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r o p i c a l F a r m
내 팔자에는 평생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탈한국을 결국에는 하게 되다니. 전 날 밤에는 설레서 잠도 설쳤다. 물론, 한국을 뜨는 것 뿐만이 아닌 몇시간 뒤면 온 세상을 떠돌 내 특종 기사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쯤, 아주 난리가 나서 SNS 데모가 장난 아닐테지. 뿌듯하기는 오지게 뿌듯했다.
마치 연예인이 된 기분이었다. 일을 벌려놓고 홀연히 사라지는 게 얼마나 짜릿한 일인지도 뼈저리게 느꼈다. 이코노미가 아닌 비즈니스 석이라서 그런지 의자도 푹신하고 기내도 조용했다. (사실 비행기 처음 타본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남자였다. 아직 출발하지도 않은 비행기 안에서 편히 잠을 청하고 있었다. 신문을 읽다 잠들었는지 신문지가 얼굴 위에 올려져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도 지금쯤 청와대 서버가 마비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 실실 웃음이 나왔다.
“웃음이 나오나?”
“…응?”
어디서 목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제 할 일을 묵묵히 하고있을 뿐이었고, 옆 자리에 앉은 남자는 자고있는 게 분명했다. 누구지. 내가 잘못 들었나? 다시 고개를 돌릴 때였다.
“재밌나봐. 실실 웃게.”
“…….”
“…….”
나는 존나 입을 다물었다. 순식간에 공포가 엄습하고 등 뒤에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무서워 뒤지겠는데 시선은 자꾸 옆으로 향했다. 결국 뻣뻣이 굳은 고개는 앞으로 두고 눈알만 도르륵 도르륵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얼굴 위를 신문지로 덮고 있던 남자가 한쪽 손으로 신문을 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초콜릿을 받고 싶었지, 이런 좆 같은 기삿거리를 받고 싶지는 않았어.”
“…….”
“안 그래요? 김여주 기자님.”
좆 된 건, 민윤기에게 하얀 봉투를 건네받던 수상한 남자도, 대신 기사를 내준 팀장님도, 기사의 주인공인 옆자리 민윤기도 아닌
씨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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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미친 새끼야!! 문 안 열어? 문 열어, 이 새끼야!!”
비싼 돈 주고 큰 맘 먹고 장만한 하와이행 비즈니스석 티켓은 결국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내 옆자리에 앉아 내가 오기를 기다렸던 민윤기는 나를 억지로 일으켜 자신의 저택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어떻게 됐는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핸드폰을 뺏기기 전, 비행기 모드를 풀었을 때, 내가 목숨 걸고 기사를 내달라고 부탁했던 팀장님의 문자가 쉴 새 없이 밀려들어왔다. 미안하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원인, 결과를 전부 말해주고 마지막에는 도착하게 되면 연락하라고 까지 했다.
결론은, 나만 좆 되고 민윤기는 멀쩡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기사를 내기 한 시간 전에 쳐들어온 민윤기가 전부 입막음을 시켰다는 거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저 새끼는 사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한 또라이고 미친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 목숨이다. 이상한 취미라도 가졌는지 그의 저택에는 간이용 철장이 있었다. 말해 뭐하냐는 듯, 나는 집 안으로 던지듯이 내팽겨쳐지자 마자 철장에 갇혔다. 진짜 개! 좆 된 거다.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게 용했다. 걸리면 최소 5분 정도 내 변명을 들어주고 거침없이 칼로 내 목을 댕강 잘라버릴 줄 알았으니 이에 비하면 철장에 갇힌 것 쯤은 오백배 버틸 수 있었다.
철장을 주먹으로 치고, 소리를 지르고, 별 지랄이란 지랄은 다 했다. 웃기게도 민윤기는 고풍스런 책상 앞에 비싼 의자를 두고 앉아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이 묵묵히 제 할 일을 했다. 의외로 이 새끼는 존나 강적이었다.
“저기요…. 저 진짜 문 좀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도망 안 칠게요. 저 사실 그럴 깡도 없고 힘도 없어요…. 우리 말로 해결합시다. 예?”
먼저 지친 건 나였다. 두 손 두 발 다 들어 항복했다. 미친척 철장 바닥을 손톱으로 긁기도 하고 혼잣말도 했다. 미친척이 아니라 미친게 맞았다. 그제서야 민윤기는 내게 시선을 주었다.
“인내심이 없네.”
“인내심? 인내심이라고 그랬어요, 지금? 아하하…. 혹시 제 입장이 되어보셨어요? 이 좆 같은 철장 안에 갇혀있어 봤냐고. 당신 이거 엄연한 납치야. 알아?”
“알지. 대통령 아들이 이름 값은 해야하지 않겠어?”
“다 막았다면서요. 어차피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른다면서. 말 안 할테니까, 납치하고 감금한 것도 묵인 할테니까, 그냥 좀 놔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쉽게 해결될 사안인가, 이게?”
씨발, 어쩌라고, 이 개새끼야! 하고 소리치려던걸 간신히 참고 눈을 부릅떴다. 웬만한 또라이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나를 참 오랜만에 빡치게 한 몇 없는 인간 중 하나였다. 네가 김태형보다 더 해, 개새끼야. 중학교 시절, 같은 반 남자애였던 발암물질의 정석 김태형이 떠올랐다. 덕분에 미세먼지 같은 김태형 생각도 다 해보고, 아주 고맙네요! 씨발!
“근데 기자님, 발칙한 생각이긴 하네요.”
“네?”
“나는 이거 기자님이 대시하는 거라고 생각할건데.”
“…뭐요?”
“발렌타인데이는 여자가 관심있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니까, 조금 특별한 대시라고 생각하려고요. 남들이랑은 다르게 초콜릿 대신 엿을 먹여준거라고.”
민윤기의 입에서 폭탄같은 말들이 우수수 쏟아져 뒷통수를 강하게 후려갈겼다. 작정한거다. 나는 잠들어있던 사자 새끼의 코털을 건드린 게 아니라 뽑아버린거다. 그것도 존나 세게. 여유로운 웃음 뒤에 감춰진 살 떨리는 살기가 내 주변을 맴돌았다.
지금, 민윤기는 복수를 위해 이를 갈고있는 야생 맹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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