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gue of Legendary ㅄ13
w. 공대생
13: 이런글만 갈겨서 죄송한데요.
코딱지를 파서 먹으면 직빵일텐데.그런짓을하느니 차라리 김종인이랑사귄다 개새끼야
...어쩔수없지 그럼.
수요일, 오전부터 점심시간에 걸쳐 찬열은 경수에게 ' 김종인의 마음을 접게하는 확실한 방법'을 전수했다. 그 방법들이라 함은, 김종인 뿐만아니라 전교생을 경수에게서 등돌리게 하기에 맞먹는 스케일이었기 때문에 경수는 과연 이것들을 실천해도 좋은가에대해 한번 더 고민했고, 맨정신으로 할수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두번 더 고민했으며, 이딴걸 방법이라고 내놓은 박찬열놈에게 자신의 치안과 맞바꾼 형의 애장품을 넘겨야하나에 대해 세번정도 더 고민했다.
그러나 별다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찬열의 계획은 왠지모르게 체계적인데다 설득력있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야 근데 제목이 거슬려.""왜? 뭐가 어때서? 존나 상큼하구만."
"..병신이 들어간 순간부터 상큼은 틀려먹었거등?""왜? 이렇게읽어. ↗병↗신↗스↗타!"
"니가 병신같으니까 그만해."
경수생각에, 정말이지 병신퇴치를 위해 더 병신같은 짓을해야하는 경수자신도 병신같았지만 그걸 계획하는 찬열은 더한 병신같았다. 특히 저 병신스타를 가성으로 외치는 찬열은 더욱더. 왜, 가르치는 자는 완벽히 아는 자라는 말도 있지않은가? 찬열이 딱 그짝인 듯 했다. 물론 의미가 퇴색하긴 했지만. 따지고보면 경수는 자신이 요청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찬열의 제자가 된 셈이었다.
그래요 맞아요. 우린모두 병신이랍니다.^^
"이응. 그니깐 이건 일반인들이 싫어할만한 행동들의 총집합이라고 할수있지. 그 까만 병신이 아무리 취향 특이하다고해도 이것들중에 싫어하는거 하나는 얻어걸리지 않을까?"
찬열의 논리는 간단했다. 무대뽀식. 니가 이중에서 싫어하는게 하나라도 없을까싶냐?
( 쓴이 주; 엑소를 데뷔시킨 스엠의 심리와 비슷하다. ex) 이 12명중에서 니 취향이 하나라도 없을거같냐? )
"...이걸 하라고?"
그러나 사실 그 순간에도 경수는 살짝 즐기고 있었다.
"결론은 김종인이 널 안싫어하곤 배길수 없단거임."
1. 오타쿠말투 (준면이형 참고)
2. 허세인사
3. 길걸어가면서 랩하기 (랩 잘하면 ㄴㄴ해)
4. 만날때마다 뒷통수치기
5. 과한 귀여움. 존나 과해야함.
6. 양말신고 샌들신기
7. 교복바지내려입기 엉덩이거의다보여야함.
8. 티셔츠에 손넣고 배긁기 ,바지에 손넣고 사타구니긁기
9. 교복바지에 체인달기
.
.
.
.
(엄청많음. 중략. 사실 쓰니가 생각해내다가 몸서리쳐져서 관둠 어유 싫어.)
찬열은 전교생이 경수를 싫어할수도 있을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
도경수 학생 집중!
즐.
자, 첫번째는 오타쿠말투야. 준면이 형한테 조언을 많이 구했지. 본인은 자신이 오타쿠라는걸 거부했지만 말이야. 본인이 오덕이 아니라길래 내가 쉽덕이라고 정정해 줬다가 개 처맞았어. 준면이형 웃으면서 때리더라 존나무서웠음. 아-여튼, 이건 어미가 중요하고! 어, 맞다 근데 나 준면이형한테 피규어도 빌려왔음. 내 능력 짱이지.
피규어? 야, 근데 그거 비싼거아니냐? 엄청 아끼든데.
괜찮아. 형이 자기는 같은게 세개라면서 흔쾌히 빌려주셨어.
왜 같은게 세개나..?
뭐랬드라? 보관용, 감상용, 실용용 이랬음.
...이건?
실용용!
씨발.
.....해서 피규어 공수는 없던일이 되었다.
프리큐어-☆ 프리큐어-☆ 프리티해- 프리큐어☆ 우.리.들.은 프리큐어-☆
"프리큐어-!"
흥겨운 프리큐어오프닝의 리듬에 맞춰 동아리 실로 향했다. 그 광경에 식겁한 학우들의 시선과 수군거림이 따라붙었지만 경수는 개의치않고 찬열의 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하고있는 중이었다. 복도를 걸을때는 MP3볼륨을 최대로 하고 애니주제가를 들으며 흥얼거리는게 포인트. 반드시 애니주제가가 밖으로 다 들려야함!
경수는 김종인퇴치라는 단 하나의 목표 말고는 눈에 뵈는게 없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신명나게 동아리실에 당도한 경수는, 복도에 난 창문으로 먼저 안에 종인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패기있게 문을 열어 젖혔다.
내가 크리스쌤한테 좋은걸 배붜왔지. 크리스쌤 인사하는거 나 깜짝 멘붕이야.
아,야 뭔지 알겠다. 그-
알지? 손을 들어서 쫙 펴는게 아니라 네번째,다섯번째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접는게 포인트야.
이,이렇게?
어. 여기에 오타쿠를 섞었어. 자 이제 날 따라해봐. 여어-
씨발?
도경수! 김종인을 생각해. 여어-.
여,여어-
안녕하시냐능.
씨발?
어허.
아, 안녕하시냐능-.
ㅋ캬컄캬캬컄 아, 야 다시.으컄컄컄
여,여어- 안녕하시냐능-. 순간 경수는 진심으로 울고싶어졌다.
씨발 존나 잘한다 컄캬캬컄캬컄컄컄캬컄 최고다 도경수 짱머겅컄컄컄캬
경수는, 찬열이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눈물콧물에 침까지 질질 흘리면서 웃는걸 도저히 못봐주겠어서 결국 박치기를 날려주었다.
"여어- 안녕하시냐능-"
경수의 패기넘치는 등장에 ,동아리실에는 순간 정적이 흐르고, 종인을 포함한 부원 모두의 시선이 전부 경수에게로 쏠렸다. 경수는 씨익 웃어보이기까지했다. 분명,은근 이 상황을 즐기고있었다.
"여어- 오랜만이라능-"
그리고 저딴 인사에 응답을 해온 사람은 준면이었다. 아니 이양반아, 우리 이틀에 한번꼴로 보거든요?
마치 오타쿠들의 상봉st 인듯한 광경에 얼이 빠져있던 백현이, 경수 뒤로 곧 PMP를 시전하며 들어오는 찬열을 잡아끌고 복도로 나갔다.
"어, 왠일?""어- 왠이일? 존나 태연하네. 도경수 왜저러냐?"
"...음....준면이형한테서 오덕균이 옮았나부지?.."
"지랄. 사실대로고해."
찬열은 창문을 통해 동아리실 안의 눈치를 보다가, 창문안에서 자신들이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백현을 이끌었다. 그리고 백현은 찬열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기상천외한 사실- 결국 도경수가 김종인의 마음을 눈치챘다는 대박사건-과 그 사실을 뛰어넘는 스케일의 병신미돋는 도&박, 도박콤비의 계획에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차마 큰소리는 못내고 작은목소리로 야! 하며 눈을 치뜨는 백현에, 찬열이 저도모르게 움찔했다. 백현이 동아리실문을 한번 돌아다보고는 여전히 눈을 치뜬채로 찬열을 나무랐다.
"넌 김종인이 불쌍하지도않냐?""왜? 난 경수가 더불쌍."
"왜지?"
사실 몇달간 목석같은 경수때문에 빵셔틀 노릇만 하며 가슴앓이를 하고있는 종인이 더 불쌍한지, 팔자에도 없는 게이새끼를 떨쳐내느라 오타쿠+허세남연기를 하며 골머리를 썩이는 경수가 더 불쌍한지는 불쌍함의 경중을 따지는것조차 불쌍해서 눈을 뜨고 못볼 정도였지만, 백현은 당연히 종인이 더 불쌍하다고 생각했다.받아줄 마음 없는 놈한테 마음 주는 쪽이 더 불쌍하지!
"왜냐니? 경수랑 내가 친구먹은지가 일년이-""김종인한테 너네의 계획을 까발려야지."
"안돼! 내 한정판 씨ㄷ,헉."
"...그럴줄 알았지 씹새야."
도경수가 네 친구여서가 아니라 도경수(의 형) 소유물인 한정판앨범 때문이었겠지 이 힙덕새꺄! 어허, 아주그냥 한정판이라하면 친구도 팔아먹을 놈일세 그려.
그제서야 제 입을 틀어막고 '어- 하지만 한정판CD보다 경수가 더 소중하단다' 따위의 말을 어물거리며 눈알을 굴리는 찬열을, 백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히 흘겼다. 이딴걸 짱친이라고 둔 도경수가 존내불쌍.
"형들 여기서 뭐하세여?"
그때 뒤늦게 올라온 세훈이 찬열과 백현을 흘긋 쳐다보며 문고리를 틀었다.
"어,야 조심-"
백현이 주의를 주려고했을땐 이미 늦었다.
"여어- 세훈쨔응, 안-"
탁.
"..."
경수의 활기찬 인사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문을 닫은 세훈이, 설명을 갈구하는 표정으로 백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백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제 옆의 찬열을 가리켰다.
얘때문이야.
자신에게로 돌아온 시선에 더욱더 빠르게 눈알을 굴리던 찬열이, 세훈에게 손짓했다. 이리와, 귀좀대봐.
왠지 경수의 웃음소리와 종인의 멘탈이 붕괴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동아리실 문쪽을 곁눈질하며, 찬열이 세훈의 귀에 속삭였다.어디서부터 말애햐할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경수가 눈치깠거든? 그니깐-"
"아."
"아?"
"어쩐지. 경수형이 나 좀 싫어하라고 몸부림치는거같네여."
딩동댕! 정답인니다~
찬열의 한마디만 듣고 모든 상황을 간파해낸 세훈이었다. DAEDANADA. 이시대의 코난!
놀란 표정의 형들을 뒤로하고, 세훈이 다시 문고리를 돌려 동아리실로 들어섰다. 근데 김종인이 저런다고 물러설지는 모르겠네여.
둘이 밖에서 뭐하냐능- 어서 들어오라능!박찬쨔응, 변백쨔응! 들어오라능!
안에서 들려오는 경수와 준면의 목소리에 백현이 치를 떨며 중얼거렸다. 존나 오덕후들의 이중창같어. 그리고 찬열은 제가 만들어놓은 계획에 회의감을 느꼈다. 아무래도 쟤 재미붙인거같은데.
"들어오랜다. 난 그럼 20000."
"야 잠깐."
자신이 벌인 일에 진한 회의감을 느끼며 한숨을 쉬곤 동아리실로 들어서려는 찰나의 찬열을, 백현이 잡았다. 뭐, 왜, 또.
"뭐, 왜, 또-"
"내기하자."
뭐? 백현의 눈이 갑자기 빛나는 것을 보자니 섬칫한기분이 들었다. 내기라니. 찬열은 백현과의 내기에서 유독 약했다. 그러니까 이전의 남자답기내기가 그것의 한 예로......이 얘기는 가슴아픈 얘기. 이만 말을 줄이겠다.
"내,내가 왜? 와이?""넌 도경수 편이랬지? 난 김종인을 도울거야."
"그르시든가."
찬열은 백현의 김종인서포터 선언에 약간 놀랐지만 시큰둥한척했다. 그리고 그의 내면에는 저를 좋아해달라고 안달이 난 쪽보다는 그 마음을 완강히 거부하는 쪽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저면에 깔려있었다. 김종인을 돕겠다고? 그러시던가 헹. 조낸 수호천사 납셨네- 변호천사.... 어라? ,백호천사.... 어라?
"니가 이기면""어"
"내 남친하게 해주지."
!!!!!!!!!!!!!!!!!!!!!!!!!!!!!!!!!!!!!!!!!!!1그러하다. 찬열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백현의 여친이었다. 자신도 읽는이도 쓰는이도 , 모두에게 잊혀져가는 사실을 굳이 들추어낸 백현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그 망할놈의 내기에서 다 졌다니! 내가 사실 키만 큰놈이라니! 내가 여친이라니, 내가 변백현의 여친이라니! 그게무슨소리요 의사양반....!
"헐. 싫으면 어쩔건데-""싫음? 사실 그게아니라 수미랑 태연이한테 너 그...오해 풀어주는거임. 어떠냐?"
와! 그럼 난 100퍼 게이가 아니게 되는거긔? 모든 오해를 풀수있는 절호의 기회인거긔! 찬열은 마음이 동했다. 이 세상에 단 두명뿐이었지만 그것은 상당히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으므로. 그 둘을 언제 어디서 만나서 어떻게 될지 모를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변백현이 이길 가능성- 즉 도경수 김종인의 커플이 성사될 가능성은 0%에 가까워 보였으므로, 이 내기는 자신에게 100% 유리한 것이었다.
"...그래좋아."
근데 와이?
"대신, 내가 이기면""뭐"
"반지.반지내놔."
그 반지라 함은 절대반지를 말하는겐가? 마이프레셔스. 느닷없이 반지를 찾는 백현이 순간 골룸으로 보였다. 반지? 무슨반지?
학기초의 일을 전부 잊은 찬열이 뭔놈의 반지타령이냐는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백현이 그런 찬열의 머리통을 퍽, 후려치며 그 사건을 상기시켰다. 그 개새끼가 물어간거말이야.
"어, 아 맞다. 그런일이 있었지- 야 근데 왜 그걸 지금찾고 지랄- ,끝난거 아니었냐? 니랑 감자는 깨진지 오래잖아-"
"그게 얼만지는아냐?"
"싸구려아니냐? 만원."
"장난? 17만원."
"뭐!"
17만원의 절반은 똥개새끼가 냅다 먹고 다른 절반은 빡친 수미씨가 빼서 던지고갔단말이요? 요즘 젊은것들은 돈을 안벌어봐서 지폐한장 동전하나 소중한줄을 모르고!
....찬열은 자신도 요즘 젊은것들이란 자각이 없다.
"17만원. 내기, 내가 이기면 17만원내놔."
요놈, 17만원을 강탙해가려는 수작이었구나! 근데 잠깐.
"왜 17만원이냐? 개새끼가 물어간건 한쪽이니까,어, 치,7만, 7만 5000원이지."
"팔만오천원이겠지."
"그,그러냐? 그럼 그런거고."
"존나 반 나누기도 못하냐? 수학을 못하는것도 정도가있지-"
"허, 야 나 도,돈계산만 좀 못하는거야!"
"그 문제가 아닌거같은데. 님 이과맞으세요?"
"허,허,하, 야 말돌리지마. 여튼 반나눠야 되는거아니냐고,"
"그것때문에 수미랑 깨지고 걔반지도 없어졌으니까 17만원이지!"
"아니 말이 안ㄷ-"
"싫으면,"
싫으면?
"시내 한복판에서 '나는 게이다!' 만세삼창하기."
"뭐라고!"
그럼 0인의 게이가 되거나 만인의 게이가 되거나 하라는건가! 만인의 게이가 아니면 내 쌩돈 17만원을 님한테 바치라구요? 어, 근데 잠깐.
백현의 주문에 일단 어이가 없어 내기를 거절하려던 찬열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콜. 그럴일은 노노해."
나름대로 내기의 승부에 100%확신이 있었다. 아무리 백현이 주문한것이 얼토당토않은 것이라고 해도 자신이 내기에서 이기면 그만 아닌가? 영곱하기 만은 영. 따라서 백현이 주문한것들의 효율은 0퍼!
아무리 생각해도 도경수와 김종인의 병신력대결에서 김종인이 승리할 확률, 즉 커플이 성사될 확률은 0%였다. 둘이 이루어지면 내가 진성게이다 씨발~
연습해야 한다능- 뭐하냐능 들어오라능-
야, 근데 나랑 경수랑 세운 계획을 노출하는건 반칙이다? 찬열이 재빨리 덧붙인 말에 백현이 당연한 소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한번 복도에 울려퍼지는 오덕경수의 외침에 얼른 동아리실로 들어서는, 찬열과 백현이었다. 남의 연애사로 내기를 건 둘.
+
늘먹던걸로 부탁한다능~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예전같던 경수형이 반나절만에 딴사람이 됬어. 도경수의 오타쿠화, 이대로 좋은가?
신호등일진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경수에게 무슨 말을 뱉어놨는지 잊은채, 경수의 행동이 자신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계획된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도 하지못한 종인은 공포에 떨며 매점으로 향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을 징조라는데, 호, 혹시 경수형도? 그럴리가! 안돼! - 이딴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채였다. 그러면서 매점으로 향한 발걸음과 익숙하게 크림빵과 쿨피스 파인맛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반복학습의 결과로 인한 반자동화 라고 하자.
"종인아, 맞지? 김종인."
빵과 쿨피스를 들고 돌아선 순간, 종인이 모르는 한 학생이 말을 걸어왔다. 자신을 1학년 이수만이라고 소개한 그 학생은, 핫바를 손에 든 채 껄렁거리며 종인에게 다가왔다. 본성이 상찌질이인 종인은, 다른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다는 들뜸과 시비를 거는 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반반 섞여 혼란스러운 마음이었다. 저도 모르게 어색하게 '으,응?' 하고 대답할 뻔했으나, 곧 세훈의 말을 떠올렸다.
'넌 어쨌든 우리학교의 일짱이 된거니까 절대로 찌질한 티 내면 안됨. 무서운 애가 말걸어도 존나 시크한척해야됨.'
시,시발. 하지만 진짜 모르는 애가 말을 걸어온건 처음이라 떨린다. 시, 시발!
가슴속으론 심장이 벌렁벌렁 떨렸으나 아무렇지 않은척, 종인이 수만을 향해 고개를 까딱, 해보이자 수만이 핫바를 문채 눈짓으로 종인이 양손에 든 쿨피스와 크림빵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맨날 꼭 저거로만 사가지. 왜 저거만 먹냐?"
다행히도 시비는 아니었다. 모르는 애였지만 물음의 내용이나 말투로 봐선, 너랑 친해지고 싶다는 의사표시정도. 종인은 머릿속으로 상대방의 심경과 의도에 대한 분석을 마친 뒤 최대한 무심+시크돋는 말투로 대답했다.
"아니. 내가 먹는거 아냐.""...그럼 누가 먹는건데?"
"도경수."
"....?그게누구지?"
얼음이라도 씹어삼킨듯한 차가운 표정으로 도경수, 라는 한마디만 흘리고 뚜벅뚜벅, 제 갈 길 가는 시크남 종인의 뒷모습을 아련하게 쳐다보며, 수만이 고개를 갸웃했다.
경수는 일개 보컬동아리의 일원으로, 그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조용한 존재. 대부분 보컬동아리(작년 아카펠라동아리)를 알면 루한은 알았으나 도경수는 몰랐다. 작년 내내 둠둠바리 셔틀일 뿐이었으므로.
수만은 생각했다. 울학교의 새로운 일짱이 누군가에게 빵과 쿨피스를 사다바치다니! 도경수가 누구지? 성씨가 되게 특이하네.
그리고 엄청난 마당발에 호기심대마왕을 자처하는 수만은, 제 친구들과 아는 선배들을 통해 도경수란 자를 수소문하고 다녔다. 일짱을 빵셔틀로 부려먹는 그의 존재가 알려지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것이다.
+
종인은 저에게 복도에서 처음 말을 걸어준 수만을 만나 살짝 들뜬채로 층계를 올랏지만, 4층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다시 점점 무거워졌다. 도경수의 오타쿠+허세남화 이대로 좋은가? 경수의 갑작스런 변화는 종인으로서 도저히 이해할수없는 그런 것이었다. 특히 준면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제가 보기에도 볼썽사나웠다. 보컬동아리가 아니라 오타쿠 동아리가 될것만 같아.
뭐라고 한마디 해줄 것이라 기대했던 백현도, 갑자기 찬열을 끌고나가서 한참 속닥거리더니 들어와서는 암말못하고 목을 가다듬을 뿐이었고, 찬열은 신경도 안쓰인다는 듯 피엠피의 이어폰을 귀에 꽂고 문명의 이기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준면이 형한테 추천받았다며 웬 소녀들이 드글드글한 만화를 읽기시작한 세훈은 더 말할것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느낀 종인이, 빵을 경수에게 전하고 나면 무슨일인지 직접적으로 물을 생각을 하며 3층에서 4층으로 가는 층계참에서 방향을 트는데,
"야."
백현이었다. 백현은 종인의 팔을 끌고 다시 3층으로 내려가 제법 강렬한 태양광이 내리쬐는 복도끝으로 향햇다. 3층에서는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연습을 하는중이라, 온갖 현악기 관악기 소리가 뒤석여 왁자했다. 종인은 백현의 야무진 손아귀에 잡혀 끌려가며, 왠지 전에도 한번 이런적이 있지않나, 하는 데자뷰를 느꼈다. (데자뷰 아님.) 다만 종인은 이번엔 빵을 쪼물딱거리진 않았다.
"왜 굳이 여기로..."
"도경수 있잖아-"
"마, 맞아요! 묻고싶었는데! 경수형 이상해졌어 진짜- 막, 아니 아침까진 괜찮았는데 갑자기-"
왠지 백현이 가려운 곳을 긁어준 듯한 기분에, 흥분한 종인이 말을 횡설수설 쏟아내었다. 요약하자면, 우리경수가 달라졌어요.
"그거 사실-"
아주 비밀스럽고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듯이 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는 백현에, 종인이 한발자국 더 다가서자 백현이 종인의 손을 양손으로 꼭 감싸왔다. 하필이면 빵을 든 손을.
와직.
"아씨발빵!""떽. 지금 중요한 얘기 하잖아!"
종인이 단말마의 욕을 내뱉으며 봉지안에서 터져버린 크림에 시선을 주다가, 다시 진중한 얼굴을 하고있는 백현을 바라보았다. 경수형에게 무슨 일이 있길래-
"..네,형.""너한텐, 얘기해야 될것같았어."
백현의 걱정스러운 눈초리와, 그가 꽉쥔 손에서 흐르는 땀. 종인은 불안해짐을 느꼈다. 대체 무슨일-
"...네.""경수에게 무슨 병, 아니 무슨 일이 있어도-"
"병이요?!"
병에 걸리다니! 우리 경수형이! 무슨 병에, 무슨 몹쓸병에!
백현이 무슨병, 이라고 뱉어놓고 재빨리 무슨 일이라고 정정했으나 종인은 놓치지않고 캐치해 내었다. 백현은 아차, 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 나도모르게.. 그래... 받아들일 준비가 되있니?"
무슨, 무슨 병이지. 혹시 불치병인가? 설마, 안돼! 하지만, 저는 모든것을, 받아들이고 사랑할수 있어요.
종인이 울상이 되었다가 얼굴을 쓸고 안절부절 못하더니, 고개를 꾸덕, 입을 꼭 다물고 믿음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받아들일준비가 되있어. 암 레디.
"네.""경수는 사실,"
"..."
"준면이 형한테서 오덕균이 옮아서..... 오타쿠병에 걸렸어."
아까 박찬열이 친 개드립의 재탕버전이었다. 이딴걸 믿을것 같나구요?
툭, 투둑.
종인이 빵을 떨궜다. 저번과 꼭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다만 이번엔 쿨피스도 같이.
".....정말이요?"
!믿었답니다!^ㅂ^
종인이 믿을수 없다는 표정 (의심하는게 ㄴㄴ. 아니었으면 하는 간절한 표정 ㅇㅇ) 으로 백현의 양 어깨를 잡고 앞뒤로 짤짤 흔들었다. 사실이야! 그게 사실이냐구요!
백현은 말없이 눈물을 글썽이며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쳤다. 눈물없이는 볼수없는 광경일세.
"믿을수없겠지만, 맞아, 사실이야."
"불치병이에요?!"
"아니 다행히도-"
사람을 반나절만에 오덕후씹덕후로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오타쿠병은 다행히도 불치병은 아니었다. 종인은 오타쿠병이 불치병이 아니라는 사실에 약간 숨을 돌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병원가요, 그럼."
"병원에선 고칠 수 없어..."
무서운 오타쿠병! 병원에서도 고칠수 없다니, 그럼 어떻게 경수형을 낫게할수있죠!
병원에서는 고칠수 없는 병이라는 백현의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종인의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아직 치료할 방법이 없는 병이라니. 종인은 경수의 병을 낫게하기위해서는 자신이 이과로 가서 존나공부해서 의대를가서 의사가되어 오타쿠병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나,하는 생각에 난데없이 학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오타쿠병의 치료법을 개발해내고 말겠어요!
"그,그럼 제가 의사가되서!"
"아니, 그게아니야. 네가 필요해."
"의사가 될게요!"
"아니야!"
이번엔 백현이 눈을 맞추고 종인의 어깨를 잡아왔다. 종인이 그제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그, 그럼 제가 뭘하면 좋죠.
"그럼 제가 뭘하면 되나요?"
"너는,"
"네."
무슨일이든 할게요. 종인이 마음을 굳게먹으며 침을 꼴깍, 삼켰다.
" 너는 그대로, 그저, 변함없이 경수를 좋아해주면 돼. 절대로 변하면 안돼. 경수가 무슨짓을 해도 흔들리면 안돼! 알겠지!"
오타쿠병을 치료할수 있는 힘은 단 하나야.
그건 바로,
♡러브☆파워♡
-------------------------------공대생이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변백현을 미니시리즈로! 모든 것은 계획대로. (feat.라이토)
2. 이 팬픽에서 김종인은 드럽게 순수한 순수남순정남임. 드럽게 순수하다니 말이 좀 이상하다.
3. 프리큐어드립와 피규어 3개 드립은 만화 '은혼'에서 가져왔습니다. 소,소라치센세! 우, 우호♡
4. 모두가 바쁜 2월 말입니다 ㅠㅠ조금있으면 개강에, 개학에 ㅠ. 완결은 반드시 낼건데 많이 늦어질거같지말입니다. 공지든 안내든 다음편에 할게여
:)♡러브☆파워♡
됴종이님,수녀님,여세훈님,루루님,여우님,감다팁님,고구마님,꾸리꾸리님,세모님,매끈매끈열매님 사,사당은!!!!!! 도다오는거야!!!!! (부메랑을 던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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