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왜 백현아?"
"사랑한다고~"
"푸흐흐, 뭐야 나도 사랑해"
"뽀뽀!"
나는 너무 행복하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백현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때? 맛있어? "
"와..자기 나랑 결혼해야겠다"
"결혼?흐히, 변백현 너 꼭 나랑 결혼해야된다!"
"당연하지, 자기가 나 싫다고 해도 끝까지 결혼할거야"
"절대 싫다고 안 해. 우리 결혼 하는거다?"
"약속, 도장, 사인!"
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끝이었다. 강제 끝.
나도 이유는 모르겠다. 우리가 왜 아니,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나는 분명 이렇게 기분 좋은 약속을 하고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백현이를 꼭 안고 잠에 들었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ㄴ..누구세요?"
"누구긴, 네 남편이지. 좀만 더 자. 아직 아침이야"
내 남편이라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큰 남자를 뒤로한채, 온통 백현이 생각으로 거실에 뛰어나와 둘러봤다.
우리 집도 아니고 이게 무슨 신혼집같이..온통 분홍색에 집이 예쁘네. 아니, 이게 아니라 핸드폰이 어딨지?
"뭐 찾아?"
"핸ㄷ, 아니, 그쪽 도대체 누구세요?"
"왜 이렇게 물어봐, 우리 결혼한거 실감 안나서 이래?"
"이게 무슨..제 핸드폰은요?"
"너 진짜 오늘 바보야? 여깄잖아."
하면서 내 손등을 꾹 누른다. 그러니까 내 손등에 무슨 불빛이 들어오더니..핸드폰?
이게 뭔가, 항상 소설로만 보던 그런 판타지 세계가, 아니 중학교때 과학의 날, 이럴 때 그리던 핸드폰이 지금 내 눈앞에 있다.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천천히, 외워둔 백현이 번호를 꾹꾹 눌렀다. 그리고 통화. 그리고..손등을 귀에 갖다 대야하나?
"지금 개그하는거야? 뭐해"
"네?"
"그렇게 안 해도 다 들리잖아"
"그러면 너가 다 듣잖아요, 통화 내용"
"네 귀에만 들어가잖아, 통화내용"
진짜? 그러고 보니 소리가 들린다. 내 귀 바로 옆에서.
"이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그럴리가, 백현이 번호가 바뀌었을리가, 그럼 연락할 방법이 없는거야?
굉장한 멘붕에 터벅터벅 걸어 쇼파에 풀썩 앉았다. 그리고 벽에 보이는 저 남자와, 내가 환하게 웃고있는 웨딩사진.
웨딩사진? 우리, 진짜 결혼한거야?
"저기요"
"너 오늘 진짜 왜 그래? 컨셉이야? 바보같이 하는거? 그리고 저기요 아니고 오세훈."
"아니, 저 사진 뭐예요?"
"무슨 기억상실증, 그런거 걸린거야? 우리 한달전에 결혼했잖아. 뱃속에 애도 있으면서"
"뭐? 나 임신했어요 설마?"
"아 진짜. 우리 어제 병원가서 검사받았잖아. 4주째라고. 허니문이라고 좋아했잖아 너"
정말, 정말 말도 안돼. 신혼여행은 도대체 어디로 간거고, 언제 어떻게 이렇게 된거야.
"하, 우리가 언제 만났는데요"
"오늘이 우리 1382일. 우리 만난날은 2020년 6월11일"
"2020년? 1382일이면..뭐예요, 지금이 2024년?"
"그렇지. 너 진짜 오늘 뭐냐, 바보야?"
지금 내가 그럼 미래에 와 있다는건가? 이 남자가 내 미래 남편이고? 그리고 난..31살이고?
그때와는 10년이 하룻밤사이에 훌쩍 지나가 버렸고, 그 만큼 모든것이 바뀌어 있었다.
그럼 백현이는, 왜 하필 우리 마지막 말이 결혼하자는 약속이었는지, 진짜 결혼을 해버렸다. 다른 남자와.
그래도 이 남자도 나쁘진 않네,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기고 성격도 괜차..이게 아니지. 벌써 백현이가 보고싶다.
그리고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결혼인데. 심란해졌다.
"내가..그쪽한테 뭐라고 불렀나요?"
"세훈아. 내 이름이니까. 오세훈"
"존댓말도 썼어요?"
"아니, 그러니까 오늘 네가 이상하다는거야. 평소대로 해"
내가 평소에 어땠는지 모르겠으니까 하는 말이지 이사람아.
백현이는 귀엽고 나만 바라봐주는 해바라기에 팔불출에, 뽀뽀쟁이에 날 아껴줬는데 이 오세훈이라는 남자는 완전 반대다. 완전 반대.
뭐, 결혼하고도 몇일인지 세는걸 봐서는 날 좋아하긴 하는거같네. 사진을 또 올려다보니 활짝 웃고 있는걸 봐서는 나도 이 사람을 꽤나 좋아했던거 같다.
그래도 사람이 성격이라는게 있잖아, 세훈이라는 사람은 좀..말투도 틱틱거리는데 나를 잘 챙겨주는거 같다. 츤데렌가, 백현이한테 츤데레 좋다고 했다가 한참
'주워왔다'
이 멘트를 귀에 딱지가 지도록 했던 백현이가 생각나 혼자 푸스, 하고 웃었다,
"왜?"
왜긴, 우리 백현이 보고싶다.
"아니..그냥 우리 사진 예쁘게 나온거같아서"
"난 별로야. 다리가 너무 짧게 나왔잖아"
이렇게 또 틱틱대는 말투에 미소를 띈채로 고개를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이 사실을 모두 말해봤자 저 오세훈이라는 사람은 무슨 말도 안되는 얘기야, 하고 넘길게 뻔하다.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니까.
저 남자가 말하는 평소대로, 세훈아. 라고도 부르고 반말도 썼다. 난 귀여운면이 좋다고 해서 예전에 백현이한테 하듯 애교를 잔뜩 섞은 목소리로도 말하며 꽤나 피곤한 하루를 보내다보니 벌써 하늘이 어둑해졌다.
"세훈아, 안 졸려?"
"별로. 원래 너 늦게 자잖아, 졸려?"
"응..조금"
늦게 자는건 10년 전이랑 똑같네, 그치만 오늘은 모든걸 신경써서 그런지 너무 졸려서 오세훈이라는 남자의 다정한 팔배게를 받으며 눈을 감았다.
일어나있으면, 모든게 되돌려져 있기를. 백현이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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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은 처음 써 보네요! 그냥 혼자 이런 글 있으면 재밌겠다~ 하다가 즉석으로 쓰게 된 글이예요ㅎㅎ 처음 써서 글이 횡설수설하고 이게 잘 쓴건지 아닌지..맞춤법 지적이랑 질문있으면 해주세요!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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