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라면 오직 내가 되어야하지 않겠소. 하는 것이라곤 오직 밥그릇만을 탐욕스럽게 여기는 내가 되어야 합니다. 욕심따위, 열정따위, 탐욕따위는 없는 내가 개가 되어야 합니다. 비로소 개가 되어 욕을 들어도 마땅찮으니 날 개로 여겨다오. 발 끝에서 절하고 구르고 모든 것을 토해낼테니 제발 나를.마땅히 개가 되어 그들이 토해낸 찌꺼기를 즐겁게 먹겠다. 칭찬보다 욕이 섞인 한 마디를 들으며 싹싹 빌겠다. 내 숙명이자 운명이다. 밥그릇에 가득 담긴 욕설과 희롱과 음담패설을 핥아가며 발길에 채이는 게 나의 소망이자 원망이다. 당신의 품에 안기기 보단 짓밟히는 편이 나을테다. 당신은 먼 발치에서만 볼 것이다. 그래야 더 아름다울테다. 당신의 발 밑에서 짖으면 내가 당신을 찢고 나올까. 순수하고 유한 눈동자로 당신을 찾으면 당신은 나를 간질여줄텐가. 당신이 토하고 도리질, 뒷걸음질 친 토사물은 내가 먹어치울테다. 불만은 감히 갖지 않을테다. 그렇다면 당신은 걸어올텐가.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예전처럼 대뜸 욕지꺼리를 내뱉을건가. 내가 당신의 개가 되리오, 당신은 내게 무엇이 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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