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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디찬백] 메디컬 (부제 : 레지던트 x 인턴) PROLOGUE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d/c/bdc7a6b7f41b39f0d95c823cda7ab7cc.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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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서 (書)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 (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리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원시의 본연한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PND (; 발작적 호흡곤란) 환자 들어갑니다! ˝
˝ 동공부터 확인 해! ˝
차트 넘어가는 소리와 기계 돌아가는 소리, 바퀴소리가 요란하다.
온통 소리를 질러대고 분주하고, 옵션같은 울음소리 또한.
인간 모두가 똑같은 인생을 살 수는 없다. 어떤 이는 왁자지껄 살다가 요란하게 떠나기도 하고, 태생부터 외로움을 가지고 마지막 마저 외롭게 가는 이도 있고.
하지만 인간에게 모두가 통용되는 공통점은 분명 존재한다.
뱃속에서 태어나, 폐를 통해 공기를 마시고 눈을 뜬, 일명 '인간' 이라면 반드시 죽음이 뒤따른 다는 것.
그리고 이 병원이라는 공간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마지막 혈전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터가 꼭 무기와 군인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순 없으니까.
그 형태가 각각 다를 뿐, 이 곳의 의료진들도, 그리고 환자들도 제 각각 나름 혈투를 벌인다.
1분 1초가 살얼음 판인 이 공간 내에서, 조심스레 스케이트를 타며 벗어나기도, 때론 조각난 빙판에 넘어지는 일도 부지기수.
삼일 연속으로 들이닥치는 대형 응급 환자에, 종인은 메마르다 못해 감각조차 잃은 눈을 문질렀다.
해가 저물기 무섭게 들어온 PND 환자는 동맥판막증 환자로 호흡조차 못 하는 바람에 온갖 의료진이 매달려 겨우 얕은 호흡을 유지시켜놨다.
레지던트 생활 3년 차,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곧 숨이 넘어갈듯한 표정으로 아예 의식조차 보이지 않는 환자들을 볼때면
발끝부터 여며오는 답답함과 다급함은 늘 공포에 놓이게 만든다.
아무도 없는 듯한 당직실의 문을 열어재낀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들어온 공간은, 누군가 먹다가 황급히 나간듯해 버려진 컵라면 용기,
온갖 쓰레기들과 전공 서적 나부랭이가 굴러다닌다. 낡아빠진 이층침대 몇개와 무너질듯한 테이블 몇개도.
언제 벗어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가운을 벗어 던졌다. 의사 가운은 하얀게 생명인데, 누래지겠다.
툴툴대다가도 침대에 털썩 앉아버린다. 삐걱, 하는 침대는 침대라고 말 하기도 민망할 만큼 협소하고 딱딱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종인은 이 작은 공간이 집보다 더 편하다. 어찌됐던 간에 하루종일 몸 담는 공간이니까.
레지던트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인턴과정과 레지 1,2년차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출퇴근이 가능해졌다.
물론 정시에 퇴근하는 일은 아직도 어렵지만.
하지만 종인은 여전히 당직실을 제 집처럼 여기며 한 달에 한번 꼴로 퇴근을 한다.
집에 가도 중환자 실에 누워있을 제 환자들 생각에 안그래도 뻑뻑한 눈이 감기지도 않는다.
차라리 한 공간에 있는게 낫다, 라는 식으로 생각을 마쳐버린 종인은 그저 좋은게 좋은거라 여기며 불편한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유난히 답답한 머리가 터질것만 같아 괜스레 일어나 어슬렁 거린다.
뒷짐을 지고 테이블 근처를 지나칠때 쯤, 수많은 신문들과 의학서적들 속에 유난히 튀는 핑크색 스프링 노트가 눈에 띈다.
큰 손으로 대충 헤집어 꺼내자 보이는 커다란 글자.
' 응급의학과 일지 ' , ' 인턴 도. 경. 수'
잠시 벙쪄있던 종인은 크게 웃음을 터트린다. 자신의 이름 석자 사이에 제법 단호하게 찍어놓은 점 세개와,
노트를 펼치자 보이는 꼼꼼하고 작은 글씨가 참 그 답다고 생각한다.
3월 1일 - 처음으로 응급의학과에 배정 받았다! 걱정했던 만큼 바빴고, 긴박하고. 비응급 환자도 많지만, 응급환자들도 제법 많다.
응급의학과는 접수 순서가 문제가 아니라 응급의 정도로 진찰을 해야하는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들 또한 많아서 진땀뺐다ㅠ.ㅠ
오늘 가장 큰 환자는 3층 계단에서 구르신 할머니였는데 …
˝ 참나 …. 이런건 좀 은밀한 거 아닌가. ˝
피곤한 기색이 완연한 얼굴이였지만 옅은 미소를 띄우며 노트를 몇번 뒤적이던 종인은 이내 탁 소리게 나게 덮어버리고 다시 신문과 서적들 사이에 묻어버린다.
인턴 도경수. 어리버리 한게 딱 제 인턴시절을 보는 것 같아 가끔 화도 나고 답답도 하지만, 확실히 이 빡빡한 곳에서
유일하게 웃음나는 신기한 사람이긴 하다.
오전의 내과 병동은 한산하다. 찬열은 한가한 병동 복도를 지나 자신의 환자들을 돌보러 가는 이 회진 시간만큼 좋은 시간이 없었다.
다른 의사들은 귀찮고 형식적인 것이라며 싫어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찬열은 본인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1301호 앞에 다다르자, 찬열은 호흡이 가쁜 사람처럼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곤 다시 내뱉는다. 아, 1301호.
˝ 워! 놀랐지! ˝
문을 열기가 무섭게 인영 하나가 앞에서 불쑥 쏫아 오른다.
또, 변백현.
그래봤자 찬열의 턱까지 밖에 오지 않는 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그 허여멀건한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혼자 킬킬대는데, 남자치곤 제법 여리여리하고 귀여운 얼굴이다.
사실 키가 작아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놀라긴 커녕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놀란 척 해줘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살짝 뒤로 넘어지는 시늉까지 한다.
˝ 아, 뭐야. 깜짝 놀랐잖아. 누워있을 줄 알았는데. ˝
˝ 너 회진 오는 발자국 소리랑, 옆 병실에서 겁나 크게 얘기하는거 다 들리거든. ˝
˝ 빨리 침대로 기어들어가라. 네 상태 체크해야하니까. ˝
6인실 병동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환자들은 백현과 찬열의 대화가 익숙한듯 앞에 나오는 티비에 온통 시선을 고정 중이다.
재빠르게 침대로 달려가 앉고는 지켜보겠다는 듯 가슴을 탕탕 두들기는 백현에 찬열은 피식, 웃음부터 나온다.
˝ 까불지, 또. ˝
˝ 제 심장 소리 들어주시죠, 의사쌤.˝
˝ 까불어.˝
어깨에 둘러맸던 청진기를 가져다 댄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백현의 심장소리가 어쩐지 오늘따라 신나게 들린다.
˝ 너 뭐 좋은 일 있냐. ˝
˝ 음, 아니? ˝
˝ 아, 그래. ˝
제법 무뚝뚝한 표정과 제스쳐로 간호사에게 무어라 지시를 내리고 차트를 작성한 후 냉정하게 뒤 돌아 나가버리려는 찬열에 백현은 소리지른다.
˝ 야! 박찬열! ˝
˝ 아, 나 네 주치의거든? ˝
찬열은 부러 보라는듯 왼쪽 가슴에 달린 레지던트 박찬열, 이라는 명찰을 백현의 코앞에 들이민다.
하, 하고 콧방귀를 뀐 백현은 창밖을 가르키더니 입모양으로만 뭐라 속삭인다.
˝ - ㅂ - ˝
˝ 뭐? ˝
˝ 벚 - 꽃 - ˝
˝ 벚꽃 보러가자고? ˝
그거라는 듯 크게 고개를 주억거린 백현은 또 한번 싱긋 웃는다.
˝ 그래. 보러 가자. ˝
너 다 나으면, 그 때 보러가자. 더 좋은데로 많이 가자.
괜한말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찬열은 뒷 말을 속으로만 생각한다. 그래, 그 편이 낫겠지.
백현은 찬열에게 있어 꽤나 다양한 존재였다. 때론 친구같고, 동생같고, 형 같기도 한.
그리고 백현은 찬열의 담당 환자였고, 10년간 알아온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으며,
조금만 무리를 해도 숨조차 쉬지 못하는 만성 심부전증 환자였고, 또 짝사랑 상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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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라서 많이 짧아요. 어리숙한 글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해요.
아, 포인트는 없앨까 하다가 댓글 받고싶어서 걸어봤어요. 꼭 댓글 달아주시고, 돌려 받아 가 주세요. 안그럼 제가 너무 죄송해요.
주말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나쁜일이 있으셨다면 더이상 나쁘지 않게, 좋은일만 가득하셨다면 더 좋은일만 일어나길 기도하겠습니다.
다음편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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