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그렇게 공부만 하면 안지쳐?사각사각그래도공부열심히해, 경수야. 꼭 서울대가서 나 서울 구경 좀 시켜줘.사각사각알겠지?백현의 말에도 경수는 대답없이 묵묵히 노트에 필기만을 해나갔다. 손목이 자꾸만 두꺼운 노트에 쓸렸다.
경수는 전국수석이었고, 백현은 전교에서 알아주는 날라리였다. 일찌감치 대학은 포기한터라, 가만 옆에서 지켜보는게 제일 경수에게 도움이 될 거라 믿어 항상 그렇게 해왔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낮은 탁상에서 경수는 공부를 했다. 경수는 움직이기 싫어하니까 다리를 탁상다리 아래로 넣는게 좋겠다. 그렇지? 경수는 착한 아이니까 말을 잘 들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지금도 그럴 것이다. 양 다리를 탁상다리 아래로 교차해 넣은 경수는 이어 필기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탁상다리 사이에는 발목 하나가 들어갈 만한 공간을 남겨두고 서로 두꺼운 나무 막대로 이어져있었다. 공생관계. 백현은 기우뚱한 다리를 고치며 언젠가 경수에게서 들은 말을 되뇌었다. 공생, 공생. 참 좋은 단어다. 상호작용도.
경수의 팔에는 얇게 자세히 보지않으면 보이지않는 금이 손목에 하나, 팔 중간에 하나, 팔꿈치 안쪽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매일밤 잠자리에 들어서 경수의 금들을 두손가락으로 누르며 백현은, 경수야 이거 내가 어제 들었는건데 공부열심히 해서 이거 책에 쓸려서 니 팔이 파인거래. 좆나 무섭지. 경수는 말없이 고개만을 끄덕였다. 매일매일 경수의 손목금은 점점더 깊어졌다. 하얀 피부에 파랗게 정맥이 비쳤다. 정맥에는 피가 흐르지, 응. 경수피, 파란피.
우리는 한 배를 탄 형제들입니다, 아멘.
경수와 백현은 교회에 다녔다. 어짜피 집에 있어봐야 밥도 못먹는데 교회가면 빵도주고 과자도 주고 공부도 시켜주고 예쁜누나도 있으니까. 백현은 성경 구절이 참 좋았다. 간지나는게 참 멋있었다. 무슨뜻인지는 알아먹지못하더라도, 좋은 의미인 것만은 느껴져 성경책은 열심히 읽었다. 백현은 혼자가 싫어서 성경 구절이 좋았다. 하나님이랑 예수님이 어디든 날 봐주니까.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마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이사야 41장 10절
어제는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다. 경수는 똑똑하니까 이번에도 내 말을 잘 들어줬을 거다. 경수는 착한 아이니까.
어제는 성적표가 나왔다. 그런데 경수는 왜인지 내말을 안들었다. 경수야, 이제 안착해?
공부열심히해. 내 말 잘듣고.
경수는 하체가 약하니까 다리에 쥐가 금방 내릴 거다. 그러면 움직이겠지. 그래도 공부를 계속할꺼야, 왜냐면 내가 다리를 다리밑으로 넣어서 이제 못움직이잖아. 움직여도, 발목이 부러질 꺼니까 아무데도못가. 그래도 나한테서 도망가려고한다면, 더 두꺼운 노트를 줄게. 노트가 두꺼울 수록 네 손목의 금은 더 깊어지겠지. 금이 깊어지면 노트가물들거야. 파랗게.
경수야, 우리 공생하자. 상호작용.
네가 무너지면 내가 무너지는거야.
그러니까.
더 무너지기전에 우리 지옥으로 떨어지자.
네가 지옥에서 나를 원망하고 내게 죄를 묻는다면 나는 신앙으로 대답할게.
사랑은 모든 범과를 덮어 준다.—잠언 10:12.
자까의말암호닉받아요 사랑해요그리고 제목이 조각1이 아니라 조각2이 이유는 조각1이 기달리고있어서에요사랑해요 피드백 알러뷰 암호닉신청하시거나 피드백해주시면 저도 답글달아드림 하트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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