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560154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엔비션 전체글ll조회 577


brume ; 안개  

  

-06  

  

젖은 머리를 털며 나오던 지호는 한솔이 혹시 불편해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한솔은 거실에 있지 않으니 아마 제가 말해준 그 방에 있을 터였다. 지호는 제 옷들중 그나마 한솔에게 맞을 만한옷을 찾아 들고 한솔의 방으로 갔다.  

  

"자고있어...아니구나. 씻고 나와요, 옷은 이거 입고 나오고."  

  

옷을 건네주자 한솔은 머뭇거리며 옷을 받아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지호는 한솔에게 준 방을 둘러보았다. 침대며 책상 등 작은 가구 몇개를 놓아두긴 했지만, 단지 그 뿐이었다. 누가 쓰는 방이 아니라 그럴리는 없지만 만약에라도 손님이 오거나 누군가와 같이 지내게 될 때를 생각하여 놓아 둔 것이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방 한쪽의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다. 지호가 가끔 청소하러 들어오는 것 이외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탓에 조금 삭막한 느낌도 들었지만 햇빛이 들어오니 그런대로 좀 나았다. 그러고보니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지호는 방을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어제 아침에 몇 모금 홀짝거리던 커피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호는 차게 식은 커피를 버리고 어제 사온 과자 몇 개를 꺼내 접시에 담고 핫초코를 두 잔 타서 거실로 나왔다. 그새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핫초코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하고 단 맛이 지호의 입 안에 감돌며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생각해보면 어제부터 한솔을 만난 그 때, 그리고 지금까지의 시간은 참 묘하기 그지없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의 변화, 집에 가는 길에 일부러 빙 돌아서 운전했던 것도, 한솔에게서 느껴졌던 그 아린 감정도, 한솔을 집에 데려온 것도 무엇 하나 말로 설명 하기 어려웠다. 왜 그랬을까. 저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어렸을 때에나 그랬지 지금의 지호는 그렇게 착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만을 끼고 돌며 가능한 한 벽을 치려 하는 성격에 가까웠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해 준다는 말인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난제일수록 더 답이 궁금할 때가 있는 것 처럼, 지호는 자신에게 닥친이유 모를-알아도 말로는 설명치 못할- 변화의 이유가 알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안 나오는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그렇게 지호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어느새 한잔 가득히 담겨져 있던 핫초코도 바닥을 보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거실에 어정쩡하니 서 있는 약간 젖은 머리의 한솔이 눈에 들어왔다.  

  

"어..미안해요, 뭐 좀 생각할 게 있어가지고."  

  

지호는 괜히 민망해져 컵을 들고 일어섰다.  

  

"과자 좀 먹어요. 어제부터 계속 뭐 못먹었을 텐데. 아 그리고 무슨 일 있으면 내 방으로 와요, 아까 알려준 방 맞은편이에요. 알았죠?"  

  

빠르게 제 할 말만을 마친 지호는 싱크대에 가서 컵에 수돗물을 채워 담가두고 제 방으로 향했다. 이틀만에 돌아온 방은 어딘가 모르게 포근했다. 지호는 침대에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이렇게 누워 있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저도 모르게 잠들고는 했다. 피곤함이 지호를 짓눌렀다. 그러고 보니 정말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일하고 장보고 돌아오다 한솔을 만나고, 크게 무언가를 했다 말할 거리는 없는 것 같은 다소 일상적인 일들의 연속이었는데 그 끝에 한솔이 들어왔다. 저와 너무도 달라 보였지만 그의 일부는 지호 자신과 너무도 같았다. 그 점이 지호의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고, 더 나아가 지호가 그에게 먼저 다가갈 계기를 만들어 주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이건 아니었다. 그럼 그 전에는 어떻게 그에게 다가갔다는 건가. 암만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지호는 점점 밀려오는 피로함에 눈을 감았다.  

*  

몇시간 전 한솔을 만났던 그 자리에서 보인건, 다름아닌 지호 제 자신이었다. 주저앉아 눈물 흘리는 소년을 끌어안은 채, 주위 사람들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이건 꿈이다. 지호가 바라보고 있는 꿈속의 지호는 지금의 자신과 같은 신지호가 맞았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눈을 감고 꿈을 보고 있는 지호는 다른 날의 지호인 것도 아니다. 현재, 지금의 신지호의 모습을 한 두명. 꿈을 보고있는 지호와 꿈 속에서 보여지는 지호. 그리고 지호의 품 속에 안기어 있는 소년이 보였다. 억지로 묻어놓고 지내던 어린날의 지호. 결국 제 자신의 모습이었다. 꿈 속에서 보이는 두 사람의 자신, 그 둘을 비웃고 저주하는 눈길과 폭언들,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 어린 지호의 눈물과 지금의 제 모습을 한 지호의 경멸어린 시선.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꿈 바깥에 서 있는 지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발이 묶인듯 다가가지도, 뒤돌아서 자리를 피하지도 못한 채로 둘을 보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건, 괴로워하는 이를 지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실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누가 무어라 말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지호는 눈을 감았다. 더는 보지 못할 것 같았다. 지호의 온 몸이 떨려오고 등 뒤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그렇게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있던 지호가 다시 천천히 눈을 떴을땐, 꿈에서 깬 이후였다. 지호의 눈에 몸을 굽혀 누워있는 저를 바라보고 있는 한솔의 모습이 들어왔다. 다시 한번 눈을 깜빡이고 난 뒤, 지호는 몸을 일으켰다. 한솔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무슨 일 있었던건 아니죠? 뭐 이상한게 들어왔다던가..."  

  

한솔은 고개를 저었다. 별 일 없었구나, 침대에서 내려온 지호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날이 꽤 어두워져 있었다. 시계는 일곱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뭐 불편하거나, 그런 건 없어요?"  

  

한솔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대뜸 종이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 얼떨결에 종이를 받아 든 지호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한솔을 쳐다보았다.  

  

"뭐에요, 이게?"  

  

한솔은 고갯짓으로 종이를 가리켰다. 종이를 보니 무어라 글씨가 써져 있었다.  

  

"아..읽으라구요?"  

  

한솔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또박또박 작게 쓴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지호는 예전에 누가 글씨는 주인 닮는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던 것이 떠올라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지호의 앞에 서 있는 한솔과 한솔이 가져온 종이에 쓰인 글씨는 너무나도 서로를 쏙 빼닮았다. 사실, 종이에 적힌 내용은 많지 않았다. 그저 지호가 몰랐던, 한솔에 대한 것이 조금이나마 적혀있었다. 뭐, 아주 조금이기는 했지만.  

  

「김한솔. 18살. 청소년 보육 센터에 있다가 나옴. 말은 편한대로 하시면 되요.」  

  

딱 이게 전부였다. 그 이외의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조금은 알았으니까 이렇든 저렇든 상관없다,라고 생각하며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지호의 생각보다 한솔의 나이가 조금 더 많다는게 나름 충격이긴 했지만. 그러다가 지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나가려는 한솔과 눈이 마주친 지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렇게 가, 야반도주 하려고?"  

  

지호는 한솔에게 다가가 장난스럽게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웃고는 한솔을 방으로 데려가 눕힌 뒤 이불까지 덮어주었다.  

  

"자, 피곤할 텐데."  

  

한솔은 지호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지호는 불을 끄고 한솔에게만 들릴 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한솔의 방을 나왔다.  

  

"잘 자."  

  


저번에 왔던 주저리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엔비션입니다! 어제는 만우절이였죠. 다들 재밌게 보내셨는지?ㅋ.ㅋ  

이번에도 늦어버린 업로드에 죄송할 따름입니다. 머리가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건지 자꾸 쓰다 막히고 생각은 나는데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게 생각이 나고 그래서...☆★ 네 저를 매우 치세요(퍽퍽).  

그래도 틈틈히 폰 붙잡고 머리 굴리고 있으니까 조금 더 많이, 그리고 재밌게 써오도록 노력할게요!  

매일매일 날씨가 좋아서 요즘은 놀러가고 싶어지네요. 어디 같이 놀러가실 분 없나..  

아무튼 항상 제 글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리고,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래요! 다음번엔 좀 더 빨리, 제대로 된 내용 들고 찾아올게요♥ 

  

  


암호닉♥

뒷커버님  

블리님  

항상 감사하고 사랑해요 제 맘 아시죠?♥  

  

P.S.-암호닉은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어째서든 어떻게든 독자님의 정체가 지구인이든 외계인이든!항상 받으니까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서로 조금씩 물들어가는건가요~~~ 아님 지호랑 어릴적 인연이 있는건가????? 한솔이 말문이 틔여서 이야기도했으면좋겠네요~~~~~~
11년 전
대표 사진
엔비션
물들거나 인연이 있다라고 하기는 좀 애매할 것 같아요!둘이 자라온 배경도 이야기도 조금씩 달라서..앞으로 지켜봐주세요☞☜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블리예요~~~♥♥♥♥기다렸어요!!!기다린 게 안 아까울 만큼 글 진짜 짱짱 좋아요 윽 엔비션 님 사랑...솔이랑 지호 데스티니네 데스티니...앞으로 솔이가 말도하고 지호랑 막 이케하면..오..아...넘 좋네여 상상만 해도ㅜㅜㅜㅜㅜ 재밌어요!!!!♥♥♥
11년 전
대표 사진
엔비션
블리님 안녕하세요♥너무 늦게 와버렸죠 제가..ㅠㅠㅠ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앞으로는 좀 일찍일찍 올리도록 할게요!읽어주셔서 감사해요♥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뒷커버에요~♥ 이번편도 짱설레ㅜㅜ 지호랑 솔이랑 이케이케 꾸우우ㅜ웅ㅇㅜㅜ 엔비션님 짱ㅜㅜ
11년 전
대표 사진
엔비션
뒷커버님 안녕하세요!♥제가 짱이라니 그렇지 않아요..☆오늘 하루도 좋은하루 되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5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3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