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린 시절부터 동내에 유명한 말썽꾸러기였다.
언제나 눈만 뜨면 고양이세수만 하고 밖으로 뛰쳐나가 그 애의 집 문을 두드렸다.
언제나처럼 밝은 미소를 한 얼굴로 나를 맞이해주는 그 애를 데리고 나는 어디든 돌아다녔다.
두려움이란 모르는 듯이.
물론 그 시절의 어린아이들은 두려움을 모르고 제멋대로이며, 그 뒤의 일을 두려워하지 않기도 했지만 난 더욱 그러했다.
한번은 그 애와 나는 밤늦게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고 너른 들판에 누워 저물어가는 황혼을 떠오르는 달과 별을 움직이는 구름을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통에 온 동내가 떠들썩하게 우리의 이름이 불려졌다.
그렇게 우리는 일 년에 붙어있는 날보다 떨어져있는 날을 세기가 쉬울 정도로 붙어 다녔다.
그 애가 없으면 나에게, 내가 없으면 그 애에게 사람들은 우리의 안부를 물었다.
그렇게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왔다.
새 친구, 새 교복, 새 학교에 들뜬 나는 조잘조잘 말이 많았고, 그 애는 들어줬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것에 적응하며 자라났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했다.
그 앤 그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우리는 이 문제로 한참을 매일을 다퉜다.
나에게 무슨 상관이냐, 넌 내 무엇도 아니라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고 우리는 끝이 났다.
그 시절 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좋아도 싫은 척, 고마워도 고맙지 않은 척, 미안해도 미안하지 않은 척. 그 시절의 나는 그랬다.
그렇게 나는 그 애에게 사과를 하지 못했고, 모르는 척 무시했다.
누군가를 멀리하고, 없는 사람 취급 한다는 것. 그게 나에겐(쉬운 이가 누가 있겠냐만은) 너무 어려웠다.
그 앤, 내가 어떻게 자신을 대하든지 상관없다는 듯이 나에게서 사라져버리고 있었다.
나에게 보여주었던 그 미소와 그 다정함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 긴 세월을 그 애는 자연스럽게 지워가고 있었다.
너무 두려웠다.
이대로 우리는 서로에게서 잊히는 것일까.
서로의 손을 맞잡고 거닐던 그 시절은 이제 더는 없는 것일까.
너의 손을 붙잡고 있던 나의 손은 이제 빈손이 되는 것일까.
나는 이 답답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애에게서 내가 없어진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어린 시절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애의 집문을 두드렸다.
그 애는 조금은 놀란 표정을 감추며 나를 보았고
나는 그 애와 다시 손을 마주잡게되었다.
그 전보다는 더욱 가깝고 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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