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달아버렸다. 왜 재민이가 나나 루카스에게 그렇게나 냉랭한 반응을 보였는지.
얼마 전 재민이와 스텔라의 다정해보였던 모습에 질투 하던 내가 스쳐 지나갔다.
그저 잠깐 얘기만 하던 모습에도 그렇게나 질투하고 재민이를 속상하게 했었는데, 하물며 자기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붙어있고 웃고 얘기하는 나를 보는 재민이는 어땠을까.
"...와. 최악인데."
자연스레 걸음이 멎었다.
밀려오는 깨달음과 미안함에 죄책감이 들었다.
조금 앞서 걸어가던 쉬시와 동혁이가 의아한듯, 나를 뒤돌아봤다.
"...? 여주?"
"누나 왜 그래?"
심상치 않은 내 표정을 보고 동혁이가 다가왔지만, 나는 메고 있던 가방을 던지듯 이동혁의 품에 안긴 뒤 다급하게 말 했다.
"누나 잠깐 양호실 갔다 올게. 먼저 들어가 있어. 닥터 하비한테 말 좀 해줘. 고마워!"
"어디가 아픈건데!"
"별거 아냐!"
당황한 표정의 둘을 등지고 뒤 돌아 뛰었다.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 이동하던 학생들이 나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 황급히 몸을 틀었고, 모세의 기적마냥 갈라지는 인파를 뜷고 달렸다.
나재민을 향해.
몇 개의 복도를 빠르게 지났다.
누군가가 복도에서 뛰지 말라고 소리 치는 것을 들었지만 발을 늦출 생각은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나재민을 보고 오해를 풀고 싶었다.
"나재민!!"
다행히도 금새 재민이를 찾을 수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밝은 갈색의 익숙한 머리 꼭지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교실을 바로 앞에 두고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재민이는 미친듯이 뛰어 오는 나를 발견하곤 안그래도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떴다.
"누나!"
"나재민, 걸음, 왜 이렇게, 빨라..."
"무슨 일 있어요? 왜 이렇게 급하게 뛰어와요?"
숨을 몰아쉬는 나를 데리고 잠시 옆으로 비켜 선 재민이가 걱정스레 물었다.
묘하게 무뚝뚝하던 아까랑은 다르게 평소의 다정한 목소리였다.
괜히 울컥해서 입을 불퉁하니 내미니 앞에서 안절부절하는게 느껴져서 눈물이 한 방울 삐죽 튀어나왔다.
아, 나재민 만나고 눈물이 많아졌어.
"누나, 왜 울어요- 울지ㅁ-"
"미안해. 미안해, 나재민."
"...네?"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요...누나..설마, 혹시 나랑 ㅎ-"
"야, 질투나게 해서 미안하다 재민아."
"...네?"
"쉬시, 아니. 루카스랑 너무 웃어서 미안."
"쉬시요? 언제 또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해ㅈ...아니. 잠깐만. 누나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뛰어온거예요?"
"눈치 없게 니 앞에서 딴 남자랑 너무 친해서 미안해. 아니 근데 나는 걔 진짜 그냥 남동생 같아서 귀엽다고 한거야. 물론 너도 진짜 귀여운데, 루카스랑은 좀 다른 귀여움이거든? 아니 근데 내 말은,"
망했다.
나재민을 보면 하려고 했던 말 대신 횡설수설, 정돈되지 않은 말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억울함이 뚝뚝 떨어져 나오는 내 말투에 처음엔 잔뜩 당황하던 나재민은 점점 묘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종래엔 베실베실 웃었다.
웃겨 죽겠다는 그 얼굴을 보고 나는 빠르게 움직이던 입을 딱, 멈췄다.
억지로 웃음을 참아보더니 결국 터져 나중엔 허리까지 접어가며 웃는데, 여간 민망한게 아니라 웃지 말라며 짜증을 내니 빨개진 얼굴로 나와 다시 눈을 맞춰 왔다.
"나 질투한거 알았어요?"
"너 루카스 볼 때 표정 엄청 무서웠단 말이야."
"내가 그랬어요?"
"응. 아까 걔도 니 눈치 봤던거 알아? 나 깜짝 놀랐단 말이야."
"미안, 내가 원래 좀...Possessiveness(소유욕) 심해요.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근데, 누나 진짜 그 말 하려고 나 한테 온거예요?"
"그래! 내가 너 한테 실수 했구나 싶어서. 너 더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 말 하려고 왔어. 근데 나 다시 빨리 가야해."
수업이 시작하기 바로 직전이라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마음이 너무 조급해져서 발을 동동 구르니 나재민이 슬며시 웃더니 나를 꽉 끌어안고는 놓아주질 않았다.
"재민아아...누나 가야 한다니까?"
"알아요. 잠깐만."
"아, 진짜..."
잘못한게 있어서 더 뭐라 하지는 못하고 그저 초조하게 안겨 있으니 다시 한번 쿡쿡 웃은 재민이가 내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하곤 나를 놓아줬다.
허리를 약간 숙여 눈을 맞춰 오는데, 얼굴이 너무 가까워서 숨이 닿을 것만 같았다.
부끄러워서 눈만 도록도록 굴리니 나재민이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쯤에서 봐준다. 얼른 가요."
"...재민아, 누나가 많이 사랑한다? 알지?"
"그럼. 나도 많이 사랑해요."
나재민이 나를 보며 웃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 티 없이 예쁜 웃음이었다.
기분이 좋아져 홀가분한 마음으로 손을 붕붕 흔들고는 다시 과학 교실을 향해 달렸다.
마음이 가벼우니 발걸음도 가벼웠다.
교실에 도착해 닥터 하비의 눈치를 보며 잽싸게 자리에 앉으니 두 쌍의 시선이 따라 붙었다.
궁금함과 걱정이 섞인 이동혁과 쉬시의 말간 얼굴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아까 그렇게 갑자기 뛰어가서 많이 놀랐을텐데 티나게 눈만 떼굴떼굴 굴리며 입을 달싹이는게 보여서 결국 피식-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두 사람과 동갑인 나재민은 오빠 같을 때가 많은데, 왜 이 둘은 마냥 아기 같은지.
"누나 괜찮아?"
"여주 아파?"
"안아파. 다 괜찮아. 다."
내 대답에 다행이라며 걱정했다고 작게 칭얼대는 둘의 머리를 한번 씩 쓰다듬었다.
나재민이 나한테 그랬던 것 처럼.
아까 그 상황이 떠올라 웃으니 두 사람도 영문 모른채 따라 웃었다.
바야흐로 봄이었다.
==================
질투 끝!
댓글에 많은 분들이 왜 재민이 같은 사람이 없을까냐고 물어 보시는데 그러게요...왜 없을까요...(눈물)
다 스엠 지하에 살고 있는 걸까요...나도 연애하고싶다!!!!!!!!!!!!!!!(물론 그런 사람을 만날 가능성은 존나 0)
독자님들은 예뿐 사랑 하세오...흙흙자갈자갈......
독자님들 당신들은...언제나.....더...럽....(찡긋
+암호닉
쟌니
재민이랑 설렘 주의보
재민아
쥬아앙
코발트블루
반쪽즈
포카리
나나완댜
푸른달
허쉬초콜릿
도토리
나나공주
나나강봄
엔조이
나나
또잉
유닝
@불가사리
나다
코스믹
자몽
도니니
1231
야미
나숭아
이런 스윗남 재민아
블리링
나잼잼발림
베리
퍼라
암호닉 분들 모아놓고 보니 엄청 많아서...감격...ㅠㅠㅠㅠㅠ
*암호닉은 최신 글에 신청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