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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r o p i c a l   F a r m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오후였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아먹고 사는 일개 사회부 기자는 대박을 꿈꿨다. 이 나라를, 도리어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할 만한 거물급 기사를 폭풍우처럼 터뜨리고 해외로 떠나 홀연히 잠적을 감추는 것. 그리고 몇 달 뒤, 다시 모국으로 돌아와 또 다른 대박 기사를 터뜨리는 것이다. 나는 그런 삶을 꿈꿨다.


글 쓰는 걸 좋아했지,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진짜 우연히, 우연의 우연으로 기자가 된 것뿐이었다. 사회부로 가기 위해서 꼭 거친다는 거지 같은 대우의 연예부 기자도 해봤다. 거긴 진짜 있을 곳이 아니더라. 사회부를 꿈꾸는 파릇파릇한 후배들에게도 여러 번 언질을 해주었다. 연예부에서는 발로 뛰는 게 최고라고. 아무리 물고기가 잡힐 때까지 기다린다 한들, 물고기는 잽싸게 눈치채 먹이를 물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뭐, 사회부라고 다를 건 없지만.


이 나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정치인 민정욱. 그는 소위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대단한 인간이었다. 뭐든 터뜨려보려 심심치 않게 여러 번 뒤를 밟았지만, 귀신같이 알아채는 탓에 여러 번 경고도 먹어봤고, 사생활 침해 어쩌고 하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아마 뒤에서 욕 엄청나게 했을거다. 그래서 그나마 만만한 대통령의 아들놈을 주시했다. 언제든지 빈틈이 보이면 그 틈을 파고들어 목덜미를 물어뜯을 수 있도록.


민정욱 대통령의 ─ 대통령 피셜 ─ 하나뿐인 공식 핏줄, 민윤기는 제 아버지 밑에서 정치를 공부하는 인간이었다. 세간에서는 훈훈한 외모와 따뜻한 인심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 유명세를 타는 남자였지만, 나는 그것 또한 그가 바라는 최종 목적지로 향하는 단순하고 의미 없는 행위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민윤기의 자택 앞에서 며칠을 밤 새가며 잠복근무하기를 여러 번, 도합 서른 번째가 넘어가던 때였다.



"총 다해서 트로피컬 500종. 마약이니까 들여올 때 조심해. 걸리면 인생 좆 되는 거 명심하고. 만약 혀 제대로 간수 못하면… 네 인생이 좆 되기 전에 여기가 좆 될 거야."


이건, 이건…. 씨발 존나 레알이다.


드디어 내 고생이 빛을 발하는구나! 나는 무거운 DSLR을 들고 재빨리 셔터를 눌러 그 은밀하고도 신중한 밀회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민윤기가 상대방에게 건네는 하얀 가루가 담긴 봉투까지 아주 완벽하게 찍혔다. 귀신같은 눈치는 아버지와 판박이인 민윤기가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심장 부근을 툭툭 치다 고개를 돌려 내 쪽을 쳐다보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존나 뛰었다. 헥헥거리며 뛰는 내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깜짝 놀라 자리를 피할지도 몰랐다. 그러게 진작 운동을 좀 해둘걸. 카메라가 무거워서라는 변명은 진작에 집어치웠다. 아무리 힘들다지만 이런 특종을, 오진 특종을 절대 놓칠 수는 없었다.


아학학! 하여튼 대통령이든 뭐든, 자식이 문제야, 어? 아무리 정치 잘해도 자식 놈들이 판을 치면 타격은 대통령이 받고, 수습도 대통령이 한다니까? 어디 한 번 좆 돼봐라, 하고 혼자 들떠 차를 운전하는 와중에도 긴장을 늦추지는 않았다. 나를 [대통령 아들 비리 사건의 첫 스타트를 끊을 대박 기자]로 만들어 줄 중요한 밀회 자료가 담긴 소중한 카메라를 품에 꼭 안은 채 회사로 들어가 팀장 실로 향하자, 팀장님은 언제나처럼 오뎅을 씹으며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늘 밥만 축내는 쓸모없는 기자라고 나를 지칭하던 팀장 새끼의 콧대를 존나게 눌러줄 차례였다.


"팀장님.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
"뭘. 또 뭘. 벌써 답 나온다…. 너 민윤기 쫓아다니더니 고소 당했지? 어쩐지, 왜 고소 안 당하나 했더니…. 걔네도 참다 참다 터졌나 보네. 참고로 나 증인 안 서준다. 지난번부터 수십 번 말했어."
"아뇨, 씨발! 팀장님은 왜 늘 그렇게 부정적이에요?"

"씨발? 씨─발? 야, 너 몇 년 다니더니 내가 존나 편해졌지, 어? 아주 씨발, 옆집 개새끼지, 내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안 그래도 내가, 어? 제일 믿는 사람이 팀장님이라서 여기까지 찾아온 건데, 이렇게 나오면 존나 곤란해요!"
"믿긴 뭘 믿어, 새끼야. 내 인생 경계 대상 1호가 너인 거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씨발, 오죽했으면 국장님도 알아!"


팀장, 김석진은 흥분해서 들고 있던 오뎅도 떨어뜨렸다. 나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며 그의 눈앞에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팀장님은 어쩌라는 거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팀장님 진짜… 심각하다. 지난번에 헬스장에서 자빠져서 머리 다쳤다더니, 눈도 삐었어요?"
"아니, 민윤긴거 누가 몰라? 어? 우리 회사에서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초고화질 DSLR인데 민윤긴거 누가 모르냐고! 이걸 지금 왜 보여주냐는 거잖아!"
"내가 방금 찍었어요. 근데 뭘 들은 줄 알아요? 민윤기가, 씨발… 마약 거래를 했대요! 내가 직접 두 귀로 들었다고요! 저거, 저 하얀 거 보여요? 저게 증거야!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팀장님은 떨어뜨린 오뎅을 주워 먹다 바람 빠진 웃음을 지었다. 이 미친놈의 팀장도 거짓으로 똘똘 뭉친 인터넷용 민윤기에 홀딱 물들어있는 놈이란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김여주 처음 들어올 때부터 대박, 특종, 대박, 특종, 노래를 하더니…. 포토샵 많이 늘었다. 여주야, 아무리 그래도 조작은 안 된다…. 어?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냐?"
"엄연히 따지자면요, 난 국장님 픽이거든요? 누가 보면 아주 팀장님 손에 길러진 팀장님 개새낀줄 알겠어요~"
"저게 뒤질, 아오, 저 조동아리 진짜…. 한 번을 안 져요, 한 번을."


나는 그동안 감춰온 화려한 언변 실력을 뽐내가며 김석진을 설득했다. 생각보다 빨리 의심을 풀고 내 이야기를 경청하던 그가 팔짱을 꼈다.


"민윤기가 진짜 마약 거래를 했다고? 그럼 진짜 대박 특종인 건데…."
"그렇다니까요! 아, 녹음을 안 한 게 죄지…. 근데, 저 봉투 누가 봐도 수상하잖아요. 저게 엄청난 증거라니까요."
"이거 터뜨리면 너 해외 갈 수 있겠다."
"그래서 지금 팀장님한테 들고 온 거 아니에요. 팀장님이 좀 도와주세요. 나 14일 날 터뜨리고 바로 한국 뜨게. 민윤기가 잡으러 오면 어떡해요."


그렇게, 김석진과의 은밀한 거래를 안정적으로 성사한 후였다. 그래서 나는 지금.


대한민국을 존나 뒤흔들어놓고 태평히 비즈니스 석에 앉아있다,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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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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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제목도 그렇고 글 내용도 너무 신선해욬ㅋㅋㅋㅋㅋ 보면서 엄청 웃은 것 같네요 타싸에서도 찾아뵐 수 있다면 좋겠어욬ㅋㅋㅋ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작가님 글 짱이에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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