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연월 康衢煙月 -
'이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다른 이상한 세계. 중력은 오 락가락하고 문명은 뒤떨어져있으며 특이한 능력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 우리는 알지 못 하는 세계. " 너는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된거야? " " 나? " 흐음. '이세계'에 오래있으면 '전세계'의 기억이 흐려진다는 것이 사실이었는지 기억이 뿌옇게 흐려져 선명치 않았다. 떨어지는 암석들을 발로 밟으며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글쎄다. 내가 굳이 '전세계'를 기억해야 되나.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을 주고 손끝에 정 신을 모으니 보라색과 파란색이 섞여있는 오묘한 색상의 작은 '구'가 만들어졌다. 손가 락을 튕겨 그 '구'를 위로 밀어내니 곧 굉음과 함께 하늘에 있던 암석들이 가루가 되어 비처럼 내렸다. 좋아. 주먹을 꽉 쥐었다. "사냥 시작이야, 파트너. 오늘도 잘 부탁해." * " 채은아 여기야, 여기! " " 이모? " " 용케 기억하는구나! 세상에 이게 누구람. 언제 이렇게 컸대? " " 9년만이잖아요. 근데 전정국은요? " " ...으응, 그 얜 여기 없어. " " 에? 이자식 어디서 또 먹고 있는 거예요? 소꿉친구가 왔는데 와보지도 않고!" " 올 수 없으니까... " " 네? " " ...가면서. 가면서 얘기하자, 채은아. " 이모가 꺼낸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20살까지 이어진 9년간의 유학 생활 중 최근 3년 동안 전정국이랑 연락이 끊기긴 했지만 나도, 전정국도 학교생 활이 바빠서 연락이 뜸한 줄 알았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을걸. '이세계'. 유학 생활 중 에 심심치 않게 들어본 단어. 실제로 나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사람이 '이세계'로 소 환되는 것을 보기도 했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줄만 알았던 세계. 나와 연락이 끊긴, 그 쯤부터 전정국이 '이세계'로 소환되었단다. 차 시트에 몸을 뉘이니 이모가 내 손을 꼭 감싸쥐었다. " 괜찮을거야, 채은아. 정국이는, 강한 아이이니까. 그치? " " ...그러겠죠. 너무 걱정마세요. " 이모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 유치원 때부터 이어져 온 나와 전정국의 인연은 3년 전, 전정국이 '이세계'에 감으로써 끝이 났다. 중학교 시절, '이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 한동안 '이세계' 덕후라 불릴 만 큼 조사한 적이 있다. 그 덕에 '이세계'에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도 아주 잘 알고 있지. '이세계'에 가면 첫째, 개인의 능력치에 따라 능력을 부여받는다. 둘째, 그 달 '이 세계'에 들어온 초짜들을 한데 모아두고 서바이벌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죽는 사람들 이 90%. 오직 10%의 승리자와 선택받은 자만이 그 모진 전투에서 살아남아 '이세 계'의 주민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대부분이 헌터로 취직. '이세계'의 마 물들을 잡으며 돈을 벌고, 일부는 그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 드물기 하지만 부여 받은 능력을 몸이 견디지 못하고 신체가 터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전정국 같은 경우는 잘 살아남았거나 죽더라도 능력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겠지. 혹시 쓸모가 있을 까 하며 캐리어 구석에 처박아놓았던 꼬질꼬질한 노트를 꺼내들었다. " 채은아 밥 먹으렴. " " 곧 갈게요, 이모! "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했다며 나를 식탁 의자에 앉히는 이모의 얼굴 한 편엔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이모의 집밥을 정신없이 먹기도 잠시, 밥 반 공기 를 먹다 말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이세계'의 전정국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더 먹으 라며 걱정스럽게 날 보는 이모에게 괜찮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곤 곧장 방으로 향했 다. 노트 43쪽. '이세계'에 가는 방법에 대해 나와있는 페이지. 조심스레 노트를 펼쳤 다. 그때, 내 머릿속엔 잡생각 하나 없이 온통 전정국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을 살며시 내렸다. 일찍 먹은 저녁도 다 먹지 않은 탓일까, 누우면 쏙 들어가 아우성을 치는 허기진 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집에 오는 길에 봤던 편의점, 간단한 과자만 사고 오려는 마음으로 지갑과 후드집업을 집었다. 이 후드집업. 3년 전 연락이 끊기기 전에 전정국이 사줬던 건데. 현관에 서서 문고리를 잡 으니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혹시, 혹시라도. 신발을 벗고 포스트잇과 볼펜을 가져와 메모를 남겼다. 만약이니까. 현관문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나서야 문고릴 잡았 다. 푸르스름한 빛, 매서운 기운. 알 수 없는 위화감. 후드를 뒤집어쓰곤 문을 열었다. 아, '이세계'다.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보라색과 파란색을 섞어놓은 듯한 빛 너머 이질적 인 풍경이 보였다. 이거, '이세계' 소환 맞지.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 그 어느 책에서도, 인터넷에서도 '이세계'에 갔다가 돌아오는 방법에 대해선 무지했다. 이 빛을 통과하면 아마도 여기서의 내 삶은 끝이겠지. '이세계'에 간다고 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그래, 머뭇거렸다. 손등을 다 덮는 소매만 만지작거렸다. 그 빛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전정국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눈을 질끈 감고 귀도 막았다. " 안되겠다. " 그래, 우리의 인연은 여기서 쉽게 끝날게 아니었나봐. * " 마지막 소환문이 닫혔다! 지금부터 30분간의 정비를 마친 후 정열적인 신고식이 시 작될테니 기대하라고~! " 몸이 둥실 뜨는 느낌. 이 느낌에 손발 휘적이니 주변에서 큭큭,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 다. 새빨간 빛이 내 주위를 감싸고돌더니 곧 나를 짓눌러 바닥으로 눌러버린다. 손에 는 지갑 대신 작은 단검 두세 개. 주위를 둘러보니 크고 울창한 숲 곳곳에 사람들이 저 마다 몸을 살피며 정비 중이었고, 숲 가운데에 위치한 커다란 건물 꼭대기에는 마이크 를 쥐고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 남성이 있었다. 아마도, 진행자이겠지. 흙 묻은 바지를 툭툭 털고 일어나 단검을 쥐었다. 후,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세계'에 들어온 이상, 전정 국을 찾아서 우리 세계로 돌아간다. " 좋았어! 이제부터 신고식 시작이다! 모두들 힘내라고. 그렇지 않으면 '이세계'의 밑거 름이 되어버리고 말테니까! 그럼, 레디~ 스타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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