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Fragment--> 뮤직 논스톱. 그것은 변백현의 머릿속 사전에 기재된 명사, 아니 명언이라면 명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음악 하겠다고, 대단한 슈퍼스타가 되겠다고 엄마한테 꼴값치고 경기도 부천에서 무려 서울특별시로 이사. 말로는 이사라 하고 현실은 가출이라고 하자. 하여튼 가진 건 음악에 대한 젊은 패기, 열정 남자의 냄새가 풍기는 단어들만 마음속에 지닌 채 온 이 곳. 시간은 흘러 여름에서 겨울. 겨울에서 다시 여름으로 내 생활적, 문화적 룸메이트. 소울메이트 까지는 아니어도 같이 사는 동거인. 매사 침울하고 우울한 도경수를 만난 지가 꽤 됐다는 말이다. 어언 1년 정도같이 서로 철저한 접촉 불가 상태로 비록 살았지만 그래도 아직 나는 도경수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다만 도경수는 폐쇄적이고, 늘 다크써클을 지닌 채 피아노를 둥가둥가 두드리며 으어- 하면서 새벽마다 물을 마시러 갈 때마다 저를 깜짝 놀라게 하는 주범이었다. 아, 미약하고 얕은 관계에서 아는 것이 있다면 도경수는 아싸 인거 같다. 1. 집 밖에 나가있는 꼴을 못 봤다 2. 친구랑 연락하는 목소리를 못 들어봤다 3. 모르겠다. 그냥 왕따 같다 4. 도경수가 세상을 왕따시키는거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결론은 성격이 그 모양이니 신이 공평하게 재력이라도 옜다 받거라하고 던져준것일까. 돈이 좆나게 많은 드라마 속에서만 보던 현실부자 인거 같았다. 백현이 살고 있는 이 갓 지은 듯 한 오피스텔도 계약상 도경수집이니까. 돈 몇 푼주고 얹혀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도경수와 내가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하다고? 그건 도레미 때려맞추는것보다 간단하다. 사실상 20살 먹고 가진 것도 없이 가출한 탓에 괜히 지랄떠는건가 싶었다. 단 1분 만에 마음을 고쳐 잡았지만.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라는 이 멋있게 조합된 언어들이 뭐 길래.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서울로 발걸음을 올렸다. 나름 발 넓은 인맥 탓에 서울에 있는 친구 놈을 오랜만에 만났다. 일주일정도 친구 집에 머물며,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했다. 시작이 좋았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친구 놈이 슬슬 눈치주는것이 느껴져 다른 룸메이트를 구해볼까. 하고 룸. 구. 당 이하 룸메이트 구합니당 이라는 사이트를 하루에 1시간씩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3일하고도 56분정도 지나던 날. 저에게 딱 걸맞은 제목의 글을 눈으로 캐치해 광속클릭을 시전해보였다. 음악하며 짐도 없고 집도 없는 거지같은 룸메이트 구합니다. 딱 본인을 위한 말이 아닌가. 제가 들고 온 짐이라고는 어쿠스틱기타, 마이크, 돼지저금통, 팬티7장. 이게 끝이었다. 백현은 바로 ☎010-0500-0492 라는 번호를 곧장 폰에 적어 전화를 걸었다. 음산한 클래식노래가 몇 번 귓가로 무섭게 때려박히자마자 낮고 습한 음성이 제 귀에다가 한 번 더 목소리 빵을 갈겼다. -누구세요. 누구신데 이 시간에 전화를 하고 난리십니까? 백현은 순간 내가 잘못한 건가? 전화를? 내가? 한 게 잘못인건가. 솔로몬의 지혜가 붕괴되는 뇌 속 질문들을 필터링 시키기로 했다. 어차피 난 꼭 이 싹퉁머리 없는 새끼랑 살아야 돼. 내가 바로 최적화된 맞춤 룸메이트니까. “아……. 룸메이트 구하신다고 해서 전화 드렸는데요.”-……. 룸메이트요? 음악하세요?“예…….”-알겠습니다. 내일 주소로 짐들고 그냥 오면 됩니다. 왜 긴장 탔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만은 끝내주게 좋다는 건 알았었다. 그렇게 백현은 주소를 눈으로 스캔해 핸드폰 메모장 안에 간단히 새겨 넣었다. 서울시 압구정 500-892번지. PUNK! PUNK?作家 Public 어느 때와 같이 아르바이트를 끝낸 뒤, 집 앞 편의점에서 KGB. 이하 레몬맥주 한 캔과 담배 한 갑 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빨리 집을 들어가 씻고, 남은 음악작업을 할 생각에 멘탈이 해피한 상태를 지닌 채 발로 리듬을 타며 걸어오던 찰나에 백현은 제 오피스텔 앞 검은 모자, 검은 후드, 검은 신발까지 그림자 마냥 풀 코디 착장 을 한 채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경수를 발견했다. 얼마 만에 얼굴 보는 거야. 그것도 잠시 백현은 머릿속에 문제를 하나 때려 박고 질문했다. 인사… 해야 돼? 말아야 돼? 얼마 졸업하지 않은 이과출신으로 봤을 때 본인과 도경수의 거리는 대충 한 300M 쯤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 150M 쯤에 아는 척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백현은 제 똑똑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것도 잠시 150M쯤 도착해 백현은 손을 힘껏 들고 경수에게 안녕! 하고 외치려던 찰나였다. 도경수는 마저 피던 담배를 튕겨 발로 지지고는 곧장 오피스텔로 들어간 것 이다. 백현은 얼굴이 심히 빨개졌다. 왜냐? 도경수는 분명 저를 멀리서 보고, 심지어 눈도 마주쳤었다. 저를 쳐다보는 얼굴에 인사해도 되겠구나 싶어 손을 든 것인데 저…저 새끼가 감히! 내 인사를 씹어? 이로써 백현은 경수가 왜 아싸인지 알 것 같았다. 재수 없는 놈. 백현은 저를 봤음에도 눈까지 마주쳤음에도 그렇게 매장하게 올라가버린 경수의 뒷모습. 그러니까 자동유리문이 닫힌 채 유유히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모습을 볼 때까지 편의점봉지를 든 채 5분정도 멘탈이 엇나간 상태로 계속 서있었다. 저… 씨발놈이. 욕은 덤에다가 양념이다. 오피스텔 앞 보안이랍시고 비밀번호에 지문인식에 심지어 카드키까지 삼중 보안으로 굳게닫혀있는 유리문을 열어 계단을 턱턱- 올라가면서 까지 생각했다. 가서 죽빵을 갈겨? 헤드록을 걸어? 썬건으로 쏴 죽여? 5층이 끝인 오피스텔은 더럽게도 짜증나게도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땀은 들어갈 기미 없이 펑펑 나와 기어 코야 제가 아끼는 보이런던 티셔츠를 적시고 말았다. 5층에 도착해 익숙해 보이는 집으로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터치한 순간. 백현은 이 안에 들어있는 도경수를 어떻게 조지는가. 빠른 뇌 속 필터가 돌아갔다. 결론은 간단했다. "야! 너 나 봤지?"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 말 인가. 하지만 늘 인생이란 것은 변수가 있기 마련이었다. “…못 봤는데?” 할 말이 없었다. 도경수가 나를 안 봤다는데 내가 봤다고 해서 무슨 소용인가. 백현은 이런 거에 있어 삐지고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속에 조금 꿍쳐둘 뿐. 실제로 도경수의 시력은 낮아보였다. 안경 쓰고 있는 걸 더 많이 봤기 때문에. 사실 이 사건이후로 며칠 더 지켜본 결과. 도경수는 천재 작곡가였다. 진부하지만 그랬다. 절대음감, 클래식, 천재피아니스트, 제2의 이루마 정도. 백현만 몰랐던 것이다. 그 D. O.이 도경수라는 사실. 예전에 클래식 전공하는 친구에게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디오가, 피아노를 정말 깐지나게 치더라. 반했다. 얼굴도 잘생겼었다. 맞는 말 이다. 실제로 초록 창에 도경수의 예명인 듯한 D. O. 디쩜오쩜. 을 치니까 팬 카페도 나오더라. 조금 비웃었다. 만날 쾅콰앙쾅-하고 귀신이 여기 있습니다. 하고 호러메이즈 같은 곳에서 비지엠으로 깔릴 거 같은 곡 들은 비싼(?)곡들이 이었었고, 고급스러운 요소의 곡들 이였다. 백현과는 정반대인 하와이와 북극의 극과극인 장르였다. 백현이 작업하는 곡들은 팝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보컬 쪽이었고 경수는 나름대로의 장르가 뚜렷한 클래식, 비싼 노래들을 작곡하고 있었다. 그리고 디오는 가까이해야 할 존재이고, 도경수는 피해야 할 존재인 것 이다. 변백현은 단순함의 표본이었다. 한 문장을 이중필터를 돌리지 않고 한번 걸러 내뱉으며 태어났을 때부터 모태애교와 기회주의라는 아이템이 이미 장착된 후 태생되었다. 반면에 도경수는 딥. DEEP. 의 표본이었다. 한 문장을 말할 때도 서너 번 걸쳐 말을 완성해내었고, 태어날 때부터 과묵함과 사람들이 저절로 기어주는 태생적 暻秀 밝고 빼어난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태어났을 때 스타트부터가 달랐다는 것이다. 그러던 단순함과 기회주의의 백현은 계약연장을 두고 1년 만에 한번 말해본 사건 이후로 도경수와 본인의 낯을 마주 하게 되었다. 식탁하나를 두고 서로 계약서, 인주를 기준으로 갑은 도경수, 을은 철저히 변백현. 이것이 끝이 이었지만 나름대로의 계약인 셈이었다. “더 살고 싶으면 찍고, 안 살고 싶으면 바로 짐 싸고.” 처음부터 세게 나오는데. 백현은 턱을 괴고 고민하는 척을 해주었다. 갑과 을의 관계이지만 차마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쓸데없는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눈치가 빠름빠름 갑은 고작 을 주제에 나대지 말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백현은 어차피 찍을 거지만 본인의 안구로 보이는 경수는 표정이 죽어가고 있으며 제발 찍어주세요. 하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내가 원하던 거야. 마음이 평온해진 백현은 찍어줘야겠다고 인주에 손을 대어 빨간 지문을 찍으려던 찰나였다. “야. 변백현.”“네… 아니 응?”“계약하기 싫으면 나가. 어차피 찍을 거 존나 튕겨요. 작업해야 되는데.” 씨발. 백현은 또 내가? 잘못한? 계약을 찍는? 나의 예쁜 핑거가 잘못한 건가 싶어 경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경수와 눈을 마주칠 때는 머리는 있는 대로 헝클어져 다 죽어가는 듯 하다. 난 주인이고, 너는 얹혀사는 닝겐 일 뿐이야. 라는 아르바이트 점장 같은 눈빛을 쏘아대는 경수의 모습만 눈에 찰뿐이었다. 누…누가 계약 안한데? 백현은 얼른 부랴부랴 지장을 찍어 경수 앞으로 내밀었다. 이제야 만족한 듯 송충이가 두 마리 얹혀있는듯한 눈썹을 한 번 찌푸리더니 제 할 말만 하는 경수였다. “1년 더 살면 되는 거고, 그냥 평소처럼 살아라. 서로 방해 안 되게 잘 합시다. 변백현 씨.” 퍼블릭 l 작가의 전체글 신작 알림 설정알림 관리 후원하기 이 시리즈총 0화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최신 글현재글 최신글 [EXO/500] PUNK! PUNK? 511년 전위/아래글현재글 [EXO/500] PUNK! PUNK? 511년 전공지사항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