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법칙 W. 김방얼
제 4장.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한다.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여주 너 오늘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니야?˝
˝아, 마쎠! 마쎠! 먹고 죽어!˝
˝…(한숨)˝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어느새 반병을 넘어 한병의 알콜을 섭취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술을 진탕 마시리라 다짐한 김여주에게는 더더욱. 중간 고사 이후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여서인지 다들 평소보다 텐션이 높은 상태였다. 분위기 좋고, 오늘따라 술도 단 거 같고. 그야말로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란 말이지. 현재 김여주는 하이 텐션을 넘어 초 하이 텐션의 길로 접어드는 중이었다.
˝야야. 술게임 잠깐 중단.˝
˝아아, 오빠. 왜요!!˝
˝왜긴. 여주는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야. 너네 테이블 애들 쓰러진 거 봐. 어?˝
˝(시무룩)˝
아람이가 좋아하는 랜덤~게임! 신나게 게임을 주도하고 있던 나를 향해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성우 오빠가 다가와 느닷없이 게임 중단을 선언했다. 아아, 지금 딱 재밌었는데…. 성우 오빠의 말에 아쉽게 입맛을 다시며 테이블을 둘러보자 친구들은 하나 둘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는 모습이다. 그들은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온 성우오빠를 향해 '옹성우 최고'를 외쳤다. 그렇게 애들 한명 한명 상태를 살핀 성우오빠가 마지막으로 물을 가득 채운 잔 하나를 내 앞에 놓으며 엉덩이를 붙인다.
˝김여주. 무슨 일 있어? 왜이렇게 술을 많이 마셔. 어?˝
˝아녀- 저 아무일도 없능데.˝
˝그럼 다행이고. 일단 한 잔 받으세옹~˝
예예. 누가 주는 건데 당연 받아야져. 고개를 주억거리며 술잔을 내밀자 소주 병을 손에 든 성우오빠가 입꼬리를 말아올린다. 뭐야. 왜, 왜 웃는데. 그리고 상황 파악을 끝냈을 때에는 이미 내 소주잔엔 넘치기 직전의 소주가 가득 따라진 후였다. 방심했다. 그는 옹성우인 것을..
곧이어 짠- 하는 소리와 함께 잔이 부딪힌다. 넘칠듯 말듯 아슬아슬 했던 소주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넘쳐 흐르고 만다. 안돼‥ 내 소주!! 한 방울이라도 노칠 새라 소주 잔으로 입을 가져다 댔다. 그 모습을 본 성우오빠는 역시 못 말린다는 눈빛이다. 삐빅- 그러거나 말거나 김여주님께서 소주 한 잔을 더 섭취하셨습니다.
˝근데 여주 껌딱지는 어디갔어.˝
˝에? 저 껌 안 씹었는데..˝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왜 있잖아. 우리 모임도 아닌데 누구때문에 제일 참석율 좋은 놈.˝
˝아… 아, 재환이요?˝
˝그래. 재환이. 니 남친 왜 안달고 와.˝
아, 오빠. 걔 남친 아니라니까여. 술 잘 마시고 있었는데. 다시 또 머릿 속을 헤집는 김재환 생각에 확 열이 올라 소주병을 들자 왜 자작을 하냐며 병을 뺏어든 성우 오빠가 빈 잔을 채운다.
˝남친도 아닌데 왜 맨날 너를 데리러 와.˝
˝그거는…. 아, 오빠. 걔랑 알고 지낸지가 벌써 이십년이에여. 십년 하고 또 십년.˝
˝여주야. 사랑에 그런 건 중요하지않아.˝
˝(탄식)˝
˝왜, 그 한숨 뭐야!! 내가 봤을 땐 너네 그거 사랑이라니까?˝
˝(절레절레)˝
그랬음 김재환은 벌써 연애 열댓번은 하고도 남았을 걸요. 걔가 착해서 그래여. 착해서. 그래. 걔는 착해서. 쓸데없이 다정하고 착해서. 성우 오빠의 말에 고개를 절레 젓고는 소주를 한 입에 털어넣자 이제 건배도 안해주는거야?! 하는 성우오빠의 투덜거림이 따른다. 씨, 오빠때문에 술 맛 다 떨어졌다구요! 라고 속으로 외치며 소주를 가득 따르는 내 모습이 참 모순적이다.
걔가 착해서 그렇다고 얘기하면서 너네 그거 사랑이라니까? 라는 말에 괜히 김재환 행동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도.
˝그리고 걔 축제 준비하느라 요새 바빠요-˝
˝아, 맞다. 실음과랬나?˝
˝(끄덕)˝
˝가끔 우리과인 줄 착각한다니까. 하도 자주 봐서.˝
˝아아, 오빠. 자리에도 없는 애 얘기 왜 자꾸 해요오… 딴 얘기 좀 합시다! 딴 얘ㄱ…˝
이러다간 김재환 생각을 지우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 술 자리에서 김재환 얘기만 하게 생긴 거 같아 성우 오빠에게 다른 얘기를 할 것을 권하며 다시 새로 채워진 술잔을 들어올리는데, 테이블 위에 올려뒀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 어쩌다 15년 *
김재환이다. 뭐야. 얘 어디서 나 감시하고 있는 거 아니야? 술잔을 들어올리던 손을 슬며시 내려놓고 주변을 휙휙 살핀다. 술기운이 오른건지 고개를 돌릴 때마다 머리도 함께 핑 도는 기분이다. 왜, 재환이? 하고 묻는 성우오빠에게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귀신이네. 귀신. 너 이제 그만 마셔. 괜히 찜찜하게 흐뭇한 미소를 지은 오빠가 내 잔을 가져가 제 입에 털어넣는다.
- 여보세요‥오?
-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 주변에서 김재환에게 인사를 하는 소리가 넘어온다. 어어, 수고했어. 얘들아. 작게 말하는 김재환의 목소리도. 시간이 몇 신데, 지금까지 연습했나.
- 김재화안, 이제 집 가? 축제 때 얼마나 잘하려고~
- 좀 전에 끝났어. 넌 어디야.
- 어, 나 이제 들어갈거야!
- 그러니까. 어딘데, 학교 근처 맞지?
- 야, 돼써. 데리러 안와도 돼.
- 아주머니 걱정하시는 소리 하지. 또. 목소리 들으니까 술 많이 마셨네.
- 아니거드은…
아니라고 답하는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않고 김재환은 술집 이름 불러. 연습실 정리만 하고 갈테니까. 내가 있는 위치만 묻는다. 내가 봐도 안 취했다고 하기엔 자꾸 말이 늘어지는게 문제다. 작게 한숨 쉬고 술집 이름을 말하자 곧 가겠다는 짧은 말과 함께 전화가 끊긴다.
술을 마실 때면 김재환은 자주 나를 데리러왔다. 그건 분명 스무살이 넘은 이후부터 이어져오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근데 요즘따라 왜, 그런 행동에도 자꾸만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니가 자꾸 나를 착각하게 만드는 거 아니야? 비죽 튀어나온 입술을 숨기려 아랫 입술을 감쳐 물었다.
˝데리러 온대?˝
˝(한숨) 넵…˝
˝니네 사랑 아니면 참우정이네. 참우정.˝
이후로도 김재환 얘기를 피할 수가 없었다. 이건 다 이 타이밍에 전화를 건 김재환때문이다. 이 모든 건 다 김재환때문이야. 성우 오빠는 취한건지 이제 사랑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봄, 사랑, 벚꽃 말고~. 아, 저 선배는 또 왜저래. (한숨)
짤랑-
20분쯤 지났을까. 자꾸만 사랑 노래를 열창하는 성우 오빠에게 지쳐 고개가 테이블을 향해 점점 내려갈 때 즈음, 드리워진 그림자가 쎄해 팍, 고개를 드니 언제 왔는지 모를 김재환이 서있다. 어, 김째니!
˝너 그 사이에 또 마셨지?˝
˝ㅇ…아냐아. 진짜 안 마셔쏘. 진짜라니까? 아, 오빠 말 좀 해바여!˝
아, 입 열지 말 걸. 그래. 차라리 말이라도 안 했음 중간이라도 갔어. 그만큼 이리저리 새는 발음과 늘어지는 말투가 답이 없다. 그리고 어느새 성우 오빠는 김재환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넘겨줘 버린다. 실컷 노래를 부르며 나를 괴롭게 하더니. 이렇게 김재환한테 두고 다른 테이블로 가버리는게 어딨냐고요.. 이럴 때 김재환은 좀, 무섭단 말야.(눈물)
˝몇 병 마셨어.˝
˝야씨, 몇 병이라니!! 그정도 아니거드은…˝
˝한 병?˝
˝... ...˝
˝일 리가 없지. 두 병?˝
˝한 병… 반?(눈치)˝
헤헤… 실없는 웃음을 짓자 김재환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옆에 놓여진 빈 병들로 눈을 돌린다. 주변에 셀 수 없이 쌓인 소주병들을 본 녀석의 한숨 소리가 이어진다. 저거 다 내가 마신 거 아닌데. 왠지 모르게 억울하지만 일단 묵언을 택한다.
˝너도 왔는데 한 잔하자아-˝
˝내일도 연습 있어. 그리고 그러다 너 못 데려가.˝
˝한 잔만 해! 김째니!˝
딱 한 잔만, 녀석 앞에 빈 소주잔 하나를 놓고 술을 따르자 야야. 안된다니까. 난감한 목소리의 김재환이 망했다는 듯 제 얼굴을 감싼다. 나 진짜 취했나. 김재환의 모습에 자꾸 웃음이 나온다.
˝짠!˝
김재환은 마지못해 잔을 들어올렸다. 나는 잔을 부딪히기가 무섭게 입 안으로 다 털어내고 슬쩍 김재환을 바라본다. 최근엔 목 관리를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던 녀석이라 들이킨 소주가 쓴 건지 잔뜩 인상을 쓴다. 저것도 귀여워 보이면 나 진짜 미친게 분명한 거 같은데.
˝됐지? 가자. 옷 챙기고.˝
그나저나 매정한 놈. 딱 한 잔만 마시는 거 봐. 입술을 비죽이는 내 속을 읽은 모양인지 김재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다. 안 갈거야?
˝그러게 안 데리러 와도 된다니까…˝
˝안 데리러 왔으면. 또 아주머니 걱정하시게?˝
˝너는, 맨날 우리 엄마로 협박하냐…˝
˝아주머니도 그렇고. 내가 걱정이 돼, 안돼.˝
씨잉, 잔뜩 울상지던 얼굴이 순간 멈칫했다. …니가 나를 왜 걱정하는데? 그거 무슨 의민데? 김재환만 마주하면 마음이 울렁거리는게 고구마를 한 10개는 먹은 거 마냥 속이 답답해진다.
˝니가 내 걱정을 하긴 왜 하냐!˝
˝왜 하긴. 나는 여주 니가 술 마실 때면 길바닥에 누워있지는 않을까 매일 걱정인데. 여주야.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또.˝
니가, 니가 그럼 그렇지. 시발. 넌 내 맘 몰라. 울컥, 마음이 차오른다. 존나 짜증나. 김재환. 팍 식어버린 마음에 신경질적으로 옷을 챙겨 일어나자 당황한 김재환이 내 가방과 휴대폰을 챙겨 내 뒤를 따른다. 이거 봐. 또 가방 안 챙기지? 야, 여주야. 같이 가. 왜 혼자 가냐. 여주야!
빠른 걸음으로 술집을 빠져나가는 와중에 김재환은 성우 오빠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여주 제가 집에 들여보낼게요. 수고하세요. 그렇게 내게 뛰어온 녀석에게 어깨를 붙잡히고 만다.
˝왜 혼자 가. 데리러 왔더니.˝
˝예, 길바닥에 안 누워 있을테니 먼저 가세여-˝
˝흐흥, 여주야. 농담이지. 우리 여주가 설마 길바닥에 있을까.˝
˝뭐! 니가 뭘 알아! 아무튼 길바닥에 있던 말던, 너는 신경 쓸 거 없거등?˝
씩씩거리는 내 말이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김재환은 고개까지 숙여가며 웃음을 참지 못한다.
˝재환이가 있는데. 김여주 길바닥에는 못 모시지.˝
˝야. 김재환-˝
˝야야. 넘어져. 여주야.˝
김재환의 말에 또 괜히 울컥해서 쿵 발을 구르며 김재환 앞에 멈춰 서자 비틀거리는 내 모습을 본 김재환이 당황해 내 양 어깨를 감싸쥔다.
˝그니까 왜 매번 너냐구.˝
˝…어?˝
˝짜증나게. 자꾸 왜.˝
자꾸 왜. 사람 오해하게. 열이 오른 탓인지 머리가 핑핑 도는 기분이다.
˝여주야.˝
˝니가 그렇게 착해빠졌으니까,˝
˝야. 여주야. 너 지금 많이 취했어.˝
˝아아, 됐고! 사람 헷갈리게 좀 하지마. 너 그거 진짜, 짜증나…˝
˝야. 너 지금 무슨 말,˝
˝욱-˝
김재환의 말이 손을 입에 가져다대는 내 행동과 동시에 끊긴다. 속, 울렁거려…
˝? 여주야, 설마. ˝
˝으, 재화나. 속 안좋… 우욱!˝
그리고, 결국 김여주는 술을 이기지 못하고 필름이 끊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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