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씨발 존나 심심하네."
추석인데도 숙소에 쳐박혀 있기에는 너무 답답한 나머지 입에선 자연스럽게 육두문자가 나온다.
그런 나한테 관심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표지훈은 그저 핸드폰 게임만 만지작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 새끼는 저딴게 뭐가 재밌다고 지 손바닥보다 작은 핸드폰에 눈알이 빠질것같이 집중하는건지.
좀 궁금해서 보려하면 아 형- 머리카락땜에 놓쳤잖아요- 하는 바람에 볼수도 없다.
안봐 씨발.
무슨 기록을 세운다느니 하면서 몇시간째 저러고 있는걸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내가 구원을 해줘야 하는건가? 싶다가도 생각해보면 나는 그옆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니
정작 한심한 저 놈보다 내가 더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순간 이 새끼가 게임에 얼마나 미쳐있는지 실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야 나 좀 놀아줘."
"아 나중에요."
"나중에 언제 나 지금 존나 심심함."
"저 기록 세우면요."
내가 너 기록 못세우게 만든다.
괜히 부엌에 가서 어제 먹다 남은 떡볶이를 데우면서 냄새를 폴폴 풍겼다.
냄새맡고 미쳐서 핸드폰을 집어 던지고 젓가락 한짝으로 떡볶이를 찍어서 한입에 다 먹어버릴게 분명하다.
근데 이 새끼가 어깨만 잠깐 움찔하더니 계속 게임을 하는게 아닌가.
이새끼 게임 중독이야. 스마트폰이 사람 다 베려놓았어.
포크에 떡볶이 하나를 찝어서 표지훈 앞을 어슬렁 거리면서 졸라 맛나게 먹는데 걸리적 거리니까 치우란다.
헐.
얘 왜이래.
떡볶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냥 밖에나 나갈 양으로 양치질을 하고 밖에 나가려는데
"형 어디 나가게요?"
"어차피 나 없어도 혼자 잘만 놀잖아?"
"아 저 기록세울때까지만 기다려달라니까요."
"그놈의 기록은 언제세우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또 붙잡으니까 마음이 약해져서 다시 표지훈 옆에 주저 앉아버렸다.
가만히 쭈그러져 앉아있으려니까 궁딩이가 아프다. 내 꼬리뼈가 유난히 뾰족한건지 뭔지.
앉아 있기 힘들어서 표지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누워버렸다.
근데 이새끼가 내 머리가 무거운지 뭔지 온몸이 움찔 하면서 들썩거린다.
그 바람에 뭐 하나를 놓쳤는지 그 낮은 목소리로 아~!!! 하면서 아쉬워 하길래
왜 죽었어?했더니 아직 죽은 정도는 아니란다.
순간 차라리 기록세우는걸 기다리는거 보다 빨리 죽게 하는게 더 빠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작전 구상을 하면서 표지훈을 뚫어져라 째려보고 있는데 이 새끼 손가락이 순간 삐끗 하는게 보인다.
"아 진짜 그렇게 쳐다보지마요."
내가 뭘 어쨌다고?
라고 반박하려는 찰나 괜히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표지훈을 괜히 더 뚫어지게 보고 아이컨택을 시도했지만 등을 돌려버린다.
너 이새끼.. 내가 너무 풀어놓았어.
등돌린 표지의 등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팔팔한 19씹구세 끼가 얼마나 버티는지 궁금해졌다.
표지훈 앞으로 가니까 방해할꺼면 들어가서 컴퓨터나 하란다. 내가 존나 버릇을 잘못 들여놨어 씨발.
"알았어. 하지 말래도 할거다."
내가 뭔 말을 하든 관심이 없는건지 눈은 계속 핸드폰 액정에만 고정되어 있다.
괘씸한 표지훈을 골려주려고
아주 단순히 그러려고
표지훈 입술에 쪽- 하고 잠깐 입술을 댔다가 뗐다.
작은 눈이 놀라서 졸라 커졌다. 입은 떡 벌어지고 쉴새없이 움직이던 손가락은 멈춰있고
핸드폰은 바닥에 툭 떨어졌다.
뭔가 후폭풍이 생길 조짐이라서 재빨리 방에 들어가서 방문을 잠갔다.
아 장난치곤 좀 심한거였나?
기록 못세웠다고 나한테 존나 뭐라 하는거 아닌가 싶다. 아 몰라 개겨봤자 막낸데 뭐.
컴퓨터 전원을 발로 켜고 있는데 방문이 부서져라 쾅쾅 두드려댄다.
"형!!!! 잠깐만 문좀 열어봐요!!!!"
"열면 존나 화낼꺼잖아!"
"아 씨발 화내는게 아니라... 하여튼 좀 열어봐요!!!"
그래 니가 화내 봤자 얼마나 화내겠냐. 니 기록 못세우게 방해한건 미안하다고 하면 되겠지.
방문을 열어보니 이 새끼 눈빛이 게임 할때보다 더 이상하다.
괜히 문 열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때쯤
표지훈이 내 머리통을 잡고 각도를 트는게................?!
--------------------------------------------------------------------------------------------
제발 블락비 피코가 애니 피코를 이기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인스티즈앱
키 인스타도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