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Recipe |
난 나름대로 평범한 인생을 살고있다고 생각해왔다. 이 정도면 평범한 거라고, 나보다 불쌍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 정도면 양호한 거라고 항상 나를 달래왔다. 부모님 없이도 씩씩하게 건강하게 자라왔고 자칫 나쁜길로 빠지기 쉬운 환경이지만 결석 한번 없이 꼬박꼬박 학교도 나갔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대학 등록금이 없어 대학 진학을 포기했어도 나름 이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왔다. 23년 인생동안 별 탈 없이, 큰 이탈 없이, 남에게 피해주는 일 없이,그렇게 평범하게 지냈는데. 그런 내게, 원인모를 병이 찾아왔다.
3일전 검사를 마치고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길이었다.난 내 양손을 꼭 붙잡고 제발 큰 병만은 아니게 해주세요 하며 빌고 빌었다. 생각해보면 시작은 몇달 전이었던것 같다. 분명 고등학교 때 마지막으로 했던 시력검사에서 양쪽 눈 다 1.0이 나왔고 그래서 안경은 늙어서나 쓸 것이라며 스스로 시력에 관해선 별로 신경쓰지 않고 지냈는데 몇달 전부터 천천히 시력이 저하되다가 이제는 먼 거리 간판마저 흐릿하게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맞춘 안경만 수십여개, 하루가 멀다하고 오는 나에게 안과 의사선생님께서 안되겠다며 큰 병원가서 검사 한번 받아보라고 권유했고 이게 단순히 전자기기를 가까이 해서 그런 줄 알고 있던 내게, 혹시 병일 수도 있다고, 그럴 확률이 높다며 걱정스런 얼굴로 내게 말하시던 의사선생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그리고 덜컥, 겁이 났다.이러다가 실명되면 어쩌나 하고. 하지만 악한 사람을 벌한다는 권선징악을 착실히 믿는 나였기에, 악한 행동을 한 적이 없는 나를, 신께서 벌하실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순수하게 믿어왔던 권선징악은, 고전소설 속에서만 해당하는 일이었다.
'희귀병이에요.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병입니다.상태를 보아 이미 몇달 전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빠르면 삼개월 이내, 늦으면 일년정도안에 시력을 잃게 될겁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겠습니다.'
세상은 내게 너무도 잔인했다. 나쁜사람은 떵떵거리며 잘만 사는데, 왜 나같이 불쌍한 사람은 이렇게만 살아야 하는건지,신이 정말로 존재하긴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스스로 평범하다고 위로한게 신까지 나를 평범한 애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나?그냥 불쌍하다고 할껄.현실을 포장하지 말고 위로하지 말고 그냥 나는 불쌍한 애라고, 그렇게 되뇌일껄.
'입원치료는 하실 필요 없습니다.약물로도 안되고 현재 의학기술로는 수술해도 성과를 기대하긴 힙들 것 같습니다.이런 병은 눈을 이식 받아도 다시 발병될 가능성이 높습 니다.'
아니면 친구가 교회가자고 할때 따라가볼걸. 한번도 믿어본 적 없지만 이번 일만 잘되면 꼭 믿음으로 보답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나한테는 신은 없는 거였다. 아니, 있다해도 나를 도와줄, 내 편이 되어줄 신은 없는 거였다.
오히려 수술해도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말은 내게 위로로 다가왔다.수술은 내게 꿈도 꾸지 못할 사치였으니까. 문득, 눈이 실명되면 불쌍한 내 인생도 그만 놓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체념은 빨랐다.그저 죽는 걸 실감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아니면 체념할 것 조차 없는 인생이기 때문일수도. 하지만 어쨌거나 체념은 한 거 같았다.
짧다면 3개월, 내게 주어진 그 기간동안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어떻게 하면 이 짧은 시간에 모든 세상을 다 담을 수 있을까. 다 담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너무나도 힘들었던 이 땅을 떠나 가난하고 별 볼일 없는 변백현을 모르는, 조금이라도 내게 호의적일 지 모르는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싶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어깨를 짓누르던 가난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방랑자처럼 걱정없이 이곳저곳을 누비고 싶었다. 집에 돌아와 통장을 확인했다.고등학교 졸업 후 죽어라 일해서 모아놓은 돈.이것저것 지독하게 아껴가며 저축한 내 피와 땀들. 그래봤자 얼마 되지는 않았다.하지만 3개월동안 다 쓰기엔 많은 돈이긴 했다.
가구도 없이 티비와 옷걸이뿐인 초라한 단칸방 생활도 이제 접고 싶었다. 23년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내 자신에게 단 3개월 만이라도 상을 주고 싶었다.이 3개월만은,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고 싶었다.
나는 곧장 영국행 비행기를 끊었다. |
프롤로그 입니다..분위기가 엄청 처지네요..ㅠㅠㅠㅠㅠㅠㅠ 박한 반응은 예상된 것...난 비루하니까.... 달달한건 좀 더 있어야지 나올하네요 ㅠ^ㅠ;; 스포지만 영국에서 찬열이를 만날 예정입니다!!!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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