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가만히 앉아있은지도 벌써 한시간이 다 되어간다.
팔자에도 없는 교양있는 짓좀 하려하니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표지훈이 맨앞자리서 관현악 오케스트라 감상이라니...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웃기기 까지 해.
그저 학교 동아리 공연일뿐이라지만 영 껄끄럽달까.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앉아있는 송민호.
내가 여기 있는 이유.
생긴건 안그렇게 생겨서는 취미가 바이올린이라고 꼴에 관현악부에 들고싶단다.
그래서 같이 오자고 그렇게 조르더니 정작 본인은 졸고있고.
"야, 송민호"
"...."
깨우자 잠깐 움찔하더니 다시 잠들어 버린다.
후...
"야,일어나. 안일어나면 나 그냥 간다?"
음악이 잠시 멈춘사이 조금은 큰소리로 송민호를 이리저리 흔들며 깨우자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가 영....
뭐 그래도 어쩌겠어. 난 지루해 죽겠도 집에 가고싶은데.
결국 일어나지 않는 송민호를 뒤로하고 먼저 가기로 마음먹었다.
가방을 들쳐메고 무대를 슬쩍 보는 순간, 인사를 하고 있는 한 남자와 눈이 마추쳤다.
검은 와이셔츠, 검은머리,붉은 입술.
걷은 소매와 두어개 정도 풀어진 셔츠 사이로 보이는 하얀 피부.
그리고....손.
예쁘다.
떠오르는 말이 그것 밖에 없을 정도로 정말 예쁘다.
길게 뻗은 하얀 손가락, 흉터나 상처 하나 없이 곱고 예쁘기만해.
살짝 들었던 엉덩이를 내려 나도 모르게 그저 다시 앉았버렸다.
보고싶다.
저 손이 이제 무얼할지.
긴다리를 휘적이면 제 자리를 찾아 걸어가는 사이 송민호가 끌어안고 자던 팜플렛을 뺏어 보았다.
24살, 관현악과, 첼로전공
이름은 우지호.
연주가 시작되고 우지호가 손을 움직인다.
한손으로 활을 들고 다른한손으론 첼로를 짚어내고 있다.
손을 바삐 움직이며 여기저기 누르기도하고 문지르기도 하고 하는데, 그모습이 마치 나비같다.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힘도 느껴진다.
아... 힘있으면 나비는 아닌가?
"와 시바 개쩐다..."
어느새 일어난 송민호가 나직히 말한다.
공연이 시작되자 마자 누가 약이라도 먹인냥 내리 자더니 무슨.
"병신아 잠이나 그만자고 말해줄래? 여태 자 놓고 감탄하는척 존나."
"아 닥치고, 거기 니가 들고 있는거에서 입부 신청 날짜나 좀."
"....내일까지 신청. 면접은 다음주 화요일....".
아... 그렇네.
어쩌면, 관현악부 들면.
우지호.
저 예쁜손을 매일 볼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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