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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d Piper


















"..뭘 하자고?"

"결혼."




나는 아침부터 온갖 어이가 다 털리는 중이었다. 공식 행사에서나 일년에 몇 번 얼굴을 보는 김태형이 아침부터 사무실로 찾아와서는 한다는 말이 결혼이다. 물론 기업과 기업간의 결혼으로 봐야 한다지만, 김태형과 내가 얼마 전부터 결혼을 논의한 것도 아니고 사이가 좋았던 것도 아닐 뿐더러 친하지도 않단 말이다. 게다가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데,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등받이까지 편히 기대어 나를 바라본다. 뭐가 문제냐는 듯.




"제정신이야?"

"어."

"진짜 미친 거 아니라고?"

"어."




김태형이 미친 게 아니면 왜 갑자기 찾아와서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걸까. 그리고 기업 간의 결혼이라면 부모님들끼리 먼저 상의가 된 상태여야 하는데, 나는 부모님께 아무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김태형은 오히려 손톱을 튕기며 나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부잣집 아들내미 아니랄까봐,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귀티가 난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는 내 태도에 김태형이 약간 짜증이 나는 듯 인상을 쓰곤 다시 입을 연다.




"아버지가 갑자기 ㅁㅁ그룹 딸이랑 결혼하라잖아."

"..근데?"

"말이 되냐? 우리 회사가 그런 회사랑 사돈맺게?"

"뭐가 어때? 너네 회사보다 큰 회사가 어디 있다고."




걔랑 결혼하라 했으면 걔랑 하면 되지 왜 나한테 와서 난리냐 이 말이다. 뭐 어떻냐는 내 반응에 김태형이 나를 한심하단 듯 쳐다본다. 뭐 언제 봤다고 저렇게 깔보는 눈빛을 보내는지. 나도 못마땅한 얼굴로 김태형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어지는 김태형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 얘는 결혼을 사업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ㅁㅁ그룹보다 우리 그룹이 최근 성장 속도가 빠르고 규모가 크니 우리 그룹이 더 낫다고. 남의 입으로 평가질 당하니 기분이 참, 별로였다.




"내가 미쳤냐, 너랑 결혼하게?"

"넌 고마운 줄 알아야 되는거 아니야? 너도 어짜피 이런 식으로 결혼 할텐데, 내가 제일 조건 좋잖아."

"적어도 너보다 착한 사람이랑 하려고."




아주 자신감에 자만이 몸에 뱄다. 어려서부터 김태형의 회사는 최고였으니, 당연히 그럴만도 하다. 그래서 싫다. 저런 애랑 결혼하기는. 자기밖에 모르고, 일 밖에 모르고, 매너있게 돌려 말하기도 할 줄 모르는 그야말로 남편감으로 최악이었다. 김태형과 결혼하지 않아도 사랑없는 결혼을 하게 될테지만, 적어도 서로를 배려하며 살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보며 바랐던 것이었다. 김태형을 돌려보내려는데, 최악의 상황이 닥쳤다.




"어머, 태형이 아니니?"

"안녕하세요, 어머니."




아침마다 내 사무실로 찾아오시는 우리 엄마. 김태형의 말이 너무 어이가 없어 잠시 잊었다. 이제 김태형이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당연히 우리 엄마는 받아들일 게 뻔했다. 우리 엄마를 보자마자 표정이 싹 바뀌어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김태형에 순간 아침으로 먹은 써니 싸이드업과 식빵이 올라올 뻔 했다. 둘을 최대한 빨리 떨어트려야 했다.




"엄마! 김태형 일하러 가야된대. 얼른 보내자."

"에이, 오분은 괜찮잖아~"

"네 괜찮습,"

"에이 아니야! 얘가 요즘 얼마나 바쁜데!"

"어머 얘. 좀 가만히 있어봐! 괜찮다잖니."




사실 처음 엄마가 들어왔을 때부터 둘을 떨어트려놓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김태형은 우리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아, 망했다. 서로 간단한 안부 인사를 주고받기 시작한 둘의 모습에 나도 내 책상으로 가 푹신한 의자에 몸을 털썩 기댔다. 거의 포기 수준이었다. 망연자실한 눈으로 둘을 담아내는데, 나와 눈이 마주친 김태형이 재수없게도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인다. 엄마 앞이라고 아주 착하게.




"어머니.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어 그래그래. 말해보렴."

"여주랑 결혼하고 싶습니다."




저런 미친.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생각보다 단도직입적이라 놀랐다. 우리 엄마는 나보다 몇 배는 더 놀라셨고. 김태형은 이 와중에도 우리 엄마를 보며 약간은 부끄럽다는 듯,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저거, 진짜 또라이다.



















별 수가 있나. 재수없지만 김태형의 말대로 내 결혼 상대로는 최상의 조건인데. 우리 부모님과 김태형 부모님에 의해 일사천리로 결혼이 합의되었다. 결혼을 서두를 나이도 아닌데, 지극히 김태형의 고집 하나 때문에 나의 결혼생활이 사막처럼 삭막해지게 생겼다. 망할. 그나마 다행인 건, 결혼식 날짜가 세 달이나 뒤였다는 것이다. 최대한 결혼을 늦추고 싶은 나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바로 어제, 기사가 나갔고 언론의 반응은 나름 뜨거웠다. 그중 절반은, 김태형의 외모 때문이었지만.




"진심 거지같다."

"뭐가."

"몰라서 묻냐?"

"까칠하기는."




까칠하단다. 김태형이 나보고. 결혼 이야기가 성사되고, 예비 부부라는 단어로 묶인 김태형과 나는 일주일에 최소 두 번 이상의 데이트를 해야 했다. 양가 부모님께서 정해주신 조건이었다. 잘 지킬 경우, 집을 더 좋은 곳으로 사주겠다고. 사실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였지, 실제 이유는 아무런 언질도 없이 결혼을 발표한 김태형과 나의 사이가 과연 연인 사이인가 하는 찌라시가 돌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자들도 가끔씩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 덕에 맞지도 않는 연기를 해야 했다. 웃는 얼굴로 나쁜 말 하기가 특기가 될 것 같았다.




"몇 시냐."

"다섯시."

"나 학교 갔다 온다."

"학교는 왜."




내가 그것까지 일일히 다 보고해야되니. 하는 눈빛을 보내니 김태형도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며 어깨를 으쓱인다. 한번 더 가식적으로 웃어주고 걸음을 서둘러 카페 밖으로 나왔다. 바깥 공기를 마시니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가방 속에서 차키를 꺼내고 금세 차에 올라탔다. 햇빛을 받아 뜨거워진 공기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창문을 열고, 몇년 전까지만 해도 즐겁게 다녔던 대학교로 향했다.




"조교님!"

"어, 왔어?"




학교에 온 이유는, 조교님을 만나기 위해서. 매일 일에 치이다 보니, 만나자 만나자 말만 매일 하고 오늘이 되어서야 겨우 시간을 냈다. 정조교님은 대학 4학년때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이다. 커피까지 사들고 만나러 올 만큼. 올해에 대학원을 졸업한다던데, 논문 때문인지 안색이 피곤해보였다. 커피를 건네며 이런 거 이미 많이 마신 것 같은데. 하고 넌지시 묻자 귀신이네? 하고 웃는다.




"요즘 머리쓸 일 많죠."

"나야 뭐 항상 그렇지."

"그래도 올해 졸업이니까 다행이에요."

"그러게. 넌 얼굴 좋아 보인다? 결혼해서 그런가?"




좋아보인다고요? 진짜? 믿기지가 않아 계속해서 물었다. 내 반응에 조교님이 왜 이래, 아니야? 하며 크게 웃는다. 웃을 때마다 조교님과 잘 어울리는 주황색 머리가 바람에 날려 찰랑거렸다. 매일 느끼지만 색 진짜 예쁘다. 조교님이 오빠의 안부도 물어오기에 그냥 잘 지낸다고 대충 대답했다. 조교님과 김석진이 어떻게 친구인지 모르겠다. 김태형과 내가 결혼을 하는 것만큼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 사실이다.




"조만간 석진이랑 셋이 만나자."

"진짜 싫은데요."

"여전하다 진짜."




단호한 내 태도에 조교님은 금세 또 웃어버린다. 이렇게 웃음이 많으니 김석진의 그지같은 아재개그도 웃어주며 친구관계를 유지하는거겠지. 갑자기 조금 안쓰러워보이는 조교님이다. 그렇게 몇 분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들어가봐야 한다며 나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라며 손을 휘휘 젓자, 예쁘게 웃으며 다음에 또 봐. 하고 자리를 뜬다. 어느새 바닥을 보이는 커피를 주변 쓰레기통에 버리고,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여주?"

"..?"

"맞죠. 석진 형 동생."




주차해 둔 차 옆 벤치에 혼자 앉아있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내 이름을 부르며. 어딘가 낯익은 듯 낯선 얼굴에 대답 없이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남자도 아무 말 없이 한동안 나를 바라보기만 하더니, 기억 못 하는 거에요? 하고 서운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여전히 내가 아무 말이 없자,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로 걸어온다.




"저번에 한번 봤는데."

"....아."

"기억났어요?"




올해 초, 신년 행사에 참석했을 때, 아버지께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라며 소개시켜 준 적이 있었다. 인자하신 회장님 옆에 똘망똘망한 눈으로 서 있던 그 남자였다. 그때는 몸에 꼭 맞는 양복 차림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편한 후드티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그러니까, 전형적인 대학생 패션 말이다. 기억났냐는 물음에 네. 근데 왜요? 하고 경계심 가득 섞인 대답을 하자 살짝 웃는다. 지금 상황이 웃긴가?




"반가워서요. 할 말도 있고."

"저는 없어서요. 가볼게요."

"아, 잠깐만요."

"..지금 뭐하자는 거에요?"




딱 봐도 능글거림이 다분한 태도에 그냥 장난이나 걸려고 그러는 건가 싶어 차로 향하는 걸음을 서둘렀다. 그래도 이 학교 마지막 학기다, 졸업하면 회사에 바로 들어간다, 하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졸졸 따라와 내 앞을 막아선다. 내가 뭐냐 물으니 또 씩 웃는다.




"관심 있어요."

"예?"

"작업거는 거에요. 지금."

"..저 남친 있는데요?"




세상에. 놀리는 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나를 대체 얼마나 봤다고 관심이 생겼다네 마네 하는지. 게다가 얼굴에 가득 달고 있는 미소에 진심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남친 있는데요. 하는 말에도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이 그게 왜요? 하고 되물어온다. 뭐가 문제냐는 듯.




"곧 남편 될 사람이에요."

"아. 그 가짜 남편? 김태형 말하는거죠."

"..."

"맞나보네. 그럼 문제될 게 없는 거 아니에요?"

"저기요. 결혼 할 사람이라니까요. 그리고 그쪽보다 나이도 많은데 호칭을,"

"안 넘어오면 되잖아요."

"뭐요?"

"남편 있으시니까. 나한테 안 넘어오면 되는 거 아니냐구요."




이제 더 털릴 어이도 없다. 내 앞을 가로막고 당돌하게 말하는 이 남자에 기가 쏙 빨리는 기분이다. 세상 어느 남자가 곧 결혼한다는 여자를 꼬시겠다고 선언할런지. 말문이 막혀 눈만 깜빡이니, 손목시계를 확인한 남자가 어, 수업 시작했다. 하고 크로스백을 고쳐맨다. 그럼 다음에 봐요! 하고 손을 흔들곤 뛰어서 학교로 향한다. 얼빠진 내가 그 자리 그대로 굳어 남자를 눈으로 쫓는데, 금세 멈칫 하더니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제 이름 전정국이예요."

"..뭐..."

"기억해달라구요. 진짜 갈게요!"




김태형과 견줄만한 또라이를, 한명 더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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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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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82.81
비회원이라 원래 댓글 안남기는데 감겨요.... 앞으로가 기대되네요....계속 연재해주셔야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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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암호닉 신청해도 되나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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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19.82
넘 재밌게 보고 가요ㅠㅠㅠ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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