락거리며 커피 심부름을 하는 동료 레지던트들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자신을 교수들이 왜 데려가려고 하는지 어떤 의도로 데려가려고 하는지 감도 안 잡혔고, 잡고 싶지도 않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인턴 때부터 2년째 보고있는 대학병원의 연줄과 빽이라는게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를 잘 알고있었다. 누군가는 백현을 보고 현실 감각 없다고 비웃었지만 적어도 백현에게는 그랬다.
"백선생님. 백선생님!"
"어…어!네?"
"아까부터 왜이렇게 정신이 없어보이세요. 아까 낮에 응급환자가 들어왔다더니 그것때문에 그러세요?"
네?아니예요. 평소 사람좋게 웃는 백현에 스스럼없이 말을 붙이던 김간호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손뼉을 짝 쳤다.
"아 선생님. 들으셨어요? 오늘 새로 오신 교수님이요."
"오늘 교수님 새로 오셨어요?"
"네. 가람대학병원에서 오셨대요. 오늘 그 교수님 오자마자 수술 들어가서 최교수님 완전 장난 아니셨는데, 모르셨어요?"
오자마자 수술 들어가서….순식간에 머리에 얼굴 하나가 스쳤다. 가라앉은 눈동자. 쏘아붙이는 저음의 목소리. 분명 전문의정도 된 사람이면 그렇게까지 흥분하지 않는데.의아했다.
확실한건 아까는 분명 자신의 실수였고 그에 대해 감사와 죄송함을 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백현은 김간호사님께 물어 그 남자의 연구실을 찾아왔다. 옅은 나무색의 방문. 그 옆에는 각 병실마다 붙여져 있는 플라스틱 이름칸이 붙여져 있었다. 그 위로 보이는 글씨.
'흉부외과 전문의 박찬열'
손을 올려 노크를 해야하는데 백현은 아까 그 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찬열의 방문 앞에서 손을 벌벌 떨었다. 용기가 나지 않는것인지, 아까 일로 자존심이 상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교수님께 꾸중을 듣는건 당연한건데 자꾸만 그 눈빛이 거슬렸다. 마치 너같은 애는 내가 잘 안다는 듯한 눈빛….
결국 노크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가는 백현의 등 뒤로 인기척이 들렸다.

"거기,레지던트"

백현은 자신도 모르게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몸을 흠칫 떨었다. 한 번 들었었음에도 분명히 뇌리에 박힌 목소리였고, 지금도 백현의 뇌 속에서 떠다니는 목소리였다.

모르는 척 하고 그냥 갈까하기에는 백현은 찬열의 연구실에서 두발자국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 씨….어쩌자고 여긴 찾아와가지고…. 뒤늦은 후회는 정말 말마따나 뒤늦은 것이었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은지 불러도 오랫동안 뒤돌아보지 않는 백현에 찬열이 다시 한 번 불렀다. 레지던트. 교수가 말하는데 말 같지 않나 봐요? 갑자기 바뀐 위협적인 존댓말에 백현이 그제서야 빠르게 뒤돌아 대답했다. 네. 왜…그러시죠? 잔뜩 얼어 찬열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대답하는 백현의 모습이 조금은 우스웠다.

“아니, 이름이 뭐예요?”

“네?”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놀라 소리를 빽 지르며 대답하는 백현에 찬열이 잠깐 인상을 찌푸렸다.

“앞으로 이 병원에서 몇 십년동안 일할지도 모르는데 레지던트 이름 하나 물어보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어딘가 자신을 놀리는 듯한 말투 같다고도 생각했다 백현은. 필요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큰 대학병원에서 어쩔 수 없이 복종해야하는 것이 이런 관계였다. 레지던트는 교수에게, 인턴은 레지던트에게 예의를 차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지는 곳이었다.

“변백현입니다.”

“성이 특이하네? 기억에 잘 남을 것 같네요. 물론 이름 때문만은 아니지만,”

부러 백현의 반응을 살피려고 비꼼의 의도가 들어가 있는 것이 맞았다. 예상대로 숙이고 있던 동그란 머리통에 이어지는 얼굴의 끝. 그쯤의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그럼, 가 봐요.”

“네?”

“나 보러 온 거고 나 봤으니까 이제 가보라는 말이에요”

백현은 아까부터 자꾸만 여기저기에서 망치로 백현의 머리를 때리는 것 같았다. 그도 아니면 딱따구리가 백현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계속 쪼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답지 않게 정신줄을 놓고 있던 백현은 다시 울리는 응급 콜에 망설임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근데 레지던트 몇 년차에요?”

“네? 어….2년차요.”

“아직 새로운 레지던트들이 안 뽑혔나봐요. 아직까지도 응급 콜을 받고 있네. 그럼 수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생각하던 백현은 두 번째로 발걸음을 돌리며 깨달았다. 저 사람은 나를 무시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교묘하게.

백현은 처음으로 레지던트로써 혹은 앞으로 하게 될 전문의로써 수치스러움을 느꼈다.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가 확실함에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처음 자신의 실수가 모든 것을 걸고 넘어뜨리고 있었다.

“사람은 첫인상 3초가 중요하다더니….”

망연자실하게 혼잣말을 내뱉으며 백현이 응급실로의 발걸음을 빨리했다.


찬열이 병원에 온지는 이제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백현과의 만남은 자신의 연구실 앞에서 짤막한 대화가 마지막이었다. 딱히 혼자 산다고 해서 집에 안 들어갈 성격은 아니었지만 병원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하루, 응급환자 때문에 하루, 백현을 지켜보는데 오일이 걸렸다. 어떻게 보면 더 이상의 만남이 없다는 것은 백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찬열이 칼같이 시간에 맞춰 응급실에 가보면 백현도 칼같이 어린 환자에게 밥을 먹이고 있는 중이었다.
“피슝-계란말이 기차가 갑니다.”
항상 뭐가 좋은 것인지 웃는 얼굴이었다. 웃는 낯에 침 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지만 찬열은 백현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자신 담당도 아닌 환자들에게까지 저렇게 신경을 써야하는지 도무지 찬열의 이해 범위에선 벗어나있는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일주일째 아니 오일 째 백현을 그냥 두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했으나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최교수 담당인가…. 차트를 찾아보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다른 흉부외과 레지던트들은 이렇게 응급 콜이 없고, 자신의 담당환자가 아직 생기지 않았을 때는 보통 잤다. 자신이 그렇게 생활했고 주변 모든 흉부외과 레지던트들이 그렇게 생활했다. 백현이 유난히 잠이 없는가에 대해서 고민해봤지만 처음 만났을 때 몽롱한 듯한 얼굴로 환자를 더듬거리던 눈빛을 미루어보았을 때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였다. 백현 자체를 이해한다기보다 백현과 같은 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해봐도 무리였다.
사실, 백현과의 첫 만남 때부터 찬열은 쭈욱 백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이제 갓 2년차 레지던트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실수였다. 그 점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데, 왜 그 타이밍에 자신이 그렇게까지 화를 내야했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야말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가운도 받지 못한 채 다른 교수 라인에 줄 서 있는 레지던트 앞으로 들어온 응급 환자를 왜 자신이 그렇게까지 맡았는지. 아는 것 같았지만,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옛날에 써놨던건데 다시 올려요. 다음편은 사실 언제 쓸 지 모른다는게 큰 함정...그냥 계속 혼자만 가지고 있기에는 여기에 쏟아부은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서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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