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꽃 필 무렵 - 쌍히읗]
매암- 매암-
벌써부터 매미가 시끄럽다.
홍빈은 손가락에 늘러붙는 지도를 다시금 고쳐 펼치며 주변을 살폈다.
깊은 산골, 비옥한 언덕에 잡초가 무성히 돋은 것을 보아하니 분명히 아직까지 조선인도, 총독부도 손길을 미처 뻗지 못한 곳이리라.
'간만에 천천히 구경이나 해 볼까.'
콧잔등에 맺힌 땀방울에 흘러내리는 안경을 다시금 고쳐쓰고 홍빈은 눈을 반짝 빛냈다.
잡초라고는 해도 올망졸망하게 돋아있는 작은 꽃들이 어여뻐서일까, 초여름 산 녹음을 따라 발길을 옴기던 홍빈의 앞에 꽤나 폭이 큰 개울이 나타났다.
시원하게 흐르는 개울을 보고는 신이 나, 이내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은 채 개울에 달려들려던 홍빈의 눈길을 사로잡은것은 다름아닌 개울을 가로지르는 낡은 새끼줄이었다.
꽤나 튼튼하게 이쪽 나무에서 개울 너머 나무에 묶인 손때묻은 새끼줄을 잡은 홍빈이 이내 옆에 두었던 신발을 가방 안에 넣고는 줄을 따라 개울을 건넜다.
무성하게 우거진 숲 사이로 은은한 향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아니었던가?'
천천히 우거진 풀숲을 헤치며 홍빈은 향내에 취해 저도 모르게 깊은 숲 안으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참을 걸었을까, 슬슬 다리가 무거워지는것을 느끼며 그제야 아차 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지만 이미 저가 모르는 곳까지 들어와 버린듯 했다.
이상한 곳이었다. 조선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의아함에 그 자리에 서서 골똘히 무언가를 고민하는 홍빈은 어느순간부터인가 제 뒤에서 누군가가 저를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 순간
'퍽'
뒷통수를 갈기는 둔통과 함께 잘 익은 늙은 호박 냄새가 나는 듯 싶다고 느끼며 홍빈은 정신이 아득해지는것을 느꼈다.
까무룩 꺼지는 정신 틈새로 누군가가 중얼거린 말도 얼핏 들은 듯 했다만 이미 정신은 방전.
조선이나 조선이 아닌 것 같은 숲 한 복판에서 뒷통수에 늙은 호박을 얻어맞고 쓰러진 홍빈을 쪼그려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내가 홍빈의 머리칼 사이를 조물조물 만지더니 이내 지게에 홍빈을 메고는 발걸음을 옴겼다.
지게에 실린 채 옴겨지는 홍빈의 양 귓바퀴에 사내의 귓바퀴에도 꽂힌 철쭉이 수줍게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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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쌍히읗입니다.
네 맞아요 처녀작이예요.(꾸벅)
잘부탁드립니다(인사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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