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형아 별은 영어로 스타지?"
"어, 그렇지."
"근데 연예인도 스타지?"
"맞아, 그런데?"
"별은 스타고 스타는 연예인이니까 다 반짝 반짝 빛나는 거잖아."
"..."
"쩌어기 테레비에 나오는 찬열이 형아는 반짝 반짝한데 형아는 왜 그 모양이야?"
"처 맞고 싶지."
"큰 엄마! 백현이 형아가 괴롭혀요!"
하늘의 별 따기
W. 바오밥나무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걸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백현은 갓 데뷔한 신인 배우였다. 젊은 나이에 젊은 피로 빨리 소속사에 들어간 거까지는 좋은데, 도무지 인지도는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작품을 세 개 밖에 하지 않아 그런 거라고 오히려 회사 측에서 위로의 말을 건내도 백현은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 백현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대부분의 시간은 흔한 백수처럼 지냈다. 집에 있는 푹신한 소파에 누워서 티비 보는 정도? 하지만 저번 달, 작은 어머니가 맡겨 놓고 가신 성가신 초삐리 사촌 동생이 그렇게 성가실 수 없었다. 더군다나 초등학생 밖에 되지 않은 주제에 이 아이는 대한민국 국민 남배우 하면 떠 오르는 박찬열을 동경의 대상으로 뽑았고 틈만 나면 찬열과 동갑이 백현에게 비교를 하며 시비를 거는 재미로 살았다. 회사의 위로보다 이 쪼매난 꼬맹이의 돌직구가 그렇게 마음 속에 박힐 수가 없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백현은 찬열이 티비에만 보이면 짜증이 났고 채널을 매번 돌렸지만... 돌리면 찬열이 작년에 찍었던 영화가 나오지, 또 돌리면 방영 중인 드라마 재방송이 나오지, 아니 또 돌리면 찬열이 찍은 화장품 CF가 나왔다. 아, 씨팔 짜증나! 리모컨을 집어던진 백현은 바닥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이렇게 여유로워도 되는 건가, 박찬열 같았으면 촬영이니 뭐니 바빠 죽을 시간인데. 그렇게 자신의 존재조차 모르는 찬열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 본인을 백현은 찾을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좋은 경험이 될 거라며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드라마 촬영장에 경험 차 백현을 보내주었다. 식었던 의욕이 맘 속에서 불 탐을 느끼고 전날 밤부터 스킨 케어니 뭐니 분주하게, 그렇게나 바쁘게 준비를 했는데...
"변태형, 넌 씨발 왜 따라 왔어!"
"매니저 횽이 나도 가도 된다고 했네요"
"내 매니저지 니 매니저야?
영원한 앙숙인 사촌 동생 태형이 촬영장까지 찾아 왔다. 평소 태형을 귀엽게 여긴 매니저 형이 데려 왔다니까 돌려 보낼 수도 없고. 백현은 의욕이 불 탐이 화로 변해 부글 부글 끓는 걸 느꼈다. 거기다가 알고 보니 촬영장은 그 많고 많은 드라마들 중 현재 박찬열이 주연이 드라마 촬영장일게 또 뭐람. 제목도 좆나 병신 같아. 행성에서 온 그대가 뭐야 씨발. 촬영장 구경, 배우들과의 인사, 감독과의 페이스 오프... 백현의 꿈들이 한 순간 비둘기 퍼득이듯이 날아가는 기분이였다. 백현은 이리 저리 싸돌아 다니는 태형을 쫓아다니기 바빴고 그러다 보니 세트장 뒤의 복도로까지 와 버렸다. 태형은 숨바꼭질을 하자는 것인지 머리털 하나 보이지를 않았고, 백현은 그냥 포기하고 아이한테 맞춰 주기로 마음 먹었다.
"태형아, 안 나오면 처 들어간다"
"..."
"우리 태형이 어느 방에 숨었을까..?"
"..."
"..."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진짜요!"
태형을 찾는답시고 무심코 열었던 방 문, 그 안에는 찬열이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그 뿐이면 다행이지 옆에는 드라마 출연진도 아닌 여자 배우가 찬열과 마주 보며 깨가 쏟아지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여자 이름이 뭐더라, 이성은이였나. 무슨 대기실 문에 이름도 안 써 줘? 서둘러 문을 쾅 답고 복도를 질세라 뛰어 밖으로 나와 매니저 형한테로 향했다. 쉬지도 않고 뛰었는지 헐떡 거리는 숨은 좀처럼 멈추지를 않았고 그 때 등을 토닥거려주는 손길에 옆을 봤더니 매니저 형이 사준 아이스크림을 쪽 쪽 빨고 있는 태형을 볼 수 있었다.
씨발, 씨발!
- 씬 #13 촬영 들어갑니다
조감독의 말에 촬영장은 급히 분주해졌다. 장비를 옮기고 배우들은 막판 메이크업 정리를 하고 있었다. 역시 톱스타들은 다르긴 다르구나. 대본을 여러 차례 다시 읽고 상대 배역과 맞추는 등 단역만 몇 차례했던 백현에겐 모든게 신기했다. 씁, 나도 얼굴로는 톱스타 못지 않은데... 라는 생각을 할 즈음 촬영은 시작에 들어갔고 아까 갈아입던 의상으로 입고 나와 상대 배우와의 키스신을 찍는 찬열을 보며 백현은 괜히 또 좀 전 상황에 파노라말처럼 지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긴, 날 알지도 못할테고 그 짧은 시간 봤다고 날 기억하지도 못할테고 그래 뭐 기억한다 쳐도 자기한테 뭔 해를 입히겠나 싶어 백현은 스스로 괜찮다며 세뇌를 했다. 그 와중에 태형은 백현의 손을 꼭 잡고 (다시 어디 혼자 가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에) 찬열을 보며 연신 우아, 우와 탄성을 금치 않았다. 11살이 이런 거 봐도 되는 거야? 태형은 백현에게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비웃어 주며 말했다. "22살이 그렇게 놀기만 해도 되는 거야?"
11살아, 22살한테 맞고 싶은 거야?
조연의 작은 실수로 난 NG 한 번 빼고는 클린이라 할 정도로 깔끔한 촬영이였다. 이제 슬슬 인사만 다 하고 돌아가자는 매니저의 말에 백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태형의 눈에서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찬열과 인사를 못하고 가는 게 그렇게도 서러웠는지 삐쳐서는 입도 안 열고,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을 기세였다. 연출팀한테 인사 다 하고 배우들한테도 꼭 인사하러 갈테니까 울지마라며 달래는 매니저에 정말..? 하며 마음을 푼 태형은 금세 기분이 좋아져 빨리 가자!며 연신 백현을 졸랐다. 신인다운 포부와 함께 선한 인상으로 여기 저기 훈훈한 인상을 남긴 백현은 드디어 배우들과 마주한다는 생각에 아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티는 내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태형과 같은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유치하게 초딩과 자신을 비교하던 백현은 배우들의 대기실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대선배님들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들부터 자신과 같은 신인 배우들한테까지 인사를 다 하고 생각해보니 박찬열이 없었다. 촬영 다 하고 튄 거야 뭐야, 역시 인기 맛을 본 애들은 이래서 안 된다니까... 라며 혼자 혀를 차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쳤다. 보나마나 태형이 장난치는 게 분명했다.
"야 씨, 발 꼬맹아 엉아한테 장난 한 번만 더 치면 죽는...다......"
"아, 무서워라. 변백현 씨 생각보다 입이 험하시네."
박찬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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